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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의 개발을 위해 아라지역이 잠시 발을 내딛었던 그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 신이 밤프를 보며 노발대발 잔뜩 화난듯한 표정을 짓고서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있던 것이었지.
"음? 나 말하는건가?"
자신을 가르키며 그가 되물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믿을 수 없다는듯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다냥! 너 같은 위험한 녀석을 이 곳에 들이다냥! 정말로 믿을 수가 없냥!"
위험한 녀석, 그는 처음에 그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짜고짜 위험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니 그에게 있어선 난데없이 들이닥친 마른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다가도 온갖 끼워맞추기를 통해서 자신의 어떠한 점시 위험한지 어림짐작해본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확신한다는듯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아, 이 땅을 토마토밭으로 만들어버릴까 두려운거였나. 안심해라, 그런 일은 없을테니! 카카카캇! 나는 그 정도로 욕심쟁이가 아니라고!"
"......"
고양이의 시선은 이미 두려움을 넘어선 경멸의 경지에 다다랐다. 밤프는 그런 고양이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서 이상한 웃음소리나 잔뜩 흘리다가 그 고양이를 뒤로한채 앞으로 나아갔다.
"......"
어느정도 멀어졌을까, 주변의 인적이 드문것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눅들어있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듯한 그런 표정이 아닌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듯한 표정이었다. 하늘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정도를 가늠하였다. 새하얀 손바닥 위로 굵은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진다. 이내 살짝이 옆으로 기울이며 아래로 떨어뜨리고선 눈앞에 가까이 했다.
"굵기도 하지. 소나기인가."
본디 비는 싫어하지 않았다. 마루를 의미없이 밟으며 돌아다니다가 걸음을 나서기로 하였던 것도 그 이유에 있었으나, 비에 폭삭 젖은 쥐새끼 꼴은 피하고 싶었기에 어딘가에 끼워넣은 우산을 쓰고 가기로 하였다. 공기가 감싸지듯 울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이 펴지고, 넓은 면을 위로 하였다. 나막신 소리를 달그락달그락 내다보면 물웅덩이와 마주해 피하지 않고 냅다 밟아도 본다. 첨벙. 그 시원함이 좋았던 것이다. 마치 폭포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과 함께,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개운하였다. 하늘이 조금 우중충할 뿐이지. 우산을 뒤로 젖히고 잠깐 먹구름을 쳐다보면서도 표정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정처도 없이, 얼마나 걸었을까. 눈치채고 보면 조금 인적이-신적이라고 해야 옳을까?-없다시피 한 곳에 다다라 있었다. 아니, 완전히 없진 않았지. 당장 저 앞 약간 떨어진 곳에 어느 박쥐 신이 우산도 없이 비를 향해 손을 뻗고 있지 않은가......잠깐, 박쥐신이라니.
"...아."
그래, 그랬었지. 썩 분위기가 닮은 어느 악신이 기억속에 있었기에 항상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박쥐 신이었다. 잠깐 함구한 채 눈매를 이지러뜨리며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끝내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었다. 우산이 없지 않은가. 관리자로서 방문자에게 우산 하나쯤 못 줄 것이야 없지. 아니, 그닥 호의는 아니다. 규태여 따지자면 부정적인 측의 연민에 가깝다.
"야, 거기."
말이 곰살궂진 못하였다. 아무튼 그러니까...눈을 잠시 감으며 무엇이라 운을 뗄까, 싶다가 다시 뜨고선.
Q. 앵화영장은 놀라고 만든 겁니까? A. 반은 맞습니다. 일단 앵화영장이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느끼면서 아사는 앵화영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유니콘 튜브보트 위에는 벚꽃빵이랑 벚꽃엑기스와 신과로 만든 에이드랑 탕후루를 올려두고 자신은 끝도 없이 펼쳐진 것 같은 벚꽃잎 위에 떠 있었습니다. 마치 벚꽃잎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 같이. 모자 위의 천은 길게 늘어지고 늘어져서 앵화영장 바깥에까지 늘어진 듯한 느낌이고(실제로는 아니지만) 바닥에 선다고 해도 발이 닿기는 할까요?
"전설이 내려온답니다. 아주 오래된..."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노이즈가 낀 듯 지글거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붉은색이라는 것에서 떠올렸다는 듯 아. 합니다.
"아예 다양한 꽃을 다 넣은 화영장도 만들까..." 꽃길을 만드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한가로이 떠 있었습니다. 흘러가다 보면 벚나무에 닿을지도 모르지요..? 날개가 살짝 휘저어져 마치 물에 뜬 새의 물 속 다리처럼 휘저어져서 살짝 이동하게 하던가요..
근데. 눈 감고 미동도 없으면 누가 사건현장이다. 라고 농담처럼 말할.. 아. 짧은 바보털이랑 긴 바보털이 움직이는구나.
오늘의 정보, 다솜에는 수영장이 생긴 모양이다. 그것도 벚꽃을 보면서 놀 수 있다던가? 솔직히 벚꽃을 보면서 하는거라면 꽃놀이를 즐기면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정도였지만... 새로운건 언제나 좋지! 거기에 무엇보다 미리내보다 먼저 관광명소가 생긴건 두고보지 못할 일이지! 그러고보니 저번에 아사가 관리인이 됬었나... 응, 아는사람의 특권으로 무료로 해달라고 하자.
그렇게 미리내에서 소식을 듣고 여기까지 오는데에 1분, 그리고 물어물어 여기까지 찾아오는데에 10분... 대충 생각나는 곳으로 이동한 것 치고는 의외로 목적지에 가까운 곳에 도착했고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역시 삽은 못들고 들어가겠지..."
들고온 삽을 대충 집으로 보내놓고 느긋하게 입장했다. 생각보다 좋은 퀄리티에 마치 고향집이 생각나는 풍경이 조금 섞여있었지만... 역시 봄에 수영장은 오픈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땅의 영향인지 평소에 놀 수 있을만한 넓은곳은 대형온천정도밖에 없었다. 그런점에서 여기는 조금 괜찮아 보였다. 구태여 말하자면 인간들이 만든 워터파크같은 느낌? 물론 다른점은 있었다. 수영장이라고 들었지만 들어차있는건 전부 벚꽃잎이었다. 역시 소문은 믿을만한게 못된다니까... 아니 반은 맞은건가? 어찌되건 수영장을 개조한 느낌이니... 뭐 반은 맞겠지.
"호오... 생각보다는 괜찮은데!!!"
이미 선객이 있었던건지 중앙에는 익숙한 유니콘모양 튜브가 떠있었다. 그 위에는 간단한 간식까지... 생각보다 훨씬 휴양지였던 모양이다. 조금 시선을 돌리니 무언가의 시체가 보였다. 시체? ...?! 살신현장인건가?!
"야!! 거기!!! 살아있어?!!!"
다급하게 소리치며 그 물에 떠있는 시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멀리서 볼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꽤 익숙한 얼굴인것같기도 한데... 이거 아사아니야? 아니 아무리 간이 커도 관리자를 살해하는 정신이 이상한놈이 있을리ㄱ... 뭔가 움직였다. 더 정확히는 흔들렸다고 보는게 맞겠지. 머리위에 달린 그거. 흔히 말하길 바보털이라 부르는 그것이 바람에 흔들린것 같았다. ...정정해야겠네. 확실히 움직이고 있잖아 이거. 아무리봐도 살아있잖아.
"뭐야... 간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급격하게 긴장이 풀려서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점점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부분은 신통력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길래 비가 오는데도 비를 피하려고 조차도 하지 않는건가. 미묘하게 찡그린 표정으로 손바닥을 타고 내려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 야, 거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곱지는 못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 너는 바보같이 우산도 없냐?
아, 이번에도 들려왔다. 검은 우산을 쓴 채 녹색의 두 눈동자와 작은 체구가 눈에 띄는 작은 소녀의 모습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모습에 그는 작은 소녀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턱을 짚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두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였고 그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팔을 휘둘렀다.
"카캇, 우산이라. 가끔씩은 이런 비를 맞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가 팔을 휘두르는것에 맞춰 그의 옷이 망토가 되어 흐물흐물 거리는 모습으로 휘날렸고, 이내 액체 처럼 흐물거리던 것들이 모여 동그란 우산의 모습을 한 채 그의 머리위에 씌워졌다.
타닥, 타닥.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억해보면 그 때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
"너는 분명히, 이 아라의 관리자인 사우라고 했던가. 이 몸은 밤프다!"
부정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당당히 자기소개를 하며 양 팔을 쭉 펼쳐올렸다. 그러자 그의 옷이 펄럭였고, 비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굵은 소나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서도 그칠 생각을 하지않는듯 더욱 세게 쏟아부었던 것이다.
"으음, 이건 곤란하군. 이렇게 계속 쏟아진다면 옷이 다 젖게될테니 말이야. 어디 비를 피할 곳이라도 알려 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