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흐예는 회사 내부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시간쯤 그녀의 규칙적인 일과 중 하나였지요? 보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휴게실로 들어가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체력 단련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홀로그램 훈련기구도 비치되어 있는 최신식 훈련실로 들어가니 무소의 뒷통수가 보입니다.
뭘 하고 있는 걸까, 말 없이 다가간 에흐예는 무소가 분신체를 조작하는 걸 보며 흐음, 하고 소리를 내고는 장애물을 피해 달리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찾았습니다.
에흐예는 분신 키우기라는 말아 다@고치를 떠올렸으나 곧 고갤 젓고 작동하기 시작한 기계 안에서 모래주머니를 다리와 팔에 찼습니다. 기본적으로 실전에 비해 위험도나 긴장감이 떨어지니 훈련 효율을 높이려면..
무소가 기계 근처로 다가오자 잠시 쳐다보긴 했으나 곧 시작된 커리큘럼에 에흐예는 기계 위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의 발판은 고정되어 있었지만 지상에서 뛰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해 줬고, 정면에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장애물들이 달리는 속도에 맞춰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뛰어넘어야 할 벽이 나오자 에흐예는 주변에 잡고 뛰어넘을 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보이지 않습니다, 에흐예는 작게 심호흡하더니 각력에 작용하는 근육을 제어해 뛰어올랐고, 아슬아슬하게 벽을 뛰어넘어 착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력질주, 이번엔 밑으로 피해야 하는 장애물에 에흐예는 한 쪽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춘 뒤 뒤로 몸을 젖히며 장애물을 미끄러지듯 피한 뒤 일어서서 달렸습니다.
모래 주머니까지 팔과 다리에 차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아무리 그냥 기계를 통해 보는 훈련이라지만 꽤 강도 높은 느낌일것 같기는 한데, 잠시 자신을 바라보던 에흐예를 마주 바라봤지만 방해하기 싫었던지 딱히 말을 꺼내지는 않았고 달리기 시작하자 집중하여 보기 시작했다. 홀로그램 장애물들이 속도에 맞춰서 가까워지는 것이 마치 예전에 있었다고 하던 핸드폰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으나, 그것보다는 저 장애물에 부딪히면 충격이 실제로 오는건가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격한 훈련이었다, 그녀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도 꽤 집중하고 있었던지 작게 심호흡하다 아슬아슬하게 벽을 뛰어넘어 착지하는 모습에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전력으로 달리다 미끄러지듯 장애물을 넘기는 모습에 한번 허, 소리를 내었다.
꽤 실감나는데. 라는 말에 뭐라 반응해 줄 수도 있었으나 그러기에는 속도가 빨라진 터라 에흐예는 입을 열긴 했어도 무어라 말하지는 못하고 눈 앞의 장애물을 피하는 데 집중했다. 어느 새 지난번에 도전했던 지점 코앞, 몇 번이고 이 앞에서 좌절했다고 해야 할까. 구석 부분을 박살내고 넘어서면 바로 머리를 노린 장애물이 등장하는 구간이었다.
" 흐읍. "
숨을 참으며 뛰어올라 다리와 얼굴을 감싸 가린 팔이 홀로그램 벽에 부딪히며 벽의 일부가 박살나 파편이 마구 튀었다, 그 파편들과 함께 벽을 지나온 에흐예는 장애물에 대비해 손을 뻗었고. 손에 닿은 장애물을 강하게 밀쳐내면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성공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발을 내딛던 찰나, 바닥에 있던 올가미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대로 프로그램이 종료되었다.
" 읍...푸.. "
엎어진 채로 숨을 뱉던 에흐예는 얼얼한 팔다리를 문지르면서 일어섰다.
" 전기 자극, 현실감을 느끼게 해. "
멍이 들거나 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아프긴 하다는 이야기, 에흐예는 땀을 닦아내고 전극을 떼어내 보이면서 무소를 쳐다봤다.
신경 쓸 수가 없었을것 같다, 저 속도로 달려가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장애물까지 피하려면 이런 소소한 말 하나 하나 대답해줄 시간은 없었겠지. 꽤나 달린 것 같았다, 한번 숨을 참으며 뛰어올라 머리를 팔로 감싸고는 홀로그램 벽을 박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곧 바로 장애물을 손으로 밀쳐 자세를 잡아 바닥으로 착지하자 손을 올려 박수를 몇번 쳐줬다. 곧 바로 올가미가 발을 걸어 넘어지는 모습에 뚝 그쳤지만, 아프겠는데.
설명이 별 의미는 없었던것 같았다, 방금 옆에서 어떻게 실행하는지 다 봤으니 그냥 참고만 하는 수준이었고. 다만 기계를 이탈할 정도로 격렬한 움직임을 주의하란건 도움이 되었지, 단순히 오는 장애물을 그저 피하려는 생각으로 오르는건 아니라서. 구경하겠다며 다가온 에흐예를 잠깐 바라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다, 입고 있었던 정장 마이를 벗어 대강 뒤로 던지고는 기계를 몇번 건드려 작동시켰다.
" 그럼 어디... "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며 다가오는 홀로그램을 바라보다 대뜸 분신을 꺼내어 벽을 박살내었다, 점차 속도를 내어가며 다가오는 장애물들을 보이는대로 죄다 휘둘러 박살내며 팔 끝으로 느껴지는 저릿한 감각에 잠시 인상을 썼다.
아까보다 장애물이 다가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도 무리 없이 분신을 전방으로 내어 주먹을 휘둘러댔다, 사방으로 벽의 조각이 튀는 감각이 뺨에 스쳐지는것이 꽤나 실감이 났고. 어느 순간 휘두르는 주먹을 벽이 한번 정도는 받아내자, 그대로 숨을 들이쉬더니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펀치를 날려 연타를 시작했다, 드디어 박살내는 벽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고.
" 그냥 달리는것보다 훨씬 빠를것 같은데. "
실전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렇게 나아갈 수 있을까, 에흐예가 건네는 말을 듣고 잠시 중얼거리다 다시금 다가오는 벽을 마구 박살내었다, 꽤 지쳤는지 숨을 들이쉬다 뒤늦게 발 밑으로 다가오는 낮은 턱을 발견했고. 그대로 전면으로 바닥과 마주하듯 쾅 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