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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고, 달콤한 과실의 향기는 코를 자극했다. 붉은 배경과는 반대로 까마귀 깃털로 만든 망토를 두른 검은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을 밟으며 걷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몇 마리의 까마귀들이 걸터 앉아 있었고, 손에는 대금이 쥐어져 있었다.
거므누리는 걷는다. 주로 미리내에서 지내던 그가 가리까지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구하고, 잠이 오면 망토를 이불 삼아 땅바닥의 한기를 느끼며 잤다. 본인조차 끝을 모르는 방황.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서 소란이 들렸다. 가봐야 할까? 거므누리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괜한 일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않는가? 거므누리는 긍정의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필요가 있다. 괜한 일에 말려드는 것은 불편한 일일테지만 소음이 들리는 곳에 있을 신들 중 누군가가 너를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말도 옳다고 생각하여 거므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므누리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만약 소란이 들린 곳에 있는 신들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을 알고 있다면 소란에 말려들었다고 해도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리가 들린 곳은 밭이었다. 붉게 잘 익은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밭을 가꾼 걸로 보이던 박쥐들이 기진맥진한 채로 쉬고 있었다. 잘 익은 토마토를 본 까마귀들이 침을 흘리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거므누리의 푸른색의 구슬이 박힌 오른쪽 눈이 무표정하게 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울지 말라는 거므누리의 암묵적인 신호인 것을 알았기에 까마귀들은 부리를 다물었다. 거므누리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침은 어쩔 수 없었지만.
거므누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밭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를 찾기 시작했다. 허름한 무복을 입고 있는 거므누리와 달리 고급스러운 검은 정장을 입은 남색의 뾰족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토마토 밭의 주인이 분명했다.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 거므누리보다도 어깨 위에 있는 까마귀들을 경계했다. 이 녀석들이 토마토 밭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의 걱정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까마귀는 일반적인 새들보다도 지능이 높은 교활한 새다. 까마귀 앞에서 조금이라도 방했다간 한해 농사를 다 망칠 수도 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으니."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선 그러지 않을 거요, 거므누리는 뒷말을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질문을 하러 온 입장으로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실수를 저질러 일을 그르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내가 걱정을 한 적이 있었을까? 거므누리는 자신이 한 말을 되씹어 보며 생각했다. 걱정은 불안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그이기에 걱정 또한 느껴본 적은 없었다. 옛날에는 걱정이라는 것을 느꼈을 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나지도 않은 옛날일 뿐이다. 현재의 거므누리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까마귀가 울음을 흘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거므누리도 정신을 차리며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또 상대방을 앞에 둔 채 생각의 늪에 빠진 모양이다. 자주 있는 일이었고, 고쳐지지 않은 버릇이기도 했다.
거므누리는 사과를 하고는 바로 본론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실례지만 나를 아시오?"
//좋은 꿈 꾸세요. 밤피주!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잠도 못 자겠지만 저도 자러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풀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