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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벚꽃나무의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분홍색이 자신의 시선을 한가득 수놓자,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몇몇 벚꽃 씨들은 저와 똑같은 색이네요. 저의 색은...
뒷 생각을 삼켰다. 사념이 깊어지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할 듯 싶었다. 아직 자신의 '신' 님의 흔적을 찾아내지도 못 했으니, 산책도 겸해서 다시 라온하제를 돌아다녀 보기로 결정했다. 펄럭, 여러 색이 섞였던 분홍빛의 날개를 펼쳐내어 공중으로 천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카락 위로 펼쳐진 새파란 맑은 하늘 속으로 섞어들어갔다.
자신이 향한 곳은 바로 '아라' 지역이었다. 다솜을 제외하고는 가장 인연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고, 다솜과 가까운 지역이기도 했으니. 오늘은 하늘도 파랬으니, 새롭게 바다 쪽을 가볼까, 싶어 그 쪽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그러자 서서히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황금빛 해변. 모래들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조용히 눈에 담으며 서서히 저공 비행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한 인영의 모습.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듯한 또다른 푸른색을 발견하고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새로운 '신' 님...?
라온하제에 계시니 분명히 또다른 신 님일 거라 예상하면서, 곧바로 날갯짓하는 속도를 늦춰 천천히 모래사장에 맨발을 딛었다. 물론, 그 뜨거움에 흠칫, 눈에 띄게 몸을 떨었지만.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것보다도 신 님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천천히 낯선 신 님께 다가가 조심히, 조용히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신 님. 처음 뵙겠습니다."
/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치야주...!ㅠㅠㅠㅠ 사실 제가 지금 아기를 보고 있어서 달래주면서 쓰느라...ㅠㅠㅠㅠ
그러니 빨리 바닷속으로 도망가야겠어요. 어라, 근데 저게 뭐에요. 뭔가 제쪽으로 그림자 같은게 오고있어요, 무심결에 하늘을 보려다가 눈이 따가워서 얼굴을 찌푸려요. 으윽 나쁜 햇살.
"....보통 이럴 때는 천적이 나타난 거에요!"
난 지금 모래사장 위의 커다란 생선이라구요, 이럴 때는 도망가야 해요! 발이 화끈거리는것은 상관 없어요, 물이 닿는 곳까지 걸음을 옮겼는데요 저쪽이 더 빠른것 같아요. 어쩌죠, 나 먹혀요? 아니야 침착하게 생각을 해 봐요, 여긴 신들이 있는 곳이에요. 설마 신이 다른 신을 잡아먹기야 하겠어요?
"히이이익...."
-라고 생각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거에요, 분홍 날개를 가진 신이네요, 나한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데도 몸이 떨려와요. 일단.. 일단 물 속으로 도망가야겠어요. 빠르게 몸을 돌려 날개를 펴고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요, 그리고 적당히, 공격당하지 않을 거리까지 이동한 다음에 수면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분홍 날개를 가진 신을 빤히 쳐다봐요.
새로운 신 님을 발견하고는 일부러 더욱 천천히,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는 신 님께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추어 첫 인상을 적어도 나쁘지는 않게 드리고 싶었으니. 그래서 일부러 하늘에서 내려와 뜨거운 모래사장을 똑같이 걸어온 것이었다. 자신의 시선을 낮추기 위하여.
하지만... 역시 그런 자신의 나름대로의 노력은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치 도망을 가듯이 물 쪽으로 향하던 신 님은 자신의 인사에 곧 작게 비명 같은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빠르게 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날개를 펴고 곧장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가 버렸다.
"...! 앗...! 시, 신 님...?!"
멍한 눈빛이 순간 놀란듯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는 멀리, 마치 공격을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신 님의 모습을 멍하니, 멍청히 바라보았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버린 자신. 그렇게 그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입가에 모으면서 멍하니 수면 너머를 바라보고 있자, 이내 곧 수면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신 님의 모습.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었다는 그 작은 사실 하나에 은근히 기쁜 듯이 희미한 미소를 피웠다. 그리고는 다시금 두 손을 앞에 모아 공손히, 한 번 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저는 현재 다솜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플라밍고 수인인 리스, 라고 합니다. 제가 신 님을 놀라시게 해버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신 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제가 너무 경솔하게 행동해 버렸네요..."
다시금 "...죄송합니다." 하고 한 박자 늦은 사과를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로 신 님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를 무서워하시고 계신다면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저는 과일만 먹게 되었거든요. 신 님께 절대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제가 무서우시다면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러니..."
멍한 눈빛을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맨발이니 만큼, 발에 닿아있는 열기가 너무나도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지금은 신 님께서 함께 계시니. 그리고 신 님께서 경계를 하고 계시니. 이까짓 열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벚꽃 헤엄장소. 영어식으로는 체리 블라썸 풀 정도일까." 무던하게 이야기하고는 내리는 벚꽃잎이 땅에 닿기 전에 잡아채 보려고 시도합니다. 확실히 아는 것과 비슷한 맛일지도? 신과는 사람마다 좋은 맛으로 느껴지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파피어 게베어라는 이름소개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파피." 뭔가 다르게 불러야 할까? 라고 말하면서 서쪽이란 말에 비나리? 아니면 가리? 라고 다시 물어보려 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서쪽이라고 하면 비나리도 포함하니까 말입니다. 에이드를 잘 마셔주니 기분은 좋군요. 이래뵈도 저 얼음 열심히 얼리고 벚꽃 엑기스도 나름 추출 열심히 한 거니까요.
"누우면 가라앉을 수도 있어." 그러면 한없이 가라앉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걸? 이라고 말하면서 들어가봐. 라고 권유해봅니다. 청결에 관해서는 신통술을 쓰고 있으니까. 라고 말하다가.. 자갑을 살피는 게베어를 보고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4딸라" 4딸라만 내놔. 라고 그녀를 처음 보는 이가 아니라면 장난이라는 것을 알 법한 표정으로 손을 내밉니다. 그렇지만 나름 말은 진지하고 단호하게 말하는군요.
"농담이야. 파피. 마수걸이가 괜찮은 것 같으니 돈은 안 받아." "그런데. 파피라고 불러도 괜찮아? 강아지가 되어버리면 이상한 거 아니야?" 날개가 있어? 라고 파피에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본인도 날개를 거의 숨기다시피 해서 나다니기도 하니까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농담이야 다음에는 인계에서 쓰는 거 외엔 필요도 없으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수많은 신들이 모인 자리는 참으로 활기차기 그지 없었다.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즐거운 분위기도 나름 보였다. 역시 이렇게 모두가 모여있으면 자연스럽게 연회가 생기는 법이니까. 원래는 엄마 근처에 앉아서 쉬려고 했지만 엄마가 막거리를 마시기 시작했기에 자리를 피했다. 술냄새는 싫으니까. 왜 그것을 먹는지 모르겠지만, 난 술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쓰기만 해서 별로야.
이어 뭐라도 먹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 색색의 젤리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집게를 이용해 젤리를 접시에 담았고, 근처에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천천히 먹어볼까? 무슨 맛 젤리가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먹으려는 순간, 근처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웃으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역시 즐거운 내일은, 우선 인사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대답해줄까?
신들이 모이는 자리는 여러모로 떠들석했다. 령은 여러가지 과일을 먹으며 흥미롭단 눈빛을 띄며 신들을 바라보았다. 각종 수인들과 화인들이 모여있는 상황은 꽤나 장관이었다. 령의 머리카락에 매달린 방울들은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리며 딸랑딸랑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령의 근처에 앉았다. 령은 고개를 들고 잠시 아, 하고 탄성을 냈다. 라온하제에 있는 신이라면 누구라도 그녀를 모를 수 없겠지. 누리, 은호님의 딸이라던 그 신. 령의 검은 눈이 누리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누리가 인사를 했다.
곧 내 말에 방금 내가 말을 건... 그러니까, 양쪽 옆머리에 방울이 달린 머리끈을 매고 있는 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름은 알고 있다. 엄마가 여기에 있는 모든 신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전부 파악하고 있으니까. 등 뒤에 달려있는 검은색 날개를 잠시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응. 내 이름은 누리야. 너는 령이지? 흑조 수인 신. 령."
내가 아는 바가 있다면 그런 이름이었다. 뒤이어서, 혹시나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놀랄까 싶어 나는 두 손을 휘저으면서 바로 빠르게 설명을 했다.
"아. 이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우리 엄마가 여기에 사는 신들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신들을 파악하고 있어서 그래! 500년 뒤에는 지배권을 받으니까 이것저것 배우고 있고, 영토에 사는 이들을 파악하는 것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거든! 아무튼 정말로 반가워! 라온하제에 와줘서 고마워!"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웃으면서 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 악수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라... 령은 잠깐동안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라온하제 관리자의 딸이라서 모든 신들을 다 알고 있는 건가? 어쨌든 그 말은 사실이니 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이름은 령이야. 방울 령(鈴)자를 써."
뒤이어 누리의 설명을 듣고 난 령은 그제서야 좀 풀어진 모습을 보였다. 령의 표정이 다시 이전의 그 고고함을 띄었다. 그렇구나. 신들을 파악하고 있었구나. 이 많은 신들을 한명한명 다 파악해야 한다니 지도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령은 누리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대단하네. 이렇게 많은 신들을 파악하려 하다니... 그리고 고마울 게 뭐가 있니, 오히려 이런 멋진 곳에 살 수 있게 한 은호님과 너에게 내가 감사해야지."
방울을 이름으로 쓰는구나. 절로 령이 하고 있는 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방울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상당히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령을 바라보았고, 곧 악수를 나누었다.
천천히 위 아래로 여러번 흔들다가 손을 놓았고,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배하는 이로서 당연한 일인걸! 엄마도 전부 파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니까. 고위신의 의무? 영토에 살고 있는 고위신의 의무...? 라고 들었어. 그러니까 지금은 배우는 입장이라서 이것저것 익히는 중이야! 아직 부족하지만... 그리고 살 수 있게 했지만 온 것은 령인걸. 그러니까 너무 기뻐. 수많은 신들이 있으면 즐거운 내일, '라온하제'가 이뤄질 수 있으니까. 후훗."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젤리를 하나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접시를 령에게로 살짝 옮기면서 먹었다.
예쁜 이름이라... 령은 가만히 이 이름을 받았을 때가 생각났다. 인간의 아이에게서 이 이름을 받았지. 그 이름을 준 인간은 이제 육신이 스러져 세상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었건만... 괜스레 씁쓸한 감정이 다가와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여긴 즐거운 라온하제니까.
"고마워. 누리란 이름도 예쁘다고 생각해. 누리는 혹 이름에 뜻이 있니?"
령은 누리를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다른 이들의 이름에도 저마다 다른 뜻이 있을까? 뜻이 있든 없든 상관은 없지만. 영토에 살고 있는 고위신의 의무는 생각보다 버거운 모양이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었지. 령은 누리의 말을 들으며 차분하게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누리는 많이 바쁘겠구나. 라온하제에 대해서 이것저것 배워가려면...
"그랬구나. 많이 바쁘겠네. 이것저것 배우려면... 그리고 맞아. 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운 내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난 여기에서 누리를 만난 게 기뻐."
잔잔히, 조곤조곤하게 누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다 누리가 접시를 살짝 옮기자 자연스레 그곳을 향해 시선이 내려갔다. 안에 든 것은 젤리였다. 맛있게 보였다.
'세상'. 그것은 정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름 자체가 귀엽기도 해서, 나는 이 이름을 정말로 좋아한다. 나에게 이름을 붙여준 이를 잠시 떠올리다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만난 것이 기쁘다는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응! 나도 기뻐! 후훗. 다른 이들과도 이렇게 친해질 거야. 역시 친구가 많은 쪽이 더 즐거우니까. 이미 친한 이들도 있긴 하지만, 령과도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거든. 아. 그리고 고마워!"
이어 과일이 든 접시에서 붉은 사과를 집은 후에, 그리고 가온이가 기른 신과도 집은 후에 하나씩 하나씩 먹었다. 사과는 달콤했고, 신과도 내 입맛에 꼬옥 맞게 너무 달콤해서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무 맛있어! 사과도, 신과도....! 령은 무슨 과일을 좋아해? 과일을 가지고 온 것을 보면 과일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세상이라... 누리는 좋은 이름을 받았구나.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자를 쓰는 이름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순우리말 같았다. 좋은 이름이다. 세상은 멋지고 아름다웠으니까.
"누리 너 또한 멋진 이름을 받았구나."
령은 우아하게 말을 잇고는 잠시 상념에 빠졌다. 다른 이들하고도 많이 친해지고 싶다라. 자신이 다른 신들과 맺은 관계는 어떠했는가? 령은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역시 친구가 많은 건 좋지. 령은 누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령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렇구나. 네가 마음맞는 벗을 많이 사귀길 바랄게. 그리고 그 벗의 대열에 나를 끼워넣어 준다면 난 기꺼이 기뻐할거야."
조금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나 또한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령의 목소리에 온화한 빛이 담겨있었다. 령은 젤리를 하나 집어들고 씹었다. 상쾌한 딸기맛이 혀 안 가득 퍼져나갔다. 문득 누리를 바라보니 과일이 입에 맞았던 모양인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령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맑고 듣기 좋았다.
"나는... 엄연히 말하자면 채소긴 하지만 방울토마토를 좋아해. 딸기도 좋아하고. 전반적으로 과일이라면 다 좋아하는 편이야."
"엄마가 지어준 이름은 아니야. 그냥 누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리였어. 후훗. 자세한 것은 비밀이지만..."
그 관련은 굳이 이야기해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으니까. 아마, 내 입으로 말하는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령의 말. 벗의 대열에 나를 끼워넣어준다면 기뻐한다면서 입꼬리를 올리는 말에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미 친구라고 생각해!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누잖아? 그러면 친구가 아닐까? 친하게 지내면 그것이 친구니까! 물론 령이 어떠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나는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해."
절로 꼬리가 살랑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가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내 나름의 버릇이었다. 일단 령도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같으니까 이런 것은 친구인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졋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나는 아...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울토마토를 좋아하면, 밤프에게 가보는 것은 어때? 토마토를 대접해주거든. 엄청나게 많이! 가리의 관리자인 신이야!"
방울토마토도 토마토에 들어가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령은 미리내 지역에 사는 거 아니었나?
>>200 아닠ㅋㅋㅋㅋ 괜찮아요! 리스는 그것도 오히려 신 님과 함께 다닌다고, 신 님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뻐할 아이거든요! XD 저도 기왕이면 라온하제 이후의 선관을 원했답니다. :) 앗, 그런 첫 만남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스미레의 온천 사업(???)을 듣고 리스는 대단한 계획이라고 찬양하면서, 혹시 도와줄 건 없는지 물어보며 종종 찾아갔을 것 같네요.ㅎㅎㅎ 그리고 스미레도 여러가지 인형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리스도 '론'이라는 플라밍고 인형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니, 그 관련으로도 서로 이야기 나눠본 적 있었다는 건 어떨까요? :)
은호님이 지어준 이름은 아니었구나. 령은 누리의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령은 기품있는 손짓으로 포크를 들고 포도 하나를 찍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이미 친구라고 생각한다라. 령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온화한 빛을 띄는 미소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누리는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는구나. 라온하제에 온 이후로 벌써 친구가 둘이나 생기다니. 령은 좋은 일이 연이어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누리를 나의 벗이라고 생각할게. 고마워, 누리. 나도 누리랑 더욱 친해지고 싶어."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령은 밤프라는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토를 대접해준다라... 언젠가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령은 언젠가 한 번 가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언제 한 번 가리 지역에 가봐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다 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 그것 때문이었나.
"나는 미리내 지역이 좋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눈이 쌓인 그곳의 풍경을 사랑해. 눈이 잔뜩 쌓인 곳은 뭔가 고고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분위기가 있거든. 뭐 좋아하는 과일은 다른 지역에서 먹어야 한다는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눈을 감상하는 게 더 좋으니까."
>>203 엉엉 리스 인성 새하얘...(정화됨)!!! 온천사업을 하러 돌아다니는 스미레와 그걸 도와주려고 따라다니는 리스... 훌륭하지 않은가!!! 하지만 스미레의 성격으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해주는데다 신이라고 따라주기까지하는 리스에게는 오히려 아무것도 안시키면서 위대함을 칭송하게 할것같내오!(?) 원래 몰아붙이는건 좋아하지만 몰리면 머리속이 비어버리게 되는 아이인지라;ㅅ; 수맥찾기 같은걸 도와달라고 하면서 놀러다니거나 하는 사이일까요! 인형!!! 인형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스미레가 숨기려고 하는 취미인지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리스가 우연히 스미레를 찾아왔다가 인형으로 도배되어있는 그 방을 보게되었다던가... 그 이후로 더이상 내놓을 패가 없어져서 리스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 대하게 되는 가까운 사이가 되는게 좋을것같네요! 리스주는 어떠신가요!!!
사실 제가 한다면 할 수도 있는데...이것저것 하다보면 제가 깜빡하고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스레주도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마 제가 지금 추가 안한 트로피가 3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제가 추가를 안했으면 어려분들이 추가를 직접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친구를 만들면서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꼬리의 움직임을 보면 나는 여우가 아니라 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여우는 개과 동물이니까 아마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확실한 것은 가온이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니까 나도 개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들려오는 나의 물음에 대한 답에 곧 나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령은, 미리내를 좋아하는구나. 그곳은 확실히 먹을 것은 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과일 같은 것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물론 딸기는 열리는 것 같지만.. .아무튼 아름답긴 엄청 아름다우니까. 특히 명소에 가면 볼 수 있는 별이나, 사방을 뒤덮은 하얀 눈은 보통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까.
"응. 나도 미리내 지역의 풍경은 상당히 좋아해. 거긴 정말로 아름답고 고고하니까. 밤이 되면 별도 엄청 예쁘잖아? 후훗. 가끔 보러 가고는 해. 아. 혹시 기회가 되면, 오늘처럼 비나리 지역도 와 줘. 여기도 아름다운 곳이 많으니까. 언제나 무지개가 펼쳐진 폭포라던가..."
엄청 예쁘거든. 거기. 그런 말을 재잘재잘 하면서 나는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젤리를 하나 먹으면서 우물우물 씹었다. 완전 맛있어!
>>207 헉... 사우주...ㅠㅠㅠㅠ(토닥토닥)(안쓰러움) 어떡해...조, 조금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211 스미레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거랍니다!ㅎㅎㅎ(따라서 정화 됨) 아주 훌륭한 둘의 모습이지요! XD 앗, 하지만 리스는 이미 '신' 님인 이상 위대함 칭송은 기본 장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작은 것 하나라도 도우려 노력할 것 같네요! 그래도 같이 수맥 찾기를 명목 상으로 놀러다니는 거 좋아요! 리스에겐 아주 크나큰 영광...!ㅎㅎㅎ 앗, 그럼 처음에는 리스가 '론'을 데리고 있는 것으로 인형에 대해서 말을 트고, 그 후에 우연히 스미레의 인형의 방을 보게 된 것이 되는 걸까요? 스미레가 무려 있는 그대로 대해주는 가까운 사이...!(두근) 너무너무 영광이예요!ㅠㅠㅠㅠ 저는 너무 좋아요! XD 그럼 그렇게 선관을 할까요?ㅎㅎㅎ
>>221 엉엉 리스쟝이 너무 귀여운것이 우선입니다!!!ㅎㅎ 왠지 순수한 모습이라 보기 좋네요!!! 리스가 론을 데리고 있는걸 보고 스미레가 혹시 리스는 그런거 좋아해? 하면서 관심을 보이다가 이후에 인형의 방을 보게 되는거로군요!!! 좋습니다!!! 후후... 리스의 순수함이 악의 근원인 스미레를 이렇게 만든것이다!!! 얌전히 가까운 사이가 되는것이야!!!! 농담이고 친하게 지내게 되는것은 이쪽이 더 영광이죠!!ㅋㅋㅋㅋ 그렇다면 이런 관계로 하죠!!! 잘부탁드리겠습니다!!!!
>>232 아닠ㅋㅋㅋㅋㅋ 스미레의 그 밝고 활기참이야말로 너무 순수하고 귀여운걸요!ㅎㅎㅎㅎ(야광봉) 스미레가 악의 근원이 된다면 리스도 따라서 악의 조무래기 R이 되어야...!(???)(아무 말) ㅋㅋㅋㅋ아무튼 저야말로 이렇게 영광스러운 선관 정말 감사합니다, 스미레주! 함께 선관 짜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XD
세설: 324 하고있는 악세사리는? 왼쪽 귀에는 모 영웅이 싫은 웹툰의 퇴마사 같은 매듭 귀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별 의미는 없고 그냥 취향입니다! 그리고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귀걸이랑 같은 소재의 붉은색 끈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목에는 목도리(주로 흰색), 신발은 검은색 롱워커를 주로 신습니다 110 장보러갈 때 비닐봉투 vs 장바구니 신통력(단호) ...만약 인간계에서 쇼핑하면 직접 보고 고르는 주의라 가득 고르고 쇼핑백을 들고 신계로 가겠지만요. 096 필통 속에 있는 것들 필통을 가지고 다니려나... 뭔가 붓통은 있을 것 같은데. 붓펜을 주로 씁니다.
>>233 아닠ㅋㅋㅋㅋㅋ 리스 팬클럽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 죽음은 무효입니다! 그리고 리스주를 쓰러뜨리신 밤프주께는 경험치 20과 10골드가...(???)
>>234 오오...! 센스 넘치는 애칭들이네요! 사우주, 수고 많으셨어요!ㅎㅎㅎ 저는 누가바가 끌리네요. :)(???)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라도 써주시는 사우주야말로 너무 천사이신 걸요...ㅠㅠㅠㅠ 그치만 사우주, 무리하시면 안 되는데... 많이 아프시면 바로 멈추시는 거예요? 아셨죠?ㅠㅠㅠ(토닥토닥)
친구란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령은 미소를 지으며 우물우물 포도를 씹었다. 과즙이 터져나오면서 신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령은 포도를 다 씹고는 꿀꺽 삼켰다.
"그래, 친구. 나의 벗이 된 걸 환영해."
령은 나붓하게 말하고는 이번에는 신과를 찍어 입에 넣었다.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났다. 아아, 이게 신과의 맛이로구나. 령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과일이 있다니... 정말 좋은 것이다. 령은 신과를 씹으며 누리의 말을 들었다. 확실히 미리내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저 하늘의 별도 영롱했고 하얀 눈은 고고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 비나리도 그에 견줄만큼 아름다운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여길 좀 돌아다녀 볼까? 령은 누리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구나. 오늘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비나리를 한 번 돌아봐야겠어. 네가 그렇게 말하니 기대가 커지는걸?"
령은 후후 웃으면서 포크로 신과 한조각을 더 찍어 입에 넣었다. 아까와 같은 맛이 느껴졌다.
"후훗. 기대해도 좋아! 아. 아. 맞아. 맞아. 마음에 든다고 뭔가를 함부로 꺽어가거나 하면 안 돼. 그럼 가온이가 바로 등장할테니까. 조금 화낼지도 모르거든. 가온이는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라서, 그 부분은 정말로 철저해."
조금 유순하게 생각해도 좋을텐데, 가온이는 그 관련은 양보가 없으니까. 정말로 깐깐하기도 하고... 물론 관리자로서 모범적이라고 보지만, 일을 할 때의 모습을 보면 조금 숨이 막히기도 하니까.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는 조금 유순하고 재밌는 것이 좋은데...
뒤이어 마저 젤리를 모두 먹은 다음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 대화를 나눴으면 충분히 즐거운 대화였으니까.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령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다른 곳에 가볼게. 다른 신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거든! 후훗.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얘기하자. 령!"
령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환하게 지은 후에, 나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다른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이번엔 또 어떤 신과 얘기할까...? 그렇게 고민을 하다 나는 어느 한 곳에 멈추었다.
저것은 그의 입장에서 높기만 그지없는 신의 말에 거역할 수 없음에 나오는 수긍이지, 결코 스스로 그러한 생각을 순수히 해본 적은 없으리라. 엉큼한 홍학이 맞다라니, 그로부터 은근히 느껴지는 장난기에 농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서도 조금 전에 내렸던 결론이 무서운 기세로 그것을 덮어버렸다. 진지하게도 과장적인, 그렇기에 백지마냥 순수한 신이다. 금방 그 판단에서 벗어나기엔 보통 일이 아닐 테다.
"그으~래애~ 너라면 그런 말들을 충분히 전해주고도 남겠어."
기세 좋게 운을 떼었다가도 금방 웅얼거렸다. 삿갓은 도무지 놓지를 못하엿다. 그와중에 또다시 들리어오는 그놈의 죄송합니다. 스스로도 신이거늘 어찌하여 이렇게도 타신을 숭배하다시피 할까. 슬슬 기가 차려고 한다.
호통 이후에 아마 한 박자 뒤였을 게다. 늦은 대답이 줄줄 나오고 끄트머리엔 감사합니다, 라는 거짓 일 말도 없는 소리가 수수하디 화려하게도 장식해버린다. 마주친 이색의 눈은 마냥 진심이란 듯 호를 그렸다.
......속내로 정직히 고한다. 사뭇 우스웠다고. 그리도 실소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는, 도무지 인정해내지 못한다. 활짝, 시원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한껏 보여냈다. 그러는 데엔 익숙하였고 게에 진심이 들었는지 아니하였는지는 별개의 이야기가 되었는데, 현재는 어떠한지 토해보건대 솔직히 반은 어거지였다.
"그렇구나! 리스야, 그 '신'님이란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마는 너한텐 굉장히 대단한 존재로 남아있는가보네. 그치?"
깍지로 삿갓 뒤를 푹 누르며 장난적인 얼굴을 동작 자연스레 그에게로 향했다. 참고로 난 너 걱정한 적 없다~ 바람결 따라 목소리를 흩어내면서 시선을 잠깐 개울에 떨어뜨리더니, "꼬리는 하가에 빠졌는고"라 나즉이 종알거린다. 대번에 성체로 자라나겠구만. 깍지를 놓고 대신 아무렇게나 내린 무릎이나 툭 잡았다. 쳐다본 리스를 향해 싱거웁게 웃어보이고.
"슬슬 너만의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야하지 않겠냐."
개구리만 바라보다간 시간 낭비라구. 농처럼 이야기하고선 삿갓 옆을 잡은 채 이쪽은 개울을 들여다본다.
사우 님께서는 자신더러 엉큼하다, 하셨지만, 그 말도 다 맞는 말씀이었다. 물론 첫 번째 이유는 사우 님께서는 '신' 님이셨기 때문에,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은 '신' 님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론 그렇게 수긍하는 목소리에는 희미한 장난기가 녹아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 말씀에는 전부 다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어진 사우 님의 가벼운 웅얼거림에도 그저 희미한 미소로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덧붙일 뿐이었다. 무엇이 감사하냐, 물으신다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물론 감사 인사만큼 사과 인사도 몸에 배어 있었기에, 결국 사우 님께 사과의 말씀도 올렸지만.
사우 님께서는 삿갓을 놓지 않으셨다. 그에 얼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들려오는 호통 소리에도, 결국에는 마지막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여 올렸다. 마주친 사우 님의 모습에 마냥 기쁘다는 듯이 두 눈동자를 부드러이 접어 웃으면서. 그러자 사우 님께서는 곧 활짝, 시원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실소... 에 가까운 미소였을까? ...물론 신 님의 깊으신 생각을 감히 제가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요.
"네.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그 무엇보다도 대단하시고, 또 대단하신, 아주 소중하신 존재이시랍니다. 저의 '신' 님께서는."
드물게 대답이 느릿하게 나오지 않고 곧바로 나왔다.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는 고개를 몇 번이고 위아래로 끄덕이게 만들었고, 이내 배시시, 작은 미소마저 짓게 만들었다. "...물론 사우 님께서도 아주 대단하신 신 님이시지만요." 하고 덧붙여지는 목소리도 마냥 부드러웠을 정도로. ...저를 걱정도 해주신 것도 맞으시니까요, 하는 뒷말은 그저 따라서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고 지나가는 바람결에 삼켜버렸다. 이것은... 그저 제가 혼자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할 사우 님의 따뜻함 하나로. 희미한 미소가 더욱 깊게 피어났다.
"...저는 사우 님과 함께, 그리고 개구리 씨와 함께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유의미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혹시 제가 방해가 되신다거나, 사우 님께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사우 님."
개울을 들여다보는 사우 님을 향하여 다시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생명의 신비로움의 시간을 체험하고 있는 개울 속의 장차 개구리가 될 올챙이들에게도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 슬슬 상황을 마무리하셔도 좋고, 더 이어가셔도 좋답니다! 사우주께서 편하신대로 해주세요! XD 그리고 답레 쓰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사우주... ㅠㅠㅠㅠ(토닥토닥)
스스로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숭고하여 소중히 여길 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체로 인간들에게 있어 그런 존재는 '신'이었는데...본인 또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신을 숭배하는 모습은 몇 천여년의 일생동안 보아온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제 오늘로 또 하나의 손가락을 접게 되었다. 동시에 리스란 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제 기억에 남았는지는 반히 보이는 일이 되었다. 뵈는 모습은 여전하다.
"그러하냐."
단지 그리 대답하는 것으로 모든 생각을 대신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 음, 그러니까! 방해...라고 할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라기 보다는...!"
보기 좋게 허둥대다가 톡톡 두드리던 삿갓을 푹 눌렀다. 젠장.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그래! 지금은 조금 혼자 있고 싶다! 내가 그리 자상해보였더냐?! 바보 중의 바보로군! 흥!"
...... 삿갓은 계속 누르고 있기로 하였다. 다른 한 손까지 거들면서.
//으아아 리스주도 고마워요!! :3 그리고 상황의 느낌이 막레이므로....막레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스주! <:D
ㅎㅎㅎ이렇게 화력이 세니까 아마 모두가 이해해주실 거랍니다! :) 저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315 앗...! 세설이가 답이 없다니요! 얼마나 멋진 설정들인데요!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도 그렇고, 신통술 부분도 까치에 어울리게 정말 참신하게 잘 지으셨다고 감탄했다구요!ㅎㅎㅎ 리스는...그냥 제가 여러분들 캐릭터를 덕질하려고 그렇게 설정했다는 뒷이야기가...ㅋㅋㅋㅋㅋ(???)
그리고 오작교 콤비...! 오오! 멋져요! XD(박수)
>>316 아니, 요령이도 얼마나 매력적인데요! 검은색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도 너무 예쁘고, 오른쪽 뺨에 꽃무릇 잎 무늬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했답니다!ㅎㅎㅎ 리스는 그저 그런 멋쁜 신들을 찬양할 뿐...!(끄덕)
>>320 거므누리주 어서오세요!:D >>321 않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령이 꽃찻잎 건넴)(??????)그저...그저 요령이는.....네...가장 처음에는 저 너울을 안썼지만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리스주:D 리스도 엄청 말로 표현 힘들만큼 매력적이에요!
비록 오늘 처음 뵙게 된 사우 님이셨지만, 의외로 많은 것들을 알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정보는 바로... 사우 님께서는 매우 자상하신 신이시라는 것이겠지요. 비록 사우 님의 '장난'에서는 조금 놀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올챙이들을 키워내어주는 사우 님의 모습은... 감히 생각하여 보자면, 귀엽고 천진난만한 신 님으로 느껴졌었기에.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말에 보여지는 사우 님의 살짝 허둥대는 모습들도 그러한 조금은 무례한 생각에 해당되는 것이었기에, 그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두 손을 들어올려 소매로 자신의 입가를 살며시, 자연스럽게 가리면서.
사우 님께서는 결국 삿갓을 푹 눌러 쓰셨다. 그리고 잠깐 동안의 정적. 그러나 의외로 무겁지 않은 그 정적의 끝에, 사우 님께서는 답을 말씀해주셨고, 그에 당연하다는 듯이 순진해보이는 얼굴로 열심히 고개를 작게 끄덕끄덕였다.
"...네, 물론입니다. 사우 님께서는 정말로 자상하시고 대단한 신 님이세요. ...바보 중의 바보여도 좋습니다. 사우 님께서 저를 그렇게나마 생각해 주신다는 것이 정말 기뻐요."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꿇고 있던 무릎을 일으켜, 완전히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겉옷자락을 톡, 톡, 가볍게 정리한 후에 두 손을 다시금 앞에 공손히 모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함께 대화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우 님. 괜찮으시다면, 부디 다음에 또."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리고는 이내 천천히 분홍빛의 날개를 펼쳐냈다. 그리고는 서서히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솜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오늘의 만남으로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다.
/ 그럼 이렇게 막레 드리겠습니다! 함께 돌려줘서 정말 감사해요, 사우주! XD 사우 정말 귀엽고 너무 매력적이예요...!ㅠㅠㅠㅠ(야광봉)
아사: 모자에 늘어잔 천은 어떻게 생긴 거야아..? 아사주: 어... 너울이랑 닮긴 닮았는데.. 좀 다르다고나 할까... 그 뭐지. 면사포 느낌인데 색이 검푸르다고나 할까.. 모자는 때에 따라 달라져! 헤드드레스에 달리거나 마녀모자에 달리거나.. 보닛에 달리거나. 웨딩드레스처럼 티아라 같은 데에 달리기도.. 아사: 그게 뭐야. 아사주: 다양성을 존중합시다.
욕구는 생리적인 충동으로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요구는 언어를 통해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로는 자신이 품은 욕구를 완벽히 표현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욕구와 요구의 간격에 욕망이 생겨난다. 그렇기에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이미 충족됐다면 잠시나마 욕망의 범주에서 잊혀진 뒤일 테니까.
그렇다면 아사에게 있어서 '욕망'이란 무엇일까?
강박과 편집이 욕망인 것일까? 아니면 지식욕이 욕망인 것일까? 그렇지만 강박과 편집은 오히려 욕망과는 거리가 멀지. 강박과 편집은, 불안해하고 그것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을 분명 가지고 있지만, 그 욕망에 걸맞는 원인을 모르기에. 그 욕망은 무지로 인해 충족되지 못하나, 제대로 인지되지 못하지.
그렇다면 지식욕이 욕망인 것일까? 그걸 아사가 원한 것이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아사는 잠들기 전의 자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아니. 아예는 아닌가. 하지만 그건 기억할 것이다. 네가 잃어버렸다는 건.
산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고, 달콤한 과실의 향기는 코를 자극했다. 붉은 배경과는 반대로 까마귀 깃털로 만든 망토를 두른 검은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을 밟으며 걷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몇 마리의 까마귀들이 걸터 앉아 있었고, 손에는 대금이 쥐어져 있었다.
거므누리는 걷는다. 주로 미리내에서 지내던 그가 가리까지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구하고, 잠이 오면 망토를 이불 삼아 땅바닥의 한기를 느끼며 잤다. 본인조차 끝을 모르는 방황.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서 소란이 들렸다. 가봐야 할까? 거므누리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괜한 일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않는가? 거므누리는 긍정의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필요가 있다. 괜한 일에 말려드는 것은 불편한 일일테지만 소음이 들리는 곳에 있을 신들 중 누군가가 너를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말도 옳다고 생각하여 거므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므누리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만약 소란이 들린 곳에 있는 신들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을 알고 있다면 소란에 말려들었다고 해도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리가 들린 곳은 밭이었다. 붉게 잘 익은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밭을 가꾼 걸로 보이던 박쥐들이 기진맥진한 채로 쉬고 있었다. 잘 익은 토마토를 본 까마귀들이 침을 흘리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거므누리의 푸른색의 구슬이 박힌 오른쪽 눈이 무표정하게 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울지 말라는 거므누리의 암묵적인 신호인 것을 알았기에 까마귀들은 부리를 다물었다. 거므누리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침은 어쩔 수 없었지만.
거므누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밭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를 찾기 시작했다. 허름한 무복을 입고 있는 거므누리와 달리 고급스러운 검은 정장을 입은 남색의 뾰족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토마토 밭의 주인이 분명했다.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 거므누리보다도 어깨 위에 있는 까마귀들을 경계했다. 이 녀석들이 토마토 밭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의 걱정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까마귀는 일반적인 새들보다도 지능이 높은 교활한 새다. 까마귀 앞에서 조금이라도 방했다간 한해 농사를 다 망칠 수도 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으니."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선 그러지 않을 거요, 거므누리는 뒷말을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질문을 하러 온 입장으로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실수를 저질러 일을 그르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내가 걱정을 한 적이 있었을까? 거므누리는 자신이 한 말을 되씹어 보며 생각했다. 걱정은 불안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그이기에 걱정 또한 느껴본 적은 없었다. 옛날에는 걱정이라는 것을 느꼈을 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나지도 않은 옛날일 뿐이다. 현재의 거므누리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까마귀가 울음을 흘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거므누리도 정신을 차리며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또 상대방을 앞에 둔 채 생각의 늪에 빠진 모양이다. 자주 있는 일이었고, 고쳐지지 않은 버릇이기도 했다.
거므누리는 사과를 하고는 바로 본론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실례지만 나를 아시오?"
//좋은 꿈 꾸세요. 밤피주!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잠도 못 자겠지만 저도 자러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풀썩)
>>496 그렇다면 둘다 꽤 예전부터 면식은 있었다는 게 되네요! 관광지란 예로부터 만남의 장이었다는것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ㅋㅋㅋ 그러면 아사가 깨어있었던 그 한달사이에 고위신들끼리 이야기 하던중에 스미레쪽에서 개과의 특성으로 갑자기 친하게 굴면서 여행가이드처럼 산지 안내라던가를 맡으면서 어느정도 친해졌지만 아사가 깨어있는 시간자체가 적다보니 그 이후로 서로 살아있나 싶을정도로 못만나다가 라온하제에 와서 다시 만났다 같은걸까요?
팔짱을 낀 채 까마귀를 바라보던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입단속을 잘 지키고있자니 다시한 번 주의를 줄 필요는 없겠고 눈 앞에 보이는 상대가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드러내보이지 않기에 속내를 알 수가 없던것도 한 몫했겠지. 그렇지만 혹여라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손가락을 튕겨 토마토 밭에 보이지않는 막을 덧씌웠다. 물론 밭 한구석에서 쉬고있던 사역마-박쥐-들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자, 잠깐 밤프님! 이러면 저희들이!"
라고 외치는 가여운 박쥐들이었지만 그 막은 소리까지 완벽 차단하기에 처절한 박쥐들의 외침은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의 가슴팍에 박혀있는 세 개의 붉은 구슬들 중 한 개가 은은하게 빛났다.
"......"
밤프는 눈 앞의 남성을 바라보았고 두 어번 불러보았지만 대답하지 않는 상대의 모습에 의아하게 생각했다. 태도를 보아하니 조는 것 같지는 않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담 깊은 생각에라도 빠져있는걸까? 밤프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다 까마귀가 울음을 흘리자 신경질적으로 그 짐승을 올려다보았다.
"시끄럽게 울지마라!"
물론 그것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는 만무하였지만.
- 실례지만 나를 아시오?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다시 정신이 돌아온듯 난데없이 질문을 내뱉는 그를 바라보며 밤프는 고개를 기울였다.
>>502 역시 관광지는 만남의 장.. 그렇지만 갑자기 친하게 굴더라도 상당히 무감하게 바라보았겠군요... 여행가이드처럼 하다보면 대화같은 것도 나누고 약간 찬해진 것 같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그 이후로 모르다가 라온하제에서..가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아마 그 당시에는 머리카락이 길다 못해.. 음.. 한 십미터도 더 넘었을지도요? 600만년 동안 소중히 길러오던 머리카락이면 도대체 얼마나 길어야 하려나요..(한달에 1센치정도니까..) 아마 중간을 뭔가 다른 공간에 두고 있었을지도.
지금은 이 지역이냐 저 지역이냐라는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어서 졸지에 이중국적처럼 고위신님들이 어디가 더 좋니? 라는 말을 가끔 듣는 터라..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급) 라온하제로 오긴 했지만요.
>>507 그렇다면 만났을때는 그렇게 해도 괜찮을것같네요! 그 긴머리카락은 스미레가 직접 들고이동... 역시 10m는 무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둘다 라온하제로 이주한 후에 간간히 만나다가 이후에 자기 고위신들에 대한 불만같은걸 얘기하면서 조금더 가까워졌다던가...?
그의 답은 부정. 거므누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했다거나 아쉽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은 답을 들었음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애초에 그는 실망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었으니.
저자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걸까? 자신이 물었다. 거므누리는 구슬 박힌 오른쪽 눈이 남자를 살폈다. 어깨 위의 까마귀들이 겁을 먹은 듯 시끄럽게 울어댔다. 거므누리 자신이 판단하건데 남자는 딱히 거짓을 고하는 것 갔지는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판단하는 거지? 거므누리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간파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감정을 가지지 않고 오랜 삶을 살다보니 남들보다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판단하건데 눈앞의 남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너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물었다. 거므누리는 고개를 저었다. 신으로서 오랜 시간 살아본 경험을 말하자면 완벽한 인간은 없지만 완벽한 신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다.
감정조차 느낄 수도 없는데 세상 모든 것을 불신하며 살면 안 그래도 비참한 자신은 더 비참해 질 테니.
"그렇군."
이미 남자에게 답을 얻었음에도 거므누리는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되내었다.
"한창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군. 진심으로 사과하겠소."
거므누리는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표했다. 감정없는 말투와 얼굴 때문에 다소 작위적이고, 그 자신도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지만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거므누리는 남자로부터 토마토를 받았다. 탱탱하고 붉은색의 먹기 좋게 잘 익은 토마토였다. 눈앞의 토마토를 본 까마귀들이 환호하듯 '까악'하고 울었다. 그들에게 애석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거므누리는 까마귀들에게 토마토를 줄 생각이 없었다. 남자가 토마토를 준 이는 어깨 위의 까마귀들이 아닌 거므누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거므누리는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는 토마토를 한입 베어물었다. 과즙이 입안에 가득찼고, 신선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이것은 분명 맛있는 토마토였다.
그러나, 토마토를 먹고 있는 거므누리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표정 변화 없이 기계적으로 입안의 토마토를 우물거리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먹지도 못하는 것을 억지로 먹고 있는 것 같았다. 거므누리는 감정을 느낄 수 없지만 미각이나 촉감 같은 오감은 느낄 수 있다. 남자가 준 토마토는 분명히 맛있었지만 거므누리는 그것을 몸으로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상대방 입장으로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감정이 하나도 비춰보이지 않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밤프는 언짢은듯 인상을 써보이다가도 어깨를 으쓱이며 표정을 풀었다. 맛있다는 짧은 감상평에 콧방구를 뀌며 맛있는게 당연하다, 라고 말하는 것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몸이 재배한 토마토니까! 반응이 굉장히 형식적이고 영혼없어 보였다는 건 둘째치더라도 말이지."
하지만 은근히 신경쓰이기도 하였는지 졸렬하게도 말꼬리를 늘어트리기도 했다. 어찌 토마토와 관련된 일이면 사람, 신이 이렇게도 변할수가 있는지.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 그는 이미 흙밭에 널부러져있는 박쥐들을 보고선 보이지 않는 막을 거두었고 그들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하였다.
"흠, 흐흠! 이거야 원. 어서 일어나라! 그런곳에서 뒹굴다간 토마토가 상한다!"
그의 호통에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박쥐들이 비틀대며 일어나더니 이내 검은 연기가 터져나감과 함께 하나씩 사라졌다.
"자, 그럼."
그는 다시 거므누리를 돌아보았다.
"이제 볼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헌데 못보던 얼굴이군. 이름도 모르고. 이쯤되면 늦은 자기소개라도 하고 헤어지는게 어떤가."
이곳, 가리의 관리자라는 밤프의 말에 거므누리는 그에게 예를 표했다. 진심으로 경의를 담아서 하는 인사는 아니었다. 밤프라는 가리의 관리자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라온하제 내에서 거므누리 자신보다 높은 자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렇게 예를 표하는 것은 손해될 일이 아니었다.
서로의 이름을 답하는 것은 거므누리에게 있어서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경험이었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없기에 다른 자들의 이해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불필요한 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특별한 인연을 쌓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편이었다. 미리내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지만 그곳의 관리자와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연을 쌓지 않았다.
"형식적이고, 영혼이 없어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내 진심으로 사과하겠소."
그것은 거므누리가 자신의 감정을 되찾을 때까지 절대 고쳐질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밤프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할 생각도 없었기에 간단히 사과만 했다.
라온하제에서 가장 신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라고 한다면 바로 이 번화가라고 생각한다. 인간계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놀거리가 많은 번화가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 신계에서도, 라온하제에도 그런 거리가 있다. 신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곳도 있고... 아무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이 비나리의 번화가이다. 물론 다른 지역이 번창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단 라온하제의 중심부는 비나리고, 그 중에서도 이곳이 제일 번화가라는 것 뿐.
아무튼 내가 여기로 나온 이유는 옷을 사기 위해서다. 그리고 방금 전에 옷을 구입했기에, 지금 내 손에는 여름 원피스가 들어있는 종이 가방 3개가 쥐어져있었다. 가온이가 들어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혼자 다니고 싶었기에 필요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어딘가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나오지만 았으면 상관이 없다. 가온이는 가온이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으니까. 엄마가 나의 보디가드로 붙이기도 했고...
그런 느낌으로 지금은 잠시 쉴 겸,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종이가방 안의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하늘하늘하고 예쁜 원피스. 응. 저택에 돌아가면 꼭 입어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엄마가 입는 한복도 예쁘지만, 나는 이런 옷이 더 좋은걸 어쩌겠어?
비나리의 번화가를 그리 크진 않은 건물의 옥상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어차피 아사는 눈이 상당히 좋으니까. 라고 합리화하면서 부웅 떠서 날개짓으로 스윽 날아갔습니다. 인계와 신계와.. 일단 누군가가 살고 있다라는 공통점이니 닮은 면도 있겠지요. 그걸 스쳐지나가며 할 일을 조금 했습니다.
"안녕안녕 누리...씨?" 그러다가 그늘에 앉아있는 그러니까 비나리의 연회에서 본 은호님의 딸이라는 누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려 합니다. 그러고보니 아사의 손에는 신과와 벚꽃 엑기스로 만든 에이드와, 직접 만들어서 가져온 탕후루(과일에 설탕 코팅으로 사탕처럼 만든 꼬지)가 있네요. 델라웨어 포도로 만들어 딱 한입크기란 게 장점입니다? 아마도 나름 수요조사같은 걸 할 생각인가 봅니다. 그렇게 적게 들고 온 시점에선 영 그렇지만요. 말을 건 게 약간은 왜 그랬으려나. 하고 고민하는 듯한 갸웃거림같은 게 있으니 말을 더 걸지는 않고 누리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쉬는 도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검고 파란 꼬리깃이 인상적인 이의 모습이 보였다. 찐한 아이라인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누군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거야, 다솜 지역의 관리자니까. 사실 어지간하면 이곳에 사는 신들의 이름은 다 외우려고 공부하고 있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나는 아주 가볍게 그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었다.
"피아사지? 다솜 지역의 관리자! 만난서 반가워!"
무언가 이것저것 들고 있는 것 같은데, 먹을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산 것일까? 아니면 직접 만든 것일까? 아무튼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반짝반짝 종류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일까?
"반짝반짝 종류? 뭐야? 그게? 이 종이가방 말이야?"
뭔가 내가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보고 물어보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 가방을 살짝 열어 그 내용물을 피아사에게 보여주었다.
"짜잔! 여름 원피스야! 이번에 새로 입으려고 산 거야! 어때? 예쁘지? 귀엽지? 후훗."
피아사의 뜻을 들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렇게 따지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름은 이름일 뿐인걸. 살짝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하니 이해하기로 했다. 이름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종이가방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자 아사는 잘 어울리는지는 입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나에게 말해왔다. 그 말에 절로 볼이 부푸는 것이 느껴졌다.
"어울려! 귀여워! 옷가게에서 확실하게 입어보고 샀어! 거기 직원인 신도 잘 어울린다고 했어!"
내가 엄마의 딸이라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삐질 거야. 진짜로 삐질 거야. 그 옷가게는 다시는 안 갈 거야. 괜히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 도중, 갑자기 아사가 나에게 뭔가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킁킁, 코로 냄새를 맡으니 달콤한 향이 번지는 것이 느껴졌다. 절로 눈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것을 느끼면서 아사에게 바로 물었다.
"나에게 주는 거야? 이거? 그래고 앵화영장이 뭐야?"
앵화영장? 비나리에서 파는 것일까? 가온이에게 물어보면 알려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일단 아사에게 물어보았다. 일단 나는 처음 듣는 것이니까...
"고마워어." 아이온 피아사의 첫글자와 마지막을 따고 아사고, 피아사의 아사라고 해도 좋은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누리가 하는 볼이 부푼 듯한 말에 고개를 갸웃갸웃합니다
"그렇지만 난 입은 모습을 못 봤는걸?" "입은 모습을 시뮬레이트 하면 모를까..?" 시뮬레이트 할 수 있으려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음음...하고 팔짱을 끼며 생각해봅니다. 한 번 다이스를 돌릴다면 공정하려나요? 라는 벽을 넘은 말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그리고 내민 것을 주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앵화영장이 뭐냐는 물음에
"응. 탕후루.. 음.. 간단히 말하면 과일사탕이야. 설탕코팅한 거야" "벚꽃잎으로 만든 수영장이야. 영어식으로 하면 체리 블라썸 풀 정도려나. 다솜지역의 관리자가 되어서 만들어봤어." 신통술를 퍼부은 수준인 것 같지만(정화+현상유지+공간감왜곡 등등), 진짜 수영장은 아라 지역에 많을 거잖아? 그러니까 앵화로 수영장을 만들었어. 푹 잠기면 벚꽃에 감싸여서 잠드는 기분이 들지도. 라고 말해보려 합니다. 그걸(탕후루나 에이드를) 옆에서 팔거나 준다거나 할 것 같아? 라고 말합니다.
물론 신통술을 쓰면 옷을 갈아입는 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이 옷도 마음에 드는걸. 그렇기에, 딱히 신통술을 쓸 생각은 없었다. 오늘은 이 옷을 입고 다음에는 이 녹색 원피스를 갈아입고 외출할 생각이다. 그때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을 떠나서, 탕후루라는 것을 듣고 탕후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어쨌건 달콤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으니까. 잘 먹겠습니다!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냠하고 먹으니 달콤한 맛이 절로 느껴져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또 하나의 설명. 벚꽃잎으로 만든 수영장이라는 말에 나는 절로 그 모습을 떠올려봤다. 직접 보진 않았으니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엄청 예쁠 것 같은 느낌에 절로 눈빛이 반짝였다.
"후훗. 그렇구나. 언제 한번 가보고 싶어. 엄마에게 권해서 같이 가볼까? 관리자는 자신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그곳의 지형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고 거기에 뭘 만들어도 상관없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 너무 억지로, 말도 안되게 바꾸면 안되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짓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건 그렇겠지. 여기서 갈아입으면 그건 또 그럴 거니까." 그럼 그 때 보면 예쁠지도? 안 예쁘면.. 음.. 안 예쁘진 않을지도. 어울리지 않을 순 있겠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탕후루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립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서는 누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느낌입니다. 눈은 생기 자체가 없기는 했지만 기묘한 감정이 서린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벚꽃잎이 엄청 많아서 그걸 모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었어." "한없이 넓은 듯한 느낌도 줄 수 있기도 하고?" 라고 말하면서 언제든지..아니 막 새벽 2시같은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와도 괜찮아. 라고 말하며 꼭 와본다는 말에 와아아 하는 환호성..이라기엔 힘없는 무난한 말투로 말합니다.
"앵화영장의 장점은 안 젖는다는 걸까아.." 단점이기도 할지도? 라고 고개를 갸웃하자 모자 아래로 늘어진 긴 더듬이가 흐늘거립니다.
왜 계속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거야. 내가 입어보고 거울을 볼 때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는데.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흘겨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나중에 엄마나 가온이에게 보여주고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되는 거니까. 다른 이들이 뭐라고 평가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인걸.
아무튼 그 벚꽃잎으로 만든 수영장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새벽 2시라니. 난 그때 자고 있어서 갈 일이 없다. 엄마라면 정말로 할 것이 없으면 가서 구경정도는 할지도 모르지만, 엄마는...아. 그때 주무시진 않는구나. 달을 보고 계시니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 젖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그건 그렇겠네! 벚꽃잎으로 만든 수영장이니까! 그렇게 말하니까 꼭 다음에 보고 싶어! 다솜 지역에 가게 되면 아사가 있는 곳에는 꼭 가도록 할게!! 신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간다는 의미로 신의 이름을 걸면서 나는 다시 아사가 준 것을 먹어보았다. 너무 맛이 좋아 꼬리가 절로 살랑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완전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달콤해! 맛있어! 행복해!
"흐응...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보기 전까지는 모르니까. 그것 뿐이야?" 나도 딸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을 받았을지도 몰랐을까나- 라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우후후 웃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이름을 걸고 오겠다는 것에 눈을 깜박이면서 그렇게나 할 필요는 없는데.. 라고 생각합니다.
"응. 안 젖어. 벚꽃잎이 으깨지면 모르지만 현상유지니까." "잘 먹네.." 누리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응. 기분이 좋아. 그렇지? 누리가 하는 다솜 지역이 잘 흘러갈 것 같아서 안심이라는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평화롭게 잘 흘러갈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되어야 하고. 라는 덧붙이는 말은. 기묘하리만치 차갑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였습니다.
마저 탕후루라는 것을 다 먹은 후에 나는 손수건을 꺼내서 입을 톡톡 털었다. 입에 설탕가루 같은 것이 묻은채로 돌아다니는 것은 그러니까. 그렇게 톡톡 털어서 입에 묻은 것을 모두 닦아낸 후에, 나는 가만히 그 수영장을 생각해보았다. 역시 직접 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예쁠 것 같은 느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평화롭게 잘 흘러갈 것 같지만 방심하진 마. 후훗. 관리가 소홀하면 다른 이에게 넘길거니까. 그러고 보니, 아사는 보좌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있어?"
관리자는 자신의 일을 도와줄, 혹은 자신이 없을 때, 대신 관리를 해줄 보좌를 둘 수 있다. 이를테면... 엄마와 가온이를 들 수 있다. 가온이는 한 지역의 관리자지만 보좌를 따로 두진 않는다. 왜냐하면 가온이는 이미 엄마의 보좌니까. 그래서 엄마도, 나도 자리를 다 비우면 그땐 가온이가 대리로 라온하제를 이끌게 된다. 물론 그럴 일은 아마 없으테고, 가온이도 뭔가를 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두고 말고는 자신의 자유지만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테니까. 후훗.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자유야."
어떻게 하건 자유. 그 점을 확실하게 하면서 나는 가볍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아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보좌.. 지금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아마도 그럴지도. 라고 확신은 없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너는 강박이 있지. 그래서 믿지를 못할 거야. 그리고 너의 잘못으로 돌릴 거야. 그런 것들을 전부 밑바닥에 던져넣으면 언젠가는 석유가 될까? 오 너의 것들은 이미 석유일지도 모르지 않니? 아사는 무감정하게 그 생각들을 훅 불어 날려보냈다.
".....자유이긴 하지만 후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급박할 때에는 정할 수는 있을 테니까?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비나리 지역은.. 변화가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그렇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 번화가도 가장 크고, 신과 과수원도 예뻐. 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어떠한 감상을 가졌다 하여도, 어떤 것을 잃었었다고 해도 아름다운 것은 퇴색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너는 합리화한다.
두고 싶으면 두고, 두기 싫으면 두지 않는 거니까. 꼭 둬야 할 규정도 없는걸.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인간계는 상당히 덥지만 여긴 그렇게 덥지는 않으니까. 물론 엄마가 축복을 내린 호은골도 그렇게 덥진 않고... 생각해보면 인간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뜨거운 더위 속에서 어떻게 버티는 것일까? 모두들 더위에 강해지도록 진화를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중에 연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후훗. 그래? 가온이가 들으면 좋아할 거야! 비나리 지역은 가온이가 자신이 꾸미고 싶은대로 꾸몄으니까. 물론 반쯤은 엄마가 꾸민 거지만... 나도 약간은 돕기도 했고..."
나중에 가온이에게 꼭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나는 피아사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질문 하나를 툭 던졌다.
"아사는 이 라온하제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일단 여기로 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신계에 수많은 지역 중 굳이 이곳으로 온 이유..뭐야? 그렇게 물으면서 난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응. 그건 자유롭게 두어진 거야." 그렇지만 후보를 두는 것도 자유롭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바람에 하늘하늘거리는 꼬리깃을 봅니다. 그라고 가온이가 기뻐하겠다는 말에 그러면 다행이겠다. 라고 대답합니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얻어온 것을 너는 잘 보관할 거야. 그리고 누리의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는 듯 팔짱을 끼고 조금 음음 하다가..
"온 이유라... 이중국적자의 기쁜 설움이 있었어? 그렇지만 출퇴근하기로 했어." "그리고오.. 나는 조금 오래 살면서 여러 군데를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그치만 이쪽은 많이 안 온 것 같았고.." 그리고 어른의 사정이 있었을지도? 라고 갸읏합니다만, 첫인상과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전혀 어른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하는 행동이 행동이어야지. 눈을 깜박이면 속눈썹이 팔랑거립니다.
"음 그리고 하고 싶은 거라면 가족을 만들고 싶어..?" 라는 의미불명한 말을 합니다. 정말 할 거라면 이야기는 하고 해야겠지만. 음. 생각해보니까 이루어지면 안 될지도.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낯선 신 님께서는 수면 위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뽀글뽀글, 물 속의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허리를 숙여 사과를 올렸다. 그러자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스스로를 소개 해주시는 신 님. 신 님의 이름을 들었다, 라는 사실과 자신에게로 다가와서 다시금 인사를 해주셨다는 사실. 그 작디 작은 것들이 마냥 행복과 기쁨으로써 자신의 마음 속을 울려, 희미한 미소를 더욱 깊게 피워냈다.
"...치야 님이셨군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예요. 그리고... 아무리 치야 님께서 겁이 많으시다 하시더라도 제가 놀래켜버린 것은 맞으니까요. 그러니 죄송합니다."
다시금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나 다시 천천히 들어올린 얼굴 표정에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치야 님을 뵈었다는 것이 저는 매우 기쁘거든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멍한 눈빛과 함께 덧붙여졌다.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신 님께, 치야 님께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혹시 제가 여전히 무서우시다거나 불편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바로 자리를 뜨겠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확고히 진실만을 고할 것을 맹세했다. 제가 감히 신 님께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신 님께 있어서 하찮고 작디 작더라도, 떳떳한 존재이고 싶어요. 그리고 이어진 치야 님의 말씀. 마치 자신을 걱정해주는 듯한 그 말씀에,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 뜨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는 치야 님과 대화하고 싶... 아...!"
그러나 말이 다 이어지기도 전, 갑자기 커다란 물보라가 자신의 머리부터 몸까지 크게 촤악, 튀어버렸다. 그에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그저 멍한 눈빛과 표정으로 내려다보자 보이는, 물이 뚝, 뚝,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날개, 그리고 젖어서 몸에 촤악 달라붙어버린 겉옷.
물론 뜨거움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그만큼 오히려 온 몸이 젖어버렸다. 하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치야 님을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치야 님. 혹시... 물장난을 좋아하시나요? ...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저라도 얼마든지 무례를 무릅쓰고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엄마에게 물으면 더 자세하게 알려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거기까진 잘 모르니까. 하긴 엄마도 모든 신이 왜 여기로 왔는지는 모를 수도 있지만... 일단 출퇴근이라는 말에 엄청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딘가에서 또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그 와중에 어른의 사정이 어쩌고 하는 말에 볼을 살짝 부풀렸다.
"나, 그런 말 싫어.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 같아."
물론 태어난지 1년 정도밖에 안되는 신이지만, 신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잖아. 그런 식으로 투덜거리는 도중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그 말에 나는 아사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다솜은 언제나 따스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곳. 언제나 꽃들이 만발하여 피어있는 곳. 이름 그대로, 언제나 '사랑'이 가득한 곳.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다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이 동쪽 끝에 있는 숲이었다. 그야, 이곳에는 언제나 벚꽃나무들이 가득히 벚꽃을 피워내어 아름답게 분홍빛 꽃잎들을 떨어뜨리고 있었으니. 그렇기 때문에 이곳이 바로 자신이 다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이었다.
...모두가 저와 같은 색이거든요. 가장 큰 벚꽃나무의 굵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떨어지는 벚꽃잎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벚꽃잎과 함께 떨어질 작은 생각 하나가 서로 다른 두 눈동자를 감음과 동시에 져버렸다. 분홍빛, 그리고 연분홍빛. 진한 분홍빛. 같은 분홍색이라도 전부 다 차이가 났으니. 그리고 저는... 저의 색은...
신통술이 사용되어질 듯, 말 듯, 오묘한 색상의 구슬이 살짝 일렁거렸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빛을 완전히 거두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정적.
"...♪"
그 정적을 깨고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작게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것은 자장가 비슷한 노랫소리였다. 가사는 없는지 그저 허밍음같은 소리로만 채워진 자장가였지만, 벚꽃잎들을 잠재우기에는 충분할 듯한 희미하고도 부드러운 노랫소리 하나였다.
자기 위안의 소리가 알맹이도 없이 그저 반복되었다. 다급한 걸음을 옮기면서 함구한 채 수없이 자신에게 들려준 탓으로 마음이 되려 소란스러워졌으나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 적부터 걸음하였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목전에 있는 것은 不測之淵, 단지 그곳을 향해 계속하여 점근해 갈 뿐.
밟은 땅은 황폐하였다. 더 이상 나아가지 마라는 경고였던가. 진동하는 송장의 향내가 농후하였다. 악취로부터 얼굴 하면을 소매로 가리면서 시체들 사이를 걸었다. 떠올랐다 사라지는 온갖 물음은 마치 안개 같았다. 어디 한번 문초하건대.
"신통술로 왔다갔다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그리고 그런 말이 싫다고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 같다는 누리의 말에 진짜 어린 건 아니고? 라고 약간 (진심은 아닌 듯) 놀리듯이 말하고는
"어른의 사정이란 건 알면 곤란한 걸 말하는 걸지도?" "누우리는 이제 교육 받..고 있을 테니까. 뭔가 여러가지 알아갈지도?" "그렇지만 동심파괴는 안되는걸? 으음. 그렇지만 이건 동심파괴급은 아닌뎅.." 그렇지만 모르는 걸 얼버무릴 때에도 잘 쓰일 것 같아. 라고 말하면서 누리의 질문을 듣습니다. 목적에 대한 질문은. 나올 것 같았고, 나왔군요.
"으음.. 결혼이라기보다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나아의 모델은 이미 음. 약 553에서 580.. 정도 전에 다 멸종했으니까.. 나는 남아있기는 하지만.. 단성생식을 한다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거든." 그건 가족이라는 의미보다는 조금 다른 걸까. 여왕벌처럼? 자식들을 구성에 쓰는 걸지도 몰라?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만년은 왜 뺍니까. 모르는 누가 들으면 16세기에 멸종한 줄 알겠네.
"응! 나도 만나서 반가워! 그리구 죄송해할 필요 없다니깐. 난 괜찮아! 날 잡아먹지 않을거잖아. 그치?"
말을 잇고는 다시 물속으로 뽀그르르 잠수해 들어갔다가, 물고기의 모습으로 다시 얼굴을 내밀어요. 아, 역시 이 모습이 편하다니까요. 신이 되도 물고기는 물고기니까요. 반응이라도 보고 싶은데, 흘끗 본 리스? 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아요. 뭐가 저리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존칭 그만써. 너나 나나 똑같은 신인데 왜 자꾸 존댓말을 쓰는거야?"
지느러미를 쫙 펼치고는 참방거리며 리스를 향해 살짝 물을 튀겨요. 정확히는, 바로 앞에 떨어질 정도로 튀긴 거지만요.
".....앗"
신통력을 괜히 썼나봐요... 리스가 잔뜩 젖어버렸어.. 순간적으로 동공에 지진이 오는 것 같아요.
령은 다솜을 좋아했다. 물론 제가 살고 있는 비나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곳에는 어여쁜 꽃들과 맛있는 과일이 넘쳐났다. 령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다솜을 좋아했다. 그러니 지금처럼 살고 있는 곳에서 나와 다솜의 꽃길을 거니는 것이리라. 령은 제 주변에 만개한 이름 모를 꽃들을 보며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우아하여 천사와도 같았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신이지만 그게 어떻겠는가?
걷다보니 어느새 벚꽃나무가 가득찬 숲으로 와버렸다. 령은 벚꽃나무 하나의 줄기를 어루만지고는 터벅터벅 숲 속을 걸었다. 벚꽃잎들이 바람이 불때마다 령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연분홍빛 벚꽃잎들은 그 자태가 몹시 화사해보였다. 령은 그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무채색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걷다보니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령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령은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은 자그마한 신이었다.
"노랫소리가 나서 무심결에 찾아뵈었습니다.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우아하게, 하지만 절도있는 몸짓과 어투로 사죄를 표한 령은 이 신의 노랫소리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가까이에 왔다. 바람이 산들거리며 불었다. 령의 방울달린 장신구에서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났다.
"어라. 태어난지 1년밖에 안 되었어? 그래도 어엿한 신이네." "조금 오래 살아가다 보니까. 12분의 1이라는 시간만 살았는데도 다른 이들보다 많더라고. 안 좋은 습관일지도." 라고 볼을 부풀리며 중얼거리는 누리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려고 손을 뻗습니다만. 정말 받아줄지는 몰라요? 그리고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는 말에 잠깐 침묵합니다.
"그렇지만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이들은 도태되고 마니까." "그라고 은호님이 누리를 책임지는 만큼 나도 책임을 져야 하겠지. 불안해. 불안해." 그것이 옳은 것이냐. 에 대한 건 항상 물어져야만 해. 라고 속삭이듯 말해봅니다. 항상 인간의 모습으로만 인계에 나갔었지. 완전한 동물 모습으로도 크기를 줄였고. 라고 생각합니다. 확 치밀어오르는 불안감에 손가락이 살짝 떨려서 녹아내린 에이드의 표면이 출렁거리는 것 같았답니다.
"...네, 물론입니다. 저는 치야 님을 절대 잡아먹지 않습니다...! 제가 현재 먹고있는 건 과일 씨들 뿐인걸요."
치야 님의 말씀에 고개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끄덕여,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표현했다. 물론 두 눈동자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이 멍했지만. 하지만 다시 물 속에 잠수해 들어갔다가 나온 치야 님의 얼굴은 물고기의 모습이었고, 그런 치야 님의 모습을 보고서도 조금의 움찔거림이나 흔들림은 전혀 없었다. ...그야, 저의 먹이는 더이상 물고기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그저 자신에게 저런 편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치야 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느낄 뿐.
그렇게 미소를 끊이지 않고 보이다가, 이내 치야 님께서 존칭을 그만 쓰라고 말씀하시자 순간 "...아." 하고 한 박자 늦은 대답을 보였다.
"...그...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치야 님. 저는 치야 님처럼 위대하고 멋진 '신' 님이 아니기에... 존댓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약간 우물쭈물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다시금 꾸벅, 허리를 숙여 사과를 올렸다. 이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신' 님이 아닌 걸요.
그렇게 잠시 생각 속에 잠기다 치야 님께서 신통술을 통해 물이 뿌리시자, 그만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다 맞아 흠뻑 젖어버렸다. 그러자 오히려 미안한 듯이 자신의 바로 앞쪽의 물가로까지 다가와서는 사과를 건네시는 치야 님. 그렇게 눈치를 보시는 듯한 치야 님의 모습에,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가득히 피워내며 고개를 작게 좌우로 저었다.
"괜찮습니다. 치야 님 덕분에 더위가 가셨거든요. 저는 더위를 잘 타는지라... 그러니 오히려 그렇게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치야 님. ...치야 님의 신통술의 위력이 강력해서 감탄했어요."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정말로 존경심만이 가득히 들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다시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치야 님께서는 잘못하신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치야 님. ...그보다 치야 님께서 물장난을 좋아하신다면 저도 젖은 김에 잠시 함께 하고 싶은데... 제가 감히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치야 님?"
"그건 아사가 잘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만 하는 거니까. 특히 아사가 만든 이라고 하면 더욱 말이야."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은 받아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것은 상당히 좋아하니까. 물론 정말로 싫은 이가 하면 싫지만..아사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악한 신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태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아사를 잠시 바라보았다. 뭔가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에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야기했다.
"애초에 모든 것은 아사의 선택이야. 그러니까...그냥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기서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으니까.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단지, 그것이 너무 심각한 것일 경우에는 엄마가 무력개입을 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면 엄마도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벤치에 앉아서 발을 천천히 굴리다가 외로울지도 모르겠다는 아사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외롭지 않게 친구를 많이 사귀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여긴,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이 꿈꾸는 지역이니까!"
"인계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건 불행한 빈도가 조금 있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이들도 있었지만." 나아는 아마 전자가 확률이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면서 준비가 되기에는 아직 나는 경험도 적고.. 할 일도 있고..? 방법 자체는 알고 있을지도 몰라도.. 라고 생각하는군요. 쓰담쓰담하는 게 기분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하기에 좋아한다면 좋은 일이지요?
"그렇지. 자기 자신의 선택이기는 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택할 수 밖에는 없어." 아마도. 그대로라면 영영 없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외롭지 않게 친구라는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씩 올립니다.
"친구. 응... 고려해볼 만한 것 같기도?" "그럼 누리도 즐거운 내일이 되기를 바래." 나는 신과를 조금 다솜지역에 가져가야 할 것 같으니까. 라고 말하면서 가벼운 것처럼 손을 들어 인사하려 합니다.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진정하라는 표정... 잠시만요, 물고기의 표정을 새가 읽을수 있나요. 아마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쵸? 다시 펑! 하고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다음 진정하라는 표정을 지어요.
"웅? 난 그다지 위대하고 멋진! 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만한 신은 아닌데?"
난 그냥 평범한 물고기 신들 중 한마리일 뿐이라구, 이어 말하며 보글보글, 거품을 뿜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저 리스라는 신은 무척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아요. 자기나, 나나, 똑같은 신인데요. 그쵸?
"뭐어.. 그럼 마음대로 해. 난 그런거 신경 안써"
수면 위에 피워냈던 물거품이 퐁퐁 터지고, 슬쩍 눈치를 보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웃으며 괜찮다는 모습에 대답없이 눈을 깜빡여요. 더위가 가셨다니, 진심으로 한 말일까요. ..으음 모르겠어요. 난 생각을 읽을 수 있는게 아닌걸? 그래도 일단 괜찮아 보이니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요.
"응..? 아냐, 내가 잘못한건 잘못한거니까. 그리고 물놀이를 같이 하는건 나도 좋아! 난 여기서 같이 물놀이를 할 친구가 없거든!"
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따스한 봄바람마저도 부드러이 불어왔다. 그 다정한 봄바람이 자신의 분홍빛 가득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가는 것을 느끼면서, 두 눈을 감은 채 이어지던 자장가는 계속해서 바람에 실려나갔다.
다솜의 꽃들마저도 한들한들, 자신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춤추듯이 흔들렸지만, 그것까지는 차마 보지 못 했다. ...어차피 두 눈동자를 다 떠도 저의 세상은 한 눈동자 뿐이겠지만요. 그러나 두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똑같아졌다. 그렇기에,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부드러이 퍼져나갔다. 모든 것들을 편안하게 도담도담 잠재울 것만 같은 자장가 하나가.
그러나 그러한 노랫소리는 이내 곧 새로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끊어져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한 박자 늦은 동작으로 감았던 두 눈을 떠내어, 고개를 살짝 아래로 숙였다. 그러자 벚꽃나무의 아래, 새로운 신 님이 보였다. 우아하고, 절도 있는 몸짓의, 아름다운 검은색의 신 님이.
딸랑딸랑, 방울 소리에 순간 정신을 빼앗겨 멍하니 신 님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금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황급히 걸터있던 가지에서 날개를 펼치고 아래로 내려왔다. 맨발이 땅을 사뿐히 딛자 펄럭이던 겉옷이 이내 다시 아래로 내려왔고, 곧바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공손히 낯선 신 님께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신 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플라밍고 수인인 리스라고 합니다."
일단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신 님께 드릴 예의 중의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렇게 인사를 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어 말을 이어나갔다.
"...절대로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괜히 노래를 불러 신 님께 방해가 되었을까, 걱정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혹시 저야말로 감히 신 님께 방해가 되었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치야 님께서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하는 말씀에 희미하게 웃었다. 물론 물고기의 표정... 은 어류가 아니었던 자신이니만큼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곧 치야 님께서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셔서 직접 표정을 지어주셨으니, 더욱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다시 변신하여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감수해주시는 치야 님의 친절함에 그저 기쁘기만 했기에.
"아니요. 치야 님께서도 위대하고 멋진 신 님이 맞으세요."
그렇기에 드물게 한 박자 늦지 않게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부드러웠지만 확고한 그 목소리에는 거짓된 마음이란 단 한 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치야 님께서는 이어서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시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살짝 올라가있는 입꼬리와 멍한 눈빛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그러다 치야 님께서 잠시 대답 없이 눈을 깜빡이시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하신 말씀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물에 사시는 신 님들이 많이 안 계신 건가요? ...비록 저는 감히 치야 님의 '친구'를 자청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물놀이를 좋아하신다면 같이 하고 싶어요, 저도. 그리고 치야 님은 잘못한 거 없으세요. 어차피 저도 이렇게 곧 스스로 젖었을 테니까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치야가 있는 물 속으로 천천히, 한 발짝 씩 걸어들어갔다. 그에 일렁이기 시작하는 물결을 부드러이 가르면서, 이미 흠뻑 젖어 딱 붙어있는 옷자락들을 다시 물 속에 젖게 해버렸다. 그러나 겉옷은 벗지 않았다. 그 대신 치야 님 쪽을 바라보면서 작은 미소를 보였다.
몽롱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마주 본 치야 님께서 방긋 웃으시는 모습에 덩달아 기쁜 미소가 희미하게 지어지는 것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치야 님께서 저를 배려해주고 계세요. 신 님의 친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 걸까요. 아마 제 생명을 다 한대도 못 미칠 정도로 영광인 일이겠지요.
더군다나 치야 님께서 곧바로 자신도 칭찬해주시자, 순간 살짝 놀란 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아." 하고 한 박자 느리게 멍청한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깊이 감사 인사를 올렸다.
"...마,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신' 님이 아니랍니다. 멋지고 위대하신 신 님은 바로 치야 님이세요. 그래도... 그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무려 '신' 님의 칭찬을 받았어요...! 제가, '신' 님의 칭찬을 받았어요...! 너무 기쁜 마음에 헤실헤실,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더욱 꽃피웠다. 영광 중의 영광이었다. ...비록 자신은 '신' 님이 아니었지만.
그러다 이어지는 치야 님의 설명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그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활짝 펼쳐지는 치야 님의 날개 지느러미에는 신기하다는 듯이, 대단하다는 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기도 하면서. 그러다 그 설명이 끝날 때 즈음,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셨군요. 저는 날치 씨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저였어도 많이 무서워서 도망쳤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치야 님께서는 곧 물 속에 사시는 신 님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치야 님께서는 무척 친절하신 신 님이시니까요."
희미한 미소가 치야 님을 향해 비춰졌다. 그러다 치야 님께서 고개를 갸웃하면서 하는 말씀에, 순간 멍한 눈동자를 다시 크게 떴다.
"...네...? 어, 어떻게 제가 감히...?! ......저, 저는... ...죄송합니다, 치야 님. 저는 스스로 감히 치야 님의 '친구'라 이를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말씀 만이라도 저는 무척 기뻐요, 치야 님. 정말 감사합니다."
헤실헤실, 행복한 미소가 희미하게 입가를 스쳐지나갔다. 물론, 이어서 기습적으로 튀겨져 온 물에 그 평화로운 미소도 곧 사라져 버렸지만.
그 대신, 자신 역시도 이미 다 젖어서 착 달라붙은 옷을 이끌고, 두 손으로 물을 가득히 떠서 치야 님께 살짝씩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엄청 세게 거는 장난은 아니었기에 무척이나 부드럽고 약한 물줄기였지만, 은근한 장난기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듯 했다. 물론, 입가에 걸린 미소 역시도.
"보이스피싱이 걸려 오면 어떻게 깨닫고 대처해?" 세설: 와아, 너무 위협적이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끊어. "어떻게 하면 널 죽일 수 있어?" - 상대가 신 일경우 세설: ...여기서 쫓겨나기 딱 좋은 발언이네. 꼴 보기 싫은 건 피차일반이니까. 꺼져. - 신이 아닐 경우 세설: 맹랑하구나. 일개 인간이 신을 죽일 수 있을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걸까? 아...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웃는 소리) "전부터 보고 있었어! 첫눈에 반했어! 사귀어 줄래?" 세설: 나도 널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지. 도대체 무슨 스토커가 따라붙었나 하고 말야.
다른 신들이 너무 귀엽군요. 여러분 때문에 제 심장이 뛰지않게 되었으니 책임져.(디오니소스
https://www.youtube.com/watch?v=HSV6Dwkj960 탈모르파티 트로피가 나온 기념으로 레알 탈모르파티 가즈아ㅏㅏㅏㅏㅏ-!!!!!!!!!!!!!!!
가온아! 살아남아라!
나는 넘무넘무 귀엽다☆
뻘글을 정성스럽게 쓰면 개그가 된다고 하지만 정성스럽게 쓴 뻘글이 정말로 뻘글인걸까. 이미 일정수준의 퀄리티를 넘어가는 순간 뻘글은 뻘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하나의 문학작품 또는 밈이 되어버리는건 아닐까. 하지만 그것또한 작성자의 의지로 이 글이 뻘글이라고 한다면 그것또한 뻘글이라고 할 수 있겠지. 뻘글이란 이리 심오하고도 깊은데 아직까지도 뻘글을 탐구하는 뻘글역사학자가 없다는 것은 이 이야기에 가치가 없기 때문임이 분명하겠지. 하지만 뻘글역사학자라는 직종이 생겨서 뻘글을 탐구하는 자들이 생긴다면 그들의 일은 뻘짓이 되는걸까. 뻘짓의 사전적인 정의는 헛되게 하는 노력일텐데 최근의 사람들은 노력이 헛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뻘짓이라는 말이 생긴건 의미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테고 그렇다면 뻘짓또한 시간낭비적인 차원에서 스스로 가치를 지니게 되는것이 아닐까. 영국의 역사학자 아르토리아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뻘짓의 연속성과 사회성의 개념을 제안하였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이 의미없는 노력은 이유없이 사회전체로 전파되어가며 향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을 모두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사회는 뻘짓으로 가득차게 되었다고 했으나 이미 모든 인물들이 뻘짓을 하고있다고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원초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뻘짓역사학자들의 모습은 알 수 없으며 그들의 일은 뻘짓이라고 추측된다. -뻘짓전문 마케도니아의 학술지 BBULJIT에서 발췌
응응 알면 된거니까. 이제 더 이상 이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으려나? 참방참방 물장구를 치며 리스를 쳐다봐요. 내가 해준 칭찬에, 놀란 것처럼 살짝 커지는 눈동자가 보여요. 당연한 걸 말해줬을 뿐인데 말이에요? 다시 뽀글뽀글, 거품을 뿜어요.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고는 싶지만...'
뭔가, 상당히 부정하고 있는 느낌이니까. 계속 저런 반응도 그렇고? 고민을 할 때면 늘 그랬듯이, 꼬리지느러미가 양옆으로 조금씩 흔들리네요, 신이 되기 전에도 있던 버릇이였지만요. 그것보다는 상당히 기뻐하고 있네요. 뭐야, 뭔가 반응하기 애매하잖아요.
"그럴거야! 만약 안나오면 내가 찾...아가서 일단..무서운 앤지 아닌지만 보고 말걸고 막 그럴거야!"
자신있게 말했다가 점차 목소리가 사그라들어요, 막 가서 말걸었는데 상어, 돌고래 뭐 그런애면 어쩌죠. 어쩌긴 어째요, 도망가야지. 조오금 표정이 심각해졌다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리스를 보며 다시 방긋 웃어요. 웃는 얼굴 앞에서 심각한 얼굴은 있을 수 없죠. 그쵸? 이어지는 리스의 물 뿌리기에, 긴장한 듯 눈을 꼬옥 감았다가 다시 떠요. 뭐야, 너무 살살 뿌리는데요. 이러면 재미없는데에..
칭찬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도, '신' 님께서 주시는 칭찬은 전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신' 님께서는 저에게 생명을 새롭게 주셨어요. 죽음을 몰아내어, 앗아가 주셨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해요. 행복해요. 만족해요.
제 '소원'은...
잠시 멍한 눈동자를 살짝 아래로 떨구어 생각에 잠겼다. 목에 걸린 초커 목걸이 역시도 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신통술을 담은 구슬은 빛나지 않았고, 그저 치야 님을 향해 기쁜 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어보였다. ...신 님과 이렇게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척이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었으니.
치야 님께서는 이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내시다가 곧 그 기세를 살짝 사그라뜨렸다. 물론 그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항이었기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천적인 동물 씨들은 무서우실 수 있겠지만...
"...네, 괜찮으실 거예요. 치야 님. 이 곳은 '라온하제'. 위대하고 선하신 '신' 님들께서 모여계신, 무척 아름다운 곳인걸요. 치야 님을 무섭게 하실 신 님들은 계시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제가 감히 치야 님을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작은 미소가 치야 님을 향해 지어졌다. 치야 님의 불안감을 씻어드리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래도 되는 걸까요?
자신의 '신' 님께 조용히 여쭤보며, 이내 치야 님의 허락에 따라 두 손으로 살짝 물을 떠서 뿌려보았다. 그러나 치야 님께서는 그것이 그리 만족스러운 세기가 아니었던 듯 싶었다. 오히려 팍팍 뿌리라고 장려하시는 그 말씀에, 잠시 고민하듯이 "...아..." 하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내 아주 큰 결심을 굳히고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멍한 두 눈동자에는 드물게 힘이 실려있었고, 다시금 두 손에 물을 가득히 떠내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두 눈을 꼬옥 감으며, 치야 님의 몸을 향해 아까보다는 조금 더 강하게 물을 뿌렸다.
>>802 라온하제는 일단 전체적으로 큰 원 형태이고 가운데가 비나리, 동쪽이 다솜, 남쪽이 아라, 서쪽이 가리, 북쪽이 미리내 지역이랍니다.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음...가운데에 커다란 원형 지역이 있고, 그 원을 감싸는 다른 원이 있는데, 그 원이 4등분 되어서 나뉜 느낌이랍니다.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리기에 표현이 조금 힘들군요.
그리고 각 지역들의 거리는...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멀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대부분이 신통술로 각 지역을 이동한답니다. 걷는다면 걸어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니까요.
>>812 어어 요령이 신통력이요???? 이 선관이 가능하려면 레주의 허락이 있어야할거같은데.. 아마 요령이가 한 개체(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정도는 신통력으로 일찌기 지거나 시들어버리지 않게 기운을 나눠주는거라. 신통력보다는 쓰러져있는 설이를 발견하고 요령이가 자신의 거처에서 간호해줬다는게 좋을거같아요:D
그리고...신통력 관련으로는 괜찮습니다. 한 개체에게 나눠주는 거야 별로 문제가 될 건 없으니까요. 한 지역 전체가 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것은 고위신의 힘이고...사실 누리가 쓰는 고위 신통술이기도 하답니다. 한 지역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뺏어서 자신의 취할 수도 있고, 한 지역 전체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도 있지요.
>>821 곤란하시다면... 바꿔도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하다며는... 으음... 설이는 깨어나더라도 움직일 수 있을때까지 아무말 없이 있다가 떠나버릴 것 같긴하네요... 아마도, 그 뒤에는 거의 미리내 지역에서만 있었고... 아 보답으로 무언가를 두고 갔을 수도 있었을까...
모든 말은 은호님의 그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열심히 과수원을 가꾸고 있는 도중, 갑자기 은호님에게 호출이 들어와서 저택으로 찾아와보니, 은호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은호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호님은 피식 웃으면서 그 말씀을 계속해서 이어가셨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거 있잖냐. 여기에 사는 신들이, 아무래도 많아졌으니까 어떤 이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환영회 때 직접 다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바보 녀석! 그것은 얼굴만 알고 있는 것이지 않느냐! 나는 그러니까 이 신들의 내면을 보고 싶은거다! 내면을!"
"그렇습니까! 은호님의 깊은 뜻을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은호님은 여기에 사는 신들의 내면을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면이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는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면을 볼 수 있단 말인가? 해부해서 속을 볼 수도 없은 것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역시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호님의 말씀이니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네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느니라. 조금 바쁠지도 모르지만, 수고를 해줬으면 한다."
"네! 알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은호님!"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호님의 명령이 있다고 한다면 난 움직일 뿐이었다. 나는 은호님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한 존재. 은호님의 명령이라면 그것이 무엇이건 따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은호님이 생각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사우 외관으로 셀피는 절대로 안 될 것이란 걸 알면서 셀피를 만지작거린 사우주라고 한다. -그리고 완성된 셀피에서 뒷머리를 잘라주고 싶은 욕구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런데 머리카락 장식에 치이고 만 사우주는() 사우의 옷차림 디자인을 살짝 리뉴얼해보기로 하여따!!(???)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일치했다. 령은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았다. 분홍빛의 벚꽃의 비는 아름다웠다. 그 풍경에 잠시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신이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과 같은 새 수인인걸까? 령은 그리 생각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붉어지는 머릿결과 커다란 분홍빛 날개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령은 가만히 그 수인을 바라보았다. 방울이 바람에 흔들리며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리스, 그게 이 수인의 이름이었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곳 라온하제의 신들은 전부 평등했다. 고위신인 은호와 누리를 제외하면 신들 각자가 지니는 위치는 비슷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신은 자신이 아닌 다른 신들을 높여 부르고 있었다. 령은 살짝 의아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이 사람은 다른 신들을 높여 부르는 것일까?
"령, 흑조 수인입니다."
령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수준으로 간단히 인사를 끝마쳤다. 령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해서 화나지도 않은 모양새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더 정확히는 내려다보았다고 하는 게 옳으리라. 키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났으므로.
'감히' 신 님께 방해가 되었다면이라... 령은 검지손가락을 제 뺨에 대었다.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이 신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고 있다. 마치 신들을 숭배하는 평범한 인간들처럼. 령은 그 점이 의아했다. 더 정확히는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라온하제의 신들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이곳의 신들의 지위였다. 말을 하는 게 좋을까? 령은 잠시 고민했다. 아니다. 아직은 이를지도 모른다. 령은 그 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결정했다.
"방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쫓아 왔더니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노랫소리는 리스 당신과 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지요. 그러니 너무 주눅들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눈을 감은 채 혼자 부르던 노랫소리에는, 이내 한 청자 님께서 나타나셨다.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에 살짝 놀란 듯 멍하니 뜬 두 눈동자에는 곧 벚꽃나무 아래에 서 계시는 아름다운 검은색의 신 님께서 들어오셨고, 그에 황급히 날개를 펼쳐내어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이 감히 '신' 님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수는 없었으니.
딸랑딸랑,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오는 신 님의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공손히 예를 갖추어 스스로를 낯선 신 님께 소개해드렸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신 님께 갖추어야 할 예의였으니. 그러자 신 님께서도 가볍게, 간단히 소개를 해주셨다. 신 님의 이름을 들었다는 그 작은 사실 하나에,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기쁜듯이 살짝 피어올랐다. 령 님. 혀 끝이 입천장을 살짝 톡, 치는 신 님의 이름도, 신 님께서 자신과 같은 조류 신이시라는 것도, 모든 것이 그저 기쁘게만 느껴졌기에.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령 님."
무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령 님께 다시금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가지런히 앞에 모은 두 손은 서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러다 자신이 이어서 드린 말씀에, 령 님께서는 잠시 검지 손가락을 뺨에 대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들려오는 령 님의 친절하신 말씀과 온화한 미소에, 순간 멍한 눈빛을 크게 뜨고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령 님께서 저를 칭찬해주신 건가요...? 저에게 웃어주신 건가요...? ...신 님께서... 저를... 저를...
기쁨과 행복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신 님께서 건네주신 작은 칭찬에도, 자신이 행복할 이유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신 님께서 웃어주셨으니... 헤실헤실, 작은 미소가 더욱 새어나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령 님. 물론 령 님의 아름다움보다는 절대 못하지만, 그럼에도 저의 노랫소리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려 령 님과 제가 이어져 이렇게 만나뵙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로 기뻐요...!"
두 눈이 부드럽게 접혀졌다. 거짓도, 꾸밈도 없이 솔직한 호의와 존경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딸랑딸랑, 령 님의 방울 소리마저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기에, 잠시 멍한 눈빛으로 령 님의 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멍하니, 천천히 입술이 열렸다.
신선한 토마토를 먹고 싶다는 누리님의 부탁으로 나는 가리 지역으로 찾아왔다. 내가 아는 바, 여기만큼 신선한 토마토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성이라고 하면 좋을까? 아무튼 그런 곳이다. 가리 지역의 관리자가 살고 있는 곳. 나와 같은 위치인 관리자를 담당하는 밤프 씨를 만나기 위해서 난 여기까지 찾아왔다.
정확히는 밤프 씨가 관리하는 신선한 토마토가 필요한 것이지만... 누리님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당연히 내가 가지러 오는 것이 맞는 것이다. 일단 관리자이기에 한번은 제대로 만나보고 싶기도 했고...
잠시 그가 사는 집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서 노크했다.
"밤프 씨. 계십니까?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 가온입니다!"
딱히 약속을 잡아서 온 것은 아니었기에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단 그것은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 그렇기에 문을 노크한 후에 나는 조용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령은 지그시 눈을 내리감았다. 이 작은 존재는 자신을 높여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 지 궁금해졌다. 물론 흑조들 사이에 있을 때도 으뜸가는 존재로서 추앙을 받았긴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문제지 않은가? 령이 다시 눈을 떴다. 새카만 눈동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령의 시선에 다시 리스가 담긴다.
령이 제 치맛자락을 잡았다. 무릎이 살짝 굽혀지며 순간적으로 령과 리스의 시선이 동등한 곳에 위치하게 된다. 령은 굽혔던 무릎을 폈다. 그래. 이 정도의 인사라면, 비록 옛 것이긴 하나 이 정도의 예의범절이라면 딱 맞겠지. 령이 리스를 바라보았다. 령이 몸을 움직이면서 다시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저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귀하와 같은 아름다운 신을 만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령의 목소리는 조곤조곤 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있었다. 령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상대에게 있어 '나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하는 듯한 효과가 있었다. 령은 무릎을 굽히느라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바로 폈다.
리스는 저의 작은 행동에도 멍하니 감탄을 하는구나. 령은 리스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이러한 걸 경험해보았지. 그때 흑조들의 무리에서 자신을 으뜸가는 흑조로 칭했던 자들을... 순간 령의 눈빛에 슬픔이 깃들었다. 그들과 자신이 멀어지게 된 건 자그마한 질투심 때문이었다. 이 자와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걸 겪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령의 눈이 다시 예전처럼 고고함을 띄었다.
"저도 리스와 제가 이렇게 이어지게 되어서 기쁘옵니다. 인연은 소중한 것이라 하죠. 당신과의 인연, 제가 잘 보살피겠나이다."
리스는 령에게 노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령은 눈을 반쯤 감았다. 자신은 노래를.... 그래, 좋아했다. 좋아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지어다.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다면 리스의 노래를 듣고도 무시했겠지.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뜻에는 긍정이 담겨있었다.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성은 우연찮게도 으슥한 가리의 외곽지와도 퍽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있었다. 가온이 그 성의 커다란 문을 두들기자 그것은 마치 기다렸다는듯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려들었고 성 안에선 검은 박쥐떼가 기분나쁜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방금전의 떼지어 다니던 박쥐들과는 어딘가 다른, 조금 더 커다란 모습의 박쥐가 펄럭펄럭 날아와 천장에 메달려있는 마무막대에 거꾸로 메달리더니 그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을 내뱉었다.
"어서와라 이방인이여! 이 저주받은 흡혈귀의 고성을 방문할 용기, 내 친히 가상하다고 여겨주지. 여기는 우리들, 박쥐들의 왕이신 블라디미르 밤ㅍ.."
토마토가 그 박쥐에게로 날아들었고, 박쥐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토마토를 맞고선 바닥에 힘없이 풀썩 떨어져버렸다. 그리곤 저 만치 떨어져있는 곳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이 머리위에 삐죽 솟아난 특이한 모양의 더듬이를 흔들거리며 걸어오고있었다.
"미안하군, 손님이 온다면 맞이해달라고 했건만 이런 헛소리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하지만 토마토를 먹게되었으니 잠시뒤면 제정신을 차리겠지! 그는 덧붙이며 양 팔을 쭉 펼쳐올렸다. 성 내부의 밝은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마치 거대한 박쥐와도 같이 보이게끔 만들었다.
"아무튼 들어와도 좋다!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 가온, 참으로 오랜만이군. 넌 날 기억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박쥐들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몰려나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그렇게 소리치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갑자기 나에게 이방인이라고 부르면서 저주받은 흡혈귀가 어쩌고 하는 박쥐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에는 그런 이는 못 들어오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갑자기 토마토가 날아왔고, 나는 토마토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다름 아닌 밤프 씨의 모습이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카캇 웃으면서 반겨주는 밤프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살짝 목례를 하면서 인사를 올렸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끔 은호 님을 찾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밤프 씨. 가리 씨의 관리자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같은 관리자로서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볼일이라면 당연히 있습니다!"
그래. 아주 숭고하고 중요한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지. 그렇기에 나는 밤프 씨를 바라보면서 내가 여기로 온 용건을 이야기했다.
"밤프 씨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맛있고 달콤한 토마토를 주실 수 있으십니까? 누리 님이 토마토가 먹고 싶다고 하시는데, 여기만큼 질 좋은 토마토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괜찮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