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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를 들어올리는 나름의 인사를 해준 순간 보이는 그녀의 표정 변화-더욱 가득해진 옅은 미소-에 잠깐 의아해하였다. 자신의 이 인사가 그토록 미소 지을 정도로 기쁜 점이라도 있었던 겐가. 잠깐 골똘히 생각해보았으나 만족스런 답안은 스스로 꺼낼 수 없었고, 결국 인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는 신이라는 결론에 닿는 데에 그쳐버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두 눈의 색이 다른 걸 보고,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것 아니지마는 오른쪽 눈이 또 두 색이 섞인 듯한 모양새인 것은 신기한 것이라서 저도 모르게 유심히 바라보던 순간 그녀가 그 눈을 부드러이 접어내며 대답하였다. 보는 것은 관두기로 하였다.
"아아, 그렇구만. 리스. 나는 요전부터 이 지역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게 된 사우라고 한다. 은호 이 성격 나쁜 자ㅅ...이 아니라, 아라에서 산 적도 있었다니 그것도 은근히 반갑네. 언젠가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지겨울 정도로 오래 살았으니 말야, 나. 첨언하며 미소를 씨익 지은 입을 소매로 가렸다 거두며 뱀 혀를 날름거렸다. 여기 아라가 좁은 것도 아니고 못 보았을 일도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이다. 방해는 되지 않았어. 그 말도 대답으로서 건네 주었다. 그러다 이어진 질문에 세로동공의 녹안을 유쾌하게 반짝였다.
"아! 무슨 일이냐면은!"
기세가 한 순간에 높아졌다. 널따란 두 소매를 펄럭이며 개울가 앞에 쪼그려 앉더니 한 소매를 흔들어 리스를 불렀다. 이리 와봐! 오기까지 기다리고는 뒷다리가 생긴 올챙이가 담긴 물을 두 손을 모아 퍼내면서 짠, 하는 분위기로 리스에게 내밀듯이 보여주었지.
"올챙이 키우고 있었어. 어때? 귀엽지? 얘 뒷다리 생겼다고!"
푸흐흐흐흐흐, 웃는 동시에 뱀 혀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두 녹안이 즐거운 듯이 꼬리를 휘었다.
신 님께서는 자신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신 님께서 직접 자신의 눈동자를 마주해 주신다는 것이 마냥 좋아 부드러이 그 눈을 접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신 님의 소개. 신 님의 이름을 직접 듣게 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무척 영광이고 기뻤지만, 이어진 말씀에도 은근히 기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사우 님. 아라 지역을 예전부터 관리하셨었군요. 저도 처음에는 아라 지역에 왔지만... 제가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다솜으로 옮겨갔습니다. 스쳐 지나가듯이라도 사우 님을 뵈었다면 곧바로 인사를 드렸을텐데..."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조금은 시무룩한 듯이, 아쉬운 듯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사우 님처럼 대단하신 신 님과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면, 다솜으로의 이주를 고민했을텐데. 하지만 이미 정착한 지는 꽤 되어버렸기에 더이상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 그저 지금이라도 사우 님을 만났다는 것과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그 말씀에 위안을 얻으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사우 님이 기세를 높여 개울가 앞에 쪼그려 앉고는 유쾌하게 자신을 부르자, 순간 멍한 눈빛을 크게 떴다. ...사우 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신 건가요...? 정말로요...? 정말, 정말로요...? 신 님께서 자신을 직접 부르셨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마음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지만 애써 다리에 힘을 주어 총총,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사우의 옆으로 조심히 다가가 조심히 겉옷자락을 다듬어 똑같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쪼그려 앉자, 이내 사우 님이 보여주시는 올챙이가 담긴 물. 그리고 즐거운 듯한 사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찬가지로 멍한 두 눈빛에 호기심을 반짝반짝 어리면서 올챙이를 바라보았다.
"...와아... 대단해요...! 네, 정말 귀여워요. 뒷다리 생긴 올챙이 씨. 사우 님께서 직접 키우시는 아이셨군요. ...뒷다리가 생겼으니 이제 곧 앞다리도 나오게 될까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올챙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 모든 것들을 이루어내시는 신 님의 능력과 그리하여 태어난 이 작디작은 생명체가 모두 경이로웠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사우 님을 나른한 눈동자로 다시금 바라보았다.
아이온: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인 법이지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이라. 끊임없이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지 아니한다면 강은 말라버린 것일 터이니. 그러니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일지어다. 이 시대의 새 사람이 옛 이들을 대신하겠지요. 그럼 나는... 무엇인가요? 아사주: 낯설다..?
>>436 헉...?! 무, 무려 그려주시는 건가요...?!(동공대지진) 사우주 정말 감사해요!! 저야말로 감동이예요...ㅠㅠㅠㅠ 답레는 천천히 써주셔도 된답니다! :)
>>437 ...으, 은호 님?!(동공대지진) ㅋㅋㅋㅋ세상에, 트로피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이, 일단 정말 감사합니다! XD 그리고 레주 어서 오세요! :) 레주, 은근히 피곤이 쌓이셨었나보네요... 저런...ㅠㅠㅠ(토닥토닥) 그래도 푹 주무신 것 같아서 다행이예요!ㅎㅎㅎ
올챙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제 자식을 바라보는 어미의 것과도 비슷하였다. 어쩌면 조금 달랐을지도 몰랐고. 어느 눈길로 보면 먹이를 뚫어져라 노리는 흉악한 포식자의 시선으로도 보였으렸다. 이런 때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뱀으로는 변신하지 말아야지. 조금 자조적인 생각을 가지는 동시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뱀 혀가 물결처럼 움직인다. 대단하다면서, 귀엽다는 저의 말에 순진하게 수긍하는 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슬쩍 자랑스러운 기색을 얼굴 위로 띄웠다.
"그치? 대단하지? 귀엽지? 응, 오늘부터 키우기 시작했어. 그냥 기다리기에는 세월 없으니까 살짜금 신의 가호를 내려주었지, 아하핫!"
그렇게 하니 이렇게 무럭무럭 자랐더란다. 어느새 뒷다리로 열심히 물을 차대는 이 올챙이도, 리스의 말마따나 슬슬 앞다리가 나올 때가 도래한 듯하였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것도 잠깐, 놓아주어야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물 속에 다시 내려놓아주자, 작은 올챙이는 동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눈길로 잠깐 배웅히다가.
"허어, 이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애초에 한 마리의 이름을 짓기 시작하면 끝이 없단 말이야."
보라구, 이 숫자. 손바닥을 개울을 향해 펼쳐 내면서 리스를 돌아보았다. 조금 황당해하는 분위기를 띄웠다가도 금새 뱀 혀를 날름거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혹시 이름이 있으면 좋겠더냐? 그럼 네가 짓는 것은 어때."
말하며 뒤로 넘어지듯 풀썩 앉았다. 두 소매를 마주모은 채, 어찌할 거냐는 듯이 다시 그녀의 이색적인 눈을 응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