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기지개를 피며 부엌에 들어서는 근육질의 남성, 확실히 휴일이고 어제 있었던 일들 때문에 오자마자 뒷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게 분명하다. 군대였다면 휴무 그따위꺼 없음, 이었겠지만 일단 엄연히 일인데다가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그럼......"
동시에 냉장고에서 달걀통과 각종 야채, 그리고 햄을 꺼낸 다음 칼로 리드미컬하게 잘라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른 야채와 햄을 곁에 놔두고는 큰 그릇에 달걀을 20개 정도 풀고는 휘휘 젓고는 음식 재료들을 투하, 그것을 재차 참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넒게 펴바르고는 손목의 스냅과 뒤집개를 이용해 말아가기 시작한다.
"룰루~"
들어간 재료의 양이 많아서 터지기 쉬울텐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계란말이는 안정적으로 형태를 갖춰나간다. 본인 생각으론 넒은 철판이 있었다면 호프집에 나오는 그런 비쥬얼도 가능하다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말하셨었지. 다른 건 몰라도 빠루만 있으면 그 어떤 상황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고."
그렇지만 이 상황은 헤쳐나가지 못할 것 같은데. 그도 그럴게, 지금 나는 빠루도 없는데다가 빠루가 있었더라도 배고픈 걸 해결하지는 못했을테니까. 빠루를 씹어먹을 수는 없고, 어떻게 물에다가 삶아서 철분이 우러나오게 하는 식으로 해서 철분은 섭취 가능할까? 아무튼 배고플 때에는 역시 빠루를 들기보다는 부엌으로 가는 편이 낫겠지. 뭔가 해먹자.
"......어."
근데 먼저 누가 와계셨네? 누군지는 몰라도 일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리 말하며 허리를 꾸벅 숙입니다. 아조시 근데 누구에요? 라는 말이 나올 뻔 했지만 그냥 입을 닥치기로 결정한 뒤 저는 주방을 한번 흝어봅니다.
"뭐 하세여?"
그리곤 형식적으로 그렇게 묻습니다. 아, 발음 꼬여서 뭐 하세요? 가 아니라 뭐 하세여? 라고 말해버렸다.
1121의 어머님. 빠루를 좋아하며, 매드 사이언티스트이다. 자기 딸(1121)에게까지 실험을 강행했다. 딸이 나이를 먹어가니 누가 잡아가진 않을까 하고 실험을 개시해서 방어용 능력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1121의 피에 섞인 특수물질의 정체는 어머님의 작품.
순식간에 3인분 째 계란말이를 말고 랩으로 덮어 씌운 다음 재차 반죽을 부어 넣는다. 상당히 고된 일이고 손목의 스냅을 많이 요구하는 일이지만 항상 방패 사용 훈련으로 단련된 엘리고스에게 있어서 이런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으니까.
'흠?'
예민해진 감각으로 누군가 다가오는게 느껴진다. 크게 문제 삼을 것도 없는게 어제 느꼈던 감각중에 하나였기에 그렇게 긴장을 할 것도 없었으니까. 그는 그렇게 셍각하며 막 시간에 맞춰 울리는 전기밥솥 소리와 함께 1121를 맞이한다.
"오, 오늘의 첫 손님인가? 자자, 앉으라고."
그렇게 호객행위 하듯이 1121를 순식간에 자리에 앉힌 다음 잘 익어 모락모락 김을 내는 하얀 쌀밥과 높이만 족히 4센치에 가까운 거대 계란말이가 1121의 앞에 놓여진다. 이미 테이블에는 머스타드와 케찹이 배치 되어 있는 것이..... 아마 미리 준비를 다 해놓은 듯 싶다.
아무튼 저는 동료님(?)이 주신 거대 계란말이를 한 조각 포크로 집어다가 암냠 먹어봅니다. 뫄이쪙! 혀에 계란이 착 감기다가도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는 맛! 은 아닌가? 하지만 과장된 표현이라는 건 재밌으니까요! 아무튼 계란말이는 몹시 맛있었고, 보들보들해서 식감도 좋았습니다.
"맛있네여! 요리 잘하시는구나! 형의 요리솜씨를 본받고 싶어여!"
저는 요리를 잘 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았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보다는 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던 계란말이를 포크로 찍어서 케찹에 찍고, 이내 입으로 가져간 뒤 밥을 한 숟갈 입에 떠 넣습니다. 맛있어...... 어머님 솔직히 말하자면 어머님보다 이 사람이 더 요리 잘 하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끄덕. 당연한 겁니다! 저는 원래 소식하는 닝겐이니까여! 그러니까 밥은 쪼끔만 있어도 괜찮아요. 기초대사량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 치고는 피가 뿜빰뿜빰 아주 잘 터져나오니 괜찮지 않으려나요? 아무튼 계속해서 밥과 계란말이를 먹기 시작합니다. 종종 물도 마십니다. 아, 여긴 완전 천국이야...... 여기 들어오길 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