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내용:유체 이탈의 능력이 있는 익스퍼. 하지만 유체 이탈 자체에는 큰 공격적인 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 물론 S급으로 오르면서 일부 공격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나 그것에 대해서는 일단 좀 더 관찰할 필요성이 존재. 본체가 공격을 당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이 약점은 차후 기억해둘 필요성이 존재. 만일의 경우, 이 약점을 찔러 제압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음. 일단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을 주로 보이지만 때때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음. 타깃의 말에 의하면 좋아하는 이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누구인진 파악불가. 차후 관찰할 필요성이 존재. 약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 오버익스파가 상당히 위협적. 상대의 움직임을 막아버리는, 일종의 가위현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 그렇기에 자칫 잘못하면 움직임이 봉쇄될 가능성이 매우 큼. 그 점이 가장 위협적이기에 주의할 필요성이 존재.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차후 특이사항이 있으면 따로 보고하겠음.
강준은 제 앞자리에 앉아 뜬금없이 대화를 전개시키는 저의 친구에게 '뭔 개소리야? 할 말이 없었으면 그냥 입을 다물어라.'라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어보였다. 어쩌면 진짜 육성으로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
"뭔 개소리야? 할 말이 없었으면 그냥 입을 다물어라." "에이... 너무 딱딱하다. 하여간, 우리 강준이는 재미없다니까..."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친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강준에게 달라붙는다. 애초에 그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양, 애교까지 부려대니. 그 친구는 유독 소문을 좋아했었다. 학교에서 한 명 즈음 있을법한, 남들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을 즐기고 입도 가벼운 그런 친구. 분명 좋은 평판을 얻기는 힘듦에도, 친구는 많던 부류였다. 그런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던 강준은 사전에 차단하려 했지만, 결국 그 특유의 천연덕스런 태도에 못 이겨 수긍해버리고는 들어주곤 했었다.
"그래그래, 또 뭔 소리하는지, 들어는 줄게." "역시 궁금해 할 줄 알았어...!" "야... 너 진짜."
어차피 그의 현재 관심사는 시시콜콜하고 흔한 가십이야기는 아니였다. 몇 달전, 이 곳 성류시에서부터 전 인류를 향한 대테러가 벌어졌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초능력을 쓰는 이들의 존재를 전 인류에게 까발려졌다지. 이제까지 하나의 국가, 그것도 하나에 도시의 주도로 그들의 존재를 비익스퍼들의 기억을 지워가며 숨겨주었고, 인류의 1/4나 차지하고 있고, 영화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능력을 펑펑 써대며, 어떤 익스퍼들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의미였을지는 모르지 않겠지? 그래, 남을 씹고 물어뜯고 혐오하길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들의 관한 루머는 매우 좋은 양분이였다.
"뭐, 어쨌든! 이건 진짜 나만 알고 있는 거거든...!" "이제 전교생이랑 성류시 사람들이 다 알게 되겠지." "혹시 '성류역 붕괴사고' 알아?"
'성류역 붕괴사고'. 그 말이 꺼내지자마자 모든 행동을 멈춘 강준은 얼이 빠져서 그 친구를 바라본다. 알고 있냐고? 그래, 사건은 이미 강준도 잘 알고 있는 것이였다. 그래, 보통 사람들 보다 더 잘 알것이였지. 그야, 그 사고에서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이, 지금의 자신과 자신의 누나였었었으니까.
"너...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 있잖아. 전에 일어났던 붕괴 사건들은, 부실 공사도 문제였지만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도 많았다고 우리 삼촌한테 들은 사실인데... 당시에 삼촌이 그 현장 재건축할 때 작업 반장을 하고 있었거든... 그 흔한 금이나, 붕괴조짐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폭삭...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모든 할 말을 잊고 가만히 듣고 있는 강준에게 어느새 친구는 책상 위에 손을 댄 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때, 강준은 보았을지도 모른다.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권유한 간교한 뱀마냥 너울거리는 악마의 혓바닥이. 그는 계속해서 제 좋을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어떤 익스퍼가, 그 낡은 역을 무너트렸다는 거지."
쾅, 강준이 화난 듯 책상을 박차는 소리였다. 친구는 놀란 듯이 다시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눈치없이, 교실 밖을 나가려는 강준을 붙잡으려는 듯 말을 계속 거는 친구.
"야...야... 놀랐잖아. 갑자기 왜 화를..." "너는, 그 나불대는 입을 좀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가방을 챙기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복잡하게 얽힌 뇌내에서도, 단 한 사람만을 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의심은 이미 싹이 트였다. 이제 양분만 있으면 금세 무럭무럭 자라나겠지. 증오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