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너땜에 못 살아 내가.하며 진혁의 머리를 안 아프게 살살 쥐어박으며 가볍게 투덜이는 방송부 부장이었다.매번 방송하다가 깜빡 졸아버리는 진혁이 걱정되었던 담임선생님이 방송부 부장에게 직접 진혁이가 자기 전에 방송 끝내고 얼른 대려가라고 부탁을 했고,방송부 부장은 의외로 흔쾌히 OK해주었다.그래놓고 여기서 이러는걸 보면....어머,혹시 부장 츤데레? 그건 뒤로 미뤄두고,슬슬 자동재생 리스트의 음악이 전부 재생되어간다.그와 동시에 진혁의 생체시계도 잠잘 시간이라는것을 알려주는지 진혁은 작게 기지개를 켜며 졸린 눈을 부볐다.
"야,야.자면 안돼.일어나 인마."
니가 자면 내가 곤란하단말이다.방송부 부장은 진혁의 볼을 죽 잡아 늘렸고 그 바람에 진혁은 다시 아파하며 잠을 깰수밖에 없었다.
"므아아,그마내애-..잠 다 깨쓰니까.."
곧 볼을 늘렸던 손이 놓아지자 진혁은 살짝 울상이 된 채로 제 볼을 부비작거렸다.힝,부장 형아는 맨날 내 볼한테 그래애.가벼운 투덜임이 있었지만 부장은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방송부에서 진혁의 이미지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오죽했으면 차기 부장 자리까지 미리 찍어주었을까.게다가 심하게 투덜이는것도 아니니,부장의 입장에서는 괜히 뭐라고 할 필요가 없었지.
"그렇다고 해서 머리 쓰다듬어주면 너 또 잘거잖아?벌써 4시 45분이다.가자."
"우으으.."
반박할수 없는 팩트에 진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짐을 챙기고는 얌전히 부장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나선 교문 밖 풍경은 진혁에게는 새삼 새로운 기분이었다.맨날 해가 뉘엿뉘엿 저물때즈음 나오기에 아직 대낮에 가까운 바깥은 살짝 어색했더란다.아직은 햇살이 따가워서 제 란도셀에서 썬크림을 꺼내 열심히.그리고 꼼꼼히 바르는 모습이 꽤 섬세하였지.
"..잠깐."
"우앗-"
잘만 가고 있던 부장과 진혁은 골목길을 지나다 멈추어섰다.바로 앞에서 길을 막고있는 불량해보이는 학생들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 딱 보아도 한 덩치 한 성깔 하는게,절대 그냥 비켜주지는 않을것같은 기분이었다.그렇다고 돌아서 가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기도 했을 뿐더러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어쩐다.."
한숨을 푹 내쉬던 부장은 충돌이 있기 전에 이 상황을 무마할 방안을 생각하는듯 싶었다.그리고 곧 양아치들한테 좋은 대책은 없다고 생각하고서는 이내 입을 열었다.
"비켜주지 않을래?"
"뭐?싫은데."
"아니 꺼지시라고."
"싫다니까?"
"..."
역시 그늘 아래 죽치고있는 놈들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아니 그럴거면 저쪽 그늘에서 쉬면 될 일이지 왜 궂이 길 한복판에서 햇빛 피하느라 길막과 민폐를 한번에 저지르고 있는건데? 그 상황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진혁은 곧장 앞으로 척척 걸어가서는 가장 덩치가 큰 학생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뭐야,꼬맹이?할말 있냐?"
그 양아치는 여려보이는 진혁의 모습을 보고 비웃듯이 말하였고,이에 부장이 순간적으로 열폭할뻔 했지만 진혁이 그러지 말라는 제스쳐를 해 보여 간신히 참을 수 있었더란다.
"응.형아,귀좀 빌려줘봐-"
자신을 향한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모습에 다시 비웃듯이 웃은 양아치는 곧 하라는대로 살짝 귀를 가져다대었다.그리고 진혁은 양아치에게 뭐라뭐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뭐?!!"
곧장 양아치의 분노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저러다 한대 맞는건 아닌가 싶었지만..양아치의 표정은 곧 공포를 느끼는 모습이 되었고,여러차례 붉으락 푸르락해지던 안색은 곧 새파랗게 질려서는 주저앉았다.
"ㄴ...너.....엄마한테 이를거야!"
그리고 그 덩치는 자기 체구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하고 치졸한 대사를 치고는 냅다 도망가버렸고,진혁을 제외한 일행들은 순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너..."
"..어떻게 한거야."
곧 주변인들의 벙찐 물음이 들려왔지만 진혁은 그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평소의 나른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부장의 손을 잡고 끌었다.
"이제 가자아-나 더워어."
그렇게 벙찐 양아치들을 뒤로 하고서 평화롭게 골목길을 빠져나온 둘은 곧 큰길가에 접어들었다.벙쪄있던것은 부장도 마찬가지였던지라,한참동안 진혁이 이끄는대로 끌려 다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대박이다.어떻게 한거야 그거?!"
"아아,그거어-?"
잠시 머뭇이던 진혁은 곧 수줍은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우리 누나가 나한테 알려준거.세상에서 가장 험한 욕이야아-"
"......."
도대체 이 녀석의 누나라는 작자는 뭐 하는 인간이길래 아까 그 덩치가 듣는것만으로도 그렇게 분개하다가도 공포에 질렸던 것이었을까.그것에 대해 더 물어보려고 했던 부장이었지만,애석하게도 진혁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타이밍 안 좋게 도착했던 탓에 더 정확한 이야기는 들을수 없었더란다.
"마중해줘서 고마워어-참,이건 선물이야아.."
진혁이 건네어준 초코 쿠키를 건내받으면서도 부장은 영 어벙한 표정이었다.버스가 떠나고,한참 그렇게 서있던 방송부 부장은 곧 발걸음을 돌리고 쿠키를 바라보았다.
"..대체 너네 집안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
생각보다 무서운 집안일세,그거.부장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이내 근처의 상가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 ••• •• ••..... ••." -얘한테도 손대기만 해봐!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알겟어?!
상아가 그렇게 말하자 까만 남학생은 정말로 곤란해합니다. 아. 그는 이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니. 이건 당신들이랑 상관없는 얘기죠? 상아는 당신이 해를 입지 않기 위해 당신에게 빙의합니다. 당신은 곧 현기증과 함께 분노, 슬픔과 동정심을 강하게 느낍니다. 진성과 하나의 얼굴이 머릿속이서 그려지고....
"비켜." "싫어!" "그러면 그냥 돌아가."
...그건 진성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한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만히 듣는 것 만으로도 귀가 매우 아프게 울렸습니다. 당신의 귀와 뒷목에서는 피가 실금실금 나오는 수준으로 봐서는 오래 듣는건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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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왜그래요?! 그러지 마요, 머리 다친다구요! 뭔일인지는 모르겟지만 일단 진정해요!"
그녀는 재빨리 당신을 막으려고 당신에게 달려가서 두 팔로 당신을 꽈악 붙들어맵니다. 그녀의 몸이서는 먼지냄새가 났고, 그녀는 계속 겁에 질린 것인지, 아니면 조금 화가나거나 울먹이는 것일지도 모르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합니다.
"무슨... 무슨 일인지는 모르겟지만 좀 진정하고... 그래야해요. 여긴 안 그러면 큰일나는 곳이라구요!"
당신의 머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합니다. 이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진 않읉테지만... 어디. 속 좀 풀리셨나요?
머리를 한번, 그리고 또 한번 바닥에 부딫치게 하려했다. 그러나 무언가에 묶여버려 옴짝달싹 못하고 울부짖을 뿐이였다. 그러나, 욱신욱신, 서서히 이마에서 화끈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퍼뜩 정신이 든다.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며 제 손을 내려다 보았다. 깨끗하다. 피냄새도, 조금 뜨근거리고 끈적거리는 감촉도 없었다. 분명 나는 피가 전부 빠져나가서 죽었는데, 아직 살아있다. 따뜻한 피가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줄줄 빠져나갈 적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여기에 멀쩡히 살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그거 다 꿈이야?"
중얼거리는 말은, 정말로 유감스러운 인지부조화였다. 조금 독하디 독한 악몽을 꾼 것이라, 자신에게 애써 이해시키려 한 것이였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으리라. 어쨌든, 진정이 되었으니 정말 다행인 결과 아닌가? 그제야 제 옆에서 간호해주고 있었던 여자아이를 기억해내었다. 천천히, 자신을 꼭 껴안은 여자아이를 돌아본다. 조금 푹신푹신한ㄷ... 다른 의미로 놀라며 뒤로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간신히 목구멍에서 내온 목소리는, 불안정한 음성.
"미... 미안해요. 그러니까... 어.... 놀라게 해서... 근데, 여기가 어디에요?"
조금 전에 여자아이가 한 여긴 그렇지 않으면 큰일나는 곳이다. 라는 말에 대한 질문이였다. 썩 괜찮은 질문이였을까? ...그건 아니였던 것 같다.
여차하면 손목시계를 사용해서 시간을 왕창 벌 생각이었다.그래도 너무 과하게 나댔다가는 예전에 악마놈을 만났을때보다 더 험한 꼴이 날 테니,그러지는 말아야겠지만. 하여튼 진혁은 검은 남학생이 곤란해하는 광경을 보았다.뭐지.의도한게 아니었을까.그렇다면 우린...우린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크읏.."
그리고 곧 상아가 빙의하고서 들린 목소리는..놀랍게도 진성의 목소리였다.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귀와 뒷목에서 피가 조금씩 흘렀다.그렇다면,최대한 빨리 대화하고 빨리 빙의를 푸는게 이롭겠지.
"..일단 아까 무례하게 군 점은 사과하겠어.그쪽이 하나 누나와 우현이 동생,그리고 진성이 형아랑 여선생을 죽인 놈 맞지?"
그녀는 일단 당신이 멈춘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어디냐는 말에 설명을 하려다가 어딘가에서 전신거울을 하나 갖고옵니다.
"이곳은 학교 안이야. 하지만 음...거기중에서 시간이 모여서 공간이 되어버린 곳일까? 예전에 누가 알려줫는데 기억이 잘 안나... 음 그래도 오빠의 친구처럼 위험해서 데려왓었어. 몸까지 데려오긴 좀 힘들었지만... 저번의 그 오빠처럼 너무 오래 있으면 위험하니까, 오빠! 하나만 약속해줄 수 있어?"
그녀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돌아가면 날... 다시 찾아줄 수 있어? 아니. 아냐. 이젠 그런거 무리하게 부탁안할게. 오빤 여기서 무사히 나가줘."
그녀는 당신에게 왜 이렇게 친절한걸까요? 어쨋든 상냥하게 웃으며 그녀는 당신을 돌려보냅니다.
지독하게 멀미가 날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당신은 하나선배가 죽어있는 그 때로 돌아옵니다. 왜 진혁이....어... 음... 여기있는것도 이상한데, 진혁의 얼굴이 이상합니다. 무언가가 겹쳐보이는군요.
진혁
그 남학생은 당신들을 바라보며 난감해 합니다. 해치자니.. 아니. 그대로 두더라도 조심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줄게. 여기서 손 떼. 특별히 돌아가는 곳 까지 돌아갈 수 있게 해줄거고. 하지만 이제 너희는 절대로 여기 관여하지 마. 그게 내 협상조건이야.]
그리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려던 찰나, 모두가 머릿속이 뒤엉키는 고통을 느낍니다.
그리고.... 뭔가가 아득히 넘어가는 기분과 함께 공간이 한 점으로 쪼개지며 그 학생의 팔 한쪽이 그대로 점속으로 늘어나듯 빨려지다가 불에 타는 것 처럼 타버리면서 떨어집니다. 남학생의 비명과 함께 아직 살아있는 상태의 우현이 그대로 모두에게 보입니다.
잠깐 머뭇인다.진심이 아니었거든,그 말. 자신은 상아가 걱정하는게 마음이 좋지 않았던 터라,이곳으로 넘어오자고 제안했던 사람이었다.그랬으니만큼 모순은 말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라. 아무튼 다시금 진혁은 입을 열었다.
"좋아.나랑 상아 누나한테 손해가 가지 않는 협상인것 같으니,받아들이겠어."
태도를 좀 더 누그러트린 진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이어지는 말을 들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말이 이어지려는 찰나..곧 머릿속이 뒤엉키는 고통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으윽..뭐야..!"
그리고 이어서 공간이 한 점으로 쪼개지고,검은 남학생의 팔은 그 쪼개진 공간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늘어나다가..불에 타며 그대로 떨어졌다.아니,정확히는 타버리는 듯 떨어졌다는게 더 맞는 말이겠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가늠할 겨를도 없이 두번째 이변이 일어났다.익숙한 모습.익숙한 인영...
아마도 아닐 것이다라는 말에 의문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여중생의 얼굴을 쳐다본다. 무슨 소리야? 나는 멀쩡히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하나선배도 분명 살아 있을거라고. 여기서 나간다면 분명 멀쩡히 웃으면서 수다를 떨것이라고. 그렇지? 그렇지? ...그러나 그 말의 진위는 차마 물어보지 못하였다. 진실이 두려웠던 것이겠지. 그 시계태엽 여학생이나 검은색 남학생보다 더.
"시간이 모여서 공간이 된 곳이라... 엄청 기묘하긴 하네요. 역시 이상한 학교야... 그래도 절 도와줘서 고마워요. 응."
어째서 그 여중생은 이런 공간에 남겨져있는지도, 궁금한 것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음. 저를 향해서 부탁을 해오다 마는 여중생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왠지 그녀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녀에게 말을 했다.
"... 어째서 저를 도와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부탁, 들어드릴게요. 나중에... 나중에 찾으러 올게요. 그러니까..."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독한 멀미가 밀려들었다. 순식간에, 조금 전 꿈에 나왔던 교실에 도착하였지... 교실 전체에서 풍겨오는 지독한 피냄새에 몸이 굳어간다. 그 전에 ...왠지 익숙한 얼굴이 보여 입이 먼저 벌어졌지만.
"...어... 진혁 선배...맞죠? 어째서 여기에..."
예쁘장한 얼굴, 긴생머리. 정말 특징적인 외모는 진혁 선배가 맞았지만... 어째선지 정말 진혁 선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언가가 다른 것이 겹쳐보이는 듯 했다... 게다가 어딘가 조금 전에 본 듯한 익숙한 얼굴. 뭐가 어떻게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