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실수를 해버렸다. 간단하게 말하고 침울해져 버린 진성과 억지로 살리려는 듯이 톤을 밝게 하는 하나선배의 눈치를 본다. 혼수상태, 그 간단한 단어에 담긴 무게감에 병실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덩달아 제 입술도 떨어지지가 않아 한동안 침묵을 지킨다.. 문득 하나에게 잡힌 손으로 시선을 두었다가, 이내 결심한 듯 숨을 살짝 들이쉬고, 선배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 소원 이루는 거... 저도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하나와 진성 선배는 이제 졸업을 하게 된다. 어쩌면 선배들에게는 마지막 기회. 사연을 듣게 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다.
젠짜 더위도 더위지만 생리라던가 피부 약하시거나 햇빛알레르기라도 있는 사람들은 여름이 더 힘들겟더라고요. 공기는 습하고 더워서 숨쉬기 힘들고 햇볕은 따갑고!!! 정말 에어컨 없는 시대는 사람들이 어찌살아왓는지 궁금할 수준이였는데 백년손님 보시는 외할머니가 그런 분이시니 물어봣습니다.
...그땐 이 지경으로 덥지도 않아서 부채랑 수박만 있으면 그냥 보낼 수준이였다고 하셨습니다. 와... 그시절은 좋은 시절이였군요...
곤란해하면서도 당신을 향해 괴념치 말라는 듯 으쓱이는 하나는 어색하면서도 무거운 침묵의 무게를 겪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습니다. 하기야. 황당하다 못 해 유치할수도 있는 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우현이 잘 들어주고 믿어준 것 만으로도 다행이지만 그 이상 무얼 해야할지 몰랐단 그녀는 예전에 책을 넘겨준 그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지까지 가려고 하다가 우현이 결심한듯이 협력하겟다고 하자 조금 놀랐는지 눈을 토끼처럼 뜨며 우현을 봅니다.
"...고마워."
진성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을 바라보더니 당신이 풀이죽자 가볍게 등을 툭툭 두들겨줍니다. 기운내라는 것일까요...?
당신은 빈 교실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빈 교실에는 상반신은 벗은 여자인 사람만한 거미가 실로 뭉친 무언가를 쪽쪽 빨아대는 것이 보이는군요. 그래도 다행인점은 아직 열심히 제 먹이에 집중한 상태라서 당신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는 점 정도... 교실은 온통 거미줄 투성이군요.
>들어갈까요? >아뇨 우리 나갑시다.
>>141 진혁
당신에게는 의외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뭔가 흐릿한건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고, 창문은 이제 평범하게 교실 밖의 운동장을 비출 뿐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그걸 돌리면서 가만히 있다면 당신은 밤이 샐 때 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꽝이였다. 비명이 나오기 전에 입을 틀어막았기에 다행이였지. RPG계열의 게임으로 치자면 아라크네... 라고 하는 거미 괴물이였다. 무언가 쪽쪽 빨아먹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 차리자. 김우현. 일단... 선배로 보이는 것은 없어 보였다, 스치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교실 문을 닫고 조심스레 발소리를 죽인다.
>>276 우현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이런... 아... 이럴수가. 저 고치 안에 있는것이 뭔지 우현은 알고싶지도 않습니다. 아직 저 끔직한 괴물은 우현이 자신의 식사장면을 바라본다는 사실도 몰랐으니 우연은 비록 문 근처까지 거미줄이 뻗쳐있었지만 용캐 하나도 건들지 않고 조심조심 살금살금 문을 닫습니다.
키이...?
문이 닫히자 그제서야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지만 딱 그정도일 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현에게는 다른 교실들과 화장실, 다른 곳들이나 복도를 살펴볼 일이 남았군요.
그릇을 대충 돌리며 진혁은 다시금 느긋하게 핸드폰 삼매경에 빠집니다. 다만 어느순간부터 학교 전용 와이파이도 속 터지게 느려지고, 데이터를 켜도 심각하게 인터넷이 느려 사실상 sns를 할 수 없다는 심각한 사태에 빠졌습니다. 뒷문이야 잘 잠가둘 필요도 없이 이미 자물쇠가 잘 되어있었고 아까 자물쇠를 따서 들어온 앞문은 뭐 잠그지는 않았지만 닫아놓은 상태이니 괜찮군요.
그렇게 한가하게 당신이 시도해봐야 알지도 모르는 가설을 생각하며 진혁은 시간을 계속 죽이기로 합니다. 아직은... 뭐. 그렇게 보내도 상관없겟네요.
계속 핸드폰을 하고 있으니,이상하게 어느 시점부터 인터넷 접속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갸웃였다.와이파이야 그럴수는 있다고 쳐도 데이터는 어째서..? 왠지 모를 괴현상에 온몸의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었다.주변은 안전하잖아..
"불길해애..."
불길함의 원인이 뭘까 생각하던 진혁은,문득 아까 창문이 깨졌었던 것을 생각해내고서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콩 쳤다.어쩐지 자꾸 캥기더라..! 적당히 뭔가 들어오는걸 막아줄 뭔갈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고,책상과 의자가 시야에 잡혔다.책상을 먼저 저기로 밀어놓고서 의자를 위에 올린다면..훌륭한 바리케이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근데 귀찮아아.."
우으,뭔가 들어올것같지도 않은데 그냥 이러고 있을까.다시 노곤노곤 녹아내린 슬라임화 되려던 진혁은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아니야,혹시 모른다고..!위험상황은 언제나 방심해서 생기는 법..! 먼저 책상을 저쪽으로 밀고서 의자를 올려두기 시작했다.
"..읏챠,무겁네에-"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고,안전해보이는 바리케이드가 완성되었다!완성된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진혁은 마지막으로 운동장쪽 창가에 다가가서 창문을 하나하나씩 걸어잠그기 시작했다.혹시 모르잖아?창 밖으로 다가올지..걸어 잠그면서도 그릇을 들고 다니며 틈틈히 막대로 돌리는걸 잊지 않았다.
세번째의 교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지만, 괜히 걸음을 빠르게 하여 빠져나간다. 어째서 교무실이였는지는 모르겠다... 가장 넓고, 숨기 좋아서 그랬던 걸까? 문을 밀어 보지만 덜커덩, 소리가 울릴 뿐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여기도 꽝인가...
"도대체 어디야..."
한참이나 무의미하게 덜컹거리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나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 선배라면 분명 창문을 깨려고 들었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할 뿐더러 불과 조금 전에도 그랬으니까. ...안타깝게도, 한없이 평범한 사고로는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 대신, 복도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열쇠라도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어설픈 바리게이트를 치고 창문을 전부 잠근 진혁은 아주 구석에서 희뿌연 것이 당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걸로 귀신이 막아지면 그건 귀신이 아니라 빙신이야.
당신의 노고에 그렇게 매운 일격을 날리는 형체는 한숨같은것을 쉬며 가만히 구석에서 진혁에게 계속 말을 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잠궈놓았다가 안에서부터 나처럼 갑자기 뭔가가 나온다면 넌 어떻게 빠져나갈건데? 생각해둔거 있어? 척보기에도 위험하잖아. 물론 너한테 유용한게 있기야 있다만... 애초에 이런곳에 혼자서... 아니. 헌자 남을만 하지. 지금 걔가 간 곳이 위험하긴 위험하니까. 그건 그렇고 설마 이대로 저런 준비들만 해놓고 다른 수는 생각해둔거 있어?
열쇠는 그렇게 간단히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복도는 어디... 소화전이라던가 창틀, 다른 열려있는 교실을 뒤져본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겟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겟군요. 이런 답답함 속에서 당신은 하나가 아무도 말리지 않자 유리창을 깨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선명히 그려집니다. 만약 여기에 있었다면 당신은 하나가 창문을 깨려는 것을 막아섯을지도 모르겟군요.
-에초에 돌리는 법도 제대로가 아니라서 나같은 잡귀도 못 막잖아! 진성이가 한 말 잊었어? 박자 맞춰서! 제대로 간절하게 집중해서 안 하면 효엄이 하나도 없어!
...이 잡귀는 특이하게도 당신의 안전을 위한 훈계를 해주는군요. 어쨋든 자신을 잡귀라고 밝힌 이 잡귀는 당신에게 협력을 하는 듯 출구를 늘려보면 어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못 돌아오면, 아예 못 돌아오면 너 어쩔꺼야?
잡귀는 진성이가 돌아올거라는 말에 갑자기 풀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울먹이는 것인지 모를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수가 있는지, 자신이 진혁에게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를 물어보자 조금 진정하고 말합니다.
-일단 이 층에는 위협적인 애들이 없으니까 그거만 잘 돌려도 상관없지만 아까 진성이도 그랬잖아? 핸드폰은 왠만하면 해가 약간이라도 뜨기 시작할 때 부터 쓰면 가장 안전해. 그리고 난... 진성이 친구야. 너도 아마 기억하진 못 할테지만... 아니. 이 얘긴 나중에 하고. 어쨋든 학교에서 긴장을 풀고 딴일을 하는건 좋은 습관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잡귀는 당신에게 다가가며 구석에서 빠져나옵니다. 언뜻, 잡귀가 창가에 비취지자 진혁은 그녀의 실루엣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분나쁜 색의 물질이 가득한 창틀이였다. 괜히 손끝도 대어보기 꺼림칙 할 정도로. 깨림칙해져서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여기도 아니였던것 같다. 소화전을 살펴보려는 찰나에, 무언가가 크게 부딫치는 소리에 크게 몸을 떨었다. 뭐야. 어디서 들려오는 거야? ...더이상 열쇠를 찾기위해 시간 낭비를 하지 말아야되는걸까. 소리가 난 방향을 살펴보려 하며, 바로 옆 교실 1안으로 임시로 피하려고 했다.
그나저나 잡귀였구나.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그쪽을 빠안히 바라보았다.일단 절대 나쁜놈은 아닌것 같았다.저 잡귀의 말을 믿을지 말지는 아리까리했지만,지금으로써는 의심병에서 벗어나 말을 듣는게 이로울듯 싶었다.그렇기에 돌리는걸 잠깐 멈춰두었다.일단은 아군이니까.아군을 쫓아내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 출구를 늘리는게 좋을것같다는 제스쳐를 보자마자 후다닥 행동으로 옮겼다.막아둔 책상들 중 일부분을 치워서,자신이 여유롭게 드나들만한 공간을 남겨둔 것이었다.
"흐아..힘들어어.."
지쳐있는것도 잠시.곧 들려온 말에 어버버하던 진혁은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된다면..내가 죽일놈이지.이쪽으로 넘어오지만 못하고 살아있는것 뿐이라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진성이 형아만큼은..살려낼거야."
그럴 일 없이 반드시 돌아올거라고 뻐기는 구차하고 찌질하며 기약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저쪽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한것도 심상치 않았고,아까 거울속에 있던 쌤 표정 똑똑히 봤잖아.게다가 진성을 놓아주었던 건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진성이 무사하기를 빌었다.당연하잖아.
"그렇다면 폰은 해가 조금 뜬 다음에 할게에...앗,진성이 형아 친구야아..?진짜로?"
그렇다면 조금은 더 안심할 수 있겠는데... 으음.긴장을 풀고 딴일하는건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금 놓고 있던 긴장의 끈을 붙잡고서,자신을 진성이 형아의 친구라고 밝힌 잡귀가 거울에 비춰지자 문득 그리로 시선이 옮겨갔다. ...귀신이 창문에 비춰지는것에 대한 의문점 역시 들었다.
당신은 창문에 비추어진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예쁩니다. 이건... 당신은 방전에 본 상아의 얼굴을 여기서 다시 봅니다. 하지만 그녀의 복장은 다르군요. 빨간색이랑 검정색의 셔츠에 짧은 치마, 매끈한 다리를 보여주는 예쁜 스타킹이 맵시있습니다.
-오 미안해. 도와주고싶긴하지만 난 그정도로 강하지 못 해서...
그녀는 진짜 친구냐는 말에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 진성이랑 하나가 있는 곳은 음... 사실은 원래 내가 거기 있어야 했어. 없어진 미래의 혼령은 그곳에 있게되는게 보통이거든. 이렇게 말하면 역시 복잡하겟지? 그냥, 유령은 시간이랑 공간에 구속되는게 적다는것만 알아줘. 어쨋든! 그래서 난 너희들이 학교에 있을 때 다 지켜봣어. 이 세계의 내 생령이 저기 가면서 난 여기로 쫒겨났지만 도움은 될거야. 혹시 내가 저 세계에 가서 쟤네를 빼올 수 있도록 네 몸을 잠시 빌려도 될까? 안된다면 뭔가... 대신 들어갈 인형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겟어.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화색을 지은 것 같다. 선배의 상태를 본 것은 조금 뒤의 일로, 팔다리를 움찔거리기만 할 뿐 기력조차 없어보였다. 당황스러워져 허둥지둥 선배의 곁으로 다가간다.
"하나 선배! 괜찮으세요?! 다친건가요...?"
일단 찾아서 다행이였지만... 선배의 상태가 그닥 좋아보이지 않아서 시선을 불안정하게 두며 눈치를 보았다.
"일단... 저는 괜찮지만..."
역시 혼자 돌아다닐 만한 곳은 아니였다. 살점 괴물이라던가... 아라크네. 마주친 괴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고개를 뒤흔들었다. 어라, 볼 쪽으로 무언가 타고 흐른다. ...어느새 눈물이 닭똥처럼 뚝뚝 얼굴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도 마르지 않았다. 무서웠는데, 하나 선배를 보자마자 안심이 되어서... 뭐라 말할려고 하면 꺽꺽 거리는 소리가 나와서 잠시 진정하려고 했다. 히끅, 딸꾹질이 절로 나와 어렵사리 말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