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전체적으로 위에서 봤을때 밑의 예시처럼 생겼다. ---------- ㅣ ㅁ=ㅁ=ㅁ ㅣ ㅣ □ [==] --[==]----
이렇게 생긴 곳 중에서 ㅁ=ㅁ=ㅁ 처럼 생긴곳은 크게는 본관,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왼쪽부터 구관/중앙관/신관으로 불리며 서로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본관의 아래에 있는 □은 운동장을 사이에 둔 체육창고와 체육관이다. 참고로 운동장과 체육창고를 감싼 것은 학교 울타리이며 [==]는 정문과 후문이다.
체육관: 어어어첨 넓다! 무대도 있고 해서 의자만 깔아두면 강당이 된다. 그래서 창고에는 접이식 의자가 많이 쌓여있다. 체육 관련 동아리들은 전부 여기를 시간대까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나눠쓴다.
내부: 옥상을 제외하면 모두 공식적으로는 1~5층까지 다닐 수 있음.
중앙관~신관
1~2층: 교무실 및 교장실과 급식실이 있다. 여기서 뛰지 말 것!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잔소리를 듣는다. 3층: 아끼고 사랑할 고3들 교실이 있다. 수능일에 가까워지면 역시 이곳은 조심해야 할 곳이 된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4층: 2학년들의 교실. 동아리방 3개가 있다. 매점이 있다♡ 5층: 1학년들의 교실이 있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1학년들은 매 학기 초반마다 왜 우리가 꼭대기냐는 불만을 많이 토로한다.
구관: 매번 정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하고 청소라던지 기티 단장을 하긴 하지만 중앙관이나 신관에 비해서 디자인 자체가 낡은 느낌이 있다. 과학실, 미술실, 사진부 전용 암실, 제빵부와 조리부가 영역다툼... 아니 사이좋게 나눠쓰는 조리실 음악실, 연습실 등등의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교실은 여기있다.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한 번 산이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가 이내 킥킥 웃었다. 백 산, 백두산. 짧고 마음에 들어? 라고 한 술 더 뜨려다가 괜히 맞고 싶진 않아서 곧 그만두었다. 놀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친구들의 별명을 곧 잘 만들어 주곤 했다. 지안의 별명은 글쎄, 안지안은 거꾸로해도 안지안?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여기서 우산 들고 튀면 어떻게 돼?"
지안 역시 고개를 들고 우산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재밌는 게 생각 났는지 활짝 웃으며 우산을 손으로 가리켰다. 물론 산 역시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달리기는 몹시 빠른 걸 예상하고 있지만, 지안 역시 달리기라면 자신 있어서. 재빠르게 우산을 낚아 채고 운동장까지 전속력으로 뛰어 갈 상상을 해보았다가 일단 우산을 낚아 챌 힘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을 깨닫고 곧 포기했다. 게다가 이런 날 뛰어다니면 엉망진창으로 넘어질 게 뻔해서.
"흐음"
처음 산의 말을 들었을 땐 말도 안된다며 괜히 겁 주려고 장난치려는 것 같아서 한 번 꼬집어 주려다가, 두 눈으로 확인한 덕에 금방 그만두었다. 듣고보니 확실히, 이상하리만큼 축축한 계단과 분명 조심스럽게 내려왔음에도 써져있는 3층 이라는 표시. 빗소리는 억세게 쏟아지고 있었고 절전을 위해 잔뜩 까맣게 꺼져있는 빈교실들은 소름끼쳤다. 지안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한 번 기울였다가 이와중에 생각 난 장난에 씩 웃음지었다.
"...꺅! 무서워라"
한 발 늦은 비명이긴 해도, 이런 음침한 날에 비명 소리가 울리긴 충분하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지안은 다시 한 번, 이번엔 산의 허리를 양 손으로만 덥썩 잡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꽤 흥미롭네 이거, 다시 내려가보자"
그리고선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계단을 내려가자는 듯 산에게 눈짓했다. 능청스레 눈꼬리를 접어 웃어보이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이런 기묘한 상황에도 지안은 즐겁기만 할 뿐,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차피 옆에는 든든한 야구 소년도 있고 말이야. 그래도 마음 한켠은 불안한지 이번에도 산의 옷자락을 눈치보며 슬며시 잡았다.
그리곤 콰광 하는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키득키득 웃던 차에, 정말로 이번엔 입으로 내는 효과음이 아닌 진짜 천둥번개가 때 마침 콰광. 하고 캄캄한 학교에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거, 우연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 천둥 소리에 조금 놀란 지안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괜한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짐했다. 비가 과하게 많이 오는 것도 문제인데, 천둥번개님 까지 오시다니. 이거 좀 과한데요.
"3학년에 백 산 놀리는 거라면 맛있긴 하더라."
놀리는 거에 맛 들렸냐는 말에 방긋 웃으며 냠냠,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쩜 이 건장한 남자 아이는 한결 같이 놀라주는 건지.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지안을 쳐다보는 산을 왜? 라는 얼굴로 능글맞게 쳐다보았다.
"아니, 발 밑 조심하라구"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무어라 말을 하려다 이내 참은 듯한 산을 바라보며 지안은 재밌다는 듯이 빙글 웃었다. 둘다 넘어지면 안 되니까 그치? 그렇게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다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갔다.
"못 나가면 너랑 나랑 여기서 단둘이?"
내려가던 중, 지안은 계단의 갯수를 하나하나 세는 시늉을 하더니
"분명 아까는 계단이 13개 였는데.."
라는 클리셰 덩어리가 가득한 말을 진지하게 내뱉고서 소름끼친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씩 웃었다. 물론 그냥 지어낸 말 일 뿐. 그나저나 진짜 어떡하지 이거. 둘은 한 층의 계단을 분명 다 내려갔음에도 3층의 표시는 여전히 변함 없었고, 주위를 둘러봐도 3학년들의 교실들 또한 그대로였다.
"여기 말고 다른 계단을 가봐야하나?"
아니면 계단을 올라가 본다던지, 아니면 빠르게 뛰어 내려가볼까?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한 지안은 고개만 갸우뚱 거리며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진짜 산의 말대로 여기 이렇게 평생 갇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둘다 휴대폰 배터리도 없고 말이야, 곤란하네.
저주보다는, 이라는 말은 차마 들리지 않는지 지안은 이런 상황에도 방긋 웃으며 자기 자랑을 내세웠다. 학교가 학교다 보니, 은근 겁이 많은 아이들이 많아서 장난 치는 데 도가 터버렸다. 하지만 또 한 번 크게 치는 천둥 소리에 금새 기가 죽어 얌전해졌지만.
"맞으면 산이 한테 다 이를거라고 말해야지"
맞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지안은 수긍한듯 말없이 곰곰히 생각하다 이내 씩 웃어보이며 자랑스럽게 산을 올려다보았다. 산이야 야구를 잘 하기로 유명하니까, 때린 아이도 찍 소리 못하겠지? 지안은 그렇게 찰떡같이 믿고 걱정 없다는 듯이 즐거워 했다.
"그럼 네 번은 어때?"
세 번은 안 속는다는 말에 조금 소리내어서 웃고있던 지안은 이내 손가락으로 4를 만들어 흔들었다. 뭐, 그러다 진지해보이는 산을 눈치 채고 장난은 여기까지만 할까 싶어 손을 살며시 내렸다.
"어.... 그게, 음.. 그게 좋겠지?"
찢어지자는 말에 지안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심이냐는 얼굴로 산을 빤히 보았다.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서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역시 남자애라서 그런가, 정말 겁도 없구나 싶었다. 이러다 둘다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닌지 몰라. 지안은 조금 불안한 얼굴로 한 없이 캄캄해 보이는 계단과 멀쩡해 보이는 산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귀신 같은 건 있지도 않고 나올 리도 없으니까 무서운건 아닌데 어, 그러니까...글쎄.
"해봤자 죽기 밖에 더 하겠어, 그치?"
지안은 웃으며 괜히 오기를 부리더니 천천히 산에게서 한 발자국 느릿하게 멀어지려 했다. 아 괜히 불안하네, 이거.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것보다 같은 반이라서 제일 잘 알지만. 장난도 장난이지만,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 크다보니 그녀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신이 나서 얘기하다가, 천둥이 한 번 더 치자 조용해졌다. 저런.
" 흠. 효과가 없진 않겠네. "
나를 알고있는 친구들에 한해서지만. 근데 국대까지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알고있지 않을까? 내 명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기에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하기가 힘들다. 일단 우리 반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 당연하지만. 1학년 후배들은 아직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4번은 어떠냐는 말에 대꾸를 하려다가, 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한번 웃고 넘겼다. 그녀도 내 속마음을 아는지 슬며시 손을 내렸다.
" ........ "
대답 없이 그저 지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불안해보이면서도, 그것을 내비치고 싶어하지 않아보이는 모습. 난 그런 모습을 그저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죽기 밖에 더 하겠냐면서 한 발자국 뒤로 가려 했다. 그 때 내가 움직여서 그녀의 팔목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며 피식 웃었다.
" 농담이야. 설마 혼자 보내겠어? "
그저 오기였는지, 아니면 진심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게 냅둘 정도로 나는 냉혈한이 아니다. 나 같아도 혼자 있으면 겁을 좀 먹을 것 같았다.
지안 역시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산이가 이번에도 또 홈런이래! 역시 산이답네 멋있어~ 하는 여자애들의 호들갑이나, 그 정도 가지고 뭐가 멋있냐고 그러는 남자애들의 질투나. 뭐 그런 거? 나야 뭐, 내 친구고 우리반 이니까 당연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오, 역시 백 산. 든든해"
효과가 없진 않겠다며 인정하는 모습에 지안은 히죽 웃으며 손을 높이 뻗어 산의 어깨를 톡톡 쳤다.산이를 건드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운동하는 애들은 몸이 다른 것 같아. 본인도 알고 있으려나?
"그.. 사실 조금 무서웠던 거 같아, 응."
산이에게 팔목을 잡히자, 지안은 내심 안심한듯 숨을 크게 내쉬며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캄캄하고 미끌거려 보이는 계단을 내려보고 있자니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아 혼자 남겨두고 가지 않아 준다는 산의 말에 크게 고마움을 느꼈다. 솔직하게 털어 놓은 지안은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며 산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괜히 딴청 피우다 올라가는 계단을 손짓했다.
"응, 빨리 안오면 놔두고 간다?"
그리고선 먼저 올라가는 계단으로 앞장서서 올랐다. 근데 진짜 이러다 학교에서 밤 샐 것 같은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선생님이 절대 학교에 밤늦게 까지 남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렇게 성큼성큼 올라가던 지안은 중간중간 산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 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부엉이 산주 ^ㅁ^..!! 처음엔 휴대폰이나 뺏어야지 했는데 가만히 있게 하는 건 글쎄요 생각해보니까 어려운 일이네 그것도 ㅋㅋㅋㅋ 선생님한테 혼나서 벌 받는다거나 하는게 아닌 이상.. ㅋㅋㅋㅋ그나저나 이러다가 진짜 산주 알바 끝날때까지 깨있을거 같은데여 저 ㅋㅋㅋㅋ
오늘은 반드시 일찍 집에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훈계가 있었다.이번에도 집에 늦게 돌아간다면 내일은 더 크게 혼날것 같아서,최대한 기절잠을 하지 않으려고 청소시간 음악은 자동재생에 맡겨놓고 밖에 나왔..다만,막상 나오니 심심했다.다시 방송부까지 돌아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다시 방송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놈의 귀차니즘,심해지면 나도 주체할 수 없어지니까.
"흐아아-담임쌤도 부장 형아도 나한테 너무 가혹해애.."
두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나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단 말이야.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하여튼 방송부로 가는 길에도 그놈의 핸드폰은 손에서 떼어놓는 법이 없었다.넷 상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프로 귀차니스트인 자신이,방송과 더불어 귀찮아하지 않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였기도 했다.나머지는 뭐..콜라 사먹는 일이라던가,방송 소재를 찾는 일 정도랄까. 그렇게 걷고 있자니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었다.어디서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인데..요리조리 살펴보며 혹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른 건 아닐까 확인하고,주변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그쪽을 바라보았다.역시.백물어 할때 보았던 후배님이다.
오늘은 반드시 일찍 집에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훈계가 있었다.이번에도 집에 늦게 돌아간다면 내일은 더 크게 혼날것 같아서,최대한 기절잠을 하지 않으려고 청소시간 음악은 자동재생에 맡겨놓고 밖에 나왔..다만,막상 나오니 심심했다.다시 방송부까지 돌아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다시 방송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놈의 귀차니즘,심해지면 나도 주체할 수 없어지니까.
"흐아아-담임쌤도 부장 형아도 나한테 너무 가혹해애.."
두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나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단 말이야.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하여튼 방송부로 가는 길에도 그놈의 핸드폰은 손에서 떼어놓는 법이 없었다.넷 상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프로 귀차니스트인 자신이,방송과 더불어 귀찮아하지 않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였기도 했다.나머지는 뭐..콜라 사먹는 일이라던가,방송 소재를 찾는 일 정도랄까. 그렇게 걷고 있자니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었다.어디서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인데..요리조리 살펴보며 혹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른 건 아닐까 확인하고,주변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그쪽을 바라보았다.역시.백물어 할때 보았던 후배님이다.
"으응,안녀엉~"
일단 한번 본 적은 있었기에 그렇게 큰 낯가림은 없는 듯 싶었다.그래도 아직까지는 약간의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그때 봤다고는 하지만 뭔가 이렇다고 할 대화를 해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뭐,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일단 그때 모인 사람들은 자신만큼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고.
"우현이 후배님..이었던가아-"
그때 처음 자기소개를 했을때 얼핏 들었던 이름을 말해 보았다.그때 1학년은 이 후배님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더더욱 기억하기 쉬웠다.자신이 남들 이름을 헷갈리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이어지는 후배님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아,나-는 무사히 잘 돌아갔었어-내가 겁이 좀 많다 보니까 그때도 많이 놀라버렸지 뭐야아.."
특히 안 그래도 무서웠는데 막판에 3학년 누나가 깜짝 놀래켜서 엄청나게 놀래 버렸었고 3학년 형아가 핸드폰으로 이상한 소리를 재생하는 바람에,하마터면 중간에 그대로 뛰쳐나갈뻔 했기는 하지만.어찌어찌 끝까지 잘 버티고서는 중간에 이탈하는 일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었다.집으로 가서는 다시 기절잠을 잤지만,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꿈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꿀잠을 자진 못했다.덕분에 피부 상할까봐 일어나서 한참을 케어했었지.
"솔-직히 아직도 조금 무섭기는 한데에..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아직 그날 들은 이야기를 잊지 않았기에 약간의 공포심은 남아 있었다.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극복한 상태였다.만약 극복 못 했다면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지안은 그렇게 얘기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나도 나지만, 산이도 만만치 않구나 싶어서. 산과 실없는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누가보면 맑은 날, 쉬는시간에 교실에서 시시덕 거리는 평범한 학생 두 명 같았다. 전혀 아니지만서도.
"어? 응 다음부턴 꼭 붙어있어, 잃어버리잖아."
네 휴대폰처럼. 지안은 짓궂게 웃어보이며 손가락으로 대충 산의 휴대폰이 있을 만한 곳을 가리켰다. 예상치 못한 산의 말에 조금 놀라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려다 그냥 그만두었다. 진짜 산이 말대로 내려갔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거든. 지안이 무섭다고 내뱉은 이유는, 전혀 안무서웠다며 혼자서 이런 거 누가 못가냐며 허세 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했던 말인데. 역시 착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지안은 웃었다.
"어엥"
그녀는 그렇게 툭 내뱉고서 이상하다는 듯이 허리를 옆으로 기울여 안내판을 유심히 보았다. 4층? 주위를 둘러봐도 여기는 3학년 들의 교실이 아닌 2학년의 교실이었고, 지안은 어라. 하고 벙쪄서 산을 느릿하게 바라보았다.
"4층이네! 어째 더 불길하다"
지안은 애써 밝게 말하고서 안내판을 유심히 노려보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흐으음, 어떡하지?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올라 갈 목적이 아니라, 탈출이 목적이니까..
"저주가 풀린 게 아닐까! 다시 내려가보자"
그래도 계속 3층인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지안은 밝게 웃으며 산의 손목을 잡고 이끌어 가려했다. 그리고 둘이 다시 밑의 층으로 내려갔을 땐..
킥킥거리며 말하고는 지금이 다른 시간 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만약 한낮에 이렇게 걸으며 (층을 빙빙 돌고있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었다면, 완전 평범하겠네. 지금은 별로 평범하지 않지만.
" 알았어. 것보다 내 휴대폰은 잃어버린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지만. "
깜빡하고 두고 왔을 뿐이라구. 물론 내 책상 속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장소였으면 누군가가 가져가서 잃어버린 게 될 수도 있었지만, 사소한건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 ........4층? "
아니 뭐, 당연하 3층 에서 한 층 올라가면 4층이긴 한데, 뭐지 이건. 놀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 놀라질 않으니까 재미 없어서 장난을 관둔걸까? 아니, 애초에 진짜 귀신이 그런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냥 우리가 갑작스러운 정신 착란을 일으킨건....? 그럴 리가 없지. 차라리 귀신 쪽이 더 신빙성 있었다.
" 그런가...? "
저주가 풀린 게 아니냐는 지안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시간 고민하다가 이내 그녀가 내 손목을 붙잡고 움직이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내려가자, 이번에는 1층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허어? "
1층? 다른 층도 아니고 1층? 방금 분명 2학년 교실들을 보고 왔는데? 아니 뭐 좋은 게 좋은거다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잠시 제 소개를 안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하려 했다가, 제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에 옅게 감탄사를 내며 놀란듯 한 반응을 보였다. 이름도 아니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냐는 질문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 뭔가 존재감이 옅어서... 타인과 몇번을 만나더라도 계속 잊혀져버리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으니. 초면으로 한번 만났던 사람이 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던건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니였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일까나. 자연스래 선배에게 따라붙는다. 나도 일단 하교준비를 하려면 학교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제 질문에 대한 답변에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곤,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전부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니까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덜 무서울지도요?"
물론 휴대폰이 울렸을때나 갑자기 다른 선배가 장난을 쳤을때는 저도 덩달아 놀라긴 했지만, 그건 놀란 것이지 무서웠던 건 아니였거든... 그렇게나마 자기합리화를 하며 의식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그 빈 교실에서 있었던 기묘한 현상을 무엇이였을까.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올라온다.
필수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4번째 이야기 이후로 계속 괴담을 이어나갔던 나머지 이야기꾼들은 누구였을까. 게다가 두 선배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꽤나 중요한 것 같아서... 그날, 백물어 이후로도 계속 그 일이 신경쓰였던 것이였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호기심이 많을 줄은 몰랐지만, 방과후에 잠깐 들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
자신이 안면인식장애라던가 기억력이 극도로 안 좋은게 아니었으니까 이런것 정도는 기억하는게 당연했다.물론,그때 후배님이 이 아이 한명 뿐이라 조금 더 기억에 남는것도 있긴 했지만. 하여튼 꽤나 놀랍다는 듯한 반응에 아리송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그렇게나 놀랄만한 일이었던가..?
"우음..."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 다시 어제 일이 떠올랐는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우으,어제 완전 무서웠단 말야아..의지할만한 게 내 책가방밖에 없어서 더더욱 무서웠었어.아는 친구라도 있었으면 친구한테 의지했을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무서워어..더-군다나 그런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아기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며언-.."
으으,정말이지.또 무서워졌는지 자기 자신을 가볍게 끌어안는듯한 시늉을 해 보이며 살짝 몸을 떨었다.얼른얼른 방송실 돌아가서 정리 끝내고,재생리스트 꺼두고 집에 가야지..하던 찰나 후배님의 말이 들려왔다.맞아,그러고 보니 오늘 또 그 모임이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솔-직히..귀찮기도 하지마안-귀찮다기보다는 무서워서...."
정말이지.우리들이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이 공책에 적혀있질 않나..갑자기 글자가 빨갛게 물들지를 않나..으으,공포 그 자체라니까. 그래도 그런 공포심 속에는 약간의 호기심이 남아있었다.평소 같았으면 귀찮음에 잔뜩 파묻혀 절대 꺼내어지지 않을 호기심이었지만,공포심은 의외로 진혁의 귀차니즘 치료에 도움이 되어주는 듯 싶었다.
"...그래도,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하니까아-.."
게다가 방과후는 자신이 방송부에서 자고 있을 시간이었기에 무서움이 조금은 덜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자신은 방과후가 좀 지나고 나서 간신히 잠에서 깨어 집에 갔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