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전체적으로 위에서 봤을때 밑의 예시처럼 생겼다. ---------- ㅣ ㅁ=ㅁ=ㅁ ㅣ ㅣ □ [==] --[==]----
이렇게 생긴 곳 중에서 ㅁ=ㅁ=ㅁ 처럼 생긴곳은 크게는 본관,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왼쪽부터 구관/중앙관/신관으로 불리며 서로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본관의 아래에 있는 □은 운동장을 사이에 둔 체육창고와 체육관이다. 참고로 운동장과 체육창고를 감싼 것은 학교 울타리이며 [==]는 정문과 후문이다.
체육관: 어어어첨 넓다! 무대도 있고 해서 의자만 깔아두면 강당이 된다. 그래서 창고에는 접이식 의자가 많이 쌓여있다. 체육 관련 동아리들은 전부 여기를 시간대까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나눠쓴다.
내부: 옥상을 제외하면 모두 공식적으로는 1~5층까지 다닐 수 있음.
중앙관~신관
1~2층: 교무실 및 교장실과 급식실이 있다. 여기서 뛰지 말 것!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잔소리를 듣는다. 3층: 아끼고 사랑할 고3들 교실이 있다. 수능일에 가까워지면 역시 이곳은 조심해야 할 곳이 된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4층: 2학년들의 교실. 동아리방 3개가 있다. 매점이 있다♡ 5층: 1학년들의 교실이 있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1학년들은 매 학기 초반마다 왜 우리가 꼭대기냐는 불만을 많이 토로한다.
구관: 매번 정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하고 청소라던지 기티 단장을 하긴 하지만 중앙관이나 신관에 비해서 디자인 자체가 낡은 느낌이 있다. 과학실, 미술실, 사진부 전용 암실, 제빵부와 조리부가 영역다툼... 아니 사이좋게 나눠쓰는 조리실 음악실, 연습실 등등의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교실은 여기있다.
어-라,이게 잠겨있으면 안되는데.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교무실이라면 모를까,교실이 잠겨있을 리 없잖아..?뭔가 불길한 예감이 언뜻 지나갔지만 기분탓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몸을 움츠렸다.하나의 재채기 소리는..당연히 들리지 않았다.저 세계로 가 있으니 당연하지. 이어서 실핀이나 철사같은게 있냐는 물음에 입을 열었다.
"잠시마안-"
철사는 몰라도 실핀이라면 아마 제 주머니 안에 있을것이다.방송부 누나들이 헤어스타일 세팅할때 쓰라고 몇개 쥐어준게 있었으니까.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쳐를 취하고서는 실핀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였다.
학교가 끝난 방과후, 다른 아이들은 학원이라던가 하는 이유 때문에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없었지만 지안은 오랜만에 몸풀기로 운동이나 할 겸 운동장에 남아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움직이니까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지안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근처에서 하드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먹고있었다. 그늘 진 벤치에 앉아 가끔씩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평화롭다고 생각하며 하품했다.
운동장이나 몇바퀴 돌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영 귀찮아져서 운동장을 도는 것도, 집에 가는 것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젖히고 등 벤치에 기대어 하드를 입에 문 채 흘러가는 구름이나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구름들을 하나하나 세고있을 때 쯤, 꽤나 소란스런 소리에 고개를 들어 운동장을 쳐다보니 아마 야구부 아이들인 것 같았다. 지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를 잠깐, 그러고보니 산이가 야구를 했었지. 아는 얼굴이라 그런지 금방 눈에 띄는 산을 멀뚱히 보고 있는데, 어느샌가 지안을 발견한 산이 손을 흔들어주자 그 모습이 조금 웃겨 킥킥 웃다가 지안 역시 손을 붕붕 흔들어주었다.
"아, 운동장 뛰기는 틀렸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심 신이난 듯한 목소리였다. 사실 이런 날씨에 열심히 뛰고싶진 않았거든. 거의 다 먹어갈 쯤에 아이스크림은 어느새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고, 지안은 손이 끈적해지기 전에 얼른 입 안에 다 넣어버렸다. 손으로 턱을 받치고 연습하고 있는 야구부를 얌전히 지켜보고 있었다. 경쾌하게 깡, 하는 소리가 끈적한 여름 오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잘치네. 하고 중얼거렸다
"어, 다 마셔버린다"
벤치에 여전히 앉아서 휴대폰을 보거나 야구 연습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있었고, 야구부는 쉬는 시간인 것 같았다.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산을 느릿하게 쳐다보며 안녕, 하고 인사하기를 잠깐. 산의 손에 들려있는 음료수에 눈이 갔다.
"네 음료수 뺏어 마시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뭐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지안은 딱히 할 말이 없어 잠시 고민하다 이내 그렇게 둘러대며 더워보이는 산에게 대충 손부채질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진짜 덥네.
킥킥거리면서 그렇게 말하고서 음료수 뚜껑 위에 올려져있던 종이컵을 들어 지안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나는 조금 마시고 왔으니 나중에 친구들 것을 뺏어먹으면 되지만서도.
" 운동? 그러고 보니까 달리기 좋아한다고 했었나? "
지안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것보다 우리가 연습을 하고 있던 와중에는 지안이가 운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우리 연습하기 전에 하고있던건가? 아니면 할 생각? "
지안이가 힘들어보이거나 하진 않으니까 아마 전자인듯 싶지만, 야구부 연습하는 도중에는 아마 못할 거다. 공이 수시로 날아다니니까, 근처에 있으면 꽤 위험하거든. 여기는 거리가 조금 있으니까 그렇게 많이 오질 않을테지만. 우리 연습은 아마... 1시간 정도? 더 하다가 끝날 것 같다.
지안이의 손부채질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조금이나마 바람이 부니 그래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더운데 나만 시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종이컵에 음료수를 따르려다가 방향을 바꿔 지안이의 볼에 가져다대려 해보았다.
못마신다는 얘기에 지안은 짓궂게 잔뜩 웃으며 종이컵을 받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물 1L씩 마시는 것도 어려워서 1L이상 씩 사람도 대단하게 여기는 지안이기 때문에 절대 다 못마시지만.
"응! 술래잡기 좋아하지, 나"
달리기 좋아했었나, 나? 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짧게 지었다가 금새 웃는 얼굴로 해맑게 말했다. 잘하는 거니까 좋아하는 것도 맞나. 달리기는 이것저것 써먹을 때가 많으니까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유용하잖아?
"할 생각 이었는데, 방금 사라졌어"
가볍게 운동장을 뛰고 집에가서 목욕이나 할 생각이었지만, 이런 더운 날에 땀 흘리는 아이들을 보고있자니 운동할 생각이 싹 사라진 지안이었다. 역시 이런 날은 집에 짱박혀서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왕 나온 거.
"마치고 같이 집 으악"
산에게 의견을 물으려다 갑자기 닿은 차가운 음료수에 짧은 외마디를 내뱉었다가 차가워! 라고 소리치며 산을 빤히 노려보았다. 예상치 못한 일에 당한 것이 분한지, 지안은 여전히 노려보는 얼굴로 산을 보고있다가, 이내 한 손으로 산의 손목을 꼭 잡으려하였다. 왜냐하면, 열이 많아 더운 날이 되면 손이 무척 뜨겁거든. 여름에 친구의 손목이나 손을 잡으면 항상 뜨겁다고, 더우니까 하지말라고 매번 부탁받던 지안이었다.
그러다간 내 목이 말라버린다고! 것보다 지안이는 이 1L나 되는 대용량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걸까? 나는 가끔 한다. 운동을 빡세게 하고 나서 마시면 정말 끝없이 들어간다. 무서울 정도지.
" 나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금방 잡혀버리더라. "
술래잡기란 자고로 술래를 피해 뛰어다니는 것만이 아니다. 숨어서 느끼는 스릴도 있어야지. 하지만 숨어있을 때 마다 술래가 옆으로 지나가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고, 거기에 큰 목소리가 더해져 백이면 구십팔 정도 들켜버린다. 그래서 오래 살아남은 적이 없지. 잡힐 때 마다 먼저 잡힌 친구들이 어떻게 잡혔냐면서 놀라기도 했었다.
" 이 더운 날에 운동해서 뭐해. 집에어 에오컨 틀어놓고 쉬는 게 제일 좋지. "
지금까지 운동한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해놓고 웃었다. 나도 빨리 끝내고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누워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멀리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부원 친구들을 보았다.
" 좋-지. 더운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나를 노려보는 지안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안이가 내 손목을 잡는 행동에 의문을 느꼈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근데 이거... 꽤 뜨거운데? 놔주면 안될까...? "
손목이 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약하게 팔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진짜 뜨거운데!? 점점 더 뜨거워져! 놔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