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실습공지
실습용 아바돈은 학생의 a수치 5천을 기준으로 체력 1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9천의 경우에는 약 1만 5천 가량입니다. 각 학생당 한 마리의 아바돈이 배정됩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장비 뒷수습을 대충 마치고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등에 찬물을 끼얹는다. 마물의 단말마가 머릿속을 계속해서 아른거린다. 땀으로 흥건한 몸을 씻어내고 또 씻어내지만 이상하게도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깟 괴물들의 말에 흔들려선,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다. 그러나 그런 자책도 한순간일뿐. 마음에 얼룩진 때는 결국 씻어내지못한다. 다른 아이들은 첫 아바돈을 쓰러뜨린 일에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할텐데, 혼자서 궁상을 떠는 모습이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거울속에 비친 얼굴에서 시선을 외면한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나서 기숙사 층계를 내려온다. 한손에는 이사장이 건네주었던 초콜릿을 쥔채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엔 책이 적격이니까. 이럴땐 도서관에 처박혀 날이 새도록 책을 읽는게 훨씬 나을것 같았다. 초콜릿을 한입 까득 깨물고선 어둑어둑해지는 교정을 걷는다. 실습이 막 끝나 대부분 아이들은 기숙사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훨씬 고요한 분위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실습을 얼마나 더 버텨낼수 있을까.. 매번 견뎌내지 않는다면 결국 아카데미에서 또다시 쫓겨나고 날테니까.
그리고 싫어하지'는' 않지.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녀는 여유롭게 그런 식의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다.
무던하고 담백한 표정으로 앉아 있으려니 이내 음료를 가져온 겐의 모습에 비류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떼어 자신의 아메리카노를 끌어당겨 앞으로 둔다.
달그락거리는 얼음이 녹기를 바라면서 빨대를 젖고 그녀는 언제나 느긋하지. 라는 그의 말에 불만이냐는 뜻으로 슬며시 눈가를 치켜올리고는 바라본 뒤 빨대를 입에 물었다.
조심스레 한모금 입에 머금자 확실히 쓰디쓴 맛이 있기는 하지만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다. 비류는 감상평을 나중에 카페를 소개해준 여학생에게 이야기해줘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앞으로 프란츠에게 추천받은 카페와 이곳을 같이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음?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카데미에 다닐만 하냐니. 생각 외의 정석적인 질문에 입에 물고 있던 빨대를 놓고 여유롭게 얼음을 저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는 쑥스럽게 웃었다. 조금 낯뜨거운 말이긴 해도,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소심한 내가 편할 수 있는 상대. 때로는 동경, 때로는 걱정, 때로는, 우애?
“지금 내 앞에, 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시엔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좋아한다는 것은 안다. 난 티엘린에서 만난 친구들도 좋아하고, 가족들을 좋아한다. 조금은 괴짜인 아버지와 고지식한 어머니, 아버지보다 더 괴짜라서 굳이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동생 해더까지. 우물쭈물하는 성격이라 쉽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쾌활한 룸메이트, 선배와 동기, 후배들, 그리고 물론 시엔, 너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할 차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 목이 떨렸다.
대화는 내가 반응할 새도 없이 빨리 흘러가 버렸다. 어느새 시엔의 손에 인형이 들려 있었다. 대체 무얼까. 연애적인 의미라니. 폐허가 된 키리에를 그리워하는 시엔을 보면서, 걱정을 연심으로 착각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다. 친구로서의 즐거움과 가까운 사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니까, 괜히 마음을 착각해 일을 그르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떨고 있다. 걱정과 연민이 아니었나? 나는 사랑을 걱정과 연민으로 포장하고 있던 것이었나.
「나는 당신을….」 인형이 입을 열었다.
“잠깐, 잠깐만!” 나는 인형의 입을 틀어막았다. 억지로 닫힌 입 안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깊게 심호흡했다. 저 뒤편 거울에 비친 얼굴은 순무처럼 붉었다. 나는 눈을 부릅뜬 채로 떨었다.
흔들다리 위에서 사람은 떨림을 사랑으로 착각한다. 감각이 빚어내는 오류다. 로머 지망생으로서의 고통과 미숙한 마음이 흔들리는 다리가 된 것일까. 하지만 나는 흔들다리 위에 있기 전부터 ‘시엔을 좋아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떨고 있었다. 너는 내 또 다른 고향이야. 키리에가 더없이 그립다면 피센으로 와. 마르바에서 함께 살자. 이런 말들을 나는 참아 왔었다. 순간의 감정에 흔들려 넘어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잡아 봐도 방도가 없었다. 이 이상한 느낌은 잠깐 쌓인 눈이 아니라 거대한 빙하 같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녹차 향이 퍼졌다. ‘확인할 수밖에.’ 나는 인디고 인형의 주둥이를 꽉 쥐고 있는 엄지와 검지를 조심스럽게 뗐다. 사람 없는 카페 안에 인형의 작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
아직도 그 고양된 ― 그러나 더없이 당황스러운 ―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룸메이트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시엔은 2학년 중에서도 수치가 높은 것으로 특출나게 유명한 학생인데…. 분명 누군지 알 것이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머리카락이 풀썩거렸다. 아직도 입 안에서 신맛이 느껴져서, 얼른 입을 헹구고 싶었다. 나는 게이트를 빠져나와 기숙사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