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나를 보고 외모만 어린 노인이라 하고는 그런다. 이런 평가의 시작은 내가 보고 들은 기준에서 가족인 할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 뭐 굳이,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라며 시치미를 뚝 떼지는 않겠다. 나로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또래들과 비교하면 나는 그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본인인 나도 솔직히 같은 또래를 보면서 언행이 조금 유치하다고 여기고 있다. 사실 그런 모습들이 그 나이다운 것이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들보다는 학교의 교사들과 더 말이 통하였다. 아무래도 돌연변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나는.
*
가방을 매고 밖으로 나오자 나는 따뜻한 공기를 느꼈다. 순간적으로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 싶었는데 좀 더 오래 생각하고 나니 지금은 봄이니까 이런 따뜻한 날씨는 당연하다는 결론에 닿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푸른 잎사귀가 돋은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햇빛이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그 풍경을 잠시 바라보며 나는 생각하였다. 이래서야 아침의 그 쌀쌀했던 날씨가 전혀 생각나지 않겠다. 원래도 조금 나른한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더 사고가 느린 것 같았다.
실내화 가방에는 운동화 대신 실내화가 들어갔고, 덕분에 훨씬 가벼워졌다.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손에 쥔 그것이 의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앞뒤로 살짝씩 흔들렸다. 거기까지는 상관없었지만, 흔들리다보면 어쩌다 다리까지 건들고는 해서 조금은 귀찮은 것이다. 언젠가 누구라도 흔들리지 않는 실내화 가방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같잖은 생각을 무게 없이 의식의 흐름따라 보내면서 하굣길을 계속 걸었다.
아키야는 며칠 전부터 이어져온 감기 때문에 또 조퇴하였다. 분명 환절기인 탓이다. 이런 때에는 일교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날씨가 변덕스러워지기도 해 몸 관리에 더더욱 주의해야한다. 내 쌍둥이 동생은 올해 그것에 실패해버린 것이다. 쉬는 시간에 콜록거리며 가는 것을 보고 걱정스레 등을 토닥여주기는 했지만 지금은 괜찮으련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는 속도가 미묘하게 빨라진 느낌이다.
그렇게 가다가 아는 뒷모습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대체로 뒷모습만 보면 사람을 헷갈리기도 하지만, 지금 나의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은 절대로 헷갈릴 수가 없었다. 남자아이로서는 극히 드문 긴 머리카락인데, 그걸 알고도 사람을 헷갈리면 그건 단순히 멍청한 것이다. 나른하게 눈을 반쯤 감다가 나는 나보다 한 학년 위인 남학생에게 아는 척 정도는 하기로 결심하였다. 보폭을 조금 넓혀 걸음을 따라잡고 무심한 무표정으로 그의 옆얼굴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불렀다.
"권주 선배."
딱히 큰 억양이라고는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말투였다. 하지만 사람이 말을 걸었을 때 그 목소리만 듣는 법은 없는만큼 지금 내가 말을 건 모습도 분명 나른함과 함께 온화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반대로 무표정한 얼굴과 잘못 엮여서 지독히도 정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선배가 보였기에 말을 걸었을 뿐, 다른 의미가 담긴 행동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왜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써야한다는 건가.
"혼자서 하교하세요?"
마찬가지의 말투로 그런 질문을 덧붙였다. 표정이 여전히 무심하듯 사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안부 인사, 그 수준에서 머무르는 정도의 한 마디였다.
대충 느낌은 그때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일단...지금까지의 페턴을 떠올리면 일단 5월 초에는 70판에는 들어갈 듯 하니까요. 물론...80판까지 못 갈 가능성도 있지만...아무렴 어떤가요...! 모두에게 한 약속인 스토리 엔딩은 보여주겠다는 지킬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리고 엔딩때의 부제 말인가요..? 이거...사실 너무 애매하기 그지 없는데... 사실 판이 애매한 시간에 터지면...참 묘해진다고 합니다.(흐릿) 마지막 판이겠거니..하고 지었는데 안 터지고 있으면...(흐릿) 혹은 아...터질 것 같은데...하고 적당히 지었는데 안 터지면..(시선회피)
>>905 사실 판 수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저희가 엔딩까지 간단 것이겠죠!! >ㅁ<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 엔딩은 물론 이 스레 엔딩까지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레주!!(부둥부둥) 그나저나.........Aㅏ.....................(깊은깨달음)(무한점)
스토리 엔딩은 거의 확정이지요. 이제 와서 제가 사라질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스레 7개월차 스레주) 이 스레 엔딩은...여러분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끄덕) 물론 짤막한 에필로그 이벤트는 있긴 하겠지만..그야말로 에필로그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녹이 슨 문을 열자마자 허무함을 금치 못하여, 살짝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체육창고에 숨겨두었던 장비들이 사라졌군요. 아마도, 청소를 하던 누군가가 치워버린 것이겠죠. 거의 매일 이어졌었던 반나절의 일정은 허무하게 취소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덤으로 제법 쏠쏠하게 벌던 용돈들도, 한동안은 물건너 가겠군요. 동생들이 실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반응들은 애써 모른척 해야죠.
체육관에서 나오자마자 제법 따가운 햇살이 비춰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공기는 선선한데, 햇볕만 뜨거우니 밤에는 제법 추울 듯 합니다. 허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포옥 내쉬며 무의식에 의지해 천천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머릿 속으로는 밤에는 난방을 해야 할지, 남은 생활비를 어떻게 잘 분배해서 한달을 버텨야할지. 따위의 잡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의식 저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와 걸음을 멈췄습니다. 옆을 돌아보니 탁해뵈는 보라색의 눈동자와 마주칩니다. 잠시 얼어있느라 대답을 조금 뒤늦게 합니다.
"...별일이네요... 먼저 말을 걸다니."
조금 놀란듯이 말을 꺼내었습니다. 히라카와 토오야, 저보다 하급생인 남자아이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요. 그저 일본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온 것밖에... 하지만 그 정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정보였습니다. 그 외에 접점은 딱히 없었던 지라, 딱히 대화를 주고 받을 일은 생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버릇처럼 연하인 그에게도 존댓말을 써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쳐야할까, 고민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쓰는 것이니 별로 상관은 없다 생각하고 말아버립니다. 평소처럼 딱딱한 어조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줍니다.
"...보시다시피죠. 동생들은 저학년이니 이미 하교를 했으니까요."
누군가와 하교를 하기도 전에 먼저 뛰쳐 나가버려 같이 돌아갈만한 친구가 없던것도 한 몫을 하긴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시간이 나는 때는, 하교 이후 밖에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