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열자 뭔가 복잡한 자료등이 보였지만 그것을 읽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연구 자료인 것일까? 그리고 그 밑에는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하윤이를 쏙 빼닮은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어림잡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성은 젊은 시절의 신혜로 보이는 이와 함께 나란히 서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상당히 다정하고 사이가 좋아보였다. 그 사진에는 미안해..라는 작은 문구가 아래에 쓰여있었다.
이어 침대 아래를 조사하자, 뭔가 이것저것 밑에 쑤셔넣은 듯한, 정리를 하기 귀찮아서 안에 밀어넣은 듯한 여러 물건들이 나왔다. 그것에는 책도 있었고, 인형도 있었고 옷으로 보이는 무언가도 존재했다.
일단 여기서 더 조사할 것은 없어보였다.
[지은]
지은이 서하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서하에게선 아무런 말도 오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계속해서 서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윤이 한번은 대답해볼만도 하건만, 하윤 역시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뭔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서하와 하윤. 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화장실을 좀 더 조사하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특별히 더 눈에 띄는 것은 없어보였다.
[타미엘]
"아아! 그래! 언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니?"
신혜는 타미엘의 물음에 반응했다. 언니라고 불리는 것이 그리도 좋은 것일까? 그녀의 표정은 말 그대로 해맑았다. 이어 그녀는 타미엘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을 하면서 대답했다.
"일단 내가 만든 공간이니까. 여긴. 내가 제일 잘 알지. 글쎄..나라면..어떻게든 카드키를 훔치려고 하겠지? 그 카드키가 없으면 아예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계속 손에 쥐고 있지 않다고 해도..주머니 속에 넣었는데, 그것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가져갈 순 없잖아. 안 그래?"
"...확실히. 아무리 신혜 양이, 멍 때린다고 하더라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면 모를 수는 없겠지."
"그렇고 말고요."
"....왜 디스하는 거야?"
이어 들려오는 더블 한민의 말에, 신혜는 찌릿 둘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자 두 한민은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일단 대답은 여기까지인 모양이었다. 좀 더 정보를 얻는 것이 좋을까...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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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일단 먼저 화장실에 갔고, 화장실에는 뭔가 누전된게 있었죠? 그리고 정전이 있었던게 서하가 막 화장실 밖으로 나왔을때. 어쨌든 화장실을 쓴건 서하밖에 없지요. 만약 그 누전으로 정전이 된거라면?
그리고 투시장치를 언급한게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우리중에 투시장치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익스파를 가진건 하윤이죠.
하윤이는 길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카드키가 없죠. 서하는 길을 몰라요, 하지만 카드키를 가져올 수 있죠.
기억하시죠? 서하랑 하윤이가 카드를 신혜에게 받아서 살폈던적이 있다는것을.
제가 예상하는 순서는 이러합니다.
서하가 화장실로가서 누전을 일으킴. -> 벽이 나오자 하윤이 투시 능력을 사용해서 길을 서하에게 알려줌 -> 서하는 유유자적히 문앞까지 도착함. -> 문앞에서 자신이 만졌던 카드키를 자신에게 전송함. -> 문을 열고 리크리에이터를 탈취 -> 다시 돌아온뒤 카드키를 원상태로 전송.
이것을 뒷받침할게 바로 지금의 통신상황. 왜 하윤이와 서하만 대답을 못할까.. 그것은 둘만 연결해두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전에 서하라면 나사 안풀고 환풍구 뚜껑만 떼는게 가능할거라고 말했는데. 아마 외부의 침입이라고 의심하게 만들기위해 뚜껑만 뗀거 아닐까요?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였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진정해. 언제서부턴가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도록 다짐한 마음가짐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똑부러지게 짚어내지는 못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와 어떤 약속을 하고 난 뒤에 일어난 변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려버려 이제서야 제 앞섶을 살짝 쥐고 차분히 중얼거릴 수 있었다.
폐허가 된 연구소는 여러가지 의미로 절대로 내 자신에게 유쾌한 장소가 될 수가 없었다. 하용성을 체포한 곳이 근처에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사고의 흐름을 따라 덕분에 전에 최서하 씨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점까지ㅡ뭐, 확신하고 있다고 해도 사실상 내가 완전히 불리한 위치였었지만 지금이야 아무렴 어떤가ㅡ 떠올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니 실제로 아무렇지도 않으려고 애쓰면서 조사하였지만 딱히 이쪽에선 크게 눈에 띄는 점을 찾지 못하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른 곳은 다른 이들이 이미 조사를 마친채 나오고 있었고, 나는 건조한 표정으로 짧게 고민하다가 메인 연구실로 향했다.
들어가보니 그곳에는 세 명의 연구원과 네헤모트 씨가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고, 나는 자연스레 근처로 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 카드키가 유신혜 씨 한 명에게 하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도난당한 일에 대한 이야기인 듯하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모인 곳은 다름 아닌 메인 연구실이었다. 애석하게도 서하와 하윤은 그곳에는 없었다. 다른 이들이 서하와 하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만큼 지은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덧붙여서 서하와 하윤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센하의 물음에 신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정전이 되었다고 해서, 주머니에 있는 카드 키를 빼가는데 모를리가 없잖아? 아무리 어두워도 그런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지 않겠니?"
역시 말도 안된다는 듯이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센하에 대한 물음은 그것으로 끝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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