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니에요. ...그저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찰로서의 자세를 지킨 것 뿐이니까. ...무엇보다, 당신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기에 와서 나를 동료로서 받아주고 동료로서 대접해준 이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감사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다. 내가 본부에 있을 때와 비교를 하면 그것은 천치 차이이다. 이 팀에 들어오면서 내가 본 것들, 내가 경험한 것들. 그것은 모두 내가 이러한 선택을 하도록 만든 요소들이었다. 만약,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요원으로서 모두를 적대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니까.
"...눈이라도 파내려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낙인도 그렇고, 정 안되면 자신이 도움을 줘도 되겠냐는 그 물음에 피식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물론 저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해달라고 해도 절대로 못한다고 이야기하겠지. 애초에 그 누구에게도 부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이것은 곧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에게 짐을 실어주는 것밖에 안되니까.
"...적당히 속여야죠. ......그것 외에는 답도 없고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오른쪽 눈을 잃고 싶진 않고... ...적응하기 힘들고 귀찮을테니까요."
적당히 대답을 하면서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속이는 수밖엔 없겠지. 거짓보고를 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야...그야... 이 낙인에게 저항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강한 이가 아니니까.
"......만일의 경우는 경찰로서의 자세로 임해주세요. ...주 씨. 당신은 경찰이니까."
당신, 이전도 그렇고. 죄송 하단 말이 입에 붙었군요. 시선을 물그레 던지다, 흐르는 눈물을 훔쳐낸다. 이어 콕 볼을 찔러낸다. 그렇다고 미워하진 않지만. 정말로. 묻고 싶은게 많네요. 저에게 이야기 한 맹새란 것도 그렇고요. 어쩐지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거든요. 응. 앞으로 얼만큼 시간이 있을진 모르지만. 저가 당신에게 제 문젤 털어 놨듯. 권, 당신도 그럴 거라 믿으니까. 지금은 그냥, 가만 제 머릴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고 싶네요. 눈을 감으며 입맬 당긴다. 만약 저가 고양이였다면, 여기서 고롱 거리는 소릴 내었겠지.
"그럼... 그 만큼 더 쓰다듬어 줄래요?"
소중하단 말에 가늘게 눈을 뜨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 같은데, 하다 아차 한다.
>>438 그거는... 그 때는 감동적인 씬()이니 막 때릴 수 없고! 솔직히 벽 쾅 했을때 정말정말 쫄았다고요!!1 (심장마비 걸릴뻔 ㅠㅠㅠㅠ) 무,물론 하늘같은 선배님들을 의심한 것은 지은이가 잘못했지마는......으으으 그래도 분한걸요?! (ㅂㄷㅂㄷ) 그리고 마음에 두고 계셧던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거기서 왜 겁을 드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하늘 같은 선배는 아닌걸요. 일단 서하는 모두를 속이려고 한 것은 사실이고..굳이 말하면 비난을 받아야 할 입장이고...(끄덕) 그리고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가볍게 때리고 이걸로 청산이에요! 해놓고서 서하를 만나면 때리고 시작할 것 같아서...그리 나오기에..물어봤습니다.
>>445 청산이라는 이야기는 안했어요..! 물론 그런 뉘야ㅏㅇ스기는 하지만 흠... 범인을 때린다! 는 달성했지만 배신감은 아직 있고 또 음... 아무래도 속인 건 분하니까요! 그리고 때리고 시작한다는 사실은 음 지은 : 선배님...! 우리를 속이셨어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전 선배를... 믿었는데... 으으 (갑자기 빡침) 한대만 더 때려도 될까요...? 식의 반쯤 장난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ㅠㅠㅠㅠ 흑흑 세게 안 때릴 거였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헷갈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ㅠㅠㅠ
>>448 아..그거 말인가요? 그거...그러니까 저번 진행에서 봤다시피 서하가 직접적으로 움직인 범인이라서 로직 배틀이 끝날 때까지는... 닫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닫겠다고 한거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을 해서..어제 그게 밝혀져버렸고.... 그래서 어제도 말했다시피 안 닫힙니다. 단지 서하와의 일상은 저 연구소 내에서의 상황. 그러니까 어제 진행이 끝난 직후의 상황만 가능할 뿐이랍니다. 권주주와 돌리는 것도 그 상황이에요.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한쪽 눈만이라도 사라진다면 다른 쪽도 서서히 시력을 잃어간다고, 어디선가 들었으려나? ...잘못된 상사를 두었다고 눈을 잃어야 한다는건 너무 가혹하잖아. 지금으로서는 유지부를 속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가만히 듣고있는다. 서하와 하윤의 작전이 실패했고 당장엔 어떠한 대책도 없을테니, 하지만 만약에 그것마저 들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역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권주의 얼굴에 그늘이 잠시 스치우다 사라진다.
"...노력해보겠습니다."
미묘한 대답을 내놓는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미소마저 사라진다.
사건이 끝나고 이제 슬슬 긴장도 풀어질 무렵 지은이 서하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흠흠! 선배님, 잠시 이야기 좀 나눠도 될까요?”
라며 어색하게 웃는다. 아무래도 뻣뻣하게 굳은 기색이 역력한 것이 아까의 일이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된 것인지 잠시 뜸을 들이가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는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님이신데 제가 너무 쉽게 의심한 것 같기도 하고...”
지은은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할 말이 더 있는 듯 갑자기 훅 다가와 지은이 특유의 그, 과도하게 굳건한 표정으로 서하를 바라보았다.
“선배님께서 저희를 위해 그런 선택을 하실 줄은 몰랐어요! 물론 저희를 속인 점은 정말 속상했지만요...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 너무 걱정되는 걸요. 물론 저희한테 말 안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거리셔서 정말 실망했지만요. 으으으.. 생각해보니 이건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야 나도 자신이 없지 않은가. 나 자신의 본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에. 그렇지만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볼륜이라고 지은은 서하가 괘씸했다.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려 했다니 감동이기는 하지만 이런 심각한 일이라면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혼자, 간직하면서, 저희를, 속인 점은, 매우매우매우, 애석하게 생각하지만요... 저희가 서하씨에게 그대로 속았다면 어쩔 뻔 했어요? 저는 평생 타인을 의심하고, 또 서하씨는 억울하게 감옥에서 썩어나가시겠죠!!”
초롱초롱 빛나는 것만 같던 지은의 눈이 점차 분노를 띠는 듯싶더니 종래에는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씩씩 거리고 있었다.
“정말 다른 선배님들의 눈치가 그렇게 좋지 않으셨다면 전 그대로 속았을 거에요. 선배님의 연기력이 아주 뛰어나셔서 제가 하윤 선배님을 의심했을 때, 아차 이건 제 잘못이기는 했어요! 어떻게 하늘같은 선배님을 의심할 수 있죠, 제가? 아무튼 격하게 화내셔서 저 속으로 얼마나 무서워했는데요!”
속사포 같이 말을 끝마친 지은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진정하려는 듯 속을 삭였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지은의 손이 아주 천천히 내려가면서 손가락 틈 사이로 지은의 눈동자가 보였다. 눈동자는 여전히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증오는 아니었다. 원망은...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지은은 서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퉁명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까는 이걸로 끝! 이라는 식으로 끝냈는데 생각해보니까 조금 억울하네요. 한 대만 더 때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