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는 듯이, 정말로 태연하게 준비를 하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서하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메이비의 말대로 이제 와서 누구지? 함정인가? 라는 말을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상황에 너무 찌들어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난감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차피 안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반드시 가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서장..아니, 그 사람은 더 이상 여기에 없지만...뭐, 할 것은 해야겠죠. ...일단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연구원이 위험하다고 한다면 경찰로서 무시할 수도 없을테고.."
"어쩌면, 아빠가 거기에 있을지도...."
이내 하윤이 하는 말에 서하는 하윤을 잠시 바라보았다. 아빠. 강이준. 그것은 하윤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R.R.F에 소속된 이였다니. 그리고 완전히 돌아서버리다니. 지금 이 상황에서 하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찰이기에 가야만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내 하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출동해주세요! 모두들..!"
"...일단 뇌파 연구소는 간 적이 있으니까... 그 근처까지는 전송해줄게요."
이어 서하는 출동준비를 마친 이들의 어깨를 건드리면서 뇌파 연구소 부근으로 전송을 했다. 거기서 서쪽을 바라보자 보이는 곳은 다름아닌 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그곳으로 서둘러서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함정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가지 않으면 안될테니까...
문제의 포인트. 휴양림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참으로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새 소리가 들릴법도 한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길목을 따라 걸으면 걸을수록 주변의 나무들은 더욱 더 웅창한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앞으로 계속 걸으면서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도중... 저 앞의 한 나무에, 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는 연구원, '김한민'이 붙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묶여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가 본드로 붙여둔 것처럼, 나무의 기둥에 몸이 붙어있었다.
제대로 먹은 것이 없고, 마신 것도 없는 것일까.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헬쑥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사무실에서도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다.
"저 사람이에요! 김한민 연구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저건 아무리 봐도...나무에 붙어있는 거잖아."
일단 다가갈지, 아니면 떼어내려고 시도할지는 아롱범 팀의 자유였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분위기는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한 분위기였고, 주변 나무는 상당히 웅창한 편이었고,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연구원의 신음소리 뿐이었다.
"....우으...으으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연구원은 팔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온 몸이 축 쳐져있었다.
한민에게로 다가간 것은 다름 아닌 유혜의 분신과 권 주였다. 다가가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권 주가 한민의 팔을 잡는 순간, 찌릿하는 스파크가 흘렀다. 그리고 그것은 유혜의 분신에게도 살짝 튀었다. 그와 동시였다. 유혜의 분신과 권 주의 몸이 강력한 힘으로 서로를 밀어냈다. 아니, 정확히는 연구원 쪽에서도 뭔가 강력한 힘으로 둘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내, 권 주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이 찰싹 달라붙었다. 정말로 강력하게 달라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무 쪽으로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체력으로 버틸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힘을 빼도 끌려당겨지면서 붙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뒤이어, 찌릿, 찌릿 하는 스파크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한민이 붙어있는 나무의 위에서 더욱 더 강하게 들려왔다. 이내 그 위에서 검은색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있고, 붉은색 안경을 끼고 있는... 조금 지적인 느낌의 여성이 뛰어내려왔다. 어떻게 된 것진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고, 땅에서 약 5cm 정도 위 부근에서 멈춰섰고, 그녀의 몸은 공주에 붕붕 떠 있었다. 그렇기에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긴 했지만, 그녀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
"걸렸구나. 아롱범 팀. 그래도 1명이라도 걸려줬으니 볼만한 광경이 나왔어. 아하하하!! 어차피, 걸리지 않았어도 별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야."
이내 그녀는 긴 머리를 살짝 정리하면서 아롱범 팀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럼...처음 본 거겠지? ...R.R.F의 이름으로 김한민. 이 죄인을 처형하라는 지령이 내려왔지만.. 나에게 지시를 내린 그 분이 왜 그렇게 경계를 하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말이야. 하지만, 겉보기로는 그저 그렇네. 왜 그 분은....."
멤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뒤이어 그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말했다.
"뭐 어때! 자. 아롱범 팀. 이 연구원을 데려가고 싶겠지? 하지만 유감이야. 이 연구원은 내가 먼저 잡았으니까 넘겨줄 수 없어. 이 참에...너희들도 조금 정리를 해둘까 해서 말이야. 그러니까..만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아, 그 이전에 다른 연구원 한 명을 넘겨주지 않을래? ...너희들은 부를 수 있잖아? 그럼 넘어가줄 수도 있는데."
당당하게 자신을 R.R.F라고 칭하는 그녀가 R.R.F의 멤버인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분명히 R.R.F를 입에 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