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른 법이지. 내가 평생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자네는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것에 대해서 내가 할 말은 없네. 그저,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자네의 옆에 서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네."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어설프게 위로할 생각도 없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를 어설프게 상처주는 방법이니까. 그녀는 상처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닐 수는 없겠지. 거기에 어설프게 소금을 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 정도로 끝내기로 하며, 남아있는 칵테일을 모두 마셨다. 이어 테이블에 올려둔 시계를 바라보면서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10년 전에 잃어버린 감각이 다시 깨어났다고 한다면 최소 10년 내에 또 다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물론 그것은 보장할 수 없지.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니까 나도 더는 걱정하지 않겠네. 여담이지만 이 시계는 내가 차도 괜찮겠나? 일단 선물이니 받기는 하네만... 그래도 다시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의향은 있네."
고백은 고백. 선물은 선물. 일단 그렇게 생각하지만 돌려달라고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그 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았다.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생각이다. 그야, 이것은 내가 산 물건이 아니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차고 있겠지. 받는다고 한다면... 소중한 부하가 준 선물이니까 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뭐 그거야 나중에가서 보면 알겠죠. 물론 제가 안 좋은 사람한테 끌릴거란 생각은 안들지만~"
뭐 어련히 좋은 사람 만나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음소리를 낸뒤에 기지개를 켰다. 술을 더 마실까 싶었지만 솔직히 여기 분위기 너무 조용해. 그리고나선 시계에 대해 말하는 서장님의 말에 나는 조금 찡그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기분이 나빠진건 아니고 장난이다.
바로 눈 앞에서 왼손에 그 시계를 차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계를 평소 차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밑의 부하 직원이 준 선물인데 안 찰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윤이에게 자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고백에 대한 것은 빼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딸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이 이야기는 그냥 내 가슴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칵테일도 다 마셨고, 이제 돌아가면 될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2차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내 눈에 비쳤다. 이거 참... 정말로 나 같은 나이 먹은 이와 같이 술 먹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지....
"알았네. 좋네. 내 오늘은 자네가 바라는대로 해주지."
가끔은 이런 날도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2차를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술에 많이 취해서 집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나서기로 했다.
>>300 >>3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버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가지 조금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을 하지만.. 서장으로서의 이준과 델타로서의 이준은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이건 독백으로 좀 더 자세하게 쓰긴 할 거지만 그냥, 유지부의 간부가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느냐 기억하지 못하느냐 그 차이에요. 인격은 동일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이준이랍니다.
333최서하 -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0418337E+5)
2018-03-20 (FIRE!) 17:14:43
[Ich liebe dich. 늦은 화이트데이 선물이야. 조만간 만나러 갈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
화이트데이가 지나고 1주 정도가 되었을까. 정확히 1주는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검은색 종이백의 정체에 고개를 갸웃하면 손잡이에 묶여있는 하늘색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업체들이 묶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어설픈 느낌이지만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단단하게 묶여있는 것도 그렇고,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것도 그렇고... 아마 나에게 주는 선물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자 그 안쪽에는 보석 느낌을 주는 알록달록한 젤리 ㅡ나중에 찾아보니 코하쿠토였다. ㅡ 와 커피사탕과 미니 초코릿바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안쪽에 붙어있는 네모난 포스트잇과 그 글귀가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Ich liebe dich. 이 말을 나에게 할만한 이는 1명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 뒤의 문구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주인이 자리를 비운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올려둔 것들이 자리 위에 없는 것을 보면 보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에 대한 답인 것일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에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사이엔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고 해야 할 말이 많았다.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것을 다 따지고 행동하기엔 너무 귀찮았다. 그냥 부딪치는 거지. 괜히 머리를 굴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들어야할 말을 듣고, 묻는 것에 답하는 아주 단순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은 전부 내 책임이고, 나의 잘못이다.
Ich liebe dich.
그 한 마디가 가슴에 쓰라렸다. 너는 이런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추악하기 짝이 없는 나를... 생각보다 더럽고 추악할지도 모르는 나를... 그것이 참으로 가슴이 쓰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아실리아에게 다가가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만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조만간에라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나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겠지. 그런 느낌이 들어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가, 그 조만간이라는 날에 나에게 온다면, 나는 그것에 응하고 싶다. ...그때는 아마 이런 서 내부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딘가겠지. 적어도 카페나 이런 곳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현재 사무실 내부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나도 그렇고, 하윤이도 그렇고 대다수의 이들이 전부 상처를 받은 것처럼,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다들 걱정이 되지만, 역시 가장 걱정이 되는 이는 아실리아였다.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연인이 조금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너는 지금 무슨 마음을 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불안하면서, 또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또 조용히 그녀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정말로 반짝이는 보석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것이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참 묘한 느낌이었다. 이런 것은 어디서 구한 것일까. 어쩌면 만든 것일까. 적어도 이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들어 괜히 미소를 지었다. 만약 만들었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짓다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녀에게 선물로 주려고 사 둔 버터쿠키. 그것도 상당히 큰 크기다.
노란색 포스트잇을 꺼내고, 그리고 핸드폰 앱으로 독일어 사전을 켜고 나름대로 작문을 하면서 그 위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그것이 문법적으로 맞는진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작문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느낌은 전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 포스트잇을 버터쿠키 상자 위에 붙였다. 그리고 그 상자를 다시 한번 가볍게 터치하면서 손가락으로 퉁겨, 그녀의 자리 위로 전송했다. 그녀가 돌아오면 아마 자연스럽게 보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보석 모양의 젤리를 다시 입에 담았다.
그 달콤함을 조용히 입 속에 녹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Ich Liebe dir fuer ewig. 이곳에서 만난 너이기에, 난 결국 그 욕심을 저버리지 못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