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녀는, 지금에 와서는 R.R.F를 마냥 쓰레기라고 비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방식이 틀렸다는것에 변함은 없지만. 그럼에도 만약 자신의 예상대로 보스가 그 사람이라면. 무작정 뭐라고 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는것이.. 조금은 자리잡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부른게 아니었으니. 그녀는 생각을 고이 접고는 들어가자며 미소지었다. 생각외로 이런곳에 잘 오시는편은 아닌가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오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
"괜찮아요, 저 이런곳 잘 모르거든요."
농담이 아니다. 그녀는 바에 자주 오는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기보다 그냥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게 더 취향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고른것은 그저 색다른걸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므로.. 그녀는 자리를 잡으며 미소지었다. 오늘은 좀 잘 웃는듯한 느낌.
"아 그래도 칵테일 종류는 대충 아니까요, 물론 저는 그냥 예쁜 색이면 다 마시지만."
단순. 그녀는 무슨색이 좋냐며 술을 고르는것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아 하지만 이 색깔대로의 술을 주문할거니 말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버릇처럼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나도 모르게 이런 가게에 오면 뭔가 이상한 점은 없나 하고 보게 된단 말이지. 서장으로서의 버릇이라면 버릇이다. 단속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니까. 오랜 시간동안 경찰로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습관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여 잠시 그렇게 바라보다가 제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역시 내가 평소에 가는 술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이국적인 느낌. 하지만 내 밑의 부하, 즉 대원들은 꽤 즐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의... 마치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술집에 가까웠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앉는지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고...사실 누구나 들어와서 앉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테니까.
여기저기서 꽤 알록달록한 색이 보여 신기하게 잠시 바라보다 곧 들려오는 메이비 양의 목소리에 메이비 양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무슨 색이 좋냐라... 보라색을 좋아하네. 사실, 붉은색만 아니면 그다지 상관이 없네. 붉은색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말일세.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냥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색이 바로 붉은 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상대적으로 싫어할 뿐. 단지 그 뿐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주문은 맡기겠다고 말을 하면서, 잠시 가게를 고개만 돌려서 둘러보았다. 특별히 수상한 사람은 없어보이고, 사건의 냄새도 없어보이고... 조용하면서도 활발한 분위기. 딱 그런 느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젊은이들이 오는 술집은 역시 뭔가 좀 다르군. ...다음에는 회식을 여기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에 뭐지, 뭔가 이상한가? 싶어서 그녀는 서장님의 옷깃을 잡으려 했다. 역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뭐 이상한거 있나요?"
서장님도 소주나 맥주같은걸 더 좋아하는 파인걸까. 그녀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장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싫은곳에 억지로 데려오는것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단 서장님이 자리에 앉자 그건 또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서장님은 보라색.. 보라색 칵테일이 어떤게 있던가. 그녀는 칵테일의 종류를 기억해내다가 붉은색만 아니면- 이라는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붉은색을 싫어하시는군요, 남자가 핑크색을 잘 안입는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그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서장님의 말에 가볍게 답하고는 서장님이 마실 바이올렛 리큐르를, 자신은 블루하와이를 주문했다.
"....아니. 그냥 버릇이네. 가게에 들어가면 혹시나 위반 사항이 없는지, 혹은 뭔가 이상한 사람이 없는지 보고는 해서 말이야. 그냥 경찰로서의 버릇이네."
조금은 주의를 하는 것이 좋겠지. 오늘은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저 술을 마시려고 온 것 뿐인데, 이렇게 일 모드로 들어가서 뭘 하겠는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는 그 모습에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보였다. 아무튼 칵테일 종류는 안다고 한 만큼 메이비 양은 뭔가 주문했다. 바이올렛 리큐르...? 블루 하와이? ....음. 참으로 특이한 이름이로군. 외국의 술은 다 그런 느낌인가. 이거, 평소에 맥주나 소주만 마시니 알 수가 있나.
"허허. 글쎄. 그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네. 뭔가 약간의 거부감이 있네. 그 색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그냥 개인적인 취향인 문제겠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그냥 그 정도의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개인 취향이겠거니 생각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조금 더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래가 있을 수 있도록 좀 더 힘내주게. 나는 나대로 여러가지로 조사하고 있으니까. 이 참에, 이 성류시에 있는 범죄를 끊어버려야지. 물론 사람이 사는 곳에 범죄는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문제일세."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네들에겐 늘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군. 참으로 말이야. 모든 것이 다 끝나면 단체 휴가라도 가도록 하지."
그녀는 저렇게 되려면 정말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도 높아야하고 꼼꼼해야할거 같다고 생각하며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래, 저런 사람이 설마 그럴리가 없겠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것은.. 멈출 수 없었지만. 그리고 주문을 한지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주문한 칵테일이 나왔다. 하늘색에 가까운 블루 하와이하고, 연한 보라색의 바이올렛 리큐르. 그녀는 서장님에게 칵테일을 건네고는 잔을 쥐었다. 사실은 블루문을 시킬까 했는데.. 뭐, 굳이 그렇게 티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으음.. 그냥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거려나요.."
뭔가 그런거 있지, 날때부터 싫어하는 물건이 있다거나 그런거. 사실 그런것보단 어릴적이나 과거의 기억에 의한 거부감이 더 많다고 하지만 말이야. 예를 들면.... 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것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곧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네에- 성류시를 범죄율 0%로 만드는거죠? 협력하겠습니다-"
장난스레 대답한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단체 휴가라도 가자는 말에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서장님, SS급은 S급으론 뭘해도 대항하지 못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서장님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는걸까요? 굳이 차민경씨가 아니더라도 R.R.F의 보스는 적어도 SS급 이상일거 같은데.."
"글쎄. 그건 하기 나름 아니겠나. 이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물론 나도 R.R.F의 보스는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하게 뭐라고 할 수 없군. 하지만, 경찰은 불가능해보여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물론 SS급의 힘은, 스스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상당히 강력하네. 하지만, 옛 이야기에 나뭇가지 하나는 부서지더라도, 3개가 모이면 부서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난 자네들을 질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네. 물론 나도 돕겠지만 말이야."
이러니저러니해도 메이비 양의 물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SS급의 익스퍼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어쩌면 대원들의 힘으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점점 강해지고 점점 힘을 키우고 있는 대원들을 바라보면, 아마 그런 이라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런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지면서 나는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애초에 경찰은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팀으로서 움직이는 것이네. 아무리 힘들고 강한 이라고 해도, 약점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지. 자네의 동료를 믿게나. 허허."
그렇게 이야기하며, 막 나온 보라색 칵테일이 든 잔읠읠 쥐었다. 연한 보라색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이것이 바이올렛 어쩌고라는 것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한 모금을 마셨다.
"......"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조금 낯설었다. 외국 술이라는 것은 이런 맛인가. 뭔가 조금 다르면서도 오묘한 맛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과연... 칵테일을 처음 먹는 것은 아니네만, 이것은 또 오묘한 맛이로군. ...다음에 하윤이를 데리고 와서 같이 마셔보는 것도 좋겠군. 이거."
"맞는 말씀이시네요. 하기사 상대가 SS급이든 SSS급이든 거기에서 물러나버리면 경찰이 아니죠. 아,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하윤씨나 서하씨말고 저희는 이제 S급으로서 중간 정도는 왔을까요? 아직도 알파나 베타, 감마같은 S급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1:1로 싸워서 승산이 보일거 같지 않은데.."
중간이라도 왔으면 다행일까, 그녀는 서장님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는 칵테일을 한모금 마셨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오버 익스파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기도 했고, 아니 그건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은 무리인걸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팀으로서 움직이는거라는 서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지금까지도 다들 협력해서 범죄자들을 잡아왔으니까 말이에요.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경찰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른건 몰라도 그 사람들을 노리는것만은 그냥 두고볼 수 없는거겠지. 그녀는 잔을 살짝 내려놓고 조금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하윤씨랑은 요즘 자주 시간을 보내시나요? 둘 다 바빠보여서.."
그 말에는 요 근래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도 서려있었다. 서장님도 서장님이지만 하윤씨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테니..
"글쎄. 그것까진 내가 알 길이 없지 않겠나. 허허. 내가 어떻게 측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자네가 바라는 수준은 오지 않았나. 그리 생각하네."
그것까지는 내가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익스파의 파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측정하질 못하니까. 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보면 그 정도의 느낌은 오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다시 한번 오묘한 술 맛을 조용히 즐겼다. 소주나 맥주와는 다른 맛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느낌이 들어, 정말로 깊게 즐기진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가끔이라면, 정말로 가끔이라면 괜찮겠지.
이어 조용히 술을 즐기는 도중, 메이비 양의 쓸쓸한 느낌의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걱정의 말.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음엔 꽤나 마이웨이로 움직이는 것 같더니 걱정을 자주 해주는 느낌이 들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집에 가면 부녀로서 시간을 많이 보내네. 허허. 이래보여도 같이 사니 말이야.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줄어든 것도 사실이네. 아무래도 야근거리도 늘고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잠시 생각을 하면서 손에 쥔 잔을 잠시 테이블에 내려놓고 괜찮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이비 양의 물음에 대답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사건이 종결이 되면... 그땐 휴가를 맞춰서 하윤이와 같이 좋은 곳으로 휴가를 둘이서 다녀오려고 생각중이야. 허허허.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도 노력을 해야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건이 복잡해지는데 휴가를 갈 순 없지 않겠나."
흐뭇하게 웃으면서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다시 잔을 들고 칵테일을 마셨다. 그래.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땐 수고했다는 의미로 딸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녀는 서장님의 말에 농담으로 대답하며 키득키득 거리고는, 조금은 풀린 기분으로 칵테일은 반쯤 들이켰다. 으음, 역시 나는 맥주가 더 좋을지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있는 그녀였지만 지금 마시고 있는 상대가 상대이므로 그런것은 없는셈 치기로 하였다. 그리고나서 같이 산다는 말을 듣고는 그녀는 정말요?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서장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 같이 사는구나. 당연히 하윤씨가 독립했을줄 알았고..... 그러고보니 왜 서장님이 서에서 사실거 같은 생각을 했던걸까.
역시 드라마를 너무 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운을 띄웠다.
"같이 살고 계신지는 몰랐네요. 그렇다면야 제가 걱정할건 아니었군요."
그녀는 사건이 종결되면 휴가를 가겠다는 서장님의 말에 정말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살짝 시선을 비스듬히 돌렸다.
"그러네요, 일단 사건부터 멋지게 종결시켜야겠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간 무언가를 꺼내는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상자?
"쨔잔!"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서장님에게 건넸다. 굳이 분위기를 이런곳으로 잡은 이유일까. 상자를 열자 너무 비싸보이지 않으면서 세련된 시계가 보였다.
"아버지와 딸이 같이 사는 것이 그리 이상한가? 물론 언젠가 독립은 시킬 생각이지만 아직은 아닐세."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것은 확실하게 부정했다. 그것보다... 보통은 아버지와 딸이 있으면 같이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건가? 음.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군. 하지만 요새는 독립하는 이들도 많으니 말이야. 아무튼 확실하게 같이 산다는 것을 밝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는 별개로 다시 한 번,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녀가 상자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인가 싶어서 받아서 그 내용물을 확인하자, 세련된 느낌의 시계가 보였다. 그 시계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올려 메이비 양을 바라보았다.
"이건 나에게 주는 선물인가? 메이비 양? 허허. 고맙긴 하네만... 오늘은 내 생일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것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군. 혹시 나에게 주는 뇌물이라면 곤란한데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일단 받은 물건을 거절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불순한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야. 이어 상자 속에서 시계를 꺼내서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메이미 양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이번엔 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이 시계를 나에게 선물로 주는 이유가 뭔가? 자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진 않을테고 말일세. ...그리 비싸보이진 않지만 시계인 이상, 싼 값은 아닐테고... 음.. 혹시 자네, 뭔가 실수를 해서 나에게 뇌물로 주는건가? 허허허. 농담이네. 아무튼 고맙네. 받아두도록 하지. 자네가 불순한 목적으로 나에게 이런 것을 줄리는 없겠지."
그녀에게 부모님은 일찍 사라진 존재였으니까, 친척에게서 독립도 빨리 했었고.. 그렇기에 아마 조금 성급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것이다.
"시계에는 불순한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갑자기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이니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농담인지 진짜 의심했던건지 약간 애매한 느낌이지만, 그녀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손을 저었다. 이 말에 거짓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불순한 의도는 결단코 없지만. 그냥 .. 어째선지 후일에 만나지 못하게 될거 같았으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금 서둘러서 장만한 선물이었다. 제발 그 생각이 맞지 않기를 바랄 뿐... 그것외에 그녀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것이 너무나도 절망적이었지만.
"그리고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시계랑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에요, 서장님."
그녀는 칵테일 잔을 비우고나서, 주변을 한번 흘끔 살펴본뒤 말을 이었다. 그녀가 여기로 서장님을 부른 최후의 이유.
"솔직히 지금까지 남의 의사에 못이겨서긴해도 연애를 꽤 해봤거든요. 그럼에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었어요. 왜 그런지는 지금에 와서도 잘 모르겠네요. 뭐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그 남자들이 제 취향이 아니었던걸지도 모르고요."
사랑을 받고싶어한적은 꽤 있었지. 하지만 하고 싶은적은 없었다. 너무나도 이기적이게도.
"그런데 최근... 좋아해보고 싶어진 사람이 생겼어요. 처음엔 그냥 이런 사람이 남편이면 엄청 행복하겠다.. 정도 였지만."
후-
그녀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비스듬히 돌렸던 시야를, 서장님에게로 맞췄다.
"좋아합니다, 결혼해주세요."
굳이 무언가를 더 붙이진 않았다. 그저 담백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뿐. 물론 그녀는 이것이 결코 잘하는 행동이 아니란것은 알고 있었다. 그는 영원히 아내만을 사랑할것이라고 말했고. 그것이 답이 될거라는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이건 그저 서장님을 귀찮게만 하는 행동일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말한것은 그녀의 욕심. 확실하게 거절당하고 싶었으니까.
치사한 짓을 해버렸을지도.
// 서장님이 델타인걸 확신하면서도, 연플이 안된다는걸 들으면서도. 결국은 여기까지 와버린 나 자신을 때리고 싶은 날이네요!
조용히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칵테일을 마셨다. 시계에 불순한 의미는 없다...라는 것을 납득했지만, 그 이후의 말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이거, 프로포즈인가. 칵테일을 어느정도 마시고 잔을 아래로 내려놓자 보이는 모습에서 거짓은 찾을 수 없었다.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인가. 아니. 결혼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장난스럽게 말할리가 없겠지. 솔직히 조금 놀라서 잔을 떨어뜨릴뻔 하긴 했지만 애써 침착을 가정했다. 이것을 장난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경찰로 지내면서 사람을 보는 눈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저 말에 거짓은 없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나를 자주 찾아오는 것도 전부 그런 것일까...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눈빛.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답하리라 생각하며 나는 시계를 잠시 테이블에 내려놓고서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네처럼 젊은 이에게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허허허. 이것이 몰래 카메라라면 나도 장난스럽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겠지만... 이것이 몰래카메라일린 없겠지. 나는 기본적으로 부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네. 하지만, 여기서 어설프게 말을 돌리고 싶진 않네. 아마도 나는 자네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일세. 그래도 진지하게 나온 자네에 대한 답은 이것밖엔 없네."
잠시 거기서 한 호흡을 끊었다. 그리고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미안하네. 나는 내 아내를, 오래전에 나와 하윤이를 떠난 그 사람을 잊을 수 없네. ...자네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이네. 내가 젊은 시절에 내 아내를 만나기 전에 자네를 만나고 그 제안을 들었다면 어쩌면 자네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지. ...허나, 나에게 있어서 내가 사랑하는 여성은... 내 아내 뿐일세."
그 생각만큼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것은 예정되고 약속된 대답이었다. 조금 쓰긴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해야만 하겠지.
"...다른 멋진 남성을 찾으라고는 하지 않겠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그것에 응해줄 수 없는 나를...이해해줬으면 하네."
//음...네..서장님은 연플이 불가한 캐릭터랍니다. ......미안해요. 메이비주.. 곤란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음..이런 일상이 되지 않을까..조금 예상하긴 했는데 역시나로군요. .....정말로 좋아해주셨던 것 같은데..이런 답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서장님은...네. 연플이 불가해요. 그런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