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애초에 저는 저녁을 언제 먹을지 확실하지 않아요. 가족끼리 먹는다고 하면 먹는거죠. ...근데 이렇게까지 서장님을 만나서 뭘 하려는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서장님을 만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거나 하지 않는점은 일단 말하겠습니다. 아무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옮기는 발걸음이 무겁다. 머리속으로는 그것이 제일 타당한 루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완벽하게 맞아드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머리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럴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었다. 생각이 충돌하는 그때에도 그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
"서장님!"
그녀는 서장실 앞에서 멈춰섰다가, 밝은 모습을 보이며 노트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재꼈다. 당연하지만 고의가 아니라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앞선 결과물.
"술 마시러 가죠! 제가 살테니..... 아!"
그제서야 그녀는 노크를 안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서장님이 어딨나 시선을 옮겼다. 뭐 그래봤자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하고 계시겠지.
참고로 지금은 퇴근한 상태기에,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차려입었다고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조금, 아니 조금보단 많이 꾸며져 있는 상태였다.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사태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서류를 잠시 미뤄두고 아령을 들면서 전신거울 앞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웠다. 일도 일이지만, 역시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요 근래에는 계속 사건이 벌어지고 있으니 계속 일이 쌓여서 몸이 쑤셔 살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문이 열렸고 나는 놀라서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메이비 양이었다. 거, 되게도 많이 들어오는군. 그런 생각을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떠올리면서 메이비 양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손에 쥐고 있는 30kg 아령 2개를 땅에 내려놓고, 침착하게, 정말로 침착하게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하게 이야기했다.
"메이비 양. 거, 상사의 방에 들어올 때는 좀 노크를 하면 안되겠나? 이건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일세. 아무튼, 그래. 무슨 일로... 술이라고 했나? ...거, 자네. 자주 나와 술상을 같이 하려고 하는군. 밑의 대원들끼리 편하게 먹으면 될 것을."
잠시 책상의 서류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처리가 되었지만 또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 그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근처에 걸려있는 내 코트를 입었다.
"아직 일은 조금 남아있네만, 조금이라면 상관없겠지. 좋아. 가도록 하겠네. 술은 나쁘지 않으니 말이야. 허허."
그녀는 아령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곤 일단 바로 죄송하다고 공손하게 인사한뒤에 자주 운동하시는 편이신가? 하고 생각한다. 뭐 운동하는게 나쁜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역시 갑자기 들어와서 보이면 기분이 나쁘실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은 했다. 다만 그녀가 가장 걱정한건 서류였는데. 혹시 일거리가 남아있으니 가는건 힘들겠다고 말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것이었다.
"바쁘신거 같은데 죄송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녀는 서장님이 오케이하자 평소 이상으로 좋아하는 기색을 내보이며 어서 가자는듯 고개를 끄덕이곤 서장실을 나섰다. 그냥 같은 동료라면 서류작업 정도는 도와준다고 하겠지만.. 서장님이 관리하는 서류를 도울 순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그.. 아무래도 제가 저번에 너무 생각없이 말했던것도 있고 말입니다. 안그래도 심란하실텐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요새 서류가 너무 많단 말일세! 어! 요새 자꾸 사건이 터져서 내가 쉴 틈이 없어! 쉴 틈이!"
도데체가 왜 이리도 쉴 틈이 없는지. 이전 같았으면 서하 군을 불러다가 몰래 천장의 비밀 공간에서 이야기도 하고, 좀 하윤이에 대한 것도 듣고 그랬을텐데... 요새는 계속해서 뭔가 터지니 도저히 쉴 틈이 없었다. 이 망할 R.R.F인지 뭔지, 다 내가 직접 찾아가서 잡던가 해야지. 이거 사람이 쉴 수가 있나. 아무튼 코트를 확실하게 챙겨입고, 서장실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오늘따라, 참으로 좋아하는 기색이 보이는데... 술을 같이 먹는 이가 필요한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메이비 양을 바라보는 도중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됐네. 경찰은 정의를 위해서 그 누구라도 의심해야하는 법이지. 합리적인 의심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네. 설사 그 대상이 나라고 할지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의심을 해야 하는 법이지. 그것이 경찰이고, 그것이 자네들을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야 할 자세일세."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경찰은 절대로 폼으로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만큼의 자세를 보여야 하고,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아무리 친한 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의심하고, 수상한 점이 있으면 묻고 파해쳐야만 하는 직업. 그것이 경찰이고, 치안을 지키는 자의 자세다.
"뭐, 이런 이야기는 이쯤 하지. 그에 대한 것은 나중에 내가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볼 생각일세. ....그래서 술집은 전에 갔던 거기인가? 아니면 다른 곳인가."
그녀는 서장님의 말에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평소에 일할때나 윗사람에게 경어를 쓸때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습니다 ~ 습니까? 이런식을 자주 사용했고. 방금 전까지도 그랬으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말투를 살짝 바꾸며 묶어두었던 머리를 풀며 정돈했다. 하지만 확실이 사건이 너무 연달아 터지고 있는것은 곤란한 일이었으므로. 그녀는 곧 웃음소리를 감췄다. 어쨌든 피해받는 이가 있다는거니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범인이 누구라고 한들 피도 눈물도 없는 처벌을 내려야 하는걸까.
"그렇겠죠, 음.. 뭐. 그 점은 절대로 잊지 않도록 할게요."
그 대상이 나라고 할지어도 인가. 그녀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숨기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경례하듯이 손을 올렸다가 내리며 한 술집앞에서 멈출 뿐이었다. 흔히들 술집이라기보단 Bar 라고 부르는 장소. 그녀는 여기 괜찮냐고 물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기억하게. 자네들이 입고 있는 그 제복과 자네들에게 주어진 그 자리는, 절대로 폼으로서 주어지고, 입혀진 것이 아니네. 자네들은 경찰. 민중을 위해서 싸우고, 민중을 위해서 움직여야하는 존재들이네."
그것은 나의 경찰로서의 철학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내 딸인 하윤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그래서일까. 참으로 마음씨만큼은 정말로 강하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죽은 아내도, 그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하겠지. 물론 지금 이 순간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야. 아무튼 멈춰선 술집은 보아하니, 전의 갔던 곳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장소였다. 내가 좋아하고 주로 가는 술집과는 다른 곳이 아닌가. 여긴. 그러니까..외국계의 Bar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곳을 가는 건가?
"괜찮네. 가진 않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코드에 맞추는 것도 가끔은 여흥이겠지. 하지만 나보다는 다른 이들이 더 즐기지 않을까 싶군. 여긴."
솔직히 내가 여기서 술을 잘 즐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꼰대적인 마인드는 가지고 싶지 않다. 이런 세대적 차이는 인정해야겠지. 이 참에 이런 곳의 술을 마시는 것도 좋을테고 말이야. 이런 곳은 칵테일을 팔던가...? 그쪽 계열을 잘 먹질 않아서 모르겠기에 그저 허탈하게 웃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곳의 술은 잘 몰라서 말이야. 소개를 좀 부탁하겠네. 그래도 괜찮다면야..."
이어 간판과 가게의 입구 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젊은이들이 자주 갈만한 장소라는 느낌과 함께 조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사실 그녀는, 지금에 와서는 R.R.F를 마냥 쓰레기라고 비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방식이 틀렸다는것에 변함은 없지만. 그럼에도 만약 자신의 예상대로 보스가 그 사람이라면. 무작정 뭐라고 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는것이.. 조금은 자리잡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부른게 아니었으니. 그녀는 생각을 고이 접고는 들어가자며 미소지었다. 생각외로 이런곳에 잘 오시는편은 아닌가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오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
"괜찮아요, 저 이런곳 잘 모르거든요."
농담이 아니다. 그녀는 바에 자주 오는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기보다 그냥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게 더 취향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고른것은 그저 색다른걸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므로.. 그녀는 자리를 잡으며 미소지었다. 오늘은 좀 잘 웃는듯한 느낌.
"아 그래도 칵테일 종류는 대충 아니까요, 물론 저는 그냥 예쁜 색이면 다 마시지만."
단순. 그녀는 무슨색이 좋냐며 술을 고르는것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아 하지만 이 색깔대로의 술을 주문할거니 말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버릇처럼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나도 모르게 이런 가게에 오면 뭔가 이상한 점은 없나 하고 보게 된단 말이지. 서장으로서의 버릇이라면 버릇이다. 단속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니까. 오랜 시간동안 경찰로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습관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여 잠시 그렇게 바라보다가 제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역시 내가 평소에 가는 술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이국적인 느낌. 하지만 내 밑의 부하, 즉 대원들은 꽤 즐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의... 마치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술집에 가까웠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앉는지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고...사실 누구나 들어와서 앉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테니까.
여기저기서 꽤 알록달록한 색이 보여 신기하게 잠시 바라보다 곧 들려오는 메이비 양의 목소리에 메이비 양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무슨 색이 좋냐라... 보라색을 좋아하네. 사실, 붉은색만 아니면 그다지 상관이 없네. 붉은색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말일세.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냥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색이 바로 붉은 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상대적으로 싫어할 뿐. 단지 그 뿐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주문은 맡기겠다고 말을 하면서, 잠시 가게를 고개만 돌려서 둘러보았다. 특별히 수상한 사람은 없어보이고, 사건의 냄새도 없어보이고... 조용하면서도 활발한 분위기. 딱 그런 느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젊은이들이 오는 술집은 역시 뭔가 좀 다르군. ...다음에는 회식을 여기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에 뭐지, 뭔가 이상한가? 싶어서 그녀는 서장님의 옷깃을 잡으려 했다. 역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
"뭐 이상한거 있나요?"
서장님도 소주나 맥주같은걸 더 좋아하는 파인걸까. 그녀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장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싫은곳에 억지로 데려오는것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단 서장님이 자리에 앉자 그건 또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서장님은 보라색.. 보라색 칵테일이 어떤게 있던가. 그녀는 칵테일의 종류를 기억해내다가 붉은색만 아니면- 이라는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붉은색을 싫어하시는군요, 남자가 핑크색을 잘 안입는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그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서장님의 말에 가볍게 답하고는 서장님이 마실 바이올렛 리큐르를, 자신은 블루하와이를 주문했다.
"....아니. 그냥 버릇이네. 가게에 들어가면 혹시나 위반 사항이 없는지, 혹은 뭔가 이상한 사람이 없는지 보고는 해서 말이야. 그냥 경찰로서의 버릇이네."
조금은 주의를 하는 것이 좋겠지. 오늘은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저 술을 마시려고 온 것 뿐인데, 이렇게 일 모드로 들어가서 뭘 하겠는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는 그 모습에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보였다. 아무튼 칵테일 종류는 안다고 한 만큼 메이비 양은 뭔가 주문했다. 바이올렛 리큐르...? 블루 하와이? ....음. 참으로 특이한 이름이로군. 외국의 술은 다 그런 느낌인가. 이거, 평소에 맥주나 소주만 마시니 알 수가 있나.
"허허. 글쎄. 그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네. 뭔가 약간의 거부감이 있네. 그 색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그냥 개인적인 취향인 문제겠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그냥 그 정도의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개인 취향이겠거니 생각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조금 더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래가 있을 수 있도록 좀 더 힘내주게. 나는 나대로 여러가지로 조사하고 있으니까. 이 참에, 이 성류시에 있는 범죄를 끊어버려야지. 물론 사람이 사는 곳에 범죄는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문제일세."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네들에겐 늘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군. 참으로 말이야. 모든 것이 다 끝나면 단체 휴가라도 가도록 하지."
그녀는 저렇게 되려면 정말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도 높아야하고 꼼꼼해야할거 같다고 생각하며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래, 저런 사람이 설마 그럴리가 없겠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것은.. 멈출 수 없었지만. 그리고 주문을 한지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주문한 칵테일이 나왔다. 하늘색에 가까운 블루 하와이하고, 연한 보라색의 바이올렛 리큐르. 그녀는 서장님에게 칵테일을 건네고는 잔을 쥐었다. 사실은 블루문을 시킬까 했는데.. 뭐, 굳이 그렇게 티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으음.. 그냥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거려나요.."
뭔가 그런거 있지, 날때부터 싫어하는 물건이 있다거나 그런거. 사실 그런것보단 어릴적이나 과거의 기억에 의한 거부감이 더 많다고 하지만 말이야. 예를 들면.... 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것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곧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네에- 성류시를 범죄율 0%로 만드는거죠? 협력하겠습니다-"
장난스레 대답한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단체 휴가라도 가자는 말에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서장님, SS급은 S급으론 뭘해도 대항하지 못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서장님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는걸까요? 굳이 차민경씨가 아니더라도 R.R.F의 보스는 적어도 SS급 이상일거 같은데.."
"글쎄. 그건 하기 나름 아니겠나. 이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물론 나도 R.R.F의 보스는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하게 뭐라고 할 수 없군. 하지만, 경찰은 불가능해보여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물론 SS급의 힘은, 스스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상당히 강력하네. 하지만, 옛 이야기에 나뭇가지 하나는 부서지더라도, 3개가 모이면 부서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난 자네들을 질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네. 물론 나도 돕겠지만 말이야."
이러니저러니해도 메이비 양의 물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SS급의 익스퍼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어쩌면 대원들의 힘으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점점 강해지고 점점 힘을 키우고 있는 대원들을 바라보면, 아마 그런 이라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런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지면서 나는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애초에 경찰은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팀으로서 움직이는 것이네. 아무리 힘들고 강한 이라고 해도, 약점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지. 자네의 동료를 믿게나. 허허."
그렇게 이야기하며, 막 나온 보라색 칵테일이 든 잔읠읠 쥐었다. 연한 보라색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이것이 바이올렛 어쩌고라는 것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한 모금을 마셨다.
"......"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조금 낯설었다. 외국 술이라는 것은 이런 맛인가. 뭔가 조금 다르면서도 오묘한 맛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과연... 칵테일을 처음 먹는 것은 아니네만, 이것은 또 오묘한 맛이로군. ...다음에 하윤이를 데리고 와서 같이 마셔보는 것도 좋겠군. 이거."
"맞는 말씀이시네요. 하기사 상대가 SS급이든 SSS급이든 거기에서 물러나버리면 경찰이 아니죠. 아,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하윤씨나 서하씨말고 저희는 이제 S급으로서 중간 정도는 왔을까요? 아직도 알파나 베타, 감마같은 S급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1:1로 싸워서 승산이 보일거 같지 않은데.."
중간이라도 왔으면 다행일까, 그녀는 서장님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는 칵테일을 한모금 마셨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오버 익스파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기도 했고, 아니 그건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은 무리인걸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팀으로서 움직이는거라는 서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지금까지도 다들 협력해서 범죄자들을 잡아왔으니까 말이에요.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경찰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른건 몰라도 그 사람들을 노리는것만은 그냥 두고볼 수 없는거겠지. 그녀는 잔을 살짝 내려놓고 조금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하윤씨랑은 요즘 자주 시간을 보내시나요? 둘 다 바빠보여서.."
그 말에는 요 근래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도 서려있었다. 서장님도 서장님이지만 하윤씨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테니..
"글쎄. 그것까진 내가 알 길이 없지 않겠나. 허허. 내가 어떻게 측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자네가 바라는 수준은 오지 않았나. 그리 생각하네."
그것까지는 내가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익스파의 파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측정하질 못하니까. 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보면 그 정도의 느낌은 오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다시 한번 오묘한 술 맛을 조용히 즐겼다. 소주나 맥주와는 다른 맛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느낌이 들어, 정말로 깊게 즐기진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가끔이라면, 정말로 가끔이라면 괜찮겠지.
이어 조용히 술을 즐기는 도중, 메이비 양의 쓸쓸한 느낌의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걱정의 말.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음엔 꽤나 마이웨이로 움직이는 것 같더니 걱정을 자주 해주는 느낌이 들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집에 가면 부녀로서 시간을 많이 보내네. 허허. 이래보여도 같이 사니 말이야.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줄어든 것도 사실이네. 아무래도 야근거리도 늘고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잠시 생각을 하면서 손에 쥔 잔을 잠시 테이블에 내려놓고 괜찮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이비 양의 물음에 대답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사건이 종결이 되면... 그땐 휴가를 맞춰서 하윤이와 같이 좋은 곳으로 휴가를 둘이서 다녀오려고 생각중이야. 허허허.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도 노력을 해야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건이 복잡해지는데 휴가를 갈 순 없지 않겠나."
흐뭇하게 웃으면서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다시 잔을 들고 칵테일을 마셨다. 그래.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땐 수고했다는 의미로 딸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녀는 서장님의 말에 농담으로 대답하며 키득키득 거리고는, 조금은 풀린 기분으로 칵테일은 반쯤 들이켰다. 으음, 역시 나는 맥주가 더 좋을지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있는 그녀였지만 지금 마시고 있는 상대가 상대이므로 그런것은 없는셈 치기로 하였다. 그리고나서 같이 산다는 말을 듣고는 그녀는 정말요?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서장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 같이 사는구나. 당연히 하윤씨가 독립했을줄 알았고..... 그러고보니 왜 서장님이 서에서 사실거 같은 생각을 했던걸까.
역시 드라마를 너무 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운을 띄웠다.
"같이 살고 계신지는 몰랐네요. 그렇다면야 제가 걱정할건 아니었군요."
그녀는 사건이 종결되면 휴가를 가겠다는 서장님의 말에 정말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살짝 시선을 비스듬히 돌렸다.
"그러네요, 일단 사건부터 멋지게 종결시켜야겠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간 무언가를 꺼내는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상자?
"쨔잔!"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서장님에게 건넸다. 굳이 분위기를 이런곳으로 잡은 이유일까. 상자를 열자 너무 비싸보이지 않으면서 세련된 시계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