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탕들. 엄청나게 많이 있지요.. 라고 생각하고는 끌고 가려다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이의 존재를 눈치챈 듯이 조금 멈칫합니다.
"네. 사탕이예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뒤, 유혜를 올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습니다. 하나 드실래요? 라고 말하고는 그림자에서 툭 튀어나온 손에서 영롱히 빛나는 지구를 담은 듯한 우주사탕을 유혜에게 건네려 합니다.
"...네 열심히 만들다 보니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네요." 상냥한 미소를 무감정한 얼굴에 나름 띄우려 노력하면서 그 외에도 젤리나, 다른 사탕이나.. 많이 만들었어요. 라고 말하면서 우주사탕이 담긴 카트 말고의 카트 안에 우주사탕 뿐만 아니라 다른 스위츠들도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임팩트만 보면 우주사탕이 압도적이었기에 그것을 많이 만들었었죠?
저 병들 가득 차있는 것들이 사탕이라는 말에 유혜가 탄성을 내뱉었다. 와, 저렇게 많이 만들 수가 있나? 분명 자신은 틀 하나 분량의 사탕을 만드는 것도 버거워했건만, 역시 요리는 타고나야 해.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나 품던 유혜는 이내 제게 건내주는 사탕을 받아들며 밝게 미소를 지어올렸다.
“ 고마워요, 저는 사탕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워서 다 망쳐 버렸거든요. “
점점 갈 수록 자신감을 잃어가듯 말소리가 작아지는 그녀였다. 대신에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 사탕을 입안으로 집어넣은 그녀가 몇 번 사탕을 굴려내고는 반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 나름의 맛있다는 표현법이었다.
“ 모양도 너무 예쁜데 진짜 비싼 사탕같아요. 적당히 달고! “
그러면서 다시금 카트를 한 번 훑어보니, 우주 사탕 외에도 젤리나 다른 사탕들도 더러 보이는 그녀였다. 우와, 오래 걸렸을텐데. 그녀가 다시금 제 입안의 사탕을 굴려냈다.
“ 타미엘씨도 화이트데이라 사탕 만드신거예요? “
물론, 그녀도 화이트데이라는 이유 때문에 어젯밤 그 고생을 했던거지만. 타미엘의 반짝이는 머리칼을 바라보며 그녀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사탕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우니까요." 자신도 설탕을 몇 킬로그램을 쓴 건지.. 라고 생각하면서 잘못하면 데기도 하고(본인은 닉시를 두르고 해서 안 데였다).. 그래서 위험하긴 해요. 저도 하루 종일 만들었는걸요.. 라고 조곤조곤 말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토치도 써야 했고요. 라고 덧붙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주려고 했나요?" 고개를 갸웃. 하면서 왜 만들려고 했는지 물으려 합니다. 그런 뒤 유혜가 맞있다고 하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려 합니다. 그래도. 먹어주고 맛있다 하면 기쁘잖아요?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그거 오프라인에서 파는 건 한 개인가.. 두 개인가에 2천원이라고 하던가요?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기억해내려 해봅니다만 곧 어디서 흘러들은 거라 포기하고는 화이트데이여서 사탕을 만들었냐는 물음에 어..음.. 이라고 잠깐 침묵하다가
"네...에... 화이트데이라서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짓으로 닉시를 두엇 불러서 이야기를 나눌 동안 카트를 끌고 가서 놓아두라고 한 뒤 유혜를 바라보고는 눈을 조금 피합니다. 그래도.. 아직 대놓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부끄러운걸요..
답지 않게 야근에서 도망치고 있던건 누구일까. 처리하지 못한 일을 뒤로 한 채로, 평소에는 묶고 있던 머리카락마저 단정치 못하게 풀어 해친 채로, 벤치에 앉아 그저 하염없이 하염없이 밤 하늘의 별들을 눈으로 세어나가고 있었다. 이 도시의 별들은 어릴 적 산기슭 공터에서 보던 그것들과 똑 닮아 있어서, 슬픈 기분이 들어도 눈을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문득, 하용성의 말을 떠올렸다. 이 별들은 SSS급,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작품이였다, 라고. 정말 믿을 수 없던 이야기였지. 솔직히 말하면 여태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질 않았었다. 리크리에이터가 많은 이의 기억을 지우는 것을 목격했을때도, 처음 R.R.F의 목적을 들었을 때도, 보안 유지부의 속내를 들었을 때도. ...멀게만 느껴졌던 심각성을 인지 했을 때는 그 SSS급의 혈육이 우리들의 오퍼레이터였고, 희생될 수도 있다는 말이였다.
우리들은...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
...멀리서 익숙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뒤로 젖힌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렛쉬와 하윤 씨.
입으로 음악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도중, 저 앞 쪽에서 주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말은 금방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마치 나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이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주 씨. 오늘은 야근이지 않았나? 그리 생각을 하면서, 잠시 주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뭐예요? 그거? 후훗. 저, 아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 있어요? 여기까지 와서 그런 표정 지으면서 그런 말 하고.."
"왈...?"
나만이 아니라 렛쉬도 조금 의문이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의 주 씨. 뭔가 묘한 느낌이니까.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지금 내 눈치 보는 것도 그렇고 말이지. 아. 이건, 일 안하고 있는데 나와 마주쳐서 그런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제가 잔소리 마왕으로 보여요? 아. 물론 서하 씨에겐 잔소리 마왕 맞지만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서하 씨가 얼마나 귀차니즘 환자인데. 일 시키는 이쪽도 힘들다고요.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여기까지 나오시고? 주 씨가 땡땡이 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 하기야, 그래봤자 그녀가 생각하는 수제 초콜릿이란 이미 가공된 초콜릿을 다시 녹이고 굳히는 정도를 지나치지 않았지만. 이내 누구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냐는 타미엘의 질문에 그녀가 어딘가 당황스런 미소를 떠올렸다. 어딘가 어색해진 행동들이 기분 탓은 아니었겠지.
“ 뭐어..., 우리 아롱범팀 팀원들고 주고, 친구들도 주려구요! “
좋아, 잘 둘러댔어. 그렇게 말을 끝내고서야 다시금 밝게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제 질문에 부끄러운듯 말꼬리를 늘리는 타미엘을 보며, 귀엽다는 감정이 그대로 담긴 미소를 삼키는 게 얼마나 어려웠던지. 겨우내 얼굴에 비쳐오른 옅은 미소를 뒤로하고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알았어요, 이제 말 안할게요. 그리고 좀 미안한 일도 있고... “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어올리는 그녀였다. 어딘가 부끄러워하는 타미엘의 모습이 왜이리 귀여운건지, 다만 저번날의 실수가 떠올라 다시금 귓가가 붉게 달라오른 그녀였다.
"온도가 정확해야 하더라고요.. 너무 올라가면 캐러멜라이즈되어서 갈색이 되고.. 투명하게 예쁘게 하려면 온도계가 필수더라고요..." 라고 말했습니다. 대충 하려다가 카라멜 색이 되어서 카라멜로 선회한 것도 많았지요? 수제 초콜릿은 든 노력에 비해서 결과물이 예뻐 보이는 것이기에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법하기도 하였지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는-동의한다고 해서 사탕을 만든 게 의미없진 아니하니까요.- 누구에게 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다지 파헤치진 않을 것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물어보긴 해야할까요?
"그런가요.. 다들 주려 하면 기뻐할 것 같아요.. 실패하셨지만요.." "그러고보니.. 왕게임에서 분위기가.." 그러고보니 헤세드와 유혜와 권주가 걸린 것에 아키오토씨가 굉장한 반응을 보인 기분이 들었는데요. 느릿하게 넌지시의 이야기였지만요. 미안한 일도 있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