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는 서하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서하를 살폈지만 서하는 특별히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니터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알 길은 없었다. 아무튼 모두의 말을 들으면서 하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내 곧 하윤이 크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마도 심호흡 소리가 아니었을까. 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솔직히 말해서 갑자기 말해도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만약 엄마의 사고가...그것이 SSS급 익스퍼가 희생된 그 사고라고 한다면...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지만...그렇지만....
애써 혼란스러움을 잠재우려는 것처럼 하윤은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쉬었다. 그것은 정말로 크고 큰 심호흡이었다. 이어 그녀는 다시 평소의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아마도 그것은 애써 내는 밝은 목소리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ㅡ일단은 저도 확실하게 기억해보도록 할게요. 그리고..만약에 정말로 제가 그러하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으음..아니에요. 이건. 잊어주세요. 아무튼..!! 잘 부탁할게요. 그럼 일단 2명을 찾아서 여기로 데리고 와야하는거죠?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일단 복귀해주세요! 그 두명의 행방은 제가 조사를 해보도록 할게요. 서하 씨도 너무 늦지 마세요. 알았죠?
"...알았어. ...곧 갈게."
자신의 귀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서하는 그저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나른한 느낌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이어 그는 좀 더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모두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하기 시작했다. 복귀를 하긴 해야할테니까...
그렇게 모두는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알아낸 진실, 지금껏 몰랐던 과거의 숨겨진 사실은, 어쩌면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잔인한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을 제대로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모든 운명의 톱니바퀴는 일정한 노선을 통해서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Fin
//짤막한 느낌의 케이스인 Case 15는 이것으로 끝을 내겠습니다. 말 그대로 여러분들의 캐릭터가 이제 직접적으로 진실을 알게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차후... 사이드 스토리와 Case 16의 예고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그 모든 대화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자신들의 아지트에 있는 R.R.F의 리더인 민경, 그리고 델타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그 모든 내용들을 들으면서 민경은 피식 웃어보였다. 무엇이 그렇게 웃긴 것일까. 손에 쥐고 있는 곰방대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주지 못한 격한 감정을 보여주는 무언가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델타는 손을 뻗어 민경의 손을 잡았다.
"진정해. 일단."
"........"
"일단, 저들은 2명의 연구원과 접촉하려고 하겠지. 그에 대해서 어떻게 움직일거지?"
델타의 말에 민경은 침묵을 지키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정말로 차가운 목소리로 델타에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참으로 차갑고 차가워서 날이 잔뜩 선 정말로 살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델타가 남겨준 리스트 중에서 쓸만한 이를 뽑아서, 그 익스퍼를 이용해서 없애버려야지. ...당연한 거잖아?"
"...없애버릴 참인가?"
"어차피 전부 없애버릴 생각이었어. 그것은 당신도 알지 않아? 델타?"
"....알고 있지."
민경의 말에 델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녀를 지지한다는 듯이 짧게 말을 끝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바라보며 민경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후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정보를 흘려주는 거, 위험하지 않겠어?"
"...상관없어. ...어차피 이제 곧 클라이맥스다. 머지 않아... 그래. 머지 않아... 움직일 때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도 그렇겠네. 어차피 조만간에, 월드 리크리에이터는 회수할 생각이니까."
"......."
"그래. 모든 것이 끝이 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이 길고 긴 무대도 끝을 맺을 때가 되어야지. 안 그래?"
살기 가득한 목소리는 어두운 복도에 조용히 깔렸다. 그것은 과연 누군가에게 향하는 목소리일까? 그것을 아는 이는 민경. 그녀밖에는 없었다. 그 차가운 분위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붉은색 하이에나만이 강렬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약간의 여담이지만 아실리아주가 서하를 워낙 걱정하는 것 같아서..서하를 만나게 해줘야하나..고민중이긴 하지만...음....역시 보기에는 안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고로... 음..음..살짝 일상을 구해보도록 할까요? 여러분들도 지금 이 상황에서 일상을 돌려보면 무지무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