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스는 차가운 지하실에 있답니다. 곰팡이와 벌레들이 그녀의 친구들이에요. 아버지는 모로스에게 실망했답니다. 어머니도 그녀를 돌보지 않아요.
오, 불쌍한 아이 모로스. 그 이름의 값은 언제 치룰게니, 모로스?
* 모로스는 불쌍한 아이었다. 불쌍하다 못해 그 인생이 통째로 짓밟힌 아이었다. 분명 찬란한 꽃이 되리라 여겨졌건만 그 꽃잎을 피우기도 전에 짓밟혀 꺾여버린 어린 새싹이었다. 햇살 마저 그녀를 밀어냈고 그녀는 시린 그늘에서 한 줄기 햇살도 바라보지 못한 채 시들어야만 했다. 이따금 그녀의 인생을 떠올리노라면 제가 쓰는 그 방이 마치 저를 가두어놓는 감옥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제가 입고 먹고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저를 찢어진 눈으로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괜찮아. 모로스는 네가 아니야. 내가 모로스란다.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그녀의 목덜미를 물었다. 바짝 말라비틀어진 입안에서는 단내가 진동을 할 정도였으며 마지막으로 음식물을 씹어삼킨 지 며칠은 지난 듯 싶었다. 시간을 빼앗긴 그녀였으니 햇살 한 줄기 찾아오지 않는 지하실에서 몇밤 몇날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것이 제 하루의 끝이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 머리는 돌아간다. 몸에 들어온 영양분은 없어도 제 머리는 착실히 돌아가더라.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육체를 지닌 상태로 분노와 원망에 젖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제 몸을 혹사 시키는 행동을 반복해내 어느순간 정신을 잃고 비로소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그 혐오스러운 손길에서부터 다시금 생명이 연장되어지는 그녀였다. 아아, 죽는 것도 나의 뜻대로 되지 않으며 나는 나의 삶조차 당신의 손에 달리게 된 것인가. 그녀가 픽 실소를 머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지를 되짚어보니, 결국에 모든 원인은 저에게 있더라. 그녀가 느릿히 눈을 감았다. 제가 밟고 선 땅은 당신을 향한 원망과 분노에 모든 것이 녹아내려 진득한 늪을 만들었고 당신은 그 늪에서 목이 졸린 채로 삶을 구걸하고 있더라. 그제야 비로소 행복한 미소를 머금어내는 그녀였다. 아아, 모로스. 어서 그를 죽여버려! 그녀의 앙상하게 매마른 손이 당신의 목을 향했다. 그래, 네 목을 졸라 죽여버리자. 그러고 나도 함께 죽는거야. 모든 불행의 시작은 당신이었어. 당신이 모든 일을 초래한거야. 난 당신을 저주해.
*
무거운 지하실의 철문이 밀려나며 새카만 어둠을 가르고 인조적인 등불의 빛이 비추어졌다. 그녀가 느릿히 눈동자를 굴려내니 뼈와 가죽만이 남은 팔로 제 목을 조르는 여인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낮은 한숨소리가 그녀의 검붉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인은 제 공간에 빛이 찾아든 줄도 모르고 컥컥 힘겨운 숨을 내쉬며 제 목을 졸라낼 뿐이었다.
“ ...모로스, 그만 해. “
흉하게 눈알이 툭 튀어나온 그 얼굴의 눈꺼풀이 말려들어갔다. 저와 꼭 닮은 남색빛 눈동자가 한바퀴를 빙글 구르더니 이내 저와 눈을 맞추어냈다. 헤죽, 피어오르는 그 미소가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그녀는 제 눈을 가늘게 흐려내며 헤죽 미소를 지어내는 그 얼굴을 쏘아보았다.
“ 판도라, 이제야 찾아온거니?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 “ “ 조용히 해. 들키면 나도 네 곁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
그녀가 제 눈살을 찌푸려냈다. 가만보니 지하실의 구석에는 온갖 벌레들이 꼬여 알을 낳고 있었고 새카만 벽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벽은 이끼가 끼듯 온통 불쾌한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잘도 사는군. 그녀가 물병과 빵등을 여인에게 던지며 제 미간을 팍 찡그려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모습에서 저의 미래가 겹쳐보이는 것을 보니, 그리 소름이 끼칠 수 없었다. 정녕 나는 이 삶에 감사하는 것인가, 우매하게도. 그녀가 입안의 연한 살을 깨물어냈다. 비릿한 향기 퍼져나왔으나 일말의 동요도 없는 것을 보면 그녀 또한 그의 핏줄임이 분명했다.
“ 모로스 멜포메네. 곧 아버지가 찾아오실거다. “ “ 판도라, 아니. 판도라 모로스 멜포메네. 그걸 왜 내게 알려주는거야? 어디, 너도 그의 개가 되어버린거니? “
뼈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이 헤죽 미소를 지어냈다. 빌어먹을. 그녀의 입에서 작게 욕지기가 흐르더니 이내 그녀가 성큼 발을 내딛으며 그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제 앞에 주저앉아 먹을 것을 받아먹는 여인에게로 시선을 내리깔아냈다.
“ 닥치는 게 좋을거야. 나야말로 너 때문에 인생이 망해버렸으니까. “
여인은 그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녀는 화풀이를 하듯 그 여인을 한 번 발로 차낸 뒤에야 그 철제문을 굳게 닫고 계단을 올라설 수 있었다. 그 지하실을 빠져나오기 직전 그 여인의 얼굴이 어떠하였더라. 기억하고 싶진 않았다.
늦은 밤, 하늘에는 모래를 뿌린 듯 찬란한 별이 떴다. 별빛 아래서 노랗게 바랜 종이를 힘없이 늘어진 손으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장, 한장 넘겨간다. 삐걱이는 낡은 의자소리에 맞춰서 빨갛게 충혈된 눈은 조금씩 느릿느릿 주인공 일행을 따라간다. 그렇게 이야기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서 커다란 굴곡을 따라 지나간다. 빨간 눈은 주인공의 굴곡에 따라서 울고, 웃는다. 그렇게 700페이지 두꺼운 책속의 군상들은 굴곡에 따라서 잔잔히 흘러가다, 빌어먹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곤 끝이 난다.
이야기는 끝났다. 하나의 세계가 완결되었다. 뒤는 없다. 책을 덮자. 딱딱한 양장본, 펠트 커버의 감촉을 느끼며 책을 덮고 눈을 감아 밤하늘을 떠올려 공상에 빠진다. 항상 공상속에서 내가 저기에 껴있었다면... 하고 조금은 바란다. 저가서 함께 달릴수 있었다면, 내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를 수 있었다면... 그렇게 펠트 커버는 드넓은 초원이 되고 하얀 띠지는 하얀 말이 되어 나에게 온다. 공상속에서는 나도 행복하다. 언제나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지만, 소설 속에서는 누구든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소설이 아닌 여기서 나는 할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한 소설의 행복한 주인공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만다, 절망이나 시기 같은 나를 좀먹는 무기들은 나는 여기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어째서 너는 행복한거야? 라고, 터무니 없는 질투를 행복한 이에게로 돌리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는다. 모순적이지만, 행복한 이들을 보는것은 극심한 고통이지만, 행복이다. 그것이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기에, 나를 끌어 당기는 모습이기에, 내가 바라는 모습이기에,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긴다.
행복한 주인공이 싫다. 행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처럼 슬픔으로 가득찬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심으로 이야기의 슬픈 엔딩을 바라기에는 내 마음은 이미 깨져버렸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수 없다. 눈물이 흘러 버린다. 주워모아 붙인 마음으로 내가 할수 있는건, 행복을 바라는 것 뿐이다. 누구보다 질투하고, 누구보다 갈망하며 그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982 저 근데 진짜 친한 친구이나 가족들 말고는 옆에 잘 안 태우거든요? 이게 사고나면 다 운전자 책임이 되어버려서; ㄹㅇ루 믿을만한 사람만 태우는데 도윤주는 좀 믿을만하네요;;;;;;;; 하 제가 담생에도 지금처럼 은수저 부모님 만날 수 있도록 기원해주세요;;;;;; 소맂히 부모님 아니었음 저 차도 못 샀을거예요;; 저 자체가 너무 쓸모없는 인간이라;;
>>988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페이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그때 원장님이 저 머리 자른 거 보고 좀 어색한 얼굴로 '어.. 커트 예쁘게 하셧네요?' 이랬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뭐라 대답해야될지 몰라서;;; 진짜 뻘쭘해 죽는 줄 알았다구요;;;;; 님도 조심하세요 ㄹㅇ루
눈을 게슴츠레 뜨고 흘겨보다 다시 기둥으로 시선을 다잡는다. 방금 그 말은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는 의미였다. 원래 농담과 진담 구분이 잘 되지 않는 페이였다. 그렇기에 그 진실을 알 수 있는 자는 오직 페이 뿐일 것이다.(사실 오너도 모른다 카더라) 무시무시한(?) 도윤의 생각을 모르는 페이는 그저 조각에 집중할 뿐이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소리가 좋다는 도윤의 말마저 듣지 못했다. 이렇게 집중하는 페이의 모습은 레어한 관경이었다. 모든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 좋으련만 하는 안타까움마저도 들게 하는 모습이다. 얼추 모양을 잡혀가는 기둥의 모습은 아직 무엇을 연상하게 하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 일을 이어가나면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방향제 대신 물감?“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눈썹을 치켜뜨고 도윤을 보았다. 어떻게 색칠 놀이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조심하라는 도윤의 말에 일을 잠시 멈추고 도윤을 본다.
”어서 뿌려봐.“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그래봤자 비웃음이었다.–를 띠우고 턱짓을 한다. 그 모습이 참으로 왕비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지극히 오만한 자세였지만 도윤도 알 것이었다. 저것은 페이가 원래 고수하는 태도로 어느 악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