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얕은 지식이라뇨..! 하나도 안 얕으신데요 세연주! 그리고 괜찮아요 우리에게는 창작물 패스가 있으니까요! 영 아니면 마블코믹스에서 맨날 하는데로 '이 세계관은 지구랑 아주 닮았지만 물리법칙은 조금 다른 평행세계 이야기임. 뭐? 과학적으로 틀렸다고? 괜찮아 이 세계 자연법칙은 원래 이럼ㅇㅇ'이러면 됩니다..! 제가 진짜 마블코믹스 만나고 나서 제 세계관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이 걱정이 완전 시원하게 해결됐잖아요
>>294 아니 얘 어차피 성인되면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인한 불면증이 확정이고 카페인때문에 애가 약간 맛이 간 워커홀릭 될 예정이거든요;;;;; 애초에 그건 좀 강박적인 게 있지만... 아무튼 얘는 일을 강박적으로 하다가(하루 16시간 연속 노동, 수면시간 약 6시간(그러나 불면증으로 누워만 있고 잠들지 못하는 경우 다수), 2시간동안 여가를 즐기냐, 하면 그것도 아님)과로사할 거 확정이애오ㅇㅇ
선명한 바다빛 눈동자를 마주하며 그녀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제보단 훨씬 괜찮은 얼굴이다. 피칠갑을 했을때도 퍽이나 아름다웠는데. 그녀의 얼굴을 덮고있던 더러운 것들이 지워지니 확실히 빛을 발한다. 내일은 더 어여쁜 모습으로 나타나 달라는 어제의 약속을 잊지 않았나보다. 은은히 맴도는 그 목소리에도 선뜻 대답을 건네지 않고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손끝에 남아있던 따뜻한 감촉을 잊지못해 다시끔 그녀의 뺨을 꾹꾹 찔러 보았다.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자니 이런 평온한 시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하는 1주일 정도는 나도 그간 가지지 못했던 여유를 즐겨봐야겠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니 어제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회의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글쎄.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었으면 좋겠어?"
능청스런 미소를 한껏 머금은채 되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간만에 재회한 외간남녀가 한 방에서 잠을 청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일부러 별채를 제공했던 것인데. 그 말을 듣고나니 내 침실에서 함께 잠을 청하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그녀 역시 딱히 거부할 것 같지 않았고. 따지고보면 어차피 1주일 뒤면 모든게 끝날 사람인데 거부할 여력조차 없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뺨을 꾹 꾹 찌르던 손가락을 떼어냈다. 한동안 가만히 밤하늘 같은 그 눈동자를 응시했다. 순간 어제 새벽, 그녀의 얼굴을 적신 핏물을 닦아주었던 일이 떠올라 어제와 같이 그녀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게으름 피우고 있을 거야?"
그녀를 놀리듯 물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가 살아온 장소를 마주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1주일동안 내가 살아왔던 장소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젯 밤 잠기들 전 나름대로 1주일간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일단 오늘은 그녀가 많이 피곤할지도 모르니 잠시 외출은 삼가하고 간단히 저택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 뺨을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천천히 뉘었던 몸을 일으켰다. 잡아달라는듯 살며시 손을 내밀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일어난 기념으로 머리라도 빗어줄까? 나름대로 자신있거든."
아직 땋아내리지 못한 옆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꺼냈다. 장난삼아 남들의 머리를 빗어준 경험밖에 없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10년이었다. 살인자와 같이 산 시간이, 악의를 숨기고 살아온 시간이.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를 닮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단점은 언제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끔찍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시 문이 열리고, 내리깔고 있던 시선이 접시를 들고 있는 아이에게 향했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다시 방을 나섰다. 앞에 놓여진 찻잔을 잠시 그러쥐었다.
"그래, 다행이구나."
친밀하다고 느끼는 이가 잘 지냈다니, 이만큼 다행인 일도 없었다. 이어지는 말에 나는 소리없이 웃었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늘 보이던 형상이 오늘따라 심했다. 적어도 밖에 나오면 따라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희미해져 기억하지 못할 법도 한데. 꼭 봐야하는 것이라면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마지막이 그랬던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괜찮은 거니? 오늘은 쉬었어도 될텐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너를 바라봤다. …아. 급하게 나 역시 오늘 만나게 되어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제 뺨을 기어코 다시 꾹 눌러내는 그 손가락을 보기 위해 잠시 눈동자를 내리깔던 그녀가 다시금 눈동자를 굴려 츠카사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진정으로 붉고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느릿히 고개를 내젓는 그 얼굴을 바라만 보던 그녀가 제게 돌려진 질문에 느릿히 입술을 떼내었다.
" 글쎄, 나는 어느쪽이던 상관 없지. "
어찌되던, 나는 너의 것이 되어주기로 하지 않았던가. 어젯밤 지나간 대화를 다시 천천히 되짚으며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를 정돈했다. 소리를 낼 때마다 목이 따갑고 아파왔지만, 몇 번 말을 내뱉고 나니 조금은 그 고통이 완화가 된 듯 싶더란다. 제 뺨을 쓰다듬는 손에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가 느릿히 제 눈을 감았다 떠내었다.
" 그러게,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 "
하기야, 어제 그 난리가 일었으니 몸이 멀쩡히 남아날 리가 없었다. 반쯤 부서진 구두를 신고 달렸으며,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몸도 마음도 멀쩡히 남아있을 리가 없었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 한 모습이란다. 평소처럼 그 입을 앙다물고 느릿히 시선만을 이리저리 옮겨내는 꼴이 꼭 잘 만들어진 인형과도 같은,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모습.
" 그래. 그거 좋겠네, 여태까지 내 머리를 빗어주는 사람은 없었거든. "
그를 따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느릿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내밀어진 손은 분명 잡아달라는 의사겠지. 그 손을 맞잡으려 이불 안에서 빼낸 손이 퍽 희고 아름답더라. 그녀는 온기가 가득한 손을 맞잡으며 다시금 눈동자를 움직였다. 깔끔히 정돈 된 방안을 보니 쓰지 않는 방을 내어주었거나 별채를 제게 내준거겠지. 아직 저의 온기가 남은 이불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일주일이 지나면, 이 평화도 사라지겠네. "
내게 어울리는 결말이야. 네가 했던 말 처럼, 그녀가 해맑은 미소를 지어올렸다. 방금전까지 제가 내뱉어낸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밝은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