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과를 받아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소리없이 웃었다. 나 혼자 먹어도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가 근처에 있는데 나 혼자 먹기는 애매하단 말이야. 그래서 그냥 생각난 김에 건넸을 뿐인데, 좋게 받아들이니 그야말로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 없었다. 이어 유과를 하나 베어먹으면서 그 달콤함을 즐겼다. 사실 이것보다는 색목인들이 먹는다는 그 코피...? 코...피? 아무튼 그런 이름의 무언가가 더 취향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구할 수 없으니 그냥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그것을 먹으면 그렇게 기운이 나는지... 너무 많이 먹으면 잠이 안 오는 신비한 도술과도 같은 음료를 대체 어디서 구하는지 보통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에 한번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 낭자에게서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슬쩍 돌려 달에서 낭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만, 나의 이수파는 내가 직접 만진 것이 아니면 나에게서 가지고 올 수 없습니다. ...결국, 몇 달 며칠을 말을 타고 한번은 가야만 합니다. 내가 가지 않는 곳에는 물건을 보낼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뭐, 그냥 집에 놔두고 온 물건 챙길 때는 참 좋습니다. 혹은 일을 할 때 붓과 먹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합니다만, 그 뿐입니다. ...나는 낭자의 이수파가 더 부럽습니다. ...나도 그..똑같은 이를 하나 만들어서 앉혀두고 일을 쉬고 싶습니다. 그려."
물론 하윤 낭자에게 바로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동감한다는 나의 의사표시였다.
"...그것을 막으라고 주상전하가 도술포도청을 만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계급도, 성별도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모두 채용하라는 것이 주상전하의 말씀이오, 포도대장님의 명입니다. ...감사를 전해달라고 하였습니까? 전해달라고 하면 전해주지 못할 것은 없으니, 내 전해드리리다. 어려울 것은 없으니 말이오. ...뭐, 따로 전할 전언은 없습니까?"
" 아아, 제가 착각을 잠시 했나봅니다. 포도청에 다른 분께서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계셨지요. 요즘 자꾸만 이리도 기억이 꼬이는 걸 보니 제 몸도 예전 같질 않나봅니다. 아하하, 나리께서는 그리도 일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제 이수파를 좀 나누어 드리면 좋으련만. "
그녀가 느릿히 제 눈을 감았다 떠냈다. 입가에 번진 미소는 달빛을 따온 듯 은은하더라. 겨울 바람이 추울 법도 했건만 추위도 타질 않는겐지 하하호호 잘만 웃어내는 그녀였다. 하기야, 웃어야만 하는 게 제 직업이며 하루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날이 없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미소일지도 모르겠다만.
" 따로 전언할 게 무어 있겠습니까. 감사하다, 고맙다. 이 말만 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하윤양께는 나리가 몹시 피곤해 하시는 듯 뵈이니 일을 줄여달라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가벼운 미소가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 농이 퍽 웃겼던걸지 제 입을 가리면서 미소를 머금던 그녀는 멎어든 웃음을 뒤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아직도 밝고 아름다우니 이 밤이 언제면 끝나리까. 끝 없는 밤은 외로우나 그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퍽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다.
"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미천한 계급이던 아니하던, 그 성별이 어떠하던. 심지어는 색목인까지 마다않고 불러들이시니. 덕분에 제가 잠시라도 기생의 팔자를 벗어나 남을 돕는 일을 즐겨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새하얀 피부가 달빛에 비추니 더욱 백옥같이 느껴지더라, 먹물을 부어낸 듯 새카만 머리칼은 더욱이 그 빛이 아름답더라. 그 새카만 눈동자를 움직여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금 나리에게로 시선을 옮겨냈다.
" 아, 혹여나 달구경을 하시는 데 방해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저야 이리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오랜만이니 그만 신이 나 떠들어댔지만, 나리께서는 괜찮으신지요. "
양반들 중에서는 기생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 않던가. 물론 제 앞에 선 나리는 그럴 분이 아니었다만. 혹여나 홀로 달구경을 나왔다가 제가 귀찮게 굴기라도 하는 게 아닌지 퍽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분명히 일을 더 늘릴 것입니다. 잔꾀 부리지 말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 낭자는 웃으면서 화를 내니 무섭습니다."
전에 한번 살짝 일을 미뤘다가 일이 배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하윤 낭자에게 함부로 잔머리를 굴리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으니... 참으로 하윤 낭자는 무서운 이다. 분명히 화를 내고 있는데 표정은 밝게 웃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평소에는 사글사글하면서도 화가 나면 그렇게 돌변해버리니... 거기다가 포도대장님의 하나밖에 없는 따님이라고 하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냥 임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할 건 해야지. 물론 양반이기에, 삶은 별로 어려움이 없으나, 그래도 할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로 하윤 낭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절대로... 그냥 귀찮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듣는 것이 싫을 뿐이다.
아무튼 유혜 낭자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이런 대화가 참으로 즐거운 것일까.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유혜 낭자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확실히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었다. 이 나라에 계급도, 성별도, 하다 못해 색목인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이가 몇이나 된단 말인가. 나도 처음엔 정말로 이대로 괜찮은지 의문을 하였으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잘 안다. 지금도 가끔씩, 능력이 좋은 이가 없는지 찾아보고 있으니까. 설사, 그 자가 천하디 천한 천민이라고 할지라도, 능력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으니, 천지가 흔들릴 일이 아니겠는가. 필시 일부 양반들은 안 좋게 보겠지만, 나는 그런 것은 귀찮아서 신경쓰고 싶지 않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생각을 멈추고 낭자의 말에 대답했다.
"...방해가 될 것이 무엇입니까? 낭자와 나는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며, 낭자는 내가 추천한 사람이 아닙니까. ...괜찮지 않을 것이 무엇이며, 즐거운 대화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귀찮게 느끼면, 과감하게 귀찮다고 하니, 낭자는 그것을 신경 쓸 거 없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다시 돌려 아직 상투를 트지 못한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면서 유혜 낭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오히려 낭자야말로 다른 누군가와 달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의문입니다. 혹여나 좋은 소식은 없습니까? ...없다면 일단 사과하리다."
" 아하하, 그 분이 무서우신 모양이십니다. 잔꾀를 부리면 일을 늘리신다니, 현명하기 그지 없으신 분이시군요. "
아마도 포도청에서 뵈었던 앳 된 여인네가 하윤양이었을 것이다. 웃으면서 화를 내니 더욱 무섭다는 나리의 말에 작게 웃음을 훔치던 그녀였다. 아무렴, 좋을 만도 하지. 그렇게 기방에 틀어박혀 술만 자셔대는 남정네를 웃기다가, 제가 웃음을 지어보니 신이 날 만도 한게지. 그러니 나리께서는 조금 이해를 해주시오. 그녀가 다시금 제 어깨에 둘러낸 두루마기를 고쳐두르며 두 눈을 깜빡였다.
" 솔직한 분이십니다. 그래도 귀찮은 일은 아니라하시니 다행이지요. "
제 말재주가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만, 남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면 그 말이 특히나 많아지는 그녀였다. 제 말에 그리 대답한 뒤 제 머리를 정리하던 나리의 물음이 제게 들려오자, 그녀는 제 뺨을 제법 밝혀내며 희미한 미소를 얼굴에 내비쳤다.
" 혹시 남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수파라도 가지고 계신겝니까? 함께 이 달을 보고싶은 임은 계시지요. 다만 임께서 오늘은 힘이 부치셨는지 걸음을 하지 않으셨길래 홀로 달구경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이라 함은... "
다시금 환한 미소가 그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아아, 임을 생각하기만 해도 그 얼굴이 붉어지니 이 어쩌면 좋소.
" 있지요. 허나 기생의 신분으로 남정네에게 마음을 품어냈으니 후환이 두렵습니다. 그러니 아까전 나리께서 제게 그리하셨듯, 이 또한 비밀입니다. "
그녀가 제 입술에 손가락을 올려내며 밝게 미소를 지어내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벅차오는 임입니다. 어찌 제가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녀가 제 입술에 가져다댄 손가락을 떼며 그 입술을 달싹였다.
별 생각없이 물었던 질문이었지만, 이유 없이 물은 것은 아니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낭자의 모습이 밝은 느낌이었으니까.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낭자의 모습은 이리 밝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좋은 소식이 없는가 물었는데.. 세상에.. 함게 보고 싶은 임이 있다면서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에 뭔가 엄청난 것을 알아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유는 있긴 했지만 큰 뜻이 아니라 그냥 농으로서 물은거나 마찬가지였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잠시 어버벙하는 느낌으로 낭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어흠, 어흠... 헛기침을 여러번 하며 낭자를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낭자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기생이라고 한들 남편을 구할 수 있고 집도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일단은 묻는데, 누군가가 낭자를 포함한 기생들에게 험한 마음이라도 품으면서 손을 대는 겁니까? 아니면...기방을 관리하는 이가 그러지 말라고 하덥니까? ......있다면 말하시오. 내, 포도대장님에게 보고하리다. 그런 일은 귀찮아도 보고해서 문제를 해야할 것입니다."
간혹, 정말로 간혹, 기생을 몸을 파는 이로 보는 양반이 있다고 들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다. 마음을 정한 이와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닌데, 무엇이 그리도 좋단 말인가. ...물론 내가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들려오는 낭자의 말. 그 말에 눈동자만 돌려 낭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 물음에 내가 할 망른 오직 하나 뿐이었다.
"...포도청 안에서 은현 낭자와 나의 관계를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조만간에 혼례를 치룰 듯 합니다."
딱히 숨길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자연스럽게 알려질 일이었고... 괜히 숨겨봐야 귀찮을 뿐이었다. 어차피, 혼례를 치루게 되면 상투를 틀어야하니, 숨긴다고 한들 들킬테니, 그럴바에는 빨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은현 낭자와 달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미 돌아갔기에... 부르러 가기도 애매하고... 그러다 보니 낭자와 달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낭자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달을 보는 상대가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운 느낌. 내 옆에 있는 낭자도 그렇지 않을까?
" 안타깝게도, 숨겨둔 정인이 있다는 게 행수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떠한 꼴을 볼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안그래도 미운털이 콕콕 박혀있는 처지인지라. "
저를 탐탁치 않아함은 물론 저를 볼 때마다 재수가 없는 년이라며 쯧 혀를 차곤 하던 여인이었다. 늘 기방을 들르는 그 사내가 제 정인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흠씬 두들겨 맞음은 둘 째치고 제 정인이 어떤 수모를 겪을까 내심 걱정이던 그녀였다. 기생과 정을 통한다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감이 아니란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던 그녀였다. 때문에, 조심스레 말을 이어가던 그녀가 다시 한 번 제 입술에 손가락을 올려낸다.
" 정인께서도 좋아하진 않으실겝니다. 낭군님을 만나려면 제가 그 기방에서 나와야 하겠지요. 게다가 제가 흠모하는 기생에게 정인이 있다한다면, 어떤 사내는 나쁜 마음을 먹을 지도 모를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나리와 저만의 이야기인 걸로 하지요. "
그녀가 옅게 미소를 삼켜냈다. 제 정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독하더란다. 혹여나 제가 사모하는 임에게 좋지 않을까, 제 존재가 폐가 될까 그 작은 마음이 졸여지곤 했다. 언젠가 내 값을 치루어 기방을 나오는 날에, 당당히 임의 옆에 설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 염원이 달에 닿기를 바랄 뿐이었다.
무엇부터가 잘못된 것이냐하면, 그래 해시즈음에 외곽으로 갔다가 질긴 악연을 만났던 것. 비렁뱅이 꼴이 되어 있던 추노꾼들의 왕초를 보지 못하고 그 앞을 지나쳤던 것.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저를 보고 골이라도 났던겐지. 다짜고짜 시비가 걸려 몸싸움을 하고야 말았다. 뭐, 그 뒤는 야경꾼에게 맡겼다지만, 우직한 주먹이 안면과 배를 강타해버리고 밀쳐진 끝에는 단단한 담이 이마에 직격해서 정신을 놓쳐버릴뻔 했다는 이야기. 이수파? 옛날이라면 모를까 현재까지 와서 사용하면 백성들 사이에서 잘도 좋은 풍문이 돌겠구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대충 지혈하기 위해서라도 손으로 꾹 누른다. 눈에도 피가 들어갔던가, 시야가 붉게 물들어 제대로 뵈는것도 없고 취기가 한창 오른것 마냥 이리 비척 저리 비척. 겨우 포도청까지 도달하였으니. 창가에 기댄 희옇게 샌 머리칼을 발견해었다. 달빛에 반사된 머리칼이 유독 새하얘 뵌다.
"...월하 아씨인가요. 달구경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오늘의 달은 유독 둥굴고 눈부시다. 천한 쇤네는 풍월을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오나. 달빛이 이쁜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이를 잡는 것 또한 우리 일입니다. 과감하게 잡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낭자."
행수인지 뭔지, 되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이 남편이 있는 것이 뭐가 그리 이상하다고... 애초에 같은 사람이 아니던가. 집에서 일하는 종들도 자신의 짝과 만나서 혼례를 치루고 가정을 이룬다. 기생이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는가. 솔직히 그다지 내키진 않았지만 유혜 낭자가 그쯤에서 말을 끊기를 원하는 것 같기에 나도 더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와 자신만의 이야기로 해달라고 말하니 그것을 못 들어줄 것도 없었고...
잠시 유혜 낭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람에도 유혜 낭자의 얼굴은 붉으니, 참으로 좋아하는 정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그게 누구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을 해보지만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나도 굳이 물을 마음은 없었다. 정인을 말해주고 싶으면 알아서 말해주겠지. 억지로 캐내는 것은 귀찮은 일이니까. 그런 일은 악인을 붙잡아서 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리를 트는 일이 어디 보통 힘들어야 말이지. ...불을 붙이면 화살이 저절로 나가는 무기도 있는데 어찌하여 주리를 자동으로 틀어주는 것은 없단 말인가. 참 묘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두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말하지만 낭자가 싫은 것은 아니외다. ...이상한 생각은 말아주시오. 난 낭자가 기생이니 뭐니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귀찮아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정을 나누는 정인이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하오나, 낭자와 나는...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가 아닙니까? ...자신을 기생이라고 천하게 취급하는 일은 적어도 내 앞에선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대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입니다."
무심한 듯 이야기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물론, 내 옆에 있는 이가 은현 낭자라고 한다면, 정말로 행복하겠지만 은현 낭자가 아니라고 한들...무엇이 문제겠는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아무튼 슬슬 돌아가려는 낭자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는 좀 더 있고자 합니다. 아직 달을 더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 낭자를 보내주고 싶으나, 낭자가 일을 내팽겨치고 나온 것이 들킬 수도 있고, 정인에게 보이면 필시 안 좋은 말이 나와 귀찮은 사태가 벌어질지니, 그만두겠습니다. 부디 조심해서 들어가시옵소서. 그리고 하윤 낭자에게 그 사실을 들키지 말 것을 권합니다. ...하윤 낭자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니 매우 귀찮아질 것입니다."
나 역시도 보통 귀찮게 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유혜 낭자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다시 당부를 했다. 절대로 하윤 낭자에게 들키지 말라고...
장난스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나리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자신은 꼭 기생의 신분을 벗기로 다짐했으니, 언젠가 그 감격의 날이 오는 날 행수를 된통 혼낼게다. 그런 결심이나 바로 잡으며 그녀가 나리의 말에 고개를 느릿히 끄덕였다.
" 나리는 좋은 분이십니다. 동료라, 그렇지요. 나리와 저는 동료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신분과 성별, 심지어는 색목인도 가리지 않는 포도청이라. 그녀가 느릿히 입꼬리를 휘어올렸다. 제게도 이런 행복이 떨어지다니, 힘들게 살아온 보람은 있는가봅니다. 달을 가려낸 구름이 걷히자 다시금 달빛이 쏟아내려오고, 그 어여쁨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다시금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잊어준 인연이셨습니까. 감사한 인연이 아닐 수 없지요.
그 인사를 끝으로 그녀는 느릿히 고개를 숙이더니 제 몸을 돌려 제가 밟아온 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달구경을 나왔더니 달이 맺어준 인연이지 않더냐, 다음에도 나리를 뵈어 담소를 나누고 싶구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임의 생각과 함께 그녀가 베시시 제 미소를 얼굴 위로 비추어냈다.
>>531 그렇습니다. 자고로 커플들은 행복해져야죠..! 이것이 센하 효과...음..음... 그렇군요...! 그럼 이제 서하만 어서 문제를 해결하면... 하지만...스토리에서 풀어야하는 거라서 당분간은..(주륵)
이렇게 써두면 대체 오른쪽 눈이 붉은 서하는 뭐입니까...라는 의문이 커지겠지..후후후..(??)
카드로 나온다고 한다면 필시 6성 카드일테고...다갓님... 그 카드의 위력은 얼마나 됩니까?
.dice 1 5. = 1 1.눈병 걸린 서하의 카드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6성이니 가지고 있던지. 2.다른 6성에 비해서 약한 느낌이야. 3.그냥 평범한 6성 한정카드야. 4.좀 많이 센 6성 카드야. 5.이 카드를 뽑았다고? 당신의 지갑은 무사합니까? 최강의 카드 중 한 장이라서, 뜰 확률이 엄청 낮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