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웃겨서, 유혜가 그에게도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제 제복을 툭툭 털어내며 해문을 내려다본다. 약한 애들이 입만 잘 턴다니까. 아 그래서 내가 입을 잘 터나? 아무렴 상관은 없지. 지현씨에게 전해지는 익스퍼용 수갑을 멀거니 바라보며 유혜가 어깨를 으쓱인다.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디가서 메이비 후배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라고 말해봤자 아 그래? 하는 반응밖에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자신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지는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전부 자기자신이 초래한 결과이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선배가 여자였으면 멘트에 흔들렸을지도 모릅니다만."
남자라서 다행입니다. 그녀는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며 큭큭대고는 그를 잠시 바라봤다. 뭐어..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녀는 어깨를 으쓱인뒤에 이어진 선배의 말에 눈을 깜박였다. 느릿느릿.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어차피 이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까.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죠."
이제와서 그 범인을 찾아간다고 범인이 사과를 할까? 전혀.. 그녀는 이제 과거의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저 기다릴뿐이지. 자신을 몰아세우면서. 뭐라도 할 일을 만들어서 문제에서 눈을 돌리는거다.
"...... 줄 생각 없습니다-"
그녀는 알아서 잘 한다는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이 든 컵을 건네지 않았다. 마치 심술부리듯이.
순식간에 결판이 나버렸다. 죽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 걸 보니 세상이 달라진게 실감이 났다. 세상 참 좋아졌어. 망할 범죄자들이 죽여라 뭐라 명령하고 도발할 정도로. 안 그래? 죽음이란 단어를 어째 저리 쉽게 얘기하는지. 아니, 멍청이지. 사실 이런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저 남자의 말대로 진짜 목숨을 버리도록 도와주거나 아예 죽일 수도 있는것이다.
다만, 그게 나의 연인이라면.
나는 당신의 손이 더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니지. 긴 말은 필요 없을것이다. 총성이 울리자 그는 잠시 어깨를 떨었다. 피는 튀지 않았더라지. 이어지는 제 연인의 말에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지현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간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 없이 팔을 뻗어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음음 그런데 유혜주, 저 이거 엄청 진지하게 고민한 건데요, 저 일상 돌리면서 '와...나 왜 이렇게 일상 길게 질질 끄는 거지...않이 관캐인 거 완전 들통날 것 같기도 하고 유혜주한테도 너무 죄송하고ㅠㅠㅠㅠ' 이렇게 생각했는데...괜찮나요...? :,( 아무리 생각해도 한 일상을 무려 한달 정도를 끈 것 같은데...으으으음 너무 죄스러워서요 ;ㅁ;
사건은 그렇게 종결이 되었다. 사라진 아이들은 모두 구조되었다. 10명의 아이들은 타워에, 남은 아이들은 고아원에 있었던 모양이다.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갑자기 이상한 남자, 즉 해문이 나타났고...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그 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다수가 예측한대로, 특정 조건은 음악인 모양이었다. 그대로 사건이 종결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분명히 범인인 해문은...귀를 아파하면서, 정말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이후 그곳에 들어온 호민 경위에게 체포되어 끌려갔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는 힘. 리크리에이터는 성류시 곳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어 들려오는 조용한 자장가와 같은 음악소리는 모든 것을 덮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그 사건을 지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모니터로 바라보며 서하는 의아하다는 듯이 화면에 담긴 리크리에이터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째서..? 그게 발동할 정도의 일은 아니지 않아?"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서하는 빠르게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하윤와 이준은 두 어깨를 으쓱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따라 그가 왜 저리도, 열심히였고 적극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한편 밖으로 뛰쳐나간 서하는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상당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감사합니다...정말로 감사합니다..! 형사님들..!!"
딸을 잃었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의 손을 꼬옥 잡고, 아롱범 팀에게 정말로 큰 감사를 표했다. 그것은 정말로 기쁘고 기쁜 눈물방울의 연속이었고, 그의 딸은 해맑게 웃으면서 모두에게 크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아아아!!"
그렇게...또 하나의 사건이 끝이 나고 있었다.
-Fin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쉬었다가...사이드 스토리와 Case 14 예고편이 올라오겠습니다!
>>473 앗 괜찮아요...! 일상이 늘어지는 건 센하주가 저와의 일상을 위해 막 하는 일 다 제쳐놓고 일상만 돌릴 수도 없는 일이구...! 저는 아무리 늘어지더라도 센하주랑 일상 돌리는 게 너무 좋은걸요! ╰(*´︶`*)╯♡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대도 괜찮아요! 제가 기다리면 되는 일인걸요! 저는 기다리는 거 잘합니당 (찡긋)
>>481 아니 유혜주 정말로 제가 너무 죄송해서...;ㅁ;(감동의 물결) 말씀 너무 감사드려요...! 음, 사실은 이후에 이어질 AU에서 조선시대판 유혜를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유혜주 다른 때에 일상 돌리시는 거에 방해도 될까봐 너무 고민이 되었던 거예요.(주르륵) 실은 적당히 이러이러했다 라고 일단 막레를 내리는 건 어떤지 제안하려고 했거든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