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란이! 차라리 아란이를 구하러 가는 편이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란이의 최면이 풀리고, 놈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다, 나는 뛰던 발에 더욱 속도를 내서 해문에게 거칠게 들이받아 넘어뜨리려 했다. 그리고 놈이 떨어뜨린 권총을 주워들고 아주 약한 강도로 오버 익스파를 사용해 감각을 공유했다. 아마 자신의 오감이 '감시'당하는 기분은 아주 더럽겠지.
"아이들의 이어셋을 제거하고, 아이들을 호..호민 경위였나요? 경찰이 유사시에도-범인이 자폭으로 다 죽으라고 명령할 시 등-보호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한 다음에 타워로 향하겠습니다." 통신이 온 것을 확인하고 나긋나긋하게 대답한 다음 이어셋을 제거하라고 새로 나타난 닉시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어셋을 한데 모아 부수려고 합니다.
"빅스타 타워로..이 나이프..로?" 메이비씨가 남긴 나이프를 바라보면서 메이비씨..? 라고 불러보았습니다.
창가에 있던 아이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아두며 제이가 그 앞을 보호했다. 문득 한 명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신해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해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어린 아가씨가 그에게 붙잡힌 채 스스로 목을 조르고 있더랬다. 섣불리 총기난사는 어려웠고, 제 능력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왜 저 아이만 그대로지? 라고 생각할 무렵, 가는 목소리로 아빠를 찾음과 동시에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신해문의 외침이 들렸다.
"자아, 꼬마 아가씨 도련님들. 아저씨랑 잠깐 같이 있을까?" 뒤이어는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제이는 서둘러 아이들이 그 장면을 볼 수 없도록 등을 돌려주며 홀로 평온한 목소리를 내었다. 저쪽은 아마 인원수가 많아 금방 제압할 터이니. 그보다, 이쪽은 최면이 풀리면 난처하다. 울고불고 난리도 아닐 테지. 기껏해야 5~10살밖에 안 된 아이들을 데리고 당신은 참 X같은 일을 꾸몄더랬지. 이 아이들은 이곳의 미래야. 당신이 건들만한 게 아니라구요. 신해문을 등진 채로 아이들을 돌본 제이가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어디 똑같이 당해봐요. 지켜는 봐줄테니. 싸이코새끼야.
위험해 보이는 아란이의 모습에 다급해진 지은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발만 동동 굴리다가 메이비 선배가 아란이를 데려온 것을 발견하였다. 환하게 웃어보이며 범인을 향해 총을 들지만 어쩐지 지금은 벌 받아 마땅한 범죄자보다 아란이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다. 해문을 노려보다 그를 향해 테이저 건을 3발 가량 쏜다. 그리고 바로 뒤를 돌아 아란이에게 다가갔다. 분명 충격이 클 것이다.
오르골을 계속해서 연주하며 제이와 함께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다, 제 목을 조르는 아란이를 보고 순간 뛰쳐나갈 뻔 했지만, 최면에 걸린 아린이를 막을 방도는 딱히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계속해서 오르골을 돌렸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되돌아온 아란이를 보고 안심한 듯 잠시 오르골 연주를 멈추었다. 혹시 모르니 오르골은 계속해서 안전하게 보관해둔 채. 혹시나 해문이 퇴각할 출입구 쪽에 얼음으로 벽을 생성해, 도망칠 구석이 없게 만든 뒤, 다시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곧 펼쳐질 광경은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안될 광경 같아서, 아이들과 현장 사이에 아이들의 키에서는 상황이 보이지 않지만, 제이와 자신의 키로는 보일만큼의 얼음벽을 생성한다.
가관이지. 어린 아이들을 꽃이라 지칭하며 꽃이 지는건 어쩌고저쩌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는 강력팀 출신이었지. 아동을 주로 타겟으로 노리는 범죄자는 뭐다? 금수다. 아빠 친구? 삼촌? 별 미친짓은 다 해요. 왜, 아예 아빠 친구의 삼촌의 사돈의 팔촌이자 먼 친척이며 그 친척의 3대째 독남이라고 하지 그러냐. 아이가 제 목을 강하게 죄자 그는 한숨을 쉬며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니가 사람 새끼냐?"
개가 아니고? 아니, 개보다 못한 놈이 아니고? 아이의 최면이 풀리자 팀원들에게 맡긴다는 듯한 제스처를 지어보인 그는 지현의 행동에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을 쉬며 "머리 조심하십쇼, 누님." 따위의 말을 던진 뒤 주먹을 쥐고 해문을 향해 달렸다.
"말 안듣는 개는 매가 약이라더라. 이것도 동물학대로 신고당할진 모르겠는데..."
솔직히 멍 하나는 들 수 있는법이야. 특히 너 같은 심각한 소아 성애자는 전 국민들이 분노하는지라 내가 대신 좀 때려줘야겠지. <- 경찰임을 잊지는 않은건...가.
그는 결계를 한쪽 다리에—결계는 단단해서 물리적인 충격을 막을 정도였다.— 휘감곤 그대로 해문의 머리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뒤늦게 상황을 접수 받았다. 제복차림으로, 테이저건을 챙기면서 위급한 상황임을 들었다. 최면으로 아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이용하는 해문인지 하는 이상한 이름의 자식이 상대다. 이번 사건의 내용은 어떤 이유에선지 어딘가 낯설지 않았고, 나는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잔인하게도. 이를 으득 갈았다. 분노에 미치겠을 때의 버릇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런 더러운 짓을..."
젠장. 나지막히 욕지거리를 흘렸다. 본래 범죄자는 미치도록 싫어한다지만, 내 인생을 완전히 망쳐놓았던 누군가의 소행과 묘하게 닮아 더욱 화가 났다. 제기랄, 더러운 자식...! 혼자서 출동을 늦게 준비하는 자신의 모습에 분노가 강하게 서렸음을 문득 알아채고 평상심을 유지하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것은, 권총까지 집어들어 총탄이 가득 든 탄창을 들어맞게 힘껏 끼우다가 그런 것이었다. 정신차려. 자신은, 경찰이다.
○
준비가 끝나자마자 현장에 즉시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떤 여자아이ㅡ아란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ㅡ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가, 보호를 받던 참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공격하는 분위기. 좋네, 나도 마침 카드를 하나 꺼내고 있었거든. 타이밍도 참 좋잖아, 오자마자 이렇게.
"...하하."
짓밟을 수 있는 기회를 주다니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가끔 짓는 그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끔찍한 기억을 심어준 인간, 나를 끝까지 이용했던 인간, 내 삶을 망쳐버린 인간. 그 인간과 너무나도 닮은 사람이었다. 물론 분노가 그만하지는 않지만.
카드를 툭 퉁겨서 날아가게 만들어 그 자식 바로 앞으로 떨어뜨렸다. 섬뜩하게 기쁨의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너만 당해버려. 엄청난 폭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