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앨리스주가 제시한 행동의 결정적인 문제는... 애들은 10명이 있다는거고, 아이들은 아직은 건물 안에 있으며, 2명씩 옮긴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거죠. 아무래도..? 그야 해문은 이미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다수를 한번에 조종할 수 있고..8명을 동시에 뛰어내리게 해도 그만인 상황이니까요.
웩, 제이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메스꺼움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크기가 큰 만큼 그에 따른 반동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고대생물을 볼 줄은 몰랐는데, …멀미나. 날개짓을 할때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기에 제이는 다솔과 엘리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상체를 푹 숙인 채로 버텨야했다.
"빙고." 렛쉬의 움직임이 멎고, 제이가 고개를 들었다. 유리 너머로 세 명의 실루엣이 보였다. 검은 세상의 잿빛의 유령들. 타워로 갔던 팀이다. 보이지 않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제이예요. 지금 바깥에서 대기중입니다. 우선 용의자 쪽으로 이동할게요." 제이가 팀원들에게 통신하며 렛쉬에게 말했다. "렛쉬, 반대편으로 돌아가요." 그쪽으로 들어갈거야. "다솔 씨 오르골 있는 거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 최면의 매개체가 소리라면 언제든 신해문은 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아예 용의자 두 손을 결박하면 좋을 텐데. …신경조직 태워버리면 안 되나.
익룡이다 익룡. .. 공룡을 실제 눈으로 보게 될줄이야, 다솔은 랫쉬 위로 올라탔다. 물론 예상했듯이 그닥 편안한 여행은 못되었다. 살짝 어질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높은 곳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람탓에 정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오늘 껴입고 오길 잘했다고, 과거의 자신을 칭찬했다. 다솔은 최대한 발밑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애써 여기가 110층이 넘어가는 높이라는 사실도, 애써 무시했다. 겁은 없는 성격이지만, 떨어지면 시체조차 못찾을 이런 높이는 싫달까. 범인의 얼굴과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팀원들이겠지.
" 걱정마세요. "
다솔은 침착하게 오르골이 있는 곳에서 언제든지 꺼낼 준비를 했다. 일단 무작정 쳐들어가서 범인의 심기를 거스르기보단, 상황을 지켜보다 필요할 때 바로 투입하는게 나을지도. 그나저나, 범인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겠지? 눈이 마주친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아닐꺼라고 되뇌이며,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랫쉬에 몸을 맡겼다.
둘의 활약으로 인해서, 일단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는 직원들은 차단할 수 있었다. 이어, 메이비의 행동으로 인해 귀에 끼워진 이어셋들은 전부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타미엘의 공격을 받은 이는 쓰러지긴 했지만 단순하게 구속당하는 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아이들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말로 최면을 깨우기 위해서는 [물리력]이 필요한 것일까. 하지만..그렇다고 민간인을 공격해도 좋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책임질게요. 이쪽이. 기절시키세요."
이어 들려오는 말은 진지한 느낌의 서하의 목소리였다. 해도 좋다는 말. 서하를 믿고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빅 스타 타워] - 남은 일원들
제이의 말에 렛쉬는 작게 날개짓을 하면서 천천히, 천천히..180도로 뱅 돌아서 반대편 창문으로 향했다. 렛쉬에게 타고 있는 이들의 눈에는 해문의 뒷모습이 보이고, 아이들의 뒷모습도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창문 쪽에 접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슨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총 10명. 열려있는 창문도 총 10개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해문은 자신의 뒷모습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여유롭게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야기했다.
"비웃을 처지가 아닐텐데? 거기 형사님? 상황파악이 아직 안 되나? 그래. 상관없어. 어차피 꽃 하나 지게 만드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 안 그래? 그리고 이지현 형사. 목숨을 내놓겠다고? 후후후..뭘 꾸미지? 그쪽이 그럴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는데 말이야. 하지만, 뭐 좋아. 뭘 꾸미는지 몰라도, 결국 아무것도 못해. 제군들은... 사람을 조종하는 것은 매우 쉽지. 정말로 쉬워. 봐. 이렇게 내가 말하는대로 움직이잖아? 굳이 능력을 쓸 것도 없이 말이야."
이어 그는 왼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에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현에게 겨냥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나나? 너는 이번에도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 그래. 그건 간단한 이치야. 네가 나보다 약했다는 것 뿐. 그러니까...너의 운명도, 목숨도..결국 내 손에서 놀아나는거고, 내가 지배하는 거야. 이 아이들처럼 말이야. ...자...잘 가라고."
이어 총알을 장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