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의 행동으로 인해서 직원 중 하나의 선글라스가 벗겨졌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눈에 초점이, 생기가 보이지 않는 그 직원의 눈빛이었다. 선글라스를 벗길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는 것은 귀에 꽂혀있는 작은 기기였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지금 아롱범팀이 끼고 있는 것과 다른 종류의 소형 이어셋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순간 그 직원을 포함해서 다른 직원들의 움직임이 움찔하기 시작했다. 이어 직원 중 하나가 핸드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약 1분 정도 후에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아원의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도, 다른 직원들도... 그것을 아이들은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응. 응. 맨날 1명은 앞에서 서 있었는데..왜 다 놀이방 쪽으로 가는 걸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뿐이었다.
[빅스타 타워] - 제이, 다솔
빅스타 타워의 입구 쪽에서 제이와 다솔은 만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 앞엔 렛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헬기를 타는 것은 불가능하니 당연한 것일까. 한편, 그런 둘에게 서하의 통신이 들려왔다.
"110층, 전망대 쪽에서 용의자와 대원들이 접촉했어요. 가능하면 빠르게 올라가주세요. 일단 모니터에 잡힌 화면으로 보자면, 거기에 있는 아이들은 총 10명. 그리고 그 중에는 김아란. 그 애도 있어요. 용의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무엇을 꾸미는진 모르겠지만 조심해주세요."
평소처럼 나른한 목소리가 아니라 상당히 진지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어쩌면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정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잠겨있었고, 직원용 문은 여전히 열려있었다. 그곳의 계단을 통하면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렛쉬의 도움을 받으면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말 그대로 즉석으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니 조금은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후후..너무하네. 그쪽의 형사님. 장난하냐고? ...장난인지 아닌지 보여주면 될까? 그리고 무슨 짓인지는 보면 잘 알잖아? 그리고 이지현 형사. 여전히 말이 심하네. 후후. 그렇게 강한척 해도.... 사실 안 무섭지만 말이야. 그때와 같은 일을 겪고 싶진 않겠지? ...그리고 내가 뭘 원하냐고? 글쎄? 계약이라서 말이야. 돈을 줄테니까 뭔가 충격적인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그것만을 해도 돈을 받는데, 당신들은 나에게 뭘해줄 수 있지? 아..잠깐..실례."
이어 그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확인하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고, 피아노의 솔 음을 가볍게 울렸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다시 아롱범 팀을 바라보았다.
"그럼...어디까지 했더라? 후후. 그래 남은 아이들이 어디에 있냐고? 글쎄? 어디에 있을까? 한번 찾아보는 것이 어때? 이 타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고...아니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것도 아니면...아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르지. 그것은 형사들이 알아서 찾아야지. 안 그래? 후후.."
참으로 교활하게 웃으면서 그는 싱긋 웃으면서 박수를 가볍게 치면서 말을 이었다.
"있잖아. 이지현 형사. 그리고 익스레이버 제군들. 사람이란 말이야. 정말로 조종하기 쉬운 것 같지 않나? 고작...정말로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모든 것이 내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심지어 지금 이 순간조차도 말이야. ...제군들은 나를 공격하지 못해. ...움직여봐. 한번. 어떻게 되는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지 못한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줄 수도 있으니까."
참으로 여유로운 미소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미소였다. 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위에서 나는 발소리에 저도 모르게 흡, 하고 숨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니 비밀 이야기를 하는것도 아니었는데. 문득 다솔은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월하의 머리에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미처 채 녹지 않은 눈을 연상시켰다. 자신과 월하를 두고 누가 더 얼음을 다루는 능력자 같니?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다 선배를 선택하지 않을까. 눈 앞의 월하가 키도 큰 미인이었기에 본인의 말처럼 초현실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판타지 장르의 주인공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음, 아뇨. 왜인진 모르겠는데 오히려 추위를 더 잘타는 편이에요. 조금 의외죠? "
몸 자체가 냉한 기운이 있달까, 추위에 약해서 평소 패딩도 자주 껴입고 다니기도 했고. 절약을 외치긴 하지만 난방비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다솔이었다. 손도 차가워서 겨울에 제 뺨에 손을 대었다 본인이 놀라는 일도 있었고. 추위에 약한 얼음 능력의 익스퍼라,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의외이긴 했다.
손그늘을 하고서 전망대쪽을 올려다보던 제이가 휘파람을 불었다. "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은 없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하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이가 렛쉬를 내려다보며 인이어를 건드렸다. 아하, 그 경비 아저씨 딸 말이죠? 그런데,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있는걸까." 역시 고아원에 있던걸까. 메이비를 혼자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라도 남아있을 걸 그랬나봐. 제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죠, 시간 없는 거잖아." 제이가 허리를 살짝 수그리며 렛쉬에게 말했다.
"렛쉬, 우리 날아서 가요." 씩 웃으며 렛쉬 머리를 쓰다듬는다. 왜, 사람들 태울 수 있을만한 크기로 변신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 안 떨어뜨리고 날 수 있잖아, 그치?"
뭐라는거야, 유혜가 미간을 찌푸렸다. 최면을 걸 수 있는 익스퍼라는 건 우리 또한 그 최면에 걸려들 수 있다는 말이었기에 함부로 움직이거나 나서기가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저 당당한 모습을 보니 뒤가 구려보이고. 그가 자꾸만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보며, 유혜가 다시금 제 미간을 찌푸려낸다. 소리가 매개체인가? 혹시나 싶어 한 쪽귀를 눌러 막는 그녀였다.
언제봐도 아찔한 높이의 빌딩이었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기분이 든달까. 더군다나 10명의 아이들이 잡혀있는 곳이라니. 다솔은 제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린이라는 이름, 익숙했다. 당연히도 아까봤던 전단지에 적혀 있었으니까. 다솔은 괜히 오르골이 있는 주머니를 매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