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숨을 고르고 생각을 가다듬는다. 아, 무장해제. 그래, 무장해제를 시켜야겠지. 화풀이를 하고 싶고, 복수를 하고 싶고, 따끔한 교훈을 주고 싶지만, 일단은 무력화 시키는 것이 먼저다. 아까 전에 봤지, 지애. 그래, 엑스펠리아르무스가 먹혀 들었는데도 단지 아씨오로 소환해 내는 걸 보았다. 스투페파이를 맞았는데도 멀쩡했던 것을 기억해. 지금 상대가 약점을 보이는 사이, 완전히 반격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개인의 감정에 이끌려 공격마법을 난사할 때가 아니야. 잘못해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 그 따위 주문을 친구에게, 교수님에게, 자신에게, 가족에게 쏘아 댈 지 모르는 상대다.
아, 복수도 할 수 있고 화풀이도 할 수 있는 완벽한 주문을 기억해 낸다.
“[Jelly-Brain Jinx]*” .dice 1 2. = 2
뇌를 젤리처럼 만들어 상대방의 사고를 방해하는 주문. 어디까지나 효과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스포츠 행사에서 극성 팬끼리 충돌할 때 자주 사용되는 주문이라고 알고 있다. 자신에게 용서불가 마법을 쏜 상대에게 딱 맞는 복수가 이런 주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권지애라는 인간이 자신의 인지능력에 얼마나 중요성을 두고 있는지, 그 지적 자만심을 엿볼 수 있는 창구였을까. 아니면 아버지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사람의, 마음 속 가장 깊숙한 곳의 공포, 수업 시간에 바다악사를 마주했을 때도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던 그 공포가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일까. “자 아저씨, 뭘 잘못했는지 반성해봐요.” 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으실지도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리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젤리 두뇌 징크스: 상대방의 사고능력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주문입니다! 엿가락 다리 주문이나 jelly-fingers jinx랑 문맥을 같이하는 무력화 징크스입니다.
이번에는 명중했단다.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그리도 거슬릴 수가 없었다. 뭘 잘 했다고 소리 지르고지랄ㅡ이 대목에서, 유난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난리야. 내뱉는 목소리가 긁는 듯이 거칠었다. 사태가 진정되자 잠시 잊었던 곳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몇몇 학생들이 때맞춰 보호 마법을 펼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련한 누구와는 달리 판단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우선 그녀는 괜찮을 터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였고, 눈길은 다시 시끄럽게 허우적거리는 패잔병에게 향했다. 나는 내게 가능한 행동을 해야만 했다. 내갸 할 수 있는 일.
"스코지파이."
그래, 일단 그 망할 아가리부터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지팡이의 끝이 추종자의 주둥아리를 향했다.
>>305 으흡흡읍끄끄으그ㅡ 가베주...(흉하게 울며 캔디포즈로 가베주와 나란히 뛰어감) >>303 아... 글게요... 그래도 지애 캐릭터성에 딱 맞는 주문을 찾아서 뿌듯합니다! 쟤 자신의 인지능력을 잃게 되는 걸 진짜 그 무엇보다도 무서워하거든요.... 옆에서 아버지를 간호해야 하고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주문을 쏜걸로 소년의 명백하게 치밀어오르는 분노라는 감정은 짓밟아버리기에는 꽤 늦은 모양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용서받지 못할 저주가 학원에서 만난 소중한 이를 향했다. 기만, 거짓말쟁이. 환청이 윙- 하고 울려댔지만 소년은 피맛이 느껴지는 제 입안의 연한 부분을 다시금 잘근 씹었다.
소년은 주문을 쏘고 그대로 추종자를 향해 걸어가더니 지팡이를 겨누려다가 마음을 고쳐먹는다. 가라앉혀라. 가라앉혀라. 가라앉혀라.
너의 소중한 존재에게 마땅하게 해줘야지? 용서받지 못할 저주는 똑같이 쏘아내지는 못하잖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네가 가라앉힐 수 있을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소년의 주먹을 추종자를 향해 휘두른다. 소년을 아는 이들은 처음보는 과격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 비웃음과 사근사근했던 말투가 사그라드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 얼굴을 향해 쏘았던 디핀도가 완벽하게 빗맞았다.
" ....빌어먹을 지팡이가! "
괜히 지팡이를 탓하면서 제인은 추종자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장해제와 다른 주문도 맞았으니 별다른 짓을 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생각을 하고 다가선 것도 아니었지. 제인은 추종자의 다리를, 무릎을, 그 외에도 최대한 아플법한 부분을 제 발로 세게 걷어찼다. 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