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질문이에요! 머글들은 [디리코울]을 [도도새]라고 부른답니다. 디리코울이 날개를 한 번 퍼덕이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모습을 감춰버리는 습성과 함께... 옛날, 머글들이 무분별하게 디리코울들을 죽여서 거의 없앤 것 때문에 머글 사회에는 살아있다는 것을 비밀로 부쳐두고 있답니다. 살아있는 개체들은 아시아에서는 이 금지된 숲의 초입부와 다른 마법 학교 한 군데의 숲 밖에 없어요 '
지애의 질문에 다니엘 교수님은 '도도' 라는 말을 제대로 들으셨는지 방긋 웃으면서 대답하셨습니다. 디리코울은 머글 사회에서 '도도새'로 알려져 있었죠.
' 정말로 싸울 줄 모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공격하면 안돼요. ... 숨는다면... 글쎄요, 디리코울이 생각하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숨겠죠? 보통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어디서 위협을 느낀 모양인 디리코울 한 마리를 켄타로우스 영역에서 본 적 있다고 멜렉 교수님이 그러셨으니, 아마 금지된 숲 어딘가로 숨어버릴 거에요. '
행여나, 찾으러 갈 생각은 하지 말아달라고 다니엘 교수님이 뒤이어 말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금지된 숲이기 때문에 무엇이 있는지는 완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 불사조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이 먼 친척 관계일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죠. '
뒤이어, 그는 그것을 알아내면 정말로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숲이 가장 안전하고, 먹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새들이 지내기 좋은 환경이 숲에 형성되어 있답니다 ' ' 어... 패기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말을 못해주겠네요, 미안해요 안네케 학생 '
패왕색 패기는 왕이 될 자질을 갖은 자들이 갖는 패기다...☆ 어디선가 괴전파가 대답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패왕색이나, 무장색, 견문색 패기를 교수님이 모르시는 모양이에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괴전파는 여기서 그만 두기로 하겠습니다.
' 꽈악?! ' ' 꾸왁!? ' ' 꾸꾸꾸꾸꾸... '
어디선가 바스락 소리가 들리더니, 북실북실하고 커다란 새들이 갖가지 소리를 내며, 총총총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곡물 냄새를 맡은 것입니다. 새들은 학생들의 근처로 한 마리씩 다가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부리를 살짝살짝 벌리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소년은 저가 질문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질문들을 하나씩 들으면서 다니엘 교수님이 답하는 대답또한 성실하게 책에 적어내려갔다.
불사조와 먼친척이라. 소년은 잠시 그 내용을 적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술렁거리는 기분. 단지 그것뿐이였으니. 소년은 다시금 그 내용까지 적어내려갔는데 묘하게 꾹 눌러썼는지 조금 잉크가 번져갔다. 상관관계는 없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소년은 잠시 지팡이를 쥐며 어깨를긴장시켰지만 그뿐이였다. 실제 소년의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정말로 '도도새' 처럼 생겼고 제각각 독특한 소리를 내며 풀을 헤치고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부리를 벌리는 행동은 다니엘 교수님의 말처럼 공격성은 없어보였지만 위치는 금지된 숲이였다. 저번의 수업때에도 그랬듯이 소년은 한손으로 거울을 쥐어 주변을 비추면서 무릎을 이용해 괴물책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날뛰지 않게 고정하고 곡물 주머니의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그럼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땐 얘내들을 타고 도망가면 그나마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얘내도 어쨌든 살아있으니까 자기가 살기 위해서 숨을 것이고,그럼 절대로 대충 숨지는 않을거 아냐. 곧 갖가지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새들을 보며 교과서를 바닥에 놓고 지팡이로 꾹 눌러서 못 날뛰게 막았다.발로 밟고 싶었지만 그러는 건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그렇다고 들고 있으면 이 아가들이 겁 먹을게 뻔한걸!저렇게 사악한 책을 보면 분명 겁먹을거야!
"어맛,너희는 소리도 다양하구나?"
하며 방싯방글 웃은 도윤은 이내 주머니를 풀어 곡물들을 먹여주기 시작한다.음음,잘 먹는걸!
오, 디리코울이 도도새였구나. 아연은 언젠가 사촌이 들고 온 책에서 본 둥글둥글한 책을 떠올렸다. 분명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여기 이렇게 있을줄은. 그림 옆에 작게 필기를 하며 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패기... 가 뭐지? 아무튼, 도망가 버린다면 곤란한 모양이다.
풀숲을 헤치며 나오는 통실대는 새들은 그림에서 본 듯 귀여웠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굉장히 무해하고 북슬거리는 새였다. 마음만 같았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었겠지만 분명히 놀랄 행동일 테니 꾸욱 자제하도록 노력한다. 받아들었던 곡물주머니를 끌러 약간을 바닥에 툭 뿌려두었다. 손으로 내밀면 먹으러 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소심하게 접근해 보는 것이다. 해치지 않으니 어서 와. 응? 디리코울에게 가만히 눈을 맞추며 말을 걸어보는 아연이었다. 물론 알아 들을 리 없을테지만.... 아마도.
패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니, 어째서지? 의문이 들어 고개가 기울었으나, 생각해보니 나 역시 패기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나 정신. 즉 야망과 야심의 유의어라 하였지만... 대체 뭐지. 왜 뜬금 없이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하지만 처음부터 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이 아니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꽉꽉거리는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더니 삽화의 모습을 꼭 닮은 새들이 수풀을 헤치며 나타났다. 경계의 기색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밥을 주면 되는 건가? 바닥에 내려진 주머니를 적당히 풀어헤친 후 한 발짝 물러섰다.
"너네들 싸움질 안 한다고 했지? 그럼 내가 이걸 이렇게 줘도 피 튀기는 혈투는 없겠네."
아쉬움인지 안도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말하며 주머니 옆에 쪼그려 앉았다. 순한 초식 새에게 제법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는 꼴이 꽤나 우스웠다.
그래, 그렇다는거지. 머글들이 무분별하게 죽였고, 살아있는 개체는 적다. 그는 평온히 웃던 표정을 지웠다. 역시 머글들은 정을 줄래야 줄 수 없구나. 싸울 줄 모르는 연약한 아이들. 어찌 이리 사랑스러운지. 불사조와 먼 친척관계일지도 모르고, 이 장소가 안전하다고 하였지.
아니, 그런 걸 다 제쳐두고 귀엽잖아. 북실북실하고, 커다랗고, 눈으로 보니 책으로 본 것과는 차이가 컸다. 그래, 네가 디리코울이구나.
"먹고싶은건가요?"
곡물이 담긴 주머니를 열어 바닥에 조심스레 뿌렸다. 어째 자신은 인간보다 이런 동물들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일지도 모르지. 문득 눈을 마주치자 그는 천천히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버린게다. 피카츄를 처음 보았을 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