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해야하나... 게임으로 익스레이버가 나왔는데. 히든 루트로 각 커플들의 연플이 안 터졌을 경우에의 루트가.. 그.. 각각이 히든보스가 하나씩 나오고, 히든 루트에서 해피엔딩(진엔딩)이 안 나온다.. 근데 cg수집을 하기 위해선 한번쯤 돌아야 한다.. 라는 느낌이려나요? 그리고 심연쟝 게임 소스(?)를 뜯어보면 너프떡칠을 하고 나왔다.. 라는 느낌이려나요?(굉장히 새세했는데 기억이 묘하게 가물거림)
누군가에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 누군가에게는 평소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소보다 암울하고 뒷맛 나쁜 하루. 늘상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도 사람 각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 둘러만 보아도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오늘 하루는 좋은 하루가 아니었나보다.
아실리아는 제 자리에 앉은 채 깍지 낀 손을 앞으로 길게 뻗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는, 몇 시간동안 제 머리를 동여매고 있었던 머리끈을 풀어버렸다. 숱 많은 머리카락이 등을 완전히 덮었다. 요새 날이 차가우니 퇴근 시간에는 머리를 푸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손목에 머리끈을 묶고는 뻐근한 눈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며칠간은 잠을 조금 더 잤던가, 아니면 덜 잤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수면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나보다. 거진 평생동안 달고 살았던 것이 하루아침에 눈에 띄도록 바뀌지는 않겠다만.
사실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출근 후부터 퇴근 직전- 그러니까 지금까지 줄곧 신경이 몹시 쓰이던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까. 누구냐고? 뭐, 아실리아가 이토록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사람밖에 더 있을까. 잠시동안 서하의 자리를 빤히 응시하던 아실리아는 코트를 서둘러서 몸에 걸치고는 다소 느릿한 걸음으로 서하에게 다가갔다.
타미엘의 말에 기뻤던 헤세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이젠..뭐라고 해야할까요. 잠깐 동안은 몸을 뒤틀지도. 손을 뻗지도 못할 거니까요." 복구는 생각보다 빨리 될 거예요. 라고 부드럽게 말하고는 슥슥 미끄러지듯 나아가려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하나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면(이제 인식한 거기도 하지만) 무의식의 옷과 지금의 옷은 좀.. 다르죠? 분명 무의식에서는 로리타풍 드레스였는데. 정작 현실에선 베이비돌에 허리를 묶는 목욕가운스러운 가운에 돌핀쇼츠라니. 언니의 취향인지 의심하지 않았어요?
"?! 괜찮은 거에요?!"
타미엘의 말에 놀란 듯 헤세드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리고 타미엘의 손을 꽉 잡았다.
"엄청 빨리 되었으면 좋겠네요. 더 이상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서웠어요"
아마도 날짜로 치면 어젯밤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통화를 하고 싶지 않은 곳에서 전화통화가 왔었다. 그것은 내가 가장 통화를 하고 싶지 않은 인물에게서의 전언이었다. 그나마 그 사람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받은 지령은 [지금 있는 사건에서 적당히 손을 떼라] 라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유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 참으로 그 사람답다면 그 사람다웠다. 내가 서울에서 그 사람의 밑에서 일할 때도 비슷했으니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한다. 너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것 뿐이다. 너의 생각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머리가 아파서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이 저기합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경찰이다. 익스퍼 보안 유지부 요원 이전에 경찰이다. 그런 나에게... 하지만, 그 말을 거역하는 것은.... 절로 한숨이 나왔고 오늘은 적당히, 일을 마치고서 빠르게 퇴근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기에, 어디론가로 돌아다닐까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산책을 할까...? ...무기력하고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고 하기 싫은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 떨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도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머리를 풀고 있는... 그 모습조차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절로 미소가 흐르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옆자리에서 하윤이가 [어머. 오늘은 둘이서 같이 퇴근하는 거예요? 조심해서 들어가요!]라고 놀리는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은 적당히 넘기면서 아실리아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 ...그러자. 그러면. 나도, 너와 걷고 싶으니까."
생각해보면 둘이서 같이 퇴근한 적은 별로 없구나 싶었다. 요즘은 사건이 계속해서 터지니, 야근을 할 때도 많으니까 당연한 것일까. 어차피 다 들켜버린 이상, 눈치보는 것도 귀찮았기에,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으면서 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실리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품 한 가득 꽃향기가 가득하다. 신이 난 듯 제이가 살랑살랑 가벼운 걸음을 옮겼다. 그것도 먹고 싶다. 꼬챙이에 과일을 꿴 후 시럽을 뿌려 굳힌 과일 꼬치. 아니면 퍼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아이스클미도 있겠지.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는걸. 뭐든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제 품안에 힘겹게 안긴 꽃다발 처리가 우선이었다. 서로 돌아와 빈 꽃병을 어떻게든 찾아냈다. 먼지 냄새가 나서 물로 한 번 씻어낸 뒤 팔목이 잠길 정도의 높이만큼 물을 담고서 꽃줄기 포장을 풀어 꽃병 안에 가지런히 넣었다. 흐흥 예쁘다. 제이가 방실방실 웃으며 꽃잎에 살짝 코끝을 가져다대며 느릿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냄새 너무 좋아. 중세시대 소녀의 치마를 뒤집어 둔 듯한 리시안셔스. 음 일종의 분위기 전환이라고 할까. 이런 곳은 늘 사건사고로 자칫 우울해지거든. 특히나 요새는 거리마저 늘상 시끄러웠다. 무뢰배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싸움이 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질감. 평소와는 다른. 폭풍 전야처럼 조용한가 싶더니 금세 온 마을이 요란스러웠다. 특정한 사람이 시끄럽게 구는 게 아닌, 전반적으로 숙덕거리는 분위기였다. 제이는 꽃이 담긴 병을 창가로 옮기고 분무기를 찾다, 문득 블라인드를 손가락으로 살짝 내렸다. 그래봤자 보이는 게 있긴 했나. 잠시 밖을 바라보는 듯이 굴더니, 이내 흥미가 떨어진 듯 손을 떼고서 분무기로 꽃에 물을 주었다. 괜히 요상한 기분을 떨치려 제이가 팔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콧노래를 흥얼였다. 그런데 우리 서에 꽃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던가? 꽃 알레르기는 정말이지 타개할 방법이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다. 제이는 괜시리 우울해져서 분무기를 내려놓았다. 쳇, 이러다 집에 가져갈 수도 있겠네. 제이가 손끝으로 물기 맺힌 꽃잎을 톡 건드리며 입술을 비죽였다. 의미 없을 심술이었다.
조금 잠들었던거 같다. 분명히 그녀의 기억대로라면 사건들을 머리속으로 정리하면서 그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던거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책상에 머리를 쳐박고 자고있었다. 어쨌든 그녀가 정신을 차리게 된 이유는 간단하게도 누군가 들어와서 움직이는 소리 때문이었는데. 그녀는 곧 시야에 들어온 제이와 코를 간지럽히는 꽃향기에 고개를 들었다.
"뭡니까 그건? 고백이라도 받으셨나.."
꽃, 그녀는 자신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 그것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물을 한모금 마시며 잠을 깼다.
"으윽.. 지금 몇시지 제길...."
시간이 꽤 흐른거 같은 느낌. 그녀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나 꽃쪽으로 다가갔다. 공교롭게도 꽃의 이름은 장미밖에 모르니 이게 무슨 꽃인지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