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대거 실종사건.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요구를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보통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보통 아이를 유괴하면 무엇이라도 요구하기 마련인데..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보통 악질적인 범죄자 녀석이 아니겠지. 일단 조만간에 대거 출동을 해서라도 대거 수사를 지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서류를 찾아보고 있는 도중,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계십니까..라는 물음이 들려왔다. 그 물음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처음 듣는 목소리로군. 얼마전에 새로 들어온 이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문 쪽을 바라보면서 나는 애써 근엄한 자세를 유지했다. 아무래도 이 안에 있으면 근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테니까. 그렇기에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있네. 들어오게나."
일단 뭐라도 꺼내는 것이 좋을까 싶어서 허둥지둥, 캔 음료수 2개를 꺼냈다. ...그런데 여러 명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모르겠다. 여러 명이 들어오면 더 꺼내면 되지. 아무튼 다시 근엄한 자세를 유지하고서 나는 안으로 들어올 이를 조용히 기다렸다. 무슨 일로 여기로 찾아오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군. 여러 의미로...
순간적으로 나는 이 상황을 따라잡지 못해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음료수 가져가라고 말을 했던가? 들어오더니만 냅따 음료수를 가져가는 그 모습에 당황스러워서 멍하니 눈앞의 내 부하를 바라보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것이 트랜드인가?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순간 멍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 웃으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자네는 상당히 프리스타일하구만...? 얼굴 도장이라. 당돌한 자세로군. 허허. 정말 당돌하기 그지 없어. 하지만 젊은이는 그 정도 패기가 있어야지. 물론 패기가 너무 심하면, 그것은 만용이지만 말이야. 허허."
아주 살짝 말에 뼈를 심으면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친구가 대체 어떤 친구인진 모르겠지만...확실하 것은 꽤나 패기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어 인사를 하고 싶다는 그 말에 나는 두 손을 모은 후에 싱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뭐하는 이인지 궁금한가? 그래. 내가 뭐하는 이로 보이나? 자네의 눈에는?"
이번에는 아주 약간의 위압감을 넣어보았다. 신입이 패기를 보인다면 나 여기도 어느정도의 패기를 보여줘야하는 법이지. 그와는 별개로 이 신입 부하가 무슨 말을 할지 묘하게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걸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그, 그런말을 갑자기 들어버리면 나도 당황하니까... 너와의 스킨십을 좀 더 하고싶어서 투닥투닥 두들기던 손을 멈추고 너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좋다."
억수로 좋다.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이 그냥 좋다 한마디로 모든게 설명 될 정도로 좋다. 그래서 너의 뺨에 한번 더 부비고, 너의 머리를 괜히 몇번 매만지고, 쓰다듬었다. 그저 좋아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너의 집 안으로 들어갈 때 까지 계속 그렇게 있었다.
두번째 방문. 나는 모아둔 돈으로 엘리베이터 있는곳으로 이사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원룸정도는 보증금을 빼면 이사 갈 수 있을 여력이 생긴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나흘내내 씻지도 못해서 찝찝한데... 집에 다녀오기엔 너무 멀고... 어쩌지. 고민하던 이성은 결론 도출을 본능한테 넘겨버렸다.
"자네에게 한가지만 충고를 하도록 하지. 어설프게 사람을 재지 말게나. 허허. 용장과 덕장인지 따지고 들어가봐야 한다..? 왜 내가 자네에게 그것을 평가받아야 하는가? 그런 것은 말일세. 함부로 입에 담을 것이 아니지. 허허. 젊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그것도 나를 시험하기 위함인가?"
꽤나 당돌하기 그지 없는 눈앞의 부하의 말에 피식 웃어보였다. 상사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빠른 시일내로 뵙고 싶었다. 일하는 중에 방해가 된건 아닌가... 그런 말들을 다 들으면서 나는 두 손을 모아 턱을 받치면서 흥미롭게, 눈앞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지. 물론 난 이런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야...
"나는 권위를 살리고 하는 그런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네. 참으로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네. 그래. 그래서 나름대로 나도 참 괴짜같은 짓을 하고는 하지. 근데 말일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도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닐세. 어설프게 눈앞의 사람을 재려고 하지 말게나. 현실은 지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니까 말이야."
웃으면서 나는 음료수를 딴 후에,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조만간에 출동할 일이 생길걸세. 요즘 성류시 내에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들이 많아서 말일세. 위험한 이들이 뒤에 있을지도 모르고... 그때의 서류를 검토하는 중이었네. 그래도 괜찮네. 나도 새로 들어온 부하를 한번은 봐야할테니까. 그래. 그래서 자네. 여기 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묻고 싶은거나 그런 것은 없나? 자네도 이 팀이 뭐하는 팀인지는 들어서 알고 있을테지. 그러니까 빨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내 도와주도록 하지. 뭐든지 물어보게나."
이번엔 또 무슨 말이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