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분명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처음부터 포기했거나, 아예 사라졌더라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타미엘은 그 목소리를 듣고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몇가지 정정해야 할 게 있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그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 괜찮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그-가 받아들일 것인가.
"일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은 물이란 경계를 통해 나누어져있어요. 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접근할지 대충 생각해 보지만.. 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요.. 어떻게 말해도 들어준다. 그런 건 있을 수 없을 거예요.
"날 버릴 거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어요." "죽어가는 영혼에 몸이 맞추어지기에 죽어갈 뿐이지요.. 그렇지만 분명 멀쩡히 깨어나기는 할 거예요. 그저 그게 타미엘이나 타미엘이 아닐 뿐이지요." 선택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요. 부드럽고 체념의 목소리지만 사실은 절박한 심정이지요?
"첫번째. 타미엘은 지금 무의식 깊은 곳에서 뺨을 후리든 흔들든 해서 억지로나마.. 깨워야 한다는 사실." 두번째는 거기까지 가는 길목에 심연이 진을 치고 있다는 사실. 세번째는 그 곳은 무의식이기 때문에 너무 깽판치면 위험이 동반된다는 걸까나요. 라고 작게 말하면서 바깥을 보라고 합니다. 공간 안의 창 밖의 모습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직전같은 모습이로군요. 그리고... 아마도 타미엘처럼 보이는 희끄무레하고 투명한 무언가가 헤매이는 듯 떠다니는 것 같은 걸 볼 수 있을지도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타미엘은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르렁대는 쉰 소리가 숨소리에 섞였군요. 사실은 차라리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게 더욱 편하고 외면하는 방법이니까. 헤세드의 말을 듣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도울 일이라는 것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돕는다...라..돕는 게 아냐. 내가 당신을 도와야 하지요." 사실상 그게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헤세드가 무의식 중에서 심연한테 맞선다면 심연의 힘에 질투력까지 곱해져서 철저히 털어버리려고 할 텐데요. 터미앨은 몸을 일으키고는 손끝을 응시했습니다. 진통. 마취. 잔뜩 먹었으니까. 응..괜찮을 거야.
지은은 월하에게 가방을 건냈다. 그런 월하의 걱정을 지은도 가지고 있던건지 단단히 으름장을 낸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그때에는 당신 팔 그대로 부러지는거에요."
상대의 귀에다가 사근사근하게 말한다. 태도는 정중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이래서야 경찰보다는 깡패에 가깝지 않나 싶다. 보통의 신입이라면 범죄자라 하더라도 조심하거나 봐주는 기색이 있어야 하는데 지은은 그런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마치 짐짝을 대하는 것처럼 소매치기범을 끌고 갔다. 그모습이 어딘가 익숙해보여 과거 저런 일을 자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소매치기범의 안내에 따라-그는 어느새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큰 길가로 나온 지은은 가방의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월하를 쳐다보는 것이 가방을 돌려주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저 상황은.. 심연이 몸을 한 번 뒤틀어서 생긴 거랍니다. 대단한 존재지만 현실에 개입할 수 없어서 다행이지요." 현실에 개입하려다간 손 한 번 휘두르자마자 쫓겨날 걸요? 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고는-말투에 어울리진 않았다.- 깨우는 걸 도와달라는 것에 우울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그다지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리고 무너지지는 않냐는 물음에
"바깥에 나가면 별 문제는 없어요." 이 곳은 안전하기도 하고요. 라고 말합니다. 적어도 육신을 해하려는 의지는 없으니까요. 라고 나즈막히 말하고는 느릿하게 일어섰습니다. 가야죠. 접속하러. 라고 말하고는 일어섰습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그래. 사이렉스와 올람이 결혼해서 이 욱신을 낳았지요." 아무 차나 타려는 듯 지하에 존재하는 주차장으로 갈까요. 라고 말한 뒤 말을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몸에-그걸 한 몸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영혼이라고 해야할까.. 의식이라고 해야할까는 둘." 그게 모든 일의 원인이자 시작이었던 거지요. 라고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