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른 아침이었다. 벌써부터 출근할 준비를 모두 마친 지은이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화상을 지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이렇게 일찍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울긋불긋한 자국이 난 왼쪽 얼굴로 손을 뻗어 어루어 만졌다. 오돌토돌 튀어나온 화상자국이 매끄럽게 느껴지는 반면 정작 만져지는 자신의 흉터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질적인 감각이다.
싫었다. 아침마다 내 흉터를 숨겨야한다는 사실이. 내일도 어쩌면 평생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야한다는 사실이. 모두 싫었다.
죄를 지은 기분. 나를 숨기는 기분. 나를 부정하는 기분.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있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 내리기에는 지나치게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확실히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구겨졌다. 지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화장품을 들었다. 잘못했다가는 늦을 수 있다. 스스로 세뇌라도 시키듯 행복한 생각이라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애써 빙긋 웃어 보이지만 마음 깊은 속에 우울감이, 물에 퍼진 검은 물감마냥 존재하고 있었다.
그 흉터 징그러워.
아직은 앳된 목소리, 내 앞에 서있던 남자아이, 호기심 어린 듯 지켜보던 시선들. 먼 과거로부터 넘어온 기억이었다. 지은은 억지로라도 움직이지 않는 굳은 얼굴을 포기하기로 하고 화장을 계속했다. 유쾌하지 않은 과거였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가끔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화장을 마치자 깨끗한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보통‘과 같은 얼굴을 하게 된 거울 속의 여자는 기뻐해야 하건만 여전히 슬퍼보였다. 익숙하면서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아직 가발을 안 썼구나. 큰일 날 뻔 했다며 가발을 챙겨와 가발을 써본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도 여자는 영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곤란했다. 언제나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있지. 난 너를 한번도 징그럽다고 생각한적 없어.”
원래 흉터가 존재해야할 부분을 손으로 슬쩍 쓰다듬었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거울의 차가운 감촉이었지만 여자는 그것만으로도 기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정확히는 지으려 했지만.
내 눈에는 징그러운데 그냥 가리면 안 돼?
오늘은 글렀구나. 지은은 혀를 작게 차고 현관문을 열었다. 순탄치 않은 하루가 될 예감이다.
>>401 악의는 없었어요... 진짜 초등학교 학생들은 악의 없이 하는 말이 제일 마음 아픕니다.(경험담) 저 남자애의 모티브는 제 사촌동생으로...(먼산) 그래도 다행히 나중에 사과도 했답니다! :> 덤으로 저때 지은이랑 저 남자애랑 주먹 다짐 했...은 다음 독백으로! (끄덕)
입가에 물컵을 가져가며 언제 한 번 연락 넣어봐야겠다고 말하는 십년지기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나는 거기에 "분명 반가워할 걸, 걔도"라고 긍정적으로 응해주었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이래봬도 나도 나름 진심이었다는 말씀이시다. 그리고 나는 나의 그 말에 자신있다. 그야, 그 녀석은 14살 때 거의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고ㅡ그 뒤에 무슨 사정이 있든 성재 입장에서는ㅡ 16살이 되어서 불현듯 모습을 다시 드러낸 누군가도 변함없이 대했는 걸. 대인배라고 할지, 아니면 호구라고 할지. 다른 건 몰라도 친구로 삼기에는 이상적인 녀석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닐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참 질긴 인연이네."
많이 친했다, 게다가 너랑은 10년 봐온데다 직장도 같다, 라면서 내심 신기해하고 있는 것 같은 친구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 말에 감상을 남겼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과의 연을 끊어버린 내가 다른 이와 이 정도의 연을 유지하고 있다니. 어딘가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까 유혜는 성재가 익스퍼라는 사실을 모르겠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뭐, 조만간에 연락할 듯 싶으니까 그 때 성재가 언급을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아롱범팀에 들어가고 나서 그 녀석에게 '거기에 유혜도 있더라'라고 지나가는 투로 언급해서 그녀가 익스퍼라는 사실도 덩달아 알았으니까. 멍해진 그 녀석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 때 성재는 오랜만에 연락해봐야겠다고 자신있게 외쳤었는데, 분명 전화번호에서 막혔을 것이다. 얘가 전화번호를 바꾼 건가, 안 바꾼 건가, 라는 고민. 내가 맞는 전화번호를 알려줬을 수 있었지만, 어째 타이밍이 잘 안 맞아서 결국 여기까지 끌고 와버린 것이다. 성재 녀석이 마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소설가로서의 녀석의 근황을 밝혀주자 유혜는 두 눈을 크게 깜박이면서 잘 됐다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아마 성재의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차, 그 녀석이 '한재성'이라는 요상한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걸 잊었다. 덤으로 그 녀석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주로 택했다는 사실도. 뭐, 나중에 성재와 연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겠지, 라는 태평한 생각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가 주문한 두 정식이 대령되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쇼가야키 정식과 가라아게 정식.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휴대폰을 들어올려 사진을 찰칵 찍고ㅡ사실 나는 아직도 저런 행동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ㅡ 잘 먹겠다는 감사인사 섞인 말을 건네오는 십년지기에게 "천만에"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돌려주었다. 그러고선 나는 내 앞에 온 가라아게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무심코 두 손바닥을 모았다. 나도 모르게 "頂きます"라고 중얼거렸다. 일식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인가, 모국에 있던 시기의 버릇이 나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선 어색하게 이마를 긁적이다가 "아니, 잘 먹겠습니다"라고 이상한 타이밍에 말하면서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가라아게 하나를 집어올리고 잠시 바라보다가 친구의 밥 위에 무심히 올려주었다. 일본 자체에서는 생판 남끼리 이런 행동은 드물지만.
"독 들었는지 먼저 확인해봐."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었다. 그 다음에 젓가락이 가는 곳은 가라아게다. 독 들었는지 먼저 확인해보라면서 먼저 가라아게를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얇은 튀김이 맛있었다.
//성재가 소설가라는 설정은 사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히무라-아리스 콤비에서 받은 영향이 짙습니다...:3 아리스 시리즈 읽으신 분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겠죠!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 완전 좋아아아아..!!(반짝) 갱신합니다!
레주 안녕하세요! 엣 전 글 금손이 아니에요!(동공지진) 진짜 글 금손님이 무슨 말씀을...!! 앗, 사실 너무 많이 읽어서 좀 작작 읽고 공부나 하라는 폭언(팩폭)을 많이 듣습니다앗...(._.)(시무룩) 오늘도 제 책상에는 새로운 소설이 11권 올려져있지!! 하핫!!(노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이 읽어도 필력이 1도 안 는다는 점이네요...안대애애애애애ㅐ ;ㅁ;(왈칵)
>>409 사실 저도 추리소설을 잡으면 그냥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라는 심정으로 마구마구 책장을 넘기다가 마지막에 진상을 보고 이야 재미있었다~라며 책을 닫는 느낌의 독서를 해서...(시선회피) 그래서 앨러리퀸식의 (신)본격 추리소설들을 보고 오기가 생겨서 거기에 반해버린 거지만요!(끄덕)
>>410 제 기억 중에는 레주의 답레 3분 컷이 있습니다...!! 장문의 답레를 3분만에...!! 우와아 진짜 생각할 때마다 멍해지는데 그런 레주가 글금손이 아니라니 그럼 도대체 글금손의 기준이 무엇입니까..!(동공지진)(빼액)(땡강) ...에, 에에에에엣(창피)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잖아요...!(안절부절) 으아아 과찬이세요 감사합니다...!(점프절)
>>412 앗 저도 SF 되게 좋아해요! 사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린 추리소설 중 하나가 인격전이의 살인인데 이게 SF+미스터리거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주홍색연구 다 읽으면 다음 타자가 될 예정입니다! >.0(기대) 핫 그리고 저는 금손이 아닙니다!!(근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