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의 물음에 하윤은 알아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는 CCTV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보다가 지하 2층과 지하 1층의 CCTV 자료, 사건 당시 전후의 시간대의 자료를 보냈다. 그 영상 자료는 메이비의 핸드폰에서 재생할 수 있었다.
일단 지하 1층. 새벽 2시 15분 경에 데스크에 앉아있는 오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어디론가 향했다. 순찰이라도 도는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자리를 비우고 있다가 그는 새벽 3시 15분 경에 다시 데스크로 돌아왔다. 분명히 갈때는 그의 뒷주머니에 작은 LED로 보이는 손전등이 있었지만, 돌아올 때는 그의 뒷주머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하 2층.. 그곳에는 여러 방이 보이는 듯 했지만, 특별히 뭔가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조용하고 조용한, 말 그대로 고요한 침묵의 장면만이 그곳에 담겨있었다. 그 이외의 다른 CCTV를 찾아봐도 특별히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딱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장면만 계속해서 비치는 것을 보면 말 그대로 그것은 한 곳만 찍는 그런 류인 모양이었다.
한편 유혜의 물음에 오진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여전히 긴장한 목소리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니까, 부관리관님은... 저와는 다른 곳. 지하 2층에 있는 당직실에 계셨던지라...거기서 무엇을 했는진 전..그러니까...그게..잘, 모르겠습니다. 저..저는 그냥..이 1층 부근에서 돌아다니면서...순찰을 도는지라... 그....그래서..지하까진 내려가지 않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대답이 안 되어서. 그리고..그..물론 출입기록을 볼 수도 있지만...그..들어갈 때의...기록은... 찍혀있지만 나올 때의 기록은...그..기기가 고장이 난 것 같아서... 그게..그..기록이 지워지고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보..보시겠습니까?"
이어 오진은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는 컴퓨터를 조작한 후에, 데이터를 뽑아서 유혜에게 건네주었다. 거기에 찍혀있는 기록은 다음과 같았다.
한편 지하에 있을 지은은 넘겨받은 자료를 듣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1시 50분 출입이라.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굳이 거짓말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전에 새벽 3시 직전에 출입을 했다. 지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친근하게 새훈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그저 붙임성 좋은 아가씨가 말상대를 찾았다라고만 생각할 것이었다.
"그럼 정확히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무슨 일을 하셨나요?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냥 형식적인 거죠."
지은은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느새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꺼내 당장이라도 필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1층으로 올라온 메이비와 헤세드의 모습에 오진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오는 질문을 전부 듣고서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여전히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게..LED는...그게... 순찰을 하다 떨어진 모양입니다. 그게... 그러니까..그게..그리고 부관리관님은 순찰을 돌지 않습니다. 가끔 기기를 체크하러 가기는 합니다만 그 뿐이고..기본적으로 당직실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그런 일을 합니다. 말 그대로, 하룻밤을 여기서 보내는 거고..특이사항이 있거나 전화가 오면 그걸 받고 체크하는 그런 일이라서... 순찰은 저만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2시 15분에서 3시 15분 사이면...아..아마, 수, 순찰을 도, 돌고 있었을 겁니다. 3..3일전이라서..잘 기억이... 그리고..당직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 바로 보이는 문입니다. ...CCTV는 촬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처음 설계될 때부터 그런 느낌이었기에..."
대답을 끝낸 오진은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또 다시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초조한 느낌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지하 3층에서는 여전히 지은이 새훈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새훈은 이어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2시에서 4시인가요? 그때면 아마 당직실에서 딱히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후훗. 잠깐 기기를 체크하러 들어가긴 했는데 금방 나왔거든요 5분 정도만에. 그것도 사실 2시 이전의 일이고... 그 이외에는 당직실에 들어가서 당직을 섰습니다. 딱히 특별한 일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범인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어떻게 해야 이렇게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을 수 있는지부터가 신기합니다. ...괴물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과학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태연하게 대답하면서 그는 지은에게로 미소를 싱긋 지엇다. 참으로 태연한 모습이, 말 그대로 높은 곳에서 일하는 이의 여유 그 자체였다.
지은은 자신을 향해 싱긋 웃는 새훈을 따라 웃어주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지은은 환하게 웃으면서도 속으로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저 멀끈한 얼굴로 제 질문을 어떻게 저렇게 잘 빠져나가는지 그냥 체포해볼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게요. 과학적으로 불가능해보이네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 과학적으로 불가능해보이는 능력을 쓸 수 있는 지은이 모를리가 없는 일이었다. 지은은 빠르게 그의 답을 노트에 적고 다시 고개를 들어 새훈을 보았다. 무언거 더 질문할 거리가 있다는 의미였다.
"어쨌든 2시 전에 잠시 나오셨다고요? 정확이 몇 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당연하겠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죠? 그리고 당직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궁금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