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려고 시도해봤지요. 하지만..전혀 녹지 않네요. 난감해요. 우리들도. 물을 전혀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언제부터 얼어붙어있었냐면.. 3일 전이었을까요? 언제나처럼 이곳에 와서 기기를 점검하려고 들어왔는데... 글쎄. 이런 상태였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건지 알 수가 없어서...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보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더라고요. 이거 참..."
난감하다는 듯이 새훈은 둘의 말에 대답했다. 이어 그는 가볍게 기계쪽을 뒤덮어버린 얼음을 가볍게 톡톡 쳤다. 그러자 가볍게 깡깡하는 소리가 그곳에 울러퍼졌다. 말 그대로 아주 제대로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정말로 강력한 열을 발산한다고 해도, 기계가 무사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누가 봐도 익스퍼가 개입한 것이 분명한 상황. 그리고 그 모습은 서하와 하윤에게로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어 서하에게로 유혜의 통신이 들어왔다. 그러자 서하는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후에 유혜의 말에 대답했다.
"수자원공사에 근무한 공기업 직원들 중에서 그런 익스퍼는 존재하지 않아요. 경비원이나 청소부, 그런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요. ...애초에 그쪽은 아예 외부업체와 계약을 하는 형식이니.. 이름이나 그런 것을 모르면 어떻게 찾을 수도 없고요. ...하지만 그런 이들에겐 범죄가 불가능할 거예요. ...애초에 그곳에 들어갈 때 카드를 찍었죠? ...보통 그런 중요시설은 관련업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어요. 경비원이나 청소부에게 그런 카드를 줄리도 없고요."
적어도 서하는 그쪽 관련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의견일 뿐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유혜의 자유였다.
이어 호민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것이 정말 신기한것이 말일세. CCTV에서조차도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 걸세. 이 건물에는 CCTV가 군데군데 설치되어있네만... 말 그대로 거기에 찍혀있는 이는 없네. 그리고 이 지하 3층의 CCTV는...보다시피 얼어버려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네. ...곤란한 일이지. 간단하게 말해서, 이런 일을 저지른 이의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걸세."
>>924 음. 그렇게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기계에게 영향이 안 가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말 그대로 기계 자체가 통째로 너무 꽁꽁 얼어버려서, 얼음속에 갇힌 것처럼 보이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얼음을 공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계를 공격한다는 것과 동일하답니다.
"그런데 진짜 건물 근방 CCTV에 아무것도 안 찍혔어요? 보통 한 두명정도 지나가지 않나?"
단순 온도를 다루는 능력이라면 이정도의 얼음이 생성되지는 않아. 얼음을 다루는 능력이 틀림없어. 내부 CCTV에 찍히지 않은 것을 보아 분명 내부 CCTV를 계속 보고 있어서 그것의 사각지대를 잘 아는 사람일꺼야. 아무리 내부 직원이라고 해도 CCTV의 사각지대를 다 아는건 힘들어, 그렇다면 역시 경비원인가? 카드야 훔치면 그만이고...아니야, 무턱대고 의심하면 안돼
범인이 얼음이나 냉기 관련 익스퍼라는 가정하에, CCTV에 찍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아 두 가지 가능성으로 나누어진다. 하나, 그 범인의 능력은 원격조작이 가능하다. 둘, 공범이 존재한다. 만일 공범이 존재할시 그 공범의 능력은 투명화가 가능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ㅡ지은이의 능력처럼ㅡ.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어느 다른 가능성이라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의심은 언제나 뒤따라온다. 결론은 머리가 아프다는 것밖에 없게 되었다. '흐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꽁꽁 얼어붙은 시설을 둘러보았다.
뭐어...좋아, 초반이니까 찬찬히 가자. 주먹을 쥔 손을 얼어붙은 기계에 가볍게 부딪치면서 그리 생각했다. 가벼운 깡 소리가 작게 울러퍼졌다.
"물의 공급 경로는 어떻게 되나요?"
여전히 시선은 기계를 향한채, 목소리를 살짝 높여서 물어보았다. 관계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전체적으로 한 질문이다. 물이 공급이 되는 경로가 있을테니, 그걸 이용해서ㅡ물이 공급되는 역방향으로 능력을 썼다든지ㅡ '코어'나 다름없는 이 시설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초보적인 발상이었다.
여담이지만 익스레이버 추리파트를 볼 때마다 앞으로 판타지계열 본격 추리소설을 좀 찾아읽어봐야하나...라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되네요. 으아아, 저는 완전히 현실적인 트릭이 들어간 신본격 추리소설 밖에 못 읽어봤단 말이에요오오..!! 아야츠지 유키토라든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든지, 아유카와 데쓰야라든지이이....!!(땡강)(끌려감)
"...뭐, 근방을 지나는 이들은 있을지 몰라도 건물로 향하는 수상한 이들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문제없이 퇴근을 하는 저녁 6시부터 시작해서 첫 출근이 이뤄진 아침 7시 30분까진 말이에요. 적어도 그 건물을 향하는 수상한 이는 없어요. ...애초에 사람도 안 찍혔고..."
앨리스의 말에 서하가 대답을 했고 이어, 대원들의 대답에 새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나하나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출입이라고 하셨는데... 이 건물에 들어오는 것 자체는....쉬울 겁니다. 기계가 고장이 나지 않도록, 야간 근무를 서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단수가 있던 날, 당직을 선 것은 저였습니다만, 특별히 이상한 것을 듣거나 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야간이 되면, 지금 경비를 서고 있는 '김오진' 씨의 눈을 피할 순 없습니다. 입구 부근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니까요. 그리고 창문이 깨지거나 하면 바로 경보가 울리게 되어있고요. 덧붙여서 이 시설은 출입 카드가 없으면 올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이 출입카드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출입카드는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출입카드를 분실했다는 보고도 없고요.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입니다만..출입카드를 찍은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출입카드를 보면...네. 여기로군요."
이어 그는 모두에게 출입카드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출입카드의 중심부분이었다. 거기엔 작게 홈 같은 것이 파여있었다.
"여기에 지문을 찍어서 2차 인증을 해야 합니다. 지문이 틀리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설사 주웠다고 해도 그것을 쓸 순 없습니다. 그리고 물의 공급 경로라고 해도..다른 곳과 차이는 없습니다. 물탱크의 물이나, 정화시설의 물을 정화한 후에, 그것을 이 기기를 이용해서 파이프를 이용해서 중간 공급시설로 보낸 후에, 거기서 기기를 또 써서 또 작은 시설로 보내게 되고, 그 작은 시설에서 각각 가정집 등으로 물을 공급합니다."
"아마도, 그 파이프를 이용해서 능력을 쓰는 것은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기계는 얼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방 안 전체를 얼릴 순 없을테니까요."
대충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서 하윤이 모두의 이어셋으로 보충 설명을 보냈다. 아무래도 하윤의 생각으로는 그런 방식으로는 기계를 얼리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시설이 있는 방 안 전체를 꽁꽁 얼려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파악한 모양이었다.
“ 흐음..., 출입카드를 소지하고 이곳에 지문이 등록 된 사람의 규모는 어느정도죠? 그, 경비원분도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신가요? “
아, 이거 너무 어려운데. 유혜가 두 눈을 깜빡거린다. CCTV에 찍히지 않았다는 걸 보면 순간이동인가? 아니면 근처에 있는 걸로도 온도조절이 가능 하다던지. 그런데 이렇게 얼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꽤나 높은 랭크의 익스퍼거나 다른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 이렇게 된 지 3일 정도 되었다구요. 정확하게 이곳이 언 걸 발견한 시점이 언제죠? 그때 전후로 굳이 이곳에 출입하려는 사람이 아니래도 지하 3층에 접근한 사람이 있나요? “
흐으음... 이게 무슨 트릭이람.
“ 혹시 이 방,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나요? 아니면 외부로 통하는 통로나 환풍기. “
강하윤 씨의 설명을 들은 나는 허를 찔린 듯한 쓴웃음을 작게 잠시 지으면서 이마에 한 손을 얹었다. 그러니까 수도를 이용한 범행은 불가능하다시피하다는 소리지. 과연 초보적인 발상, 생각해낸지 3분도 되지 않아 부정 당했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단순하게 나가보자. 태평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네, 그럼 최서하 씨. 방금 언급된 김오진 씨는 익스퍼인지 확인해줄 수 있나요? 만약 익스퍼라면, 능력의 내용도 부탁해요."
그렇게 오퍼레이터들 쪽으로 이어셋을 이용해 부탁을 하나 걸어놓고, 나는 꽁꽁 얼어붙은 이 곳 안을 돌아다녀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뭔가 눈에 띄는 건 없으려나. 이곳에 존재하면 안 되는 거라든지. 뭐, 삽질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서가 워낙에도 안 잡히니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