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하나가 해결되면 좀 평화로워질만도 하건만, 성류시는 여전히, 평화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3일 전부터, 모든 물의 공급이 끊어진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성류시는 또 다시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금방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 사태였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성류시의 수자원공사에서도 언제 고쳐질지 알 수가 없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말에 시민들은 그저 피해를 느끼고 있었다.
점점 목이 타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다른 도시에서 지원을 해줘야 할 정도로 단수 상태는 심각해져만 갔다. 물론 성류시에도 강은 있긴 했지만, 그 물을 그냥 먹은 이들 중에서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이들도 벌어졌다. 말 그대로 다른 도시에서 지원되는 제한된 물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배탈이 날 것을 각오하고 강물의 물을 마시던가...둘 중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롱범 팀의 상황이라고 해서 딱히 좋을 것은 없었다. 일단 서하가 자신의 능력으로 물병을 전송해오긴 했지만, 그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었고 슬슬 그 한계치에 부딪치고 있었다.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서하는 작게 혀를 찼다.
"....정말...대체 언제쯤 해결이 되는거야. ...하아...다른 도시까지 가기 귀찮은데."
"근데 정말로 곤란한 상황이긴 하네요. 전화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하고...딱히 신고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보통 곤란한 상황이 아닌지, 서하와 하윤은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적어도 모니터 안에서는 특별히 뭔가가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 갑자기 하윤의 앞에 놓여있는 전화가 울렸다. 그녀가 그것을 받자, 당연하다는 듯이 그 전화 통화의 내용이 사무실에 방송되듯이 울렸다.
"아. 자네들인가? 나일세! 김호민 경위!!"
"어머. 김호민 경위님. 무슨 일이세요?"
"그게 말이야. 뭐라고 해야하나... 자네들이 아무래도 성류 수자원공사로 와야할 것 같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서 조사를 왔는데...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네. 아무리 봐도 이건..자네들이 나서야 할 일이야. 긴급히 와줄 수 있겠나?"
이어 하윤은 전화통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성류 수자원공사 쪽에 무슨 문제가 생기긴 생긴 모양이었다. 다만 그것이 자신들이 출동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은...어쩌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뒤이어 서하는 뒤를 돌아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대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들 많이 민감해진 것 같은데. ...아닌 이도 있어보이지만...하기사 이런 귀찮은 일이 생겼는데 안 민감해질 수가 있나."
물은 생명의 근원. 그 물을 누군가가 만약 건드려서 이렇게 단수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줄이 걸린 사태이니까. 아무튼 서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전화 통화에서도 들었다시피... ....뭐, 출동을 하게 하는 모양이네요. 다들 준비를 해주세요. ...혹시 모르니까, 장비 다 챙기고요. 일단 김호민 경위. ...그 사람이 부를 정도면 어쩌면 익스퍼가 연관된 사태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죠. 일단 그 근방은 간 적이 있으니까..."
"어머? 언제 갔었어요? 수자원공사에?"
"...혹시 물 없나 해서 가본 적이 있어. 없었지만."
아무래도 물을 얻으러 한번 간 적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서하가 그 곳으로 간 적이 있다고 한다면 그 곳으로 전송을 시키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서하는 준비가 다 끝나면, 일렬로 서 달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편에 있던 렛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윤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후훗. 렛쉬. 안돼. 수자원공사에는 동물이 함부로 들어가면 안돼. 그러니까 다음에 일이 생기면 그때 출동하자. 알았지?"
"뀨우웅..."
하윤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제 렛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서하는 다시 앞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유혜의 중얼거림에 한숨을 푹 내쉰다. 이번엔 대놓고 말려 죽이려고 하는 건지. 정말 짜증난다며 속으로 중얼 거리곤 테이저건을 찾아 권총집에 넣는다. 외투까지 걸치고 나서야 타박, 평소에 하던 대로 걸음을 옮겨 선다. 렛쉬를 가만 바라보다 슬몃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어보인다.
각자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서하는, 모두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손으로 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렛쉬는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이 왈! 왈! 크게 소리를 내면서 짖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퉁기면서 모두에게 작은 음료수. 자판기에서 뽑을 수 있는 음료수를 하나씩 준 후에, 그는 이어 손가락을 다시 퉁겼다. 언제나처럼 시야가 검은색으로 변하고, 그 시야가 돌아왔을 때 보이는 것은 성류 수도공사국 앞이었다. 요즘 날씨는 상당히 풀린 덕인지,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들이 온 것을 확인했는지 수도공사국의 정문이 열렸고 경찰제복을 입고 있는 김호민 경위가 나타났다.
"자네들 왔나! 음. 잘 와줬네! 갑자기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미안하군! 일단 이야기는 안에 가서 하도록 하지!! 따라오게나."
이어 김호민 경위는 건물 안으로 아롱범 팀을 데리고 갔다. 문이 열리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을 바라보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경비원 복장을 한 것으로 보아 경비원인 모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저, 저, 저기 그러니까, 형사님. 호, 혹시 그 분들도 경찰입니까?"
"음. 그렇습니다. 일단 수사에 필요할 것 같기에.."
"아. 네. 네. 어서 들어가보십시오."
이어 경비원은 어서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째서일까? 경비원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물론 경비원이 항상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지만, 묘하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물이 나오지 않는 것 때문에 상당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일까?
아무튼 호민은 아롱범 팀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데리고 갔고, 문이 열리자 지하 3층 버튼을 꾹 눌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일단 자네들을 왜 불렀는지 궁금하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이 건물 안에서 익스파의 파장이 검출되었다네. 물론 직원들 중에 익스퍼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곧 알게 될 걸세. 이 지하 3층에서 기다리는 풍경을 보면...자네들도 왜 내가 불렀는지 납득할테니까."
참으로 답답한지, 호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동안,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양복을 입고 있는 직원 한명이 서 있었다. 안경을 끼고 참으로 깔끔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이미지. 모두의 눈앞에 서 있는 남직원은 말 그대로 정말로 깔끔함의 대명사였다. 사회에서 정말로 인정받을 것 같은 남자.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 직원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아. 그 분들이 수사를 도와준다는 경찰 분이십니까? 형사님."
"그렇습니다. 상당히 유능한 이들입니다. 특히 이런 사건이 전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인사하게. 이 곳의 부책임관을 맡고 있는 민새훈이라는 사람일세."
"안녕하십니까. 부책임관을 맡고 있는 새훈이라고 합니다."
"자. 새훈 씨. 현장을..."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인사를 끝낸 새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신의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문의 잠금 장치에 꾹 찍었다. 그리고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와 동시였다. 엄청난 한기가 문 너머에서 흘러나왔으며, 아롱범 팀을 덮쳤다. 한창 추운 날씨의 냉기를 떠올리는 그 냉기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흔적이었다. 바닥은 물론이고 천장, 벽, 그리고 돌아가야하는 기기들조차 모두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특히 물을 공급하는 장치인 기기는 말 그대로 얼음 속에 갇혀있었다. 자칫 잘못 얼음을 깨뜨리면 기계가 망가질지도 몰는 상황이었기에 좀처럼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어 새훈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조심해서 들어오라는 말을 하면서 좀 더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의 복도는 정말로 꽁꽁 얼어붙어있었고, 천장에는 고드름 같은 것이 맺혀있었다. 정말로 조심조심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거대한 물탱크들이 보였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시설, 그리고 그 물들이 모이는 공간도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도 전부 얼어붙어있었다. 정말로 말 그대로 '겨울왕국'을 보는 듯한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훈은 난감하게 웃어보였다.
"이런 상황이기에 물을 공급하고 싶어도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얼음을 깨보려고 했지만 너무 단단하게 얼어서 깨지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그 현장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으나, 그것은 곧 거대한 사건 현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부터 조사를 하고 어디서부터 말을 듣는 쪽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