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턱을 손으로 짚고는 남자의 반응에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미지가 자신을 만족시킨다고 속으로는 광소를 지을만큼 충분했지만 그것을 얼굴에는 전혀 드러내지않았다. 그저 소녀에게서 비웃음이 그저 기운으로만 연결되는 듯한 기분나쁜 정신혼란이 남자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소녀는 그러한 존재였으니까.
『너무 그건 혀를 놀렸어 까마귀 친구. 언제부터 내가 양끝과 동등한 입장이라고 너는 착각한거지?』
남자의 정신을 억누르는 듯한 말이 소녀의 입에서 남자의 머리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듯한 아득한 한 문장이 뇌리에 마치 쇠를 끼이익하고 긁는 소리를 내듯 뇌수가 각인되었다.
"말을 돌리는건 못쓰지만 까마귀 친구가 곤란해하는거 같으니 어디 어울려주도록하지 그럼 두번째 이야기를 어디한번 해볼까."
아. 갑자기 위대한 혼돈, 얼굴없는 신을 경배하는 광신도가 캐릭터가 하고싶어졌다... 하지만, 스스로 금세 흥미가 식을 테니 그냥 상상이나 하죠.
270시이 - 아나이스가 모에한 이유를 나타내는 파이썬 코드를 짜와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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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2 (불탄다..!) 23:51:36
"그래요? 응, 그럼 다행이다."
...엑, 잠깐만? 갑자기 다가오는 이거 뭐죠? 어, 이게 무슨... 그러니까, 잠깐. .......에? 어?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거, 그... 입술이랑 입술이 맞닿은, 그런. 그, 아아... 얼굴이 화악 붉어진다. 어버버버거리면서 지금 상황을 다시 되새기려고 제 입술을 가만히 매만진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음... 그래. 이렇게 부끄럽게 만든 걸, 언젠가 꼭 돌려주고 말아야지. 정말로.
"......아뇨. 그게 아니라... 전 원래부터 싫어하는 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좋아하게 될 거라는 의미죠.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전 모든 걸 좋아하고 있으니까. 싫어하는 건 없어요. 정말로.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러운데.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모든 게 좋아보이는 저라고 해도, 아나이스는 그저 좋다를 넘어간 수준의 특별한 존재에요. 내가 그은 선 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전 모두가 다 친구라는 의미에서 좋다는 느낌이지만, 아나이스에게만큼은 그런 단순한 감정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연정이고, 연심이고, 애정이고, 그리고... 사랑인거라고 표현할 수 있는거죠. 그런 거니까요. 아나이스는 내게, 특별해요."
그렇게 말하곤 이내 좀 고민하다가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퍼서 입에 넣는다.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이 맛이 좋다.
어리광쟁이라. 나른한 기분에 너무 취해버린것일지도 모른다. 이 숲 지킴이가 감히 그런 말을 들을 정도라면.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처음 만난 그 날 부터 비비안은 항상 한결같았다. 그 점이 정말로 거슬렸는데,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니. 그 이유를 지금의 나는 알고있다. 그건 거슬림이 아닌 동경이었기 때문이겠지.
"잠시 이대로 있게 해준다면 그걸로 좋다."
레이첼은 굳이 사양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따뜻한 난로의 탓인지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의 탓인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잠드는걸까. 수면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또 처음이었다. 이 여자와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천근만근인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좀 더 깨어있어야 하는데.
"사랑한다."
그런 생각에 쫓기듯, 의지와는 별개로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환상종은 영생을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생을 말해도 아깝지 않지 않을까. 안 그래도 나의 입은 박하다. 그저, 흘려보내자.
"아직 구역질을 하기에는 충분하지않아. 진정한 미지의 끝을 보기위한 연극은 첫번째 이야기가 시작이되어, 발단을 이루지만 전개에는 도달하지못해. 그건 그저 작고 사소한 일에 불과하거든."
딱. 또하나 도미노가 쌓아져 올라간다. 어느새 소녀의 눈높이를 벗어나 남자의 눈높이 까지도 상승해 오르고있었다.
"어떤 기술이 발전하느냐 라고 까마귀 친구가 물었으니 두번째 이야기를 해볼까. 어쩌면 그쪽도 들었을지는 모르는데. 네 소중한 친구와는 달리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인형은 어떨까. 까마귀 친구. 나는 생각보다 친구가많아. 가령 여기에도 있을지도 모르지. 난 친구들에게 선물을 나눠줌으로서 발생하는 특이점을 좋아하거든. 인형은 말이야. 그들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기적일지도 몰라. 아무튼 그런 이야기가 있어. 까마귀 친구가 투자하지않은 점은 아쉽네. 격변의 산증인이 될텐데. 슬프기 그지없어."
한쪽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소녀는 전혀 슬퍼보이지않는 마치 라디오의 아나운서같은 또렷한 발음으로 말할뿐이었다.
"벚꽃나무는 어떨까. 그 이야기는말이야 발단에 불과하지만 결국 분기점이라는 이야기에 도달하는 수많은 소이야기들이 얽히게되는 그랑기뇰이거든. 꽤나 그 검을 정련해내는 이야기를 써내는건 쉽지는 않았어. 결국 어떤 미지를 보게될까? 여기까지가 세번째 이야기네. 두번째와 세번째 한번 감상평을 들려주겠어?"
은유 그자체지만 모든것은 여기서 흘러가고 있는 이야기. 소녀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네 감상평은 말이지. 내 머리속에서는 영원히 기억될거야. 너의 머리속에서는 사라지겠지만."
"아주 잘해줬어. 이 게임은 말이지, 사실 승리조건이 있거든. 네가 내 정체를 물었을때 네가 지는걸로 말이야. 트리거가 동작하겠네."
소녀의 눈동자는 근심하고 있지않았다. 게임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으로 가득찬 눈동자와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지만, 아무리 보더라도 그것은 승리를 쟁취한자의 얼굴이었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는 패배감을 느낄만한 감정이 북받쳐오를 그런 얼굴이었다.
"이제 게임판이 닫히니 그 감상평이라는 글자로 덧씌어진 질문에 대답해볼까."
'마지막 도미노를' 쌓아올린 소녀는 꼭대기에 있는 도미노를 손가락으로 꾹누르고는 말했다.
"나는 그저 미지를 보고싶은 관측자. 너희들이 특이점에 도달해서 어떤 이야기를 자아내는지 보고싶은 무대뒤를 꾸민사람. 아니 이런 가식적인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데. 이런건 어떨까. 혼돈으로 가득찬 미래를 보고싶은 희망자. 아니야 이것도 아니지. 내 친구들은 이렇게 부르던가. 엉기어 꼬이는 혼돈. 그렇지만 그것도 부족해. 그러니까 나는 형언할수없는 존재지."
소녀는 테이블위로 뛰어올라 테이블을 밟으며 남자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그래. 이 이야기는 군상극. 너희들이 어떤 분기점까지 도달해 나한테 미지를 가져다줄지에 대한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 흐음.. 그 이야기는 말이야. 네 마을은 애초에 그럴 운명이었던걸 내가 키웠을뿐이야. 그저 시간을 앞당겼을뿐인데, 너는 완성되지못했구나. 조금은 실망해서 눈물이 나오겠는걸. 전혀슬프지는 않지만. 나는 근심하는 얼굴을 연기하고있으니까."
신이냐는 물음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소녀는 답하며,
"그건 틀렸네. 잘못된 추측이야. 그저 규격외로 신이 잘못부여한 능력이 있기에 그 잘나신 신님을 한번 당황시켜보고싶은 장난꾸러기야. 너희들과는 크게 다르지않아. 그저 규격외의 능력을 부여받았을뿐이지."
기형적으로 쌓혀있던 도미노 구조물을 하나 빼버려 그것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것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 것이아닌 처음 꺼냈을때 가지런히 정렬된 모습으로 원상복구되는 기이한 과정의 그자체였으며, 마지막으로-.
"그럼 트리거로 발동된 패자의 벌칙은 말이지. 그저 너는 나를 만난적도 없고, 이야기한적도 없는 그저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던 하루를 보내고있던걸로 모든것을 잊게되는거야. 그럼-."
작별인사를 하고 몽롱해지는 의식과 같이 소녀는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비밀이라는 듯한 제스처에 늑대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뜰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다. 뭐지, 털을 수집하는 취미라도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보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늑대는 얌전히 있었고, 헨리가 재채기를 하며 소리없이 웃는것을 보고는 하지 말라는 것처럼 작게 끼잉. 소리를 내며 그를 빤히 쳐다본다.
[으응..? 그건 왜 묻는 것이죠.]
꼬리를 부드럽게 살랑이며 귀를 쫑긋이던 늑대는, 파고든 고개를 들어 헨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인다.
>>298 생각해 보십시오. 관측자인 저조차도 이리 되는데 '그녀'아니, '그' 아니요... 감히 말로 이룰수 없는 그 분을 목도하게 된 저기에 있는 그 자는 어떻겠습니까? 다행이도 인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수정해주셨습니다만. 그러니 그는 괜찮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되겠지요! (아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