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앨리스의 접촉이 있었지만 권찬기는 예상 외로 깔끔히 그 접촉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내게 가자고 하는 모습은 그냥 사람 좋은 택배 배달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내 안에서는 아주 약간의 의문이 생겼다. 과연 이 사람이 범인일까? 행여나... 저쪽의 교란 작전이라면?
나를 혼란케 하는 모습은 역무원에게 택배를 건네준 후에도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이 짧았군요. 알고 있었을 줄은."
태연스럽게 내가 경찰일 것을 알고 있었다, 제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왔느냐고 묻는 모습이 보통내기 같지 않았다. 어차피 들킨 거 숨길 필요가 뭐 있으랴. 나는 이어셋을 다시 끼우며 그를 보고 말했다.
"당신이 생각한대로 마약 건은 아니에요. 이쯤 되면 숨기는 건 의미가 없겠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최근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급작스러운 기절 사건, 그 사건의 용의자 선상에 당신이 떠올랐어요. 증거는 피해자의 집마다 그날 택배를 받았는데, 그 택배의 배달원이 당신이라는 것과 당신의 익스파가 사건에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 사실대로 말할지, 거짓을 말하고 이 자리를 피할지는 당신의 자유에요. 그러나 당신이 진범이라면 우리는 끝까지 쫓아 잡을 겁니다."
도망친다고 해서 순순히 보내줄 생각도 없지만 말이에요. 담담히 말을 마치곤 어쩔 거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지은은 지하철역 벽에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그저 핸드폰을 하며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은은 눈을 흘깃 돌려 권찬기와 울프 선배를 보았다. 가깝지 않은 거리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길은 없었지만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렵잖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멀어지는 그를 따라가기 위해 적당히 텀을 두었다가 벽에서 등을 떼었다. 여전히 손에는 핸드폰이 들린 상태였고 천천히 거리를 좁혀가는 지은이라 권찬기가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이제 상대의 목소리가 겨우 들릴 듯한 거리가 되자 지은은 그 거리를 유지했다. 괜히 더 가까이 갔다가는 걸릴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 원조가 늦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원조가 그곳에 도착하자 눈에 보이는 것은 다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롱범 팀의 모습. 그리고 저 안 쪽에서 대치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단 원조의 폰에도 전송된 사진과 비교하면 그 사람이 찬기임은 분명했다. 그와는 별개로 유혜의 요청에 따라 서하는 각각의 CCTV의 영상을 복사했고 찬기가 확실하게 안으로 들어가는 CCTV 영상의 자료를 그녀에게로 보내주었다.
아무튼 찬기는 울프의 말,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테이저 건을 겨누고 있는 센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태연하게 두 손을 들어올렸다. 이어 그는 센하와 울프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 자. 진정합시다. 경찰 아저씨. 후훗. 5년 전 백화점 폭발 사건. 아아. 그때 그거인가요? 위험했죠. 정말로... 근데 그 폭발 사건과 관련이 있냐고 하면. 네. 있어요. 그때 저도 휘말렸으니까. 제가 일으켰다고요? 제가 어떻게 일으켰단거죠? 그리고 익스파라는 것을 거론하는 것을 보면 제가 익스퍼라는 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답이 더 쉽죠. 제 능력이 뭔지도 알고 있지 않나요? 제가 어떻게 폭발을 일으킨단 거죠? 그 백화점을..? 그것을 따지려면 방화점을 찾아가야죠. 후훗. 그리고..이번 사건. 아. 저도 뉴스로 봤어요. 안타까운 사실이죠."
히죽.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그녀의 말에 정말로 침착하게 반론을 던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g93iyEJro
"확실히 저의 능력. 미스트 파우더를 이용하면 불가능하진 않겠네요. 작은 입자를 만들어서 침투시키면, 호흡기 하나를 파괴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요. 네. 그 점은 인정할게요. 하지만 말이죠. 경찰 아가씨. 제 능력이 실제로 쓰였다는 증거가 있나요? 확실하게 쓰였다는 물적 증거라던가 그런거요. 사실이고 뭐고 저는 역으로 묻고 싶네요. 설마..심증만 가지고 이러는 것은 아니겠죠? 후훗."
이어 그는 태연하게 두 손을 아래로 내려놓으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쓰러진 것들에 대해서... 그 안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있나요? 그러니까..이를테면 좋아요. 호흡기가 파괴되었다고 쳐봐요. 그럼 그 안에서 호흡기가 파괴되었다는 증거가 있냐는 거죠. 지금 아무것도 없지 않아요? 제 능력인 입자가 쓰였다는 물적 증거, 혹은 안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는 증거. 혹시 모르잖아요?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뭐 잘못 마시고 쓰러졌을지. 안 그래요? 증거가 있으면 듣고 싶네요."
//용의자 혹은 범인과 직접적으로 논쟁을 하게 되는 로직 배틀 시간입니다. 저번에는 아는 이가 대답을 한다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모두에게 정보가 공유되어있다는 느낌입니다. 즉, 여러분들 중 1명만 레스로 답을 하면 됩니다. 아무나 말이죠. 오너가 알고 캐릭터는 모른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확실하게 아는 이가 최소 1명 답을 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문제는 2개가 되겠네요.
1.그의 능력, 미스트 파우더. 즉 작은 입자가 실제로 그 안에 뿌려졌다는 증거가 있는가. 2.범행이 정말로 안에서 벌어졌다는 증거가 있는가.
100% 확실하게 이거다 하는 단서는 아닐지라도, 정황증거도 인정됩니다. 자... 지금부터 문제를 풀어보시면 되겠습니다.
1. 식물은 생각보다 공기 중의 영향을 쉽게 받습니다. B에 나왔던 화분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 호흡기는 생각보다 정화 작용이 강해서,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숨을 쉬지 않으면 쉽게 부서지지 않아요. 그리고 배경상 겨울이라는 점도 문제가 생기기 좋겠죠. 3. 어린아이의 증언에 따르면 어머니는 안에 계시다가 돌아왔을 당시 쓰러졌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