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럽게 덧붙이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설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비틀거렸습니다. 잡종, 머글, 하등한 종족... 밉구나, 미워. 동족을 괴롭히고, 그저 같은 인간들을 모두 공격하는 순혈이 참으로 밉구나. 그런데 말이죠, 유키마츠 교수.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건 학생이에요? 프로테고 주문으로 무장해제를 막았다고 칼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아, 유키마츠 교수는 인간인 척을 해도 요괴였습니다. 설녀의 동공이 가늘어졌고, 그의 한 쪽 손에는 지팡이가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습니다.
' ...... '
얼음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검이 유키마츠 교수의 손에 잡혔습니다. 그렇죠. 이제, 요괴는 달겨듭니다. 프로테고 주문을 외운 도윤에게 유키마츠는 그 즉시, 뛰어들어가서 검을 휘둘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그런대로 용납할 만한 일이었나 보다. 그러나 다음은 없다. 한순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은 낯이 천천히 멀어져갔다. 역시나 그는 변덕스럽게도 폭력적이다. 자신이 그를 두려워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 직설적인 위협 때문이었으니, 참으로 그는 의뭉스러운 데가 있었다. 잔인하며 포악했지만 기실 제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말과 적절한 위협으로 제 마음을 가지고 놀기를 즐겼고, 때문에 그의 말은 그녀의 것과는 다른 의미의 훈령이 될 뿐이었다. 애매하게도 그녀를 닮은 그를, 저는 이제 어떻게 대해야만 할까. 저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나를 끌어다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역시 그와는 다른 또다른 목적이 되어줄 수 있을까. 조금 고심해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나는 내가 싫으며 내 목적이 아니다. 그녀를 닮은, 때문에 극도로 싫어하는 그가 제 중요한 것이 되어줄 가능성은 전무했다.
제 생각이 어떻든지 그는 제게 관대하다 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진위여부를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는 속이 꼬인 사람이고 저는 그저 그의 뜻을 따르기만 하면 되었기에. 내게는 여전히 목적이 있었다. 나는 ■■■였지만 그가 살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이 분수를 깨닫고 목숨을 바쳐야만 했다. 나는 들판의 나무이며 버드나무 못의 풍요였다. 그를 살게 하거나 싸우다 죽으면 되었다. 그뿐이었다.
그러니 죽어버려라. 터져나오는 외침이 다시금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벌을 주겠다고 했다. 아, 역시 대답하지 않은 것은 그의 심기를 자극하는 일이었나 보다. 이번에는 무엇을 해야할까. 옛적의 고통은 더는 제게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는 혼란한 제 모습을 즐기고 싶어할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행동이 역시나 불쾌한 종류의 것이었다. 다가오는 손이 목에 닿았다 떨어진 자리에는 끈이 둘러졌다. 부드러운 감촉으로 보아 천 자체는 여간 고급진 게 아닌 듯했지만 꼭 개 목걸이라도 찬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벌이라 하기에도 참으로 적절했다. 목에 매인 매듭 위를 가볍게 쓸어만지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리고...... 고마워."
생각해보니 역시, 저는 그가 그녀를 닮았다는 점 외에도 그를 싫어할 만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생리적으로 혐오할 만큼. 싸우다 죽어버려라. 어쩌면 내가 '그'와 목적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면 사기노미야를 없애버리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죽어버려라.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헐 와 저 밥먹고 나니까 갑자기 문장력이 팍 죽어버렷음 저 필력도 반찬으로 잡수고 왔나봄;;;;;;
기쁨의 봄바르다라도 쏴 드려야 하려나!하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진심을 담은 탓인지,아니면 그저 운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프로테고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고 바로 그 순간 교수님의 검이 자신에게로 휘둘러졌다. ..아,위험해!
"..쳇,설마 제가 이 정도도 못 막을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후후훗,방심은 금물이라는 걸 모르시나 본데!"
자기를 베려던 검을,지팡이를 반쯤 돌려 막아내었다.길이가 긴 지팡이라 다행이야.다른 학생들처럼 짧은 지팡이였다면 아마 얄짤없이 베였을거야. 아무튼,이로써 다시 근접전이 되었다.자기 지팡이의 길이가 길어서 근접전에서는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뭐어 일단 시도는 해 봐야지.
"반박하지 못할 현실에,결국 이성을 잃으셨나요?유키마츠 교수님!"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인간이지만,그래도 어쩔수 없는 설녀라는 건가.피식 웃음을 지었다. 뭐,아무튼 상관 없지.지금은 지팡이를 쥔 내가,조금은 더 유리할테니까.
"섹튬..아니다.교수님은 설녀니까,특-별-히 극상성인 걸로 실컷 즐기게 해 드릴게요!레라시오!!"
지팡이를 장대 삼아서 뒤로 점프해 살짝 거리를 띄운 다음,다시 지팡이를 교수님에게 겨누었다. 후후,즐거워!즐겁다고!
역시 세월은 세월인가 봅니다. 실력이 엣날 같지는 않군요. 유키마츠 교수는 도윤의 지팡이가 제 검을 막아 세우는 것을 보곤 혀를 짧게 차셨습니다. 요괴는 요괴였습니다.
' 학생은 학생이지만, 동시에 추종자 아닌가. '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인간을 흉내내는 요괴의 으르렁거림이요, 가늘어진 눈동자와 억센 손톱 역시 그것을 증명하니ㅡ 유키마츠는 으르렁거림을 멈추지 않고 검을 꾹 쥐었습니다. 추종자가 몇이나 더 있을까요? 두 학생을 제외하고도 많은 추종자가 이 학원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추종자들에 의해 몇이나 되는 동족의 피를 손에 묻히게 되었었죠? 그리고 유키마츠, 당신은 몇이나 되는 마법사들의 피를 손에 묻혔었죠? 으르렁거림을 멈추지 않은 요괴는 제게 겨눠지는 주문에 황급히 지팡이가 겨눠진 방향에서 피했습니다.
' 어딜...!'
추종자인가 학생인가에 대한 이성은 이미 끊긴 이후였습니다. 교수가 아닌, 그저 '설녀' 로서 그는 찌르듯 도윤에게 검을 내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