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따듯해지니까 나른해졌다. 벤치에 앉아서, 잠깐 상념에 빠져 앞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입이 저절로 열려, 나와 친해진 사람-도윤 선배라던가-에게도 꺼내지 않았던 얘기를 시작했다.
"당신은, 왜 이쪽에 들어왔어요..? 아, 일단 벤치에 앉으세요."
숨을 크게 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저는요, 모든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어요. 그 사람이 머글이든, 마법사든. 모두랑 친해져서, 같이 놀기도 하고, 누군가와는 사랑도 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전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저는요, 제가 그냥 평범한 순혈 가문의 자제인줄 알았어요. 그냥 남들보다 교육이 더 힘든가보다, 그랬어요. 그런데 사실은 저희 가문이 '그'를 따르는 가문이었고, 심지어 저는 평범한 자제도 아닌, 후계자더라구요. 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런 운명이 정해져 있던 거였어요... 저는, 후계자로서 가문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씁슬하게 미소를 짓는다.
"참 웃기죠? 겨우 제가 이러는 게. 남들은, 저보다 훨씬 더 비참하대요. 훨씬 더 사연 많고, 훨씬 더 힘든 삶은 산대요. 그런 것에 비하면, 저는 완전 행복한 거죠. 주변에 누가 죽지도 않았고, 그저 모두와 친해지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공상을 꾸지 못하게 된 것 뿐인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가증스럽겠죠. 실컷 비웃어주고 싶겠죠. 겨우 그것뿐이냐고 말하고 싶겠죠. 다 알아요.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아하, 아하핫... 이렇게까지 울면, 안 되는데..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데.."
앞이 뿌옇다. 나는 그렇게, 소리를 죽여 한참을 울었다. 겨우 울음을 그치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례했네요, 또 품위에 어긋나는 짓을 해버렸어요. 어, 음... 제가 맨 처음에 드렸던 질문은, 그냥 무시해도 돼요. 애초에 대답을 들으려고 한 질문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사기노미야와 가까웠던 적이 없으니 이런 대답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못 나가도 사람이랑 대화를 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았는데, 나아지기는 커녕 아까랑 똑같기만 했다. 유지헌 때문에 시간을 버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증오만큼 비이성적인 행위가 어디있다고.
"어디로 갈지 제대로 안 정했어."
기껏해야 연회장 근처를 멤돌다가 감정이 정리가 되면 다시 기숙사로 갈 생각이었다. 연회장에서 유지헌에게 엿이나 먹으라는 뜻의 편지를 쓸까 생각했지만 '저런, 화가 많이 났나보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따위의 질문이 돌아올 게 뻔했다.
"아니. 너 어디 가던 거 아니었어?"
부딪혔을 때 분명 저와 반대되는 반향으로 걸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거절을 했겠지만.
" 어? 아~ 뭐 어때, 어차피 지금 여기서 나 보는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거든? 게다가 그 각도면 뭐가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럼 된 거지, 뭘~ "
아예 드러누워버릴까보다. 결국 마무리는 또 근본 없는 장난이다. 이어 제인은 의자 다리에 세게 부딫힌 당신의 다리에 잠시 시선을 두다가, 손을 슬쩍 뻗어 부딫힌 곳을 손가락으로 슬쩍 쓸었다.
" ....이러면 시퍼렇게 멍든다, 너? 차라리 나한테 한 번 때려달라고 하던가. 자국 안 남고 적당히 정신 차리게만 때려 줄 수 있는데. "
뭐어, 네 딴에는 당연히 싫으려나. 입술 새로 피식 새어나온 제인의 웃음에는 원인 모를 자조가 짙게 섞여있었다. 부디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랄 뿐이다. 뭐, 알아채도 당신은 구태여 거론하지 않겠지만. 이럴 때 보면 참 편한 성격이야. 그래, 편하지만 복잡하지. 이후, 제인은 저를 내려다보는 당신을 마주 올려다보다가 싱긋, 웃으면서 등을 돌려 당신의 다리에 제 머리를 탁 하고 기댔다. 그리고는 그대로 고개만 위쪽으로 슬쩍 틀면서 말을 이어간다.
" 맘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고. 그래, 이유.. 이유라. 이유.. 너무 많은데. 우선은 네 성격일까, 넌 뭘 해도 감정의 동요가 없어서 여러모로 참 편리하거든. 둘째는 네 능력이고.. 셋째는 혈통. 순혈이잖아, 너. 뭐.. 자잘한 이유까지 하자면 더 많이 댈 수 있지만 일단 큼지막한 이유는 이 정도겠지. "
양반다리로 앉았던 다리를 쭉 펴서 앉는다. 자세를 바꾼 후, 제인은 제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모아 버릇처럼 땋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사람 피부를 가차없이 가르던 사람의 태도라기엔 지나치게 차분하지. 뭐, 아무렴 어떻겠느냐만은.
" 여기까진 공적인 이유고, 사적인 이유로는 그냥 네가 맘에 들어서. 그게 끝이야. 그럼 이제는 네게 이득이 되는 점을 좀 말해볼까? "
잠깐 침묵. 제인은 머리카락을 땋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당신을 도로 올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69 아니 도윤주가 왜 죄송해해요;;제가 넘 늦은건데;;; 밥만 먹고 온다는걸 백화점까지 들려버려서 하;; 죄송함미다;; 근데 저 진짜 들어오고 10분전에 가셔서 아! 내가 10분만 빨리올걸 후회했짜나;;;
>>66 솔직히 무난한게 제일 조음;;; 근데 좀 행복하게 해주셈;; 저 오늘만 이 말 세번째 하는거 같은데;; 그만큼 절박하는 거예요;;;;;;;;하 저 샄카주 목이랑 머리 함 분리시켜보고싶은데;; 엔딩까지 안 풀기 가능???????//하;;; 그건 듣던중 다행이네요;;; 근데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좀 걱정되긴 하네요;; 와 어딜봐도 다 싫은 각만 나오기도 ㄹㅇㅍㅌ로 힘든데;;;;;;;;이거 어카면 좋아~~~~~~~~~~~~@@@@@@@@@@ 솔직히 도망가면;; 츸사 그냥 보내줄거 같음;;; 그리고 매일 찾아와서 초커 내밀듯;;;;;;;ㅇ ㅘ 쓰고보니까 개또라이 같네요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