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정리는 꽤나 익숙했다. 내가 시작한 일은 간단히 내 이전 일들을 정리하고 경찰로서의 업무나 일들을 정리해둔 것을 외우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인사인계는 확실히 끝내두었고 변호사 작위야.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이들도 나를 끌어들인 이유는 내 경력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범죄자들의 다양한 유형. 그리고 그 범죄자들을 자주 대해보았다는 장점. 아마 나에게 있는 장점은 그게 끝일 것이었다. 아마 이제 곧 스카우트한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주제는 업무에 관해서. 아니면 위험성에 관해서. 두 가지 주제중 하나라고 생각한 나는 계속 서류를 읽으면서 업무에 대한 지식을 늘렸다. 역시 팀의 최종적인 문제가 있다면 다수라는 이점은 있더라도 이들의 멘탈 케어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이들이. 과연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것.
강철같은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강철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단단하고 강인한. 그런 사람이라는 이야기일 뿐. 이들은 지금 이들의 케어보다는 임무의 중요함만 어께에 씌웠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의문은 확신이 되었다. 오퍼레이터의 방문과 함께 나는 얼굴에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직 피곤해서 눈은 조금 감겼지만 그럭저럭 부드러운 미소였다.
" 오히려 이쪽이 먼저 찾아갔어야했는데. 먼저 찾아오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이쪽 이름은 이미 알고 있을테고 과거도 아실테고 그러면 이쪽이 할 말은 안녕밖에 없는것도 아실테고. 길게 말 필요없고 작업대로 가시죠. "
건강즙은 받아서 옆에 내려두고는 업무용으로 쓰던 안경을 고쳐썼다. 일이 아니라면 적당히도 상관은 없지만 어쩐지 일이라면 깐깐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 업무상 여유시간은 문제 없습니다. 무슨 일로 대화하고자 하십니까? 오퍼레이터 하윤 씨. "
시간이 난다면 의사에게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좋아요. 저희들도 멘탈에 문제가 생기면 상담이나, 감정을 받아보기도 하거든요. 몸의 문제는 손을 댈 수 있지만 마음의 문제는 달라요. 스스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필요하지만. 실컷 얘기해보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을거에요.
"아니요. 과거는 몰라요. 그것을 아는 것은 아빠.. 그러니까 강이준 서장님 정도에요. 어쩌면 서하 씨도 알지도 모르지만요. 적어도 저는 몰라요. 전 제공된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하고 스카웃을 한 것 뿐이니까요."
부드러워보이지만, 그래도 꽤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조금 깐깐할지도 모르고... 작업대로 간다. 간단하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걸까? 실제로도 그 후에 무슨 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난 이런 깐깐한 분위기는 그다지 맞지 않으니까, 내 스타일로 가기로 했다. 시은 씨가 저 스타일로 간다고 한다면 나는 내 스타일로 가면 되는 것 아닐까?
"일단 소개부터 할게요. 강하윤 순경이에요. 일단 계급은 순경이지만, 여기서는 오퍼레이터로서 여러분들을 서포트하는 입장이에요. 일단 제 익스퍼로서의 능력이 그쪽 계열이거든요. 아무튼, 제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일단 우리 팀에 대한 것도 있고, 현 상황에 대한 설명도 필요해서에요. 시은 씨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확실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서류가 있긴 하겠지만.. 그 서류만으로는 파악이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어 나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일단 먼저 그녀에게 질문을 받아보기로 했다.
"우선 시은 씨가 먼저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물어봐주시겠어요? 가장 궁금한 것이라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잘 설명해줄게요. 후훗."
역시 오퍼레이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서포트. 그리고 이제 막 들어온 이에게 친절하게 이것저것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 오늘도 멋진 경찰이야. 강하윤!
당신의 볼을 콕콕 누르며 웃음을 흘렀다. 말랑말랑, 이런 볼의 감촉까지 너무 예쁜걸. 맡은 배역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하지만 조금 걸리는걸, 배역의 당신이 아파하는 걸 볼 수 없거든. 저녁이라. 고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멤버들도 내가 놀다 오는건 알걸?
"물론이지. 예쁜 우리 누나랑 같이 저녁 먹는다 생각하니 기쁘네."
촬영장이라 키스할 수도 없고. 촬영중이 아니면 사진 찍히잖아. 내심 아쉽다는 표정을 짓던 그는 당신의 설명을 듣고 활짝 웃었다. 가야지, 예쁜 우리 누나. 그런데 어쩔까, 같이 걸어가면 기자들한테 들킬텐데.
과거를 모른다는 점과 특유의 스타일 때문인지. 어울리지도 않는 안경이 갑갑해졌다. 적당히 서류를 팽개치고, 귀찮은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 나는 간단히 미소를 지으면서 평가를 바꿨다. 최소한 말에 거짓은 없다. 만약 거짓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었다면 분명 어긋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었을텐데 일단은 여기까지만 판단할까 하면서 잔잔히 분위기를 바꾸곤 당신을 바라봤다.
" 일단 반가워 하윤 순경. 내 이름은 이시은이야. 조금 딱딱하게는 시은 씨. 편하게는 시은 언니라고 불러줬으면 하네. 그리고 일단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들어보도록 할게. 또 소속된 팀원들의 멘탈 케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하고 스트레스 조율은 평이하게 되어가는지. 또한 이들이 지금 자신들의 상황에 만족하는지 들어도 괜찮겠지? 아마 오퍼레이터라면 이미 지식은 다 알고 있을테고. 그러면 내 질문에 답해줄 수 있을거야. "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아까의 궁금증과 현재 상황 정도였다. 경찰들과 만나고 협력을 얻어오던 경력을 보면 심각한 상황에서는 시체도 뻔히 마주할 수 있을 이들이 과연 그 정신이 멀쩡한지가 제일 궁금했던 것이다.
" 그리고 내 과거. 알아는 둬. 전직 변호사 겸 범죄자 교화 시스템의 책임자중 하나야. 원래 A급이었는데 들어오고 갑자기 S급이라고 하더라고? 신기한 일이긴 했는데. 일단 그럭저럭 넘어갔지. "
일단은 신뢰 관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딱딱하게 나가봤고. 문제가 없으니 본성을 보였다. 깐깐하기는 무슨. 아마 몇일 뒤 이 책상에서 퍼질러 자는 날 볼 수 있을테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상대방을 천천히 살폈다. 일단 분위기만 본다면 친절한 성격이고. 다만 고집스런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아 강단은 있는 편으로 보였다.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을 바라봤다.
꽤 전문적으로 나오는구나. 이 사람. 어쩌면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깐깐한 느낌도 들고, 살짝 긴장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멘탈 케어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 스트레스 조율은 평이하게 되어가느냐. 상황에 만족하느냐.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묻는 그 모습에 살짝 긴장을 하기도 하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전문의가 일정 주기로 오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상담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경찰의 특성상.. 그리고 우리 팀의 특성상, 무엇보다 익스퍼로 인한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그것이 주기적으로 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나름대로 주기적인 휴가. 일반 경찰에 비하면 높은 복지와 월급. 그런 것들이 주어지고 있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개개인을 전부 케어하는 것은 솔직히 힘들기도 해요. ...경찰이니까요. 특히 요즘은 계속해서 일이 터져서 바쁘기도 하고... 솔직히 제가 스트레스로 쓰러질 것 같네요. 여러 의미로 말이에요. 조금이나마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건강즙을 돌리지만 다들 거부하는 분위기고... 정말.. 몸에 좋은 건데..."
작게 한숨을 쉬면서 일단 그에 대해서 처음으로 대답을 했다. 일단 개개인에 대한 상태에 대해서는 나도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정말로 심각한다면 나에게도 서하 씨에게도 보고가 들어오지만, 그에 대한 것은 일단 사적인 것이니 남에게 함부로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사실 조금 위험해보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역시 문제라면 문제겠지. 그리고 현상황이라고 한다면...
"R.R.F. Red Rebelion Fang. 그런 범죄조직이 활동하고 있어요. 목적은 과거 이곳에 살았다고 하는 SSS급 익스퍼의 힘이라는 것 같아요.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과거에 SSS급 익스퍼가 희생되었는데, 그 익스퍼가 방출하는 익스파의 데이터를 보존해서 어딘가에 보관중이라는 것 같아요. 세계를 개변하는 힘. 월드 리크리에이터. 그 힘을 얻어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익스퍼로 만들려는 것이 목적인듯 하고요.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서 수많은 범죄를 뒤에서 지휘하고 있어요. 그들은. 익스퍼에 의한 범죄가 너무 커져서 도저히 익스퍼의 보안을 지키는 단체인 '요원'의 힘만으로 불가능해지면... 정부에서 익스퍼가 아닌 이들의 기억을 제거하는 기기인, '리크리에이터'를 발동하니까요. 그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하게 될 때 이 성류시 어딘가에서 SSS급 익스파의 파장이 나타나고, 그것을 쫓는 모양이에요. ...간단하게 말해서 위험한 이들이에요.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사용해서 무리하게 모두를 익스퍼로 바꾸고, 거기서 희생되는 이는 가차없이 버린다..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가장 주의해야할 이들이에요. 그들은."
일단 간략하게 현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서 나는 뒤이어 미소 후에 나오는 시은 씨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그런 것 치고는 저, 딱히 고백받거나 한 적 없는걸요. 후훗. 오히려 저와 같이 일하는 서하 씨가 현재 연인이 있는 사이고... 딱히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부럽긴 하네요. 오히려 시은 씨야말로 은근히 인기 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비공개 기록으로 남은 두 번째는, 최면 및 정신조작 계열의 익스퍼의 범인으로, 피해자에게 최면을 걸어 납치하는 악질적인 수법으로 거의 스무명 가까이나 되는 아이들이 사망하였다. 당시 범인은 이 지현 경사는 절대 건들지 않되, 행동하지 못하도록 결박해놓고 먼저 납치해온 아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광경을 강제로 보여주어 이 지현 경사를 극한까지 몰고 갔으며, 폐인 직전까지 정신적 고통을 준 후에 방치한 채로 홀연히 사라져 현재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지현 경사와 같이 사건을 맡은 강서경찰서의 요청으로 사건과 관련된 기록 전체가 비공개 처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