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엘은... 아무리 성숙하다 하지만-대본 빨도 있다- 어린 아역이라서 그런지 그 나잇대의 발랄함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촬영을 마치고 나서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은 떼어내고(그나마 원래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어서 덜 붙여졌다고 하네요!) 다른 배우님들이랑 만나서 한껏 재미있게 이야기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을 했어요! 오늘은 어떤 언니오빠야들이 있으려나요.. 하고 촬영장 한켠에 마련된 대기실에 빼꼼 머리를 들이밀고는 누가 있나 휘휘 둘러봤습니다.
"아. 하윤언니다!" 하윤언니를 발견하고는 폴짝폴짝하고 들어와서는 언니 오랜만이예요! 라고 인사했습니다. 저번에 스키장 촬영 때 엄청 즐거웠다는 거 듣고 부러웠는데! 라고 말하고 웃었습니다.
"으으..나도 스키장이랑 온천이랑 잘 갈 수 있었는데.." 나쁜 에드워드. 춥게 만들고.. 라며 투덜거렸습니다. 아. 참고로 에드워드씨는 인터넷에서 까이고 있다네요.
//유명도는.. 다갓님으로..? .dice 1 5. = 3 1. 인지도 0. 갑자기 길거리에서 캐스팅당함. 2. 무명 아역 3. 외국에서도 엄청 유명함 4. 그냥 그럭저럭 국내에서 알려짐 5. 영화와 드라마 단골.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하고, 요건 요렇게 하고.. 아. 맞아! 인증샷! 인증샷!"
특수 수사대 익스레이버. 이 작품에 캐스팅 되고서 한번씩 내가 있는 대기실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물론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사진은 올리지 않지만 아이돌에게 있어서 SNS 활동은 빠질 수 없으니까. 잘만 하면 이 드라마의 엔딩곡을 내가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도 해보지만 잘 알 수 없었다. 삽입곡도 괜찮은데. 사실 그러라고 나 캐스팅 한 거 아닌가 싶지만..언젠간 기회가 오겠지!
아무튼 대본을 외우다가... 그러니까 다음 Case에 대한 대본을 외우는 도중에 핸드폰을 들고 가볍게 인증샷을 찍은 후에 그것을 SNS의 내 계정에 올렸다. #찰영중 #특수_수사대_익스레이버 #대본_어려워 이렇게 붙여두면 되겠지? 그렇게 사진을 올린 후에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아역배우인 타미엘이 들어왔다. 여러모로 복잡한 캐릭터인데 정말 잘 소화하는 것을 보면 외국에서도 엄청 유명한 배우답다고 해야할까? 나는 아이돌이라서 연기는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상대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타미엘의 인사에 나는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면서 활짝 웃었다.
"후훗. 스키장과 온천? 정작 나는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는걸. 물론 서하 씨도 그건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그나마 내가 서하 씨보다 조금 더 나오긴 했으니까 역시 오퍼레이터의 인기는 내가 더 위라는 것을 의미하는걸까? 하지만 정작 러브씬은 서하 씨만 있고... 이거 불공평하지 않아? 나 아이돌인데... 한명 쯤 멋진 남배우와 붙여줘도 되잖아. 후훗. 물론 아니어도 되지만..!"
딱히 러브씬 찍으려고 이 드라마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나는 타미엘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힘들지 않아? 그..TO말이야. 완전히 다른 캐릭터잖아. 1인 2역하려면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음. 역시 배우라서 다른거니?"
흔들어주는 인사에 답하면서 뭐하고 있었어요? 라고 묻습니다. 그러고보니 다음 케이스.. 외워야 하네요.. 공부와 병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대사 자체를 외우는 건 늦는 편입니다. 제대로 안 나왔다는 말에 장난스럽게 치. 라고 하곤 볼을 부풀린 뒤
"그래도 스키장이랑 온천에 갔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걸요..." 러브씬이라는 말에 에에... 러브씬 하고 싶었군요 하윤 언니도 참..이라고 말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TO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고민하는 듯 턱을 괴더니
"TO는..음..어렵죠! 그치만 드라마에서 배우의 본래 인격같은 건 필요없으니까요." 그저 배역이 되어서 배역의 생각만 하고 완전히 빠지면 되니까요. 그래서 배우가 한 역할을 끝내고 나면 심리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배ㅇ맨의 조커라던가요. 라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아 이게 주제가 아닌데에.. 라고 곤란한 듯 생글생글 웃다가 0~10의 난이도로 따지자면 TO는 2~3정도고, 그냥 타미엘은 4정도려나요? 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촬영이 끝이 났다. 컷, 소리가 들리자마자 답답한 휠체어에서 일어난 그는 크리스토프 배역을 맡은 남성에게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다가오는 매니저에게 손가락 하트를 내보였다. 매니저는 뒷걸음을 치면서도 하트를 유지하는 로제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고, "이제 스케줄 없으니까 애교 안 떨어도 돼." 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대본을 던졌다.
"헐, 그럼 나 오늘 자유야 형?" "그래. 그렇다고 해서 저번처럼 모자만 쓰고 피시방 가지 말고. 다른 멤버들 꼬드겨서 단체로 피시방 가지 말고. 아무튼 피시방은 안 돼." "에바꽁치야 그거." "수습하는 내가 더 에바꽁치삼치다. 일단 스케줄 끝났으니 말썽 안 피울 수 있지?"
내가 앤줄 알아? 라며 당당히 허리를 편 그는 걱정 말고 퇴근 해, 나 다른 사람들 촬영하는거 구경할테니까. 라고 덧붙이더니 매니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촬영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거와는 상관없이 1인 2역이잖아. 2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하는 건데, 나라면 못할 것 같아. 난 지금의 역도 힘들어. 사실 내가 작중 최서하와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그야 일하기 싫고, 대본 외우는 것도 싫은걸.. 우우. 해야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오프에서의 이야기지만, 나 조금 귀차니즘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할 것은 한다. 아이돌인걸. 아이돌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은 하고 노력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중의 강하윤처럼 막막 일을 정말로 성실하게, 찾아서 막 하고, 잔소리 하고 그런 편은 아니다. 완전히 나와 반대라는 느낌이니까. 그런 느낌에서 아주 태연하게 난이도를 이야기하는 타미엘을 바라보면서 작게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다시 척 올렸다.
"엄청나다고 생각해. 그렇게 난이도 따지는 거. 역시 유명한 배우는 다르구나. 그리고 러브 씬은... 글쎄? 후훗. 멋진 남배우가 있다면 모를까. 꼭 하고 싶고 그런 건 아니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는데... 난 오퍼레이터 역이라서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쉬워. 아이돌이니까. 아. 물론, 아이돌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하려는 것은 아니야. 스카웃 되었으니까 열심히 할 거야. 그리고... 러브씬은 다른 이들이 많이 보여주니까 오케이야. 안 그래? 러브씬 있는 배우님?"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면서 나는 손에 쥐고 있는 대본을 잠시 놓았다. 그리고 아마 촬영이 끝나고 여기로 왔을 것으로 예상되는 타미엘에게 물이 들어있는 패트병을 건네주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오...TO는 본래보다는 좀 더 공감갈 요소는 많아요." 그래서 조금 난이도는 낮지만요. 그래도 배역에 난이도가 있다 해도 항상 최선이어야 하는 건 같고요. 라고 덧붙이고는 그것보다 왜 타미엘이란 캐릭터는 머리카락이 엄-청 길어서.. 붙임머리로 제 머리카락 끝을 손상시키는 걸까요.. 라고 슬픈 척 이야기를 합니다.
"러브씬...있기는 하지만요. 그..상대님이 멋지기도 하고.."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지만, 이런 식의 러브씬은 처음이라서..(설정상 성인인 러브씬은 처음이었는걸요!) 약간은 당황과 부끄러움을 지닌 채로 하윤의 말에 답했습니다. 가끔 아 어째서 연기하다가 이입되는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을 권유하는 하윤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괜히 올라오는 장난기. 아. 참고로 작중의 하윤이처럼 나도 사랑 이야기 정말로 좋아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것만으로도 난 하루종일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괜히 심술궂은 미소가 천천히 올라오긴 했지만 굳이 자제하진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서하 씨 쪽은 어떠려나? 사실 조금 의외라면 의외였다. 남 오퍼레이터와 여 오퍼레이터로서 나와 가장 합을 맞추는 것은 서하 씨였고, 당연히 드라마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우리 둘이 커플로서 붙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러고 보니, 서하 씨와 아실리아 씨는 어떤 느낌일까? 괜히 궁금한 느낌이 들었기에 나중에 만나면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 그 둘도 러브씬이 있는 커플 배역이니까.
아무튼 받아도 되냐는 물음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먹으라고 준 건데, 안 받으면 내가 상당히 뻘쭘한걸.
"후훗. 먹으라고 주는 건데 그렇게 물으면 내가 뭐가 되겠니? 촬영 수고했어. 그러니까 어서 마셔. 목 마를텐데."
이어 나는 내 몫의 패트병을 꺼내서 물을 마셨다. 아마 물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다고 했던가? 물론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지만... 특히 나 같은 아이돌은 아무래도 좀 더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뜩 장난기가 들어서 타미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작중 강하윤은 건강즙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나눠주고 그러잖아.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그거? 내 몫 빼고 전원에게 다 돌리면 괜찮지 않을까? 후훗."
"콜록콜록" 푹 빠졌다는 말에 숨을 잘못 들이쉬어서 콜록콜록을 한참 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얼굴 표정만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 티가 확연히 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나이차.. 괜찮은 겁니까? 타미엘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작중에서야 설정 때문에 현재 데면데면하지..촬영장에선 사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윤의 심술궂은 미소에 나빴어요.. 라고 토라진 듯 말하긴 하지만 진짜 토라진 건 아닌지 금방 물을 받아들고는 기침을 가라앉힐 겸 꼴깍. 마십니다. 그리고 하윤이 하는 건강즙 관련 말을 듣고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다가 폰을 듭니다.
"에. 그건 sns에 올릴지도.." #건강즙 #배역과_혼연일체 #오묘한_맛.. 정도려나요? 라고 sns를 잘 안하는 타미엘이 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sns도 잘 안하고 용케 외국에도 엄청 유명하군요. sns 제대로 활동 시작하면 더 늘려나..
"그치만... 진짜 왕게임 때였나? 마셨던 건 정말 맛없었는걸요.." 그걸 먹이려 하다니. 너무해요.
"어머. 그러면 나야 좋지. 나에 대한 캐릭터성이 또 하나 생기고, 나의 아이돌 인생도 더 길어지는걸. 요즘은 아이돌도 노래만 잘 불러선 못 살아남아. 그런 캐릭터가 있으면 예능에 나갈 수도 있잖아?"
아이돌도 결국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본업은 가수지만, 그래도 그 이외의 것도 다 하게 되니까. 사실 이 드라마도 소속사가 출연하라고 보내준거고.. 덕분에 내 인지도는 더욱 올라가고 있으니, 건강즙으로 캐릭터가 하나 또 생기면 당분간 나의 인지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심술궂게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방금 한 말도 장난스럽게 한 것이니까. 그래도..캐릭터 생기면 좋긴 하니까 살짝 해볼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어 나에게 너무하다고 말하는 타미엘을 바라보면서 난감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대본에 쓰여있던거고 감독님이 직접 준비한 거인걸. 나에게 말해두... 감독님에게 말해서 그런 거 먹이지 말라고 따져야하지 않을까 싶어. 나는 아이돌이고 배우일 뿐이라서 힘이 없는걸. 연기돌이라서 배우계에서 발이 넓은 것도 아니구..."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이돌이기에 아무래도... 좀 입지가 낮긴 하다. 처음에는 아이돌이 연기라니. 이 드라마 망했어! 이런 댓글도 봤지만... 그것을 보고 더욱 분해서 열심히 연습했고 지금은 정말로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 나도 할 때는 한다니까.
"그건 그렇고 기침을 다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빠지긴 빠졌나봐? 후훗. 어린 나이일때는 원래 막 동경도 하고 그러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내 배역의 능력이 조사파트에서 대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능력인 탓에, 다른 배우들보다 대사도 많고 사소한 감정선 하나조차 잘못 연기하면 티가 확 나기 마련.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태 맡아왔던 어느 배역보다도 더 피로가 빨리 찾아와서 촬영이 길어지면 너무 힘이 든다.
"시간이..." "어, 집에 가?" "네, 피곤해서 쉬려구요." "좀 기다렸다 가지? 네 애인 곧 촬영 끝나는데." "아, 맞다."
오늘은 마침 촬영 끝나는 시간이 겹쳐서 같이 가기로 했지. 자기가 내 촬영장으로 올건 아니까, 조금 출출한 배나 추려야할까. 간식테이블에 놓인 음료수들 중에 바나나 우유를 하나, 자유시간을 하나 집어온다. 이정도만 먹어두자. 저녁이라도 같이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