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앵전 ~ 시공이 멈춘 앵화성역 이벤트 진행중. (1페이즈 1/22 ~ 1/25) 자세한 사항은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95%B5%EC%A0%84%20~%20%EC%8B%9C%EA%B3%B5%EC%9D%B4%20%EB%A9%88%EC%B6%98%20%EC%95%B5%ED%99%94%EC%84%B1%EC%97%AD 를 참조해주세요.
비비안은, 가늘게 뜬 노을색 눈으로 눈앞의 프시케, 라고 한 여성을 바라봤다. 장난스럽게 짓던 미소가 옅어지는 건 아주 순식간이였다. 생전에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니까, 저 생소하기 짝이 없는 프시케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의 나열은 지금은 쓰지 않는 말, 이라는 것을 비비안은 알아차렸고 그녀는 싸하게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나직하게 웃었다. 쿡, 쿡쿡. 냉소적이기 짝이 없는 웃음 사이에 비비안이 입을 열었다.
"오래된 사어를 쓰시네요, 당신~? 보자 ~~ 그렇다는 건 ~ 당신, 지금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라는 건데 ~?"
비비안은, 서늘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근질거리는 송곳니를 한번 혀끝으로 쓸어내렸다가 자신의 나무, 라는 단어를 정정하는 프시케의 말에 벚꽃나무를 힐끗 곁눈질했다. 붉은색이 짙어진 노을색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오래된 사어를 쓰는 사람. 노토리언, 환상을 품은 자. 글쎄 ~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은 아니라는 거겠죠 시마~? 비비안은 냉소적인 웃음을 짙게 머금고 가늘게 눈을 뜬다.
"일단 ~ 들어보고 생각해보죠 ~? 프시케님! 제에가 ~ 흥미가 ~ 없으면 ~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
출입문을 열려던 찰나, 나는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에 순간 휘청거렸다. 아, 잠깐만. 헬리오스님? 저 지금 맞은거죠? 그것도 뒤통수를? 그쵸?
"아. 진짜. "
나는, 얼얼한 뒷통수를 문지르면서 출입문을 다시 닫고 몸을 돌려서 캐서린을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눈빛으로 똑바로 쏘아본다. 탁하고, 긁히는 목소리가 음절마다 끊어져서 입밖으로 터져나왔고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그대로 캐서린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심호흡하자. 헨리 하이드. 심호흡. 후, 하. 후, 하. 욱신거리는 뒤통수를 문지르고 나는 손을 움직였다.
프시케는 비비안의 말에 의구심을 가지더니 뜸을 잠시 들여 고민한다음 말을 아끼려고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분위기가 어느정도 읽혔다. 표정자체가 읽기 쉽게 드러났기때문이다.
"먼저 벚꽃나무라고 불리우는 저것의 정체를 말씀드리죠. 지금 이 땅에 솟아오른건 꽃도 나무도 아닌 강제적으로 탈취당한 영혼들의 집합체라고한다면, 인간도 환상을 품은자도 모두 뒤섞인 공간이라면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녀는 벚꽃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상식적으로 벗어난 이야기를 했다. 누가 보더라도 눈쌓힌 계절에 만개한점이나 크기는 비상식적이지만 벚꽃나무로만 보이는데 그것이 영혼의 집합체라고 한다. 과연 믿을수나 있는 말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반증을 하듯 맞아떨어져갔다.
"최근에 환상종이나 인간이 이곳에서 죽어나간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테죠. 그것은 이곳에서 모이고 있어 나날이 이 벚꽃나무는 커져가고있으니까요."
늑대의 말에 빠르게 반박하며 아리나가 외쳤다. 아리나가 만족한다면 이대로 내비둔다는 선택지도 나름대로 괜찮을 듯하다. 아리나가 늑대의 말에 무슨 소리를 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먹는 걸로 장난 안쳐. 아깝잖아!”
진심이었다. 아리나는 어렸을 적 평범한 시골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다. 평범하다 해도 농부의 집안,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하루에 한끼, 감자로만 때울 때도 많았다. 그런 과거의 기억 때문일까 아리나는 유독 식탐이 강했다. 음식이 남는 꼴은 보지 못한다. 아리나 앞에서 누군가 먹는 것으로 장난을 친다면 아리나는 당장 총을 꺼내들고 당장 그만두라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성체라니? 분명 저번에는 내 품에 안길정도로 작았는데...”
그러고보니 작은 에일린이 생각난다. 분명 이렇게 작았는데... 아리나가 저번의 에일린을 기억하며 손으로 대충 그의 크기를 어림잡았다. 늑대가 신경쓰인다는 듯 벚꽃나무를 보자 아리나도 고개를 돌리고 벚꽃나무를 보았다.
“내 다리가 다치지 않았으면 저기에 갔을 수도...”
아리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까이서 직접 보니 감이 좋지 않다. 머리에서 경종을 울린다. 무엇이든지간에 좋지 않다. 아리나는 목숨을 감수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묘한 꺼림칙함이 있는 것이었다.
어, 치고 싶다. 진짜, 치고 싶다. 주교님. 응, 진심이야. 나는 꽉 움켜쥔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으드득 - 하고 이를 갈았다. 비웃듯이 웃는 저 얼굴에 딱 한대만 치고 싶은데요 헬리오스님. 물론 누가 질지는 뻔히 알고는 있는데, 진짜 한대만. 딱 한대만 때리고 싶다.
말을 아끼는 모습에, 비비안은 무언가 알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요 ~ 시마! 맞아요! 저 여성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 환상종은 아닌 것 같고 ~ 으음~ 궁금한데 ~. 그녀는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프시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여성, 최대한 말을 아끼려는 것 같지만, 방금 전 그녀가 말한 사어, 에 필요 이상으로 드러난 표정을 그녀는 잘 알았다.
무언가가, 찔린 것 같은 느낌 ~? 어머, 시마! 저는 바보처럼 굴어야죠 ~ 그러다가 들려오는 소리에, 비비안은 하 ? 하는 감탄사를 내던진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에요? 저 벚꽃나무가~ 꽃도 나무도 아닌, 무언가의 집합체라구요 ~? 인간도 환상종도 섞여있다구요 ~? 비비안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가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호기심이 잔뜩 동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영혼~ 이 모이고 ~ 있다는 소리인가요 프시케님 ~? 그러니까 ~ 벚꽃나무가 아니라 ~ 인간과 환상종의 영혼이 모여서 만들어진 ~ 그런 것 ~ ? 어머나! 세상에! 프시케님! 나는 인간이든! 환상종이든! 상관없어요! 죽든지, 죽어나가든지! 나는 한사람만 소중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마안 ~ 이게, 문제라면 ~ . 하고 말끝을 늘리던 비비안이 무엇도 느껴지지 않은 노을색 눈으로 프시케의 벽안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