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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잎을 물끄러미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중절모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손으로 잡은 채 비비안의 눈은 천천히 벚꽃나무의 아래에서부터 저 아득히, 높은 곳까지 올라간 나무을 훑으면서 흐응 - 하는 감탄사를 던진다. 변덕이였다. 비비안 시마라는 환상종은, 그리 진중한 성격이 못되어버리니까. 경계 부근이라는 게 조금 신경쓰이지만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을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에 그녀의 걸음은 한없이 우아하고 사뿐사뿐하게 이곳까지 다다랐다.
"아~무리 봐도~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벚꽃나무란 말이죠 ~ "
생전에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애초, 벚꽃나무가 없는 마을이기도 했다.
그렇죠, 시마? 그럼요~ . 사실은 보러나가기가 힘들었다, 가 옳은 말이곘지만요. 아무려면 어때요 비비안, 시마! 아름다운 것은 눈을 즐겁게 하니까요 !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머리 위에 살포시 얹어놓기만 하는 신사들이 쓸법한 중절모를 벗어서 제 가슴에 대고 지팡이를 짚은 채, 아주 살짝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서있었다. 가늘게 뜬, 장난스러운 노을색 눈동자가 하늘하늘 흐드러지게 벚꽃이 핀 나무와 떨어져내리는 벚꽃잎을 따라 느릿하고 짖궂게 움직였다.
뜻밖의 복병이 있어, 행동을 하지않아도 인간쪽에서는 움직임이 달라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걸지도 모른다. 그걸 한 존재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검은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눈치채줘서 고맙다고. 그래도 '자신의 벗'을 막을 방법이 조금이나마 방법이 생긴것이다.
"하지만.. 아직 환상을 품은 자들은 눈치채지 못한걸까. 이건 내가 나서야겠어."
그녀는 환상종을 환상을 품은 자라고 부르며, 그 존재들과 만나길 바란듯, 검은 양산을 마음을 단단히 먹은듯 꽉쥐고는 앞으로 나아갈 시련에 대해서 슬픈얼굴로 누군가와 마주쳤다. 은발의 머리. 그리고 노을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성.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였달까. 연륜이 조금 느껴지는 태도였다. 숙녀의 모습으로서 몸가짐이 잡혀있다고해야할까. 느린걸음으로 벚꽃잎을 따라 걷는 그녀를 보고는 이야기를 걸어볼수 밖에 없었다.
마치 눈앞의 여성이 처음부터 환상종이라는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프시케 에우로피아 중장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이 사태에 대한 협력을 얻을수 있겠습니까?"
깍듯한 말투로 검은 머리의 여성은 은발의 여성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그녀의 옷에는 처음보는 형태의 별모양 장식이 어깨부분에 3개 붙어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흘끗 캐서린과 시선을 마주쳤다. 내 눈에는 분명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혐오가 뒤섞여있음이 분명했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나는 아예 자세를 바꿔버렸다. 단정하고 반듯한, 세상 예의있는 모습과는 달리 다리를 꼬고 양팔을 머리 뒤로 옮기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적인 모습. 무슨 좋은 일이라고 있었을까. 이 여자가 이렇게 나긋나긋하게 굴리가 없는데? 아니 나긋나긋하게 구니까 더 짜증난다.
나는 머리 뒤로 옮겼던 손 하나를 빼서 수화를 한다.
[내 동생만 아니였어도 내가 이런 짓을 할리가 없었어요 나 말고 다른 분들에게도 골고루 분포하시라구요 어째 나만 보면 못잡아드셔서 안달이신지 주교님]
감사히 여기라는 말에, 나는 도무지 감사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았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 아리나는 분명 다음에 만날 때 다시 물의 정령이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제 코 앞에 있던 꼬리가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아리나는 ‘아아!’거리며 탄식했다. 좀 더 가까이 가려고 몸을 앞으로 치우쳤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고 만다. 그 모습이 여간 우스꽝스러운게 아니었다.
“아이고!”
오뚝이처럼 원 상태로 되돌아온 아리나가 제 몸에 붙은 흙을 털어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에일린이 자신의 이마를 꼬리로 툭 건들자 아리나가 제 이마를 감쌌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가늠하려는 듯 제 머리 위와 에일린의 꼬리를 번갈아 보고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얼굴이 밝아진다.
“만지게 해줬구나!”
사실 만졌다기보다는 툭 친거였지만 아리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듯하다. 하울링을 하는 에일린의 모습에 작게 감탄하던 아리나 눈 앞에 갑자기 생겨난 남자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이상하다, 저번엔 분명 이것보다 어렸는데?
비비안은 잠시, 벚꽃나무를 바라보던 노을색 눈동자를 내렸다.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였고 그와 동시에 말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였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벚꽃나무를 등지고 눈앞의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과 마주한다. 잔뜩 헝크러진 검은 머리칼, 벽안의 눈동자. 정중하기 그지 없는 말투로 내뱉는 자신의 소개. 비비안은, 깜빡이던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는다.
"프시케 에우로피아 중장님~. 비비안이라고 해요 ~"
그녀는 우아하게, 지팡이를 바닥에 짚은 채 중절모를 머리 위에 얹은 뒤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올려 세상 우아하게 상대를 향해 마치 숙녀의 그것처럼 인사를 올렸다. 처음보는 형태의 별모양 장식이 세개. 생전에 보지를 못한 걸까요, 시마? 아, 물론 볼 수 없었군요! 저런, 시마! 잊지말아요! 세상 우아하고 숙녀의 그것처럼 인사를 한 뒤에 그녀는 지팡이를 검은색 실크 장갑을 낀 양손으로 짚은 채 고개를 살짝 갸웃한다.
"무슨 ~ 사태인지~ 저어느은 모르겠는걸요! 아! 혹시 이 뒤에 있는 이 나무요~? 으으음~ 나는 관심이 없는거얼~"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 하는 평온하고 나긋나긋하지만 연극적이고 희극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하면서 프시케와 마주했다.
"당신은 '환상을 품은 자' 이면서도, 묘하게 예법이 '노토리언'스럽네요. 실례되는 말이지만."
프시케의 입장에서는 다른 민족의 경우도 있었기에 자신의 모국의 민족인 노토리언. 정확히는 노토리언을 포함해 여러민족이 연합하여 노토스 연합국을 추진했지만서도 민족끼리의 차이를 알았기때문일까 생소한 말로 비비안의 예법을 평가했다. 그게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과연 비비안에게는 정확한 의미로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쓰지 않는 말' 사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