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가 아니랍니다!스타랍니다!하면서 그 말은 들은건지 못 들은건지 주머니에서 곤히 쉬고있던 스타를 냅다 끄집어내 강한에게 보여주었다.
"이래뵈도 그냥 잡지네 취급받는거 무지 싫어하는 좀 이상한 아이이기는 하지만요!"
정말로 악의라는 건 느껴지지 않는 발고 순수한 표정이었다.스타는 그저 더듬이를 살랑거리며 도윤에게 화를 내는듯 독이 없는 다리로 도윤의 살을 확 꼬집는듯 했다.그거야 당연하겠지.독이 있는 다리로 찝으면 도윤은 죽거든.
"아 그건..제가 좀 감정 기복이 심해서,확확 바뀌어서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답니다.그리고 품위를 챙기시는 분이셨군요?"
음,그렇다면 어제 벌칙에 대해 충~분히 안 좋게 생각하고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여태껏 자기가 지켜온 품위라는 게 있는데 그게 그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린거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아까 같이 운것도 그것중에 한 가지로 포함되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그런 걸 그냥 놓치고 지나갈 도윤은 더더욱 아니었다.
"..네에.만약 또 화내시면...소문낼 겁니다?그쪽이 아까 품위와 품격은 내다버리고,땅 치면서 대성통곡한 거 말예요.아,물론 전 얼마든지 말해도 괜찮답니다!왜냐면 귀엽거든요!☆"
하며 눈을 찡긋이고는 상큼하게 웃으며 브이를 날렸다. 이미 품위같은 건 스타나 줘버린지 오래였기 때문에,도윤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당했다.소문낸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왠지모를 악랄함마저 느껴졌다.
"네,저도 안녕하세여!...어라,하나 또 잡았다."
꾸벅 인사하고는 이내 들려오는 삑사리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훗.하고 웃었다. 뭐야 이분.의외로 약점잡기 쉬운 타입일지도 모르겠는걸?
..분명 1학년이라고 말하는걸 똑똑히 들었다.못 들었을 리 없다. 그래도 말야..역시 1학년이 나보다 키 큰게 용납이 안 되잖아?아 물론 내가 키 작은건 용납할 수 있어.왜냐면 난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거든. 하지만...두살 어린 저 후배님이,동생님이 나보다 키가 크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해.. 고작 4cm 차이었지만 그에 대한 집착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듯 싶었다.
저 사람은 그냥 장난을 치는 것이 좋을 뿐이다, 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지네가 싫다고 얘기한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저렇게 막 지네를 꺼내고 눈 앞에 보여줄 수가 있겠는가. 아니면 천성이 그래서 본의가 아닌데도 그렇게 나오던가.
"으... 제가 품위를 지키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존중은 해달라구요..."
너무나도 당당하게 내가 울면서 부끄러운 모습을 또 보인 것에 대해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하는 그였다. 역시, 그는 단순히 장난을 치는 것이 좋은 것일 터다.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이 귀엽다며 단언하는 그 뻔뻔함에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그가 외형상 귀엽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본다면 그를 귀엽다고 칭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소악마라면 모를까.
"전혀 쿨해보이지 않는데요... 정말 넘어가주시는 것 맞죠?"
하나 또 잡았다는 말이라던가, 쿨~하게 라면서 쿨하다라는 부분을 끌면서 강조한다던가. 상대에겐 미안하지만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말하기가 무섭게 당신이 곧잘 대답한 내용에는 거짓말이라곤 안 했는데- 하고 장난스레 덧붙여보인 제인은 덤덤한 당신의 말투를 곱씹으며 가만히, 느긋하게 머리카락을 매만지기만 했다.
그러던 도중, 쌀쌀한 날씨를 언급하자 자신이 입은 반바지를 거론하는 당신에게 제인은 머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찔리네. 아니, 그래도 날이 쌀쌀하긴 하잖아? 물론, 물론 그 날씨에 반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이어, 제인은 당신이 하는 말을 계속 경청하다가 문득 질문을 던진다. 언제나처럼 큰 의미는 없는, 그저 가볍기만 한 질문을.
" 생각할 거라... 뭔데? 아, 얘기하기 싫으면 얘기 안 해도 돼. 그냥 물어본 거니까. ...그나저나, 타박은 장난이었다고. 응? 장난이야. 알고 있지? "
그래도 저 정도로 차분하다니. 제인은 머리를 마저 땋다 말고 곁눈으로 제 옆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만 조금 독특하기는 독특할까. 성격이나, 반응이나, 표정 관리적인 면에서 말야. 그도 그럴 게 계속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닐진데. 아니면, 저 애에게는 저게 자연스러운 것일까. 제인으로서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 그을쎄다.. 솔직히 나 친구가 많지는 않아서 굳이 들어간대도 말이지. 아니, 뭐. 없지는 않지만.. 뭐랄까.. "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적지. 그 말만은 구태여 하지 않고 자연스레 삼켜버렸다. 원래 말하려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빌어먹을 새벽 감성이라는 걸까. 아니면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인가. 곧 제인은 다 땋아내린 머리카락을 머리끈으로 대강 동여매면서 넌지시 말을 마무리지었다. 조금은 얼버무리듯이, 그렇게.
" ...뭐, 그런 것보다 이런 외진 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만 달랑 안고 있는 후배님이 신경쓰여서 괜히 그러는 거지. 날도 찬데 감기 걸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
흘러내리는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긴 제인은 하하, 웃으면서 당신의 정면을 바라보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 오지랖이지, 그냥. 그래.. 하여간 난 이만 들어가보려고. 말동무 해 줘서 고마웠어, 후배님. 늦지 않게 들어가. "
그리곤 손을 살짝 흔들어보이곤 몸을 틀어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역시 날이 춥네. 아니, 그냥 쌀쌀한 정도인가.
// 아아ㅏ악 멸치어장 아아ㅏㅇ낙 다음에 막레를 주시던지 하면 될듯함다 우아아ㅏㅇ아앙늦어서 미아내여8ㅁ8
전혀 상처받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스타는 무책임한 도윤 대신에 강한을 향해 사죄하듯 더듬이를 까딱 숙였다가 들고는 제가 알아서 다시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주인보다도 더 어른스럽다고 할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도윤은 그저 삐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듯 했지만.
"헐,냉정하신 분.냉혈하신 분.저희 스타 안 그래도 마음 여린데..아하핫!안 그럴게!안 그럴테니까 간지럽히지 마아하하핰!!"
하다 못해 주머니에서 나온 스타는 도윤의 옷 안으로 쏙 들어가더니 이내 신나게 간질이기 시작했다. 이런 뻔뻔한 주인놈.너는 좀 혼나야 정신차리지?하며.아니,지네니까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하여튼 그렇게 말하는 듯한 기세로 도윤을 간질이고는 이내 만족한 듯 다시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도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아..음,아아무튼 그건 특별히 그렇게 해 드릴게여!제가 품위를 지켜본적이 없어서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건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그쪽 분께서 원하시는데 안 그럴 이유가 없죠!"
그 대신 저도 뭘 좀 받아야겠는데.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강한을 바라보았다.주는 게 있으면 받는것도 당근 있어야하는거 아냐?그게 세상의 이치이자 진리지! 그래도 역시 귀엽다는 부분에 대해서 태클을 걸거나 하진 않는구나.크,역시 이놈의 귀여움이란 정말 나조차도 어쩌질 못하겠다니까!
"에이,그럼요~저는 이래뵈도 저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면 한없이 쿨하고 자비로운 사람이랍니다?"
그러니까,쉽게 말해서 자신을 또 울리거나 한다면 그냥 가차없이 말해버릴 것이다 하는 말이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빙빈 꼬아서 말했다. 그거야 당연하지.그냥 남들에게 소문낸다는 이야기를 직접 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아 물론,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을지도.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상큼하게 웃었다.
"네.그건 아는데여.아까 말했듯 제 쪽이 조금이나마 더 작잖아요?그러면 당-연-히 제가 후배역을 맡는게 더 자연스럽잖아요?"
입은 상큼하게 웃었지만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키 작은걸로 열등감 느껴서 이러냐고?어어우,천만의 말씀을!아까도 말했듯이 키 작은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더 귀엽다니까? 그저 이야기의 문맥을 위해서 그런 거야!누가 봐도 내쪽이 키가 조금 더 작으니 후배라고 알거 아니겠어?
"아참참,그러니까 후배의 부탁좀 하나 들어주세요,강한이 형!저 지금 생각없이 걷다가 여기로 흘러들어온 거거든요!혹시 길 아세여?!"
그러고는 멋대로 자신이 후배라는 호칭을 붙여버린 것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 마이페이스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밖에는 말 못할지도.아무튼 천연덕스럽게 길을 물으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딱딱한 존칭으로 이야기를 한 뒤 소년은 제인을 한번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내렸다. 과연, 진심이니 아가야? 오. 진심? 그것의 정의를 읊을수는 있겠지? 아가야. 반바지에 대해 거론한 말에 제인은 머쓱하게 웃었지만 소년의 표정은 극히 담담했다. 상대가 오해할 일도 없다는 사실이 저명했으니까.
"예 알고있습니다. 생각할 거라는 건, 딱히 큰게 아니니 괜찮습니다."
흘러나오는 차분한 괜찮습니다. 라는 단어에 패밀리아가 울었다. 애처롭게, 애절하게. 왜 그러니. 사화야. 소년은 제 패밀리아를 어깨쪽으로 옮겨 안으며 다시 침묵을 지킨다. 바라보는 시선에도 소년은 이상할만큼 담담했다. 신경쓰이지 않는 태도, 그저 조용히 진중하고 묵직하게 저가 해야할 일만을 하는 태도. 글쎄, 타인이 보기에는 그저 예의가 많고 말수가 적은 아이라고 생각할거같니? 아기야.
"그러시다면 제가 할말은 없겠습니다."
소년은 친구라는 단어를 듣고 말을 아끼는 제인의 목소리에 꼬박꼬박 성실히 대답한다. 덩그러니 고양이를 안고 있는 자신이 신경쓰인다라. 소년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렇습니까. 괜찮습니다. 소년의 대답이 간결했고 담백했다. 얼버부리는 제인의 말을 잡아내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다. 소년은 아직 제인을 몰랐다. 판단하고 그에 맞춰서 행동을 보이기 힘들다, 라는게 정확했다. 소년은 들어가는 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간단하게 걸친, 외투를 사화를 안은 채 능하게 벗어서 제인의 어깨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레 걸쳐주고는.
"후후,늦었지만 그 위로의 시선 특별히 받아드릴게요!저희 스타한테는 고생 많다고 안 해도 괜찮답니다!얘는 강한 지네라서 끄떡없어요!"
스타를 향한 그 시선마저도 자신이 완벽히 독차지해버리는 도윤. ....어쩌면 패밀리어가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워진 건 주인의 탓일지도 모른다.아니 주인의 탓이 확실했다. 아니,어쩌면 패밀리어도 주인 닮아서 뻔뻔한걸지도 모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향한 시선이 가려진것에 대해 도윤에게 화풀이를 하려는 듯 기어오르려 했지만 강한 지네라는 말에 다시 얌전히 더듬이를 살랑이지 않는가.
"에에,그거 찐-짜로 맞춰주시려는 거예요?"
후회하실 텐데?하며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했다.자기 장난에 장단맞춰주다가는 밑도끝도 없이 휘둘릴텐데 그걸 제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다니...하긴,약점이 잡혀버린 이상 그런건 어쩔 수 없겠지.도윤은 씨익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그렇다면 어쩔수 없죠!특별히 허락해드릴게여!"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를 척 들어 보이고는 역시 내 매력이란.하고 자아도취에 다시 흠뻑 젖어들었다. 뭐,어쩔 수 없겠지.이렇게나 예쁘고 귀엽고 깜찍한 나니까.안 받아들일수 없는 거야!하며 자신이 아까 협박 비스무리한 말을 했던건 그냥 홀라당 잊어먹은듯 보였다.
"아아,강한이 형도 잘 생각해봐여.일단 객관적으로 키 작은 사람이랑 키 큰 사람이 같이 걸어가고 있거나 이야기하고 있음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스럽게 키 큰쪽이 연상,키 작은쪽이 연하라고 생각할거 아녜요?"
주관적인 의견은 1도 넣지 않고 생각해보면 말예요.하며 강한이 형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태클 걸릴까봐 모두가.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이라고까지 했으니 설마 그걸 가지고 태클걸지는 않겠지.그렇게 생각하던 도윤은 이내 곧 강조되어지는 선배라는 말에 눈꼬리를 움찔였다.
"....아하하,그러셨나요?그렇담 일단 왔던 길을 돌아간다면 뭐라도 나올 테니까,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강.한.이.형?"
갈때까지 가보자는 거지.이제는 묘한 승부욕이 고개를 들었다.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며 말했지만,그 눈꼬리 너머에서는 스파크가 살벌하게 튀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뻔뻔함에 한숨만이 나온다. 누굴 보고 한 건지는 아는 걸까. 아니, 아마 알았어도 그냥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자기 혼자 착각하고 넘어가겠지. 착각이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한 것임을 알면서도 그걸 자기에게 한 것으로 치는 건 뭐라고 하지? 그나저나 저 지네도 참, 주인을 닮아서. 속보이는 움직임이다.
"전 분명 어느 정도는, 이라고 얘기했어요. 어느 정도는. 너무 과하면 안 맞춰드릴 겁니다."
하필이면 약점이 잡혀서 이렇게 저자세로 나가야 하는 거냐고. 상대는 똑같은 약점은 통하지도 않고. 이건 불공평해. 역시, 인생이란 불공평한 건가.
"글쎄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흰 별로 키 차이도 나지 않고, 이 나이대라면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 무슨 상관인가요. 결국 저보다 나이가 많은 건 선배고, 어린 건 저잖아요."
이렇게 말해봤자, 돌아오는 건 다시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도윤 선배의 목소리겠지.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였다. 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부르는 도윤 선배.
"좋아요, 같이 가죠, 도.윤.선.배."
도윤 선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눈싸움을 한다. 마주본 두 눈 사이에는 마치 전기가 이어진 것 같다.
아닌 척 하기는~하며 능글맞게 웃는 도윤을 못 봐주겠는지 스타는 다시 주머니로 쑥 들어갔다. 한쪽 눈을 찡긋이며 이번에도 자아도취에 푹 빠진다.청룡 기숙사답다면 기숙사다울 마이페이스적인 성격이었다.
"앗앗,그건 당연하죠!아마 제 장난을 다 받아주시려면 멘탈이 거의 세계수급은 되어야 할거랍니다!"
어쩌면 세계수도 이런 애 못 받아주겠다고 울고 도망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그러려니 하자. 아무튼 그건 자신도 인정할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과하다면,가끔은 말리거나 받아주지 않는 걸로 과하다는 걸 알리기는 해야 할 테니까.그래야 자신도 어느정도는 눈치채고 조금 자제할 것이다.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지만 나름대로 눈치가 빠른 성격이었으니까.
"엄..네.맞아요.그건 그렇죠!이 나잇대면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고~또 그쪽이나 저나 똑같이 아직 앳된티 팍팍 나고~또 주변 사람들의 시선따윈 단 1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당연히 인정한답니다!하며 의외로 순순히 그 말을 인정하는듯한 모습의 도윤. ....그리고 곧 아니나다를까,다시 강한을 바라보며 외쳤다.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죠?!!!그냥 제가 최강큐트귀염☆을 자랑하고 키도 조금 더 작으니 그냥 동생을 하겠다는 겁니다!!이의 있으신지요!!!"
..결론은 그냥 자신이 귀엽게 생겼으니까 동생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오,이거 좀 좋은데?나중에 세연이를 만나면 한번 써먹어봐야지!..는 세연이와는 전에 나눈 대화도 있었으니 섵불리 쓰는 건 꺼려졌다. 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저 후배가 안 귀엽다는 의미는 추호도 없었다.물론 저 후배님도 귀여웠다.풍위를 지키려 하면서도 자꾸 의도치않게 망가지는 모습이나,아까 스타를 보고 놀라던 모습이나,같이 울던(...) 모습은 충분히 귀엽지.
....근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일단 내가 귀엽게 생겼젆아!그러니까 내가 동생 할거야!
"그럼,먼저 앞장설게요,강.한.이.형?아니다,저는 길을 모르니까,아쉽게도 강.한.이.형께서 앞장서주셔야겠네요!무려 '형'이니까 앞장서 주실래요?"
지지 않고 꼬박꼬박 상대를 형이라고 높여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걸 잊지 않았다.왠지모르게 폭풍전야.전쟁 5분전같은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이미 서로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지금 여기서 막을 올린 것이었다.절대 지지 않겠어...
다시 울듯말듯 울망해져서는 강한이 형을 바라보다가 이내 짜게 식은 표정으로 약점이 까발려져도 괜찮다면야.하고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였다. 뭐 어짜피 그렇게 해서 손해되는 건 자기 자신이 아니고 눈 앞에 있는 저 백호기숙사 1학년 강한이 후배..아니지.강한이 형이었으니까.자신은 나몰라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잉,옵빠야.그러지 마여.이케..이케 귀여운데 장난 안 받아줄거에양?☆"
차마 새벽버프를 받은 도윤주마저도 서술하지 못할만큼 깜찍한 포즈를 지어 보이며 도윤은 윙크를 날렸다. 귀엽기는 무슨.넌 깜찍한게 아니라 끔찍한 거야.하며 스타가 고개를 쏙 내밀고 더듬이를 앞으로 한번 살랑였다가 들어간다.마치 비웃는것 같은 행동이었다.그게 어딜 봐서 비웃는건가 싶었지만 분위기가 그랬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땡.하며 손가락으로 엑스를 만들었다.
"그건 맞는 말이지만,어찌됬건 그 현실보다 제가 귀엽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당연히 제가 동생이죠!"
의의를 보란듯이 받아친 도윤은 이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아마 지금 상태로는 무슨 논리로 반박하고 들어오던지 귀여우니까 동생이다.라는 답만 돌아올 것이 뻔해 보였다. 지금도 도윤은 이러고 있는데,앞일이야 뻔하지 않은가.
"크,존경스럽네여.동생이 어려울 때 두팔걷고 나서서 도와주는 형이라니!정말 엄청나게 믿음직해요,《강.한.이.형!!》역시 《동생》으로써 《형》이 너무 존경스러운거 있죠!!"
상대를 형이라고 칭하고,자신을 동생으로 칭하는 그 말에서는 묘한 광기마저 묻어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 모르겠지만,하여튼 도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듯 싶었다.
"..참,근데 지도 보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거잖아요!그러면 맨 처음 《형》이 있던 곳은 어디였어요?"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되돌아가도 마을이 아닌 곳에서 출발했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잖아.설마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헤매는 건...아니지?아니겠지 그건?!
차마 싫어한다는 말은 빈말로도 못 하겠고,근데 할 말은 해야겠고 싶은건지 최대한 순화시켜서 말한 다음 피식 웃었다. 쳇,역시 두번은 안 속는다 이거구나.다음에는 진짜로 울어버릴까. 가반히 강한을 바라보던 도윤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면,그러면 아까 그 말 취소하시죠!제 장난을 안 받아준다니 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구요!"
팔짱을 끼고 강한을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뭔가 상대랑 키가 비슷하다 보니 자꾸만 내려다보며 말하고는 싶은데,역시 4cm의 차이는 어쩔수 없었는지 아무로 고개를 들고 내려다보려 해도 자연스럽게 올려다보는 모습이 되었다. 더 이상 얘기 안 할게요.하는 말에 도윤은 진심으로 뿌듯하게 미소지었다.마치 자신이 이 보이지 않는 싸움중 1차전에서는 승리를 거뒀다고 말하는 것처럼.
"에-이,그게 무슨 말이예요!지금 이 상황은 동생이 어려울 때 형이 도와주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상황이고 저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을 하고 있는데여,강!한!이!형!"
악센트를 강하게 주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처럼 나섰다. 나 최도윤,가문의 이름을 걸고 이 자리에서 절대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이상! 그리고 들려오는 말에 약간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에,백호 기숙사에서 출발하셨다구요?"
분명 저희는 여명으로 놀러간 상태 아니었나요.하며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고는 이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여명이랑 저희 학원은 걸어가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니까 어쩌면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네여!뭐어,백호 기숙사는 어딘지 아주 잘 아니까 당근 잘 찾아갈수 있죠,강한이 형!"
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뭐 일단은 장난을 받아줄 상대가 한명 더 늘었다는 게 어디야! 솔직히 우리 학원 여학생들은...너무 무서웠다.영이 형도 그렇고,세연이도 그렇고 둘 다 장난하고는 거리가 멀어서,진짜 제대로 장난치면 한대 얻어맞거나 심한 말 들을거같아서 못 했는데!정믈 다행이야 이건!
"에에이 날조라뇨!지금 선동과 날조를 하고 있는 쪽이 어디인지 생각은 해 보셨나요,강.한.이.형?!"
물론 자기 쪽이지만,도윤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물러선다면 가문의 이름에 건 맹세가 헛것이 되어 버린다. 안되지,그건.가문의 이름에 셀프 먹칠을 할순 없다고!절대로!
"아아,백호 기숙사 숙소라고 하셨었죠!숙소라는 말을 제대로 못 들었나봐여!그래도 용납해주실거라고 믿어요.왜냐하면 전 귀여우니까!☆"
도윤주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아무튼 여명 안에 있는 숙소라면 더더욱 잘 찾아갈 자신 있지!
"음 그리고..그렇다면 금방금방 찾아갈 수 있을것 같아요!"
이래뵈도 정신만 바짝 차리고 아는 길로 간다면 금방 아.하고 길 찾을수 있으니 무린 없겠죠!하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