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따라주는 술을 받으면서 나는 나대로 그녀에게 술을 따랐다. 그리고 안주에 대해서는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이거, 얼마나 한다고...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말은 성장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빠득 갈면서 나에게 따지듯이...그리고 그 분노를 표현하듯이 말하는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우선 잔에 따라져있는 술을 혼자 조용히 마셨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건가? 성장이라는 것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나 역시도 비슷한 느낌이었네. 어느 순간 갑자기 그렇게 랭크가 올라가게 되었지. A급에서 S로.. S에서 SS로...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일세. 자네는."
이어 나는 내 잔에 셀프로 술을 천천히 따랐다.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잔을 들어올려 이번엔 그녀에게 살짝 내밀었다.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자는 의미였다. 역시 둘이서 술을 마시면 이런 것도 있어야지. 그리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서하 군에게 보고는 받았네. 자네들. 저번 범죄자를 제압하고 대부분 힘이 빠져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고 하는군. ...랭크는 올라서 좀 더 힘을 쓸 수 있게 되었을지 몰라도,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버티지 못하는 것. 그것이 자네들의 한계가 아니겠나. 오히려 랭크가 올랐다면.. 어떤 계기로라도 올렸다면 이젠 그 힘을 컨트롤 할 수 있게 자신을 갈고 닦을 차례지. 설마 랭크가 올랐다고, 바로 힘이 증폭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결국 익스퍼의 힘은, 자신이 얼마나 갈고 닦냐에 따라서 다른 걸세. 단적으로 이야기하지."
피식 웃으면서 나는 메이비 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단언했다.
"지금의 자네들은 전부 덤빈다고 해도, 같은 랭크인 서하 군도 제대로 제압하기 힘들걸세. ...적어도 지금의 자네들은 말이지. 알겠나?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고 그 힘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그 힘을 끝까지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나. 그것이 강해진다는 것일세."
조용히 울분을 토하는 듯한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분하다인가... 자신이 스스로 뭘 할 서 없었다는 것이..? 그 말을 끝까지 들으면서 나는 잔의 술을 비웠다. 여기서는 조금은 따끔하게 말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말을 하기 전에 한 모금 더 술을 마셨다. 그리고 비어있는 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서 진지한 눈빛을 메이비 양에게 향했다. 그리고 상사로서 해야 할 말을 전했다.
"하윤이는 잃는 것을 두려워하네. 그 아이의 엄미가, 나의 아내가 그 아이를 지키려다가 죽었으니까. 그렇네. 하윤이의 눈 앞에서 죽었네. 물론 그때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아마 트라우마로 남아있겠지. 아마 자네들이 쓰러졌을 때 그 아이는..자신도 모르게 스위치가 눌렸을지도 모르네. 그래.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분하다는 것도 알겠네.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더 강해지도록 노력하게. 그 분한 감정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네. 정말로 냉정할지도 모르지만.. 분하다는 감정만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네."
그녀에 대한 것은 이미 다 파악을 해 둔 상태다. 서하 군이 제공해주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과거의 기록도 조사를 하니까. 그리고 그녀가 모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켜진다는 것은 무언가의 스위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기서 위로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위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분하다고 느끼다면 그만큼 강해지도록 하게. SS랭크인 나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 힘으로 자네의 그 분한 감정을 승화시키게. 자네가 경찰이라면, 나는 왜 이러냐로 끝나면 안되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한다를 생각해봐야만 하지. 과거를 보고, 거기에서 분함을 느끼는 것은 자네의 자유지만, 자네가 경찰이고, 자네가 정말로 분하다고 느끼다면, 자네는 자네의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서 자네가 스스로 지켜보이면 될 일이네. 쉽지 않지. 나도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정도밖에 없네."
더욱 강해져라. 분한만큼 강해져라.
말은 참으로 쉽다고 느끼지만 그것만큼 심플한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는 다시 술을 마셨다. 참으로 씁쓸한 술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눈빛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하며 메이비 양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내 말이 조금은 자극이 되었다면 좋을텐데. 그리 생각하며 파전에 두루치기를 싸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역으로 물어보았다. 여기서 내 재혼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를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서장이라는 직위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도...
죄송하다는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입을 열었다.
"누구 좋은 이라도 소개해 줄 참인가? 하하하. 하지만, 이래보여도 나이가 50이 넘었네. 자네가 그 정도의 나이를 지닌 여성을 알 거라고 보진 않네만... 그러니까 소개는 아니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개인적인 호기심인가?"
누군가의 눈에는 역시 신기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로서는 좋게 생각되긴 어려운 일이었다. 딱히 말은 안하겠지만 말이다. 이어 두루치기 고기 한점을 입에 집어넣고서 나는 다시 메이비 양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솔직히 조금 놀란 이야기이네. 허허허. 그리고 사과할 것이 있나? 확실히 나는 서장이니까 말일세. 보통은 이 정도 직위가 있으면 재혼을 하겠지. 미안하다고 할 것은 없네. 그저 조금 놀랐을 뿐이지."
이어 나는 조용히 술을 한 모금 삼켰다. 생각도 못한 이 상황 속에서 그녀가 왜 그런 것을 묻는지 궁금했다.
조용히 말을 들으면서 술을 다시 한 모금 마셨다. 마지막 말이 묘하게 신경쓰였다. 자신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라...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야..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메이비 양은 그저 장난으로 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곤란한 느낌 그 자체였다. 물론 내 착각이라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는 두루치기 고기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은 후에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자네는 그렇다는 거군. 그렇다면 나도 생각을 말하지. 재혼할 생각은 없네."
어쩌면 미련할지도 모르고, 바보 같다는 생각을 들을지도 모른다. 재혼을 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재혼을 할 마음이 없었다. 그 사람의 죽음을 보고, 하윤이를 혼자서 키우고, 서장의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도 나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이대로 혼자 독신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나와 그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하윤이를 바라보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하하하. 애석하게도 나는, 죽은 내 아내를 잊을 수 없어서 말이야. 내가 지켜주지 못한 그 아내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네. 그렇기에, 나는 재혼하고 싶지 않네. 그저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네. 이 말에는 거짓이 없네. 내 마음에는 오로지 그 사람 뿐일세. 하하하. 그리고 자네 같은 아가씨가 나에게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네. 설사, 그 어떤 여성이 온다고 할지라도...나에게 있어선 그 사람 이상의 여성은 없어."
조용히 술을 마시면서,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평소처럼 유쾌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하하하! 확실히 술을 먹으니까 이런 이야기도 하게 되는군. 뭐, 아무트 그렇네. 독신으로 평생 한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서장. 멋지지 않나? 하하하!"
사실은 조금, 이 사람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답이라고 대답할수밖에 없을것이다. 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 진지함. 나중에 별명은 진지한 서장님 정도로 붙여볼까.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잊을 수 없는건가. 서장님 정도로 강해져도 그 부분은 어찌할 수 없는걸까.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잔혹한것이다.
"굳이 말을 덧붙이자면 놀라는 척이라도 해주십쇼."
평소의 가벼운 이미지는 다 어디로 간거냐며 그녀는 웃었고 멋지지 않냐는 물음아닌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네요, 로맨틱하기도 하고."
자신은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파전을 잘라서 입에 넣었다. 뭘 해야 이 진지한 서장님을 당황시킬 수 있을까.
"하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서장인데 이런 곳에서는 분위기 좀 차려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아내에 대한 것만큼은 가벼울 수가 없네. 정말로..."
그래. 그런 것만큼은 절대로 가벼워질 수 없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그것은 하윤이도 아는 사실이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그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말이지. 설사 재미가 없다고 해도... 답답하다고 할지라도... 아마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그녀만을 안고 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술을 따른 후에 그 잔의 내용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이어 술을 다 마실 쯤에 들려오는 말. 하윤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총으로 쏠 거냐는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경찰이 총으로 쏠리가 없지 않은가. 나보다 강하지 않으면 허락 안할걸세. 그것만 만족한다면, 나는 흔쾌히 내 딸과의 교재를 허락할걸세. 하하하.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하윤이의 아픔을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이가 있다면 허락해줄 생각이네. 나보다 더 그 아이의 아픔을 감싸주고, 그 아픔이 하윤이가 침식하지 않게 지켜줄 정도의 강함이 있다면 말일세. 아..그래도 내 딸을 줄 수 없어..! 같은 것은 해보고 싶으니까 허락하더라도 한번 연출해달라고 부탁할건데 어떤가? 이거 괜찮지 않은가?"
크게 껄껄 웃으면서 어느새 많이 비워진 파전을 먹으면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하윤이의 남자친구는 남자친구. 그때가서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을 하면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고를 친 후에 허락해달라고 하면 일단 난 그 놈팽이를 죽일걸세. 처절하게, 처절하게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