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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기숙사에는 각각 한 명의 사감 선생님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공통점이 하나 존재한다. 한 명씩 '건', '곤', '감', '리' 가 그려진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다닌다. 또한, 사괘는 두 기숙사를 제외하곤 모두 기숙사와 일치한다.-동화학원의 역사 중 일부 발췌」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휘어잡고, 명성이 드높은 가문은 칭송 받았다. 순수한 혈통을 지닐수록 고귀해지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의 가문 또한 그러하였다. 겉으로는 평등을 주장하였으나 혼혈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완벽한 순수혈통을 자랑하였던. 순수함을 위한 그들의 모순을 거듭한 행위의 결과는 생명을 잉태하는 행위였을터다. 생명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도 지고하였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생명이란 이름으로 모든 죄를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함이란 이름으로 모든 죄악을 덮을 수 있다. 베아트리스 또한 그리 생각하였고, 제 오라버니이자 남편인 빈센트의 어깨에 기대어 부른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사명이라 칭하였다. 베아트리스는 두 눈을 감으며 아이에게 속삭였다. 너는 가주가 될 아이란다. 그게 네 사명이고, 그게 네가 존재하는 이유란다.
허나 결과는 달랐다고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쌍둥이가 태어났음을 알게 된 베아트리스는 황망한 눈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단 한명의 아이에게 말했을 터였다. 사명을 지닌 아이는 단 하나여야만 하였다. 예상치 못한 일. 어미는 사랑스러우나 지독하리만큼 괴로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아마 가문원들은 아기들을 품에 안고 오열하는 베아트리스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 으로 착각하였을지도 모른다.
둘 중 하나를 버림패로 써야 하는 어미의 고통을 모르고.
어미는 고심한 끝에 한 아기를 택하였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이름을, 정확히는 사명을 붙여주었다.
"아우프가베."
'그 것'의 이름을 아우프가베로 짓자꾸나. 반대되는 아이는 가문 밖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자꾸나. 사명의 그림자가 되게 하자꾸나.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아이를 내세우는게다.
베아트리스는 회고하였다.
과거의 자신은 어리석고,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자신은 지금처럼 평생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자신이 있을터다. 더욱 사랑받게 하고, 소중한 아이를 떠나보내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었다.
제 동반자가 편지를 부리에 물고 가볍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가베는 편지를 받아들고 조용히 벽에 등을 기댔다. 가문의 인장이 찍힌걸 보니 어머니일 터였다. 가베는 조용히 편지의 봉투를 매만졌다. 제 동반자가 가벼이 날개를 펄럭여 다가오자 그것의 부리를 가벼이 쓸어주며 가베는 눈을 내리깔며 편지의 봉투를 열었다.
[잘 지내고 있니, 자랑스러운 차기 당주님. 엄마는 네 아빠와 니베스랑 같이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단다. 글쎄, 니베스가 정학을 당했지 뭐니. 같은 기숙사의 아이가 혼혈이라고 계속 놀리며 가문을 모욕하길래 주먹으로 아이를 쳤다고 하더구나.
아이의 코 뼈가 부러질 정도로 세게 때렸다더구나. 물론 이게 가장 약한 상처 부위지만. 그로 인해 무려 2주나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며 가문에 돌아왔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그래도 기회는 이 때 뿐이라 생각하며 여행을 다녀왔단다. 너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다음 방학땐 가족끼리 여행을 가자꾸나.
(중략)
학교 생활은 힘들지 않니? 힘들어도 할 수 있다고 엄마는 생각한단다.
(중략)
차기 당주인 네가 늘 당당히 지내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늘 미안하구나. 조만간 꼭 보자꾸나. 사랑한다.
- 사랑하는 너의 어머니, 베아트리스.]
그는 조용히 편지를 접었다. 이리저리 구겨진 편지를 입에 문 동반자는 쓰레기통에 그것을 집어던지고 제 주인의 품 속에서 바르작거렸다. 그런 동반자의 부리와 머리를 쓰다듬어준 그는 "이런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것도 수고가 많구나." 라며 눈을 휘어 웃어보였다. 그는 동반자를 품에 안고 이불을 덮더니, 조용히 눈을 내리깔아 제 동반자와 한참동안 눈을 마주치곤 한숨을 쉬었다.
"세이, 만일 내가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라면 어떨 것 같더냐."
삐익, 고개를 이리저리 까딱이는 제 동반자의 반응을 이해하듯 그는 픽 웃음을 흘렸다.
"아무것도 아니다. 자, 자자꾸나. 만일 오늘도 악몽을 꾼다면 네가 나를 도울거라 믿는단다. 좋은 꿈 꾸거라."
- 하지만 나는 가주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단 말이야! - 그래도 난 네가 가주가 되었으면 좋겠어. - 왜? - 왜냐면 그건 지금부터 네 사명이고, 내가 이루지 못할 꿈이니까. 네가 나 대신 가주가 되어주었으면 해. 알겠지, 세이?
"...!"
또 그 꿈이었다. 그는 눈을 뜨곤 조용히 눈가를 가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애써 놀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잠에 빠져들기까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으나, 그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 2년이나 더 다녀야하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살풋히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항상 궁금했던게 왜 차는 팔면서 찻잎은 따로 안 파는 건지. 나중에 주인들에게 따로 물어볼까. 아니다 어차피 여명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문에 우편을 부치는게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일 것 같다. 가문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자 현재 아즈카반에 수감되어있는 아버지의 생각 또한 함께 떠올랐다. 언제쯤 나오시려나. 마음같아선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형이 집을 나간 이후로, 가문에서 나에게 거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나만 죽어나겠지. 세상꺼지듯 푹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계산하면 어쩌자는 거야?"
과일통조림과 초콜릿의 계산을 마치고 삐딱하게 서있는 유채헌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듯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노예가 된 기념선물로 내가 계산해주려고 했는데. 이래선 다른 선물을 사줘야 하잖아. 피어싱같은걸 선물할 생각은 본래 가지고 있었지만 나한테 너무 많은걸 원하면 곤란하다. 유채헌의 성격상 그럴리 없겠지만 말이다. 유채헌이 구입한 물건을 찬찬히 살펴보니 애완동물이 먹을만한 음식들 뿐이었다.
돈이야 지금도 많지만 나도 좀 내가 하고싶은걸 하면서 살고 싶다. 근데 현재의 내 인생이 바뀐다 하더라도 딱히 하고싶은게 없는 나로선 또 다시 정해진 길을 택하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필연적이란 생각에 기분이 착잡해졌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본래 넥타르에 방문해서 간식을 잔뜩 사버릴 예정이었는데. 쓸데없는 잡생각 덕분에 간식 생각이 싹 사라졌다. 장소를 옮기는게 좋을 것 같아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았다. 유채헌의 모습이 보이자 그냥 평소처럼 생긋 웃어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생각날 때부터 사랑일까, 머릿속에서 떨쳐내려고 애쓰는 때부터 사랑일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였다. 처음 너와 같은 방이 되었을 때를 기억한다. 너는 참 해맑은 아이였다. 천진히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었지. 나는 시들어가는 꽃이었고 너는 막 피어오른 꽃이었다. 친해지는 것만으로 족하다 생각했다. 너는 나를 따스히 비춰주는 등불이었다. 하지만 나방이 다가가봤자 불타 죽을 뿐 이롭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는다. 같은 性이었다. 같은 나이였고, 같은 기숙사였다. 단지 그 뿐 그 이상의 접점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거의 기숙사 방에서만 만났으니까. 그 외에는 달리 만날 일이 없었으니까. 애시당초 그 이상을 바랄 수가 없었다. 너는 티없이 순수한 하동 정씨의 아이고 나는 혼탁한 피가 흐르는 하家의 혼혈이었다. 4분의 1이라도 섞이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는 눈앞에서 똑똑히 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지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성별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겼다. 대를 이을수 없으니. 이 더러운 피를 물려줄 수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나와 엮임으로써 네가 망가진다면, 나와 엮임으로써 네가 파멸한다면, 나는 그럴 수 없다. 너를 망칠 수 없다. 너는 바라컨대 행복해야 했다. 좋은 남자를 만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어여쁜 아이를 낳고, 그렇게, 행복하게. 나와 엮이지 않고. 나는 그렇게 스러지게 내버려두고. 서서히 잊혀지기를 바랬다. 서서히 멀어지기를 바랬다. 바라컨대 너만은 행복하기를. 그래, 울지 말고. 이렇게 울지 말고 웃어야지. 행복해야지. 내가 없는 곳에서 행복해야지. 네 앞엔 분명 창창한 미래가 있다. 의술이란 장래가 있고 약학이란 장래가 있다. 하지만 내게는, 내게는 그런 미래가 없다.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족한 인생이었다. 덧없기만 한, 버티다버티다 결국엔 스러질, 오래 못가고 잠길 인생. 너를 끌어당기고 싶지 않았다. 너를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 너와 함께 잠기고 싶지 않았다. 너는, 너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얼마나 험하든 얼마나 노려지든 상관않겠다고 했다. 분명히 그랬을 터였다. 정말 그럴 수 있어? 생각뿐인 물음이었다. 입밖으로 낼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입에 담은 이유는 순전히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나직한 목소리가 떨려왔다. 소릴 내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비릿한 피내음이 느껴졌다. 꼭 그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 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조용히 네 옆머리를 넘기며 운을 떼었다. 이따금씩 물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정적이었다. 우리둘을 제외하고 모두가 정적이었다. 침묵하였다.
"울지 마 담아. 예쁜 얼굴 망가질라. "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너를 사모함으로써 네게 피를 보일 일에 대해 미안하다. 너를 연모함으로써 너를 울게 할 일에 대해 미안하다. 네 앞에서 스러지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끝이 있다면 그곳엔 네가 없어야했다. 네가 내 끝을 함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함께하길 원하지 않았다. 내게 잠김으로써 어떻게 될지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대로 잠겨 죽고싶다 고한다. 이대로 네게, 이대로,
"담아, "
너란 海에게.
"달이 아름답지 오늘. "
천천히 눈꺼풀에 입을 맞대었다. 처음에는 왼쪽, 그다음엔 오른쪽. 점점 입술이 내려가는게 꼭 눈물이 흐르는 부분에만 입을 맞대려는 것만같았다. 네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네가 아파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울지마 나의 바다. 네가 슬프면 나 역시 슬플거야.
"나도, 아니 내가 더. 내가 더 사랑할게. 내가 더 아껴줄게. 내가 더 보답할게. 내가 널 지킬게. 언제나 함께할게. 네가 위험할 때 내가 손을 내밀게. 내가 널 구할게. 내가 널, 언제나. 계속. 항상 옆에서. "
지나칠정도로 거리가 가까웠다. 당장이라도, 아니 네가 허락하기 전까진 그럴순 없다. 닿는 순간 바스라질것만같이 흐릿하였다. 숨이 차오를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하였다. 그저, 얼굴을 맞댄 채. 울고 있는 네게 쉴 새없이.
"사랑해 담아, 이대로 네게 잠겨 죽고 싶어. "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게 꿈인 것만 같았다. 네가 내게 사랑한다 하는 현실이. 네가 내게 고하는 이 현실이. 내가 네게 고하는 이 현실이. 그저 지긋이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네 목에 팔을 감았다. 어깨에 닿는 느낌이 바람에 차가웠다. 침묵하였다. _ * 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정호승, 미안하다
????????????????????????????????????????????????????????????????????????????????????????????????????????????????????????????????????????????????????????????????????????????????????????????????????????????????????????????????????????????????????????????????????????????????????????????????????????????????????????????????????????????????????????????????????????????????????????????잠시만요 현호주 저 오늘 진짜 머리가 띵합니다 가지 마시구 딱 한가지만 언제부터였어요?
아니 지애주 말대로 정말 쉴 틈따위는 단 1도 안주고 그냥 시원하게 뻐뻐뻥 연쇄적으로 죄다 터트려버리시네 이분들(흐릿 끝난줄 알았는데 아니었냐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무려 삼각관계라니 그보다 현호 선망의 대상이 영이였구나..?!세상에나...(동공대지진 아아무튼 현호주 잘자!굿밤되어라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