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던 책에 등장인물과 닮았어요. 조금 다르지만. 그 책의 내용이 선한 인물이 선한 면의 극을 추구하다가 약을 잘못 만들어서 악의 극을 끌어올린다는 내용인데.. 주인공 이름이 지킬 입니다. 헨리 지킬. 그런데 그 약을 먹은 다음에는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인물로 변하죠.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 당신의 이름 참 기묘해요. 헨리 하이드라. 혹시 에드워드 지킬 이라는 인물도 있나요? 농담입니다.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가 아니라 헨리 하이드와 에드워드 지킬이라니.. 아 물론 어디까지나 제 상상이니까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기묘하게 웃으며 알폰스는 아리아에게 헨리를 배웅하라고 지시하고는 와인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웬일로 늦지 않게 도착하신 도련님에 모습에 위트니가 환하게 웃었다. 혹시나 저번처럼 1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오시다니. 위트니는 옛날에 비해 많이 자상해지신 것을 느꼈다. 물론 불평도 많으시고 신경질도 자주 부리시지만 위트니는 도련님의 마음 깊은 곳에 상냥함이 남아있음을 확신했다.
“오늘은 빨리 오ㅅ... 엇, 이게 뭐에요?”
위트니는 엘라리스가 제 발 앞에 던져놓은 장미를 자세히 보기위해 무릎을 접어 쪼그려 앉았다. 예쁜 장미였다. 아리나는 장미만큼이나 붉어지는 자신의 얼굴을 느끼며 재빨리 장미를 잡아들었다. 이대로 꽃병에 물을 채워 담가놓으면 제법 오래갈 것이었다. 가끔씩 이렇게 선물을 주실 때가 있다니까. 하지만 위트니에게 더 이상 시간은 없었다. 엘라리스가 흰색 망토를 건네주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장미 때문에 심란한 마음인데 망토까지 받아야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위트니는 장미가 혹여 망가질까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자신의 앞치마 주머니에 얌전히 꽂아두고 엘라리스의 망토를 받아들었다. 장신인 엘라리스의 망토는 일반인도 들기 부담스러운 것이었는데, 일반인보다 키가 더 작은 위트니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 위트니는 망토를 받아 손을 높이 들어 바닥에 끌리지 않게 하고 살며시 접어 팔에 걸쳤다.
“도련님, 선물 감사드려요. 꽃이 예뻐요.”
위트니는 상기되어 붉어진 양 볼을 감추지 못하고 엘라리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끔 이렇게 선물을 줄 때가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장미를 선물해준 적은 없었다. 위트니가 손을 흔들어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고 싶었지만 도련님의 흰색 망토가 더러워질까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관계 맞나요? (의심) 그전에 1시간 기다렸다는 구절 제가 캐해석 잘 못한거 아닐까 걱정되네요;;
"글쎄요, 저는 환상종들에게 자비로운 것일까요? 나는 당신의 그런 행동에 그것을 자제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이건 단순히 나는 나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당신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잖아요? 안 그런가요? 스스로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거죠. "
그에 말에 나는 하고싶은데로 하라는 듯한 투로 말하고는 태연하게 그렇게 말한다. 그나저나 환상종이라는 존재를 정말로 싫어하는 것 같네~ 뭐, 어떻든 간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쯤되도록 그를 바꾸어 놓은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해. 이런 거라면 분명, 그 환상종이란 존재들에게 아주 호되게 대였다던가 하는 그런 식이려나... 복잡한 것 보단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 정답인 경우가 외외로 많으니까 말이야.
"글쎄요... 당신이 보기에는 저는 어떤 존재로 보이나요?"
그가 내게 환상종이냐고 묻는다. 진짜 환상종이라면 왠만한 괴짜가 아닌 이상 넙쭉 '네. 저는 환상종입니다'라고 말할리가 없잖아, 물론, 그도 이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내게 그렇게 묻는 것일 것이다. 그 목적이 위협이든 판별이든 뭐든 좋다. 나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알고 있고, 자부하고 있으니까. 내 가족들의 품에서,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났고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설령, 소설의 줄거리마냥 내가 출생의 비밀 간직한 스스로가 인간인것을 알고 있는 환상종이라고 할지라도 지금껏 내가 살아왔던 그 삶은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종족 따위에 관계 없이 '나'는, '나'이니까.
"후후. 좋아요, 당신의 그런 올곧은 가치관이 싫지는 않아요.하지만 동감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래서, 제가 만일 환상종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나요? 일단 죽이고 볼건가요? 추후에 보면 어쩌면 진짜 정체를 감춘 환상종일 수도 있고, 추후에 동료를 살해한 범죄자라고 꼬리표가 붙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당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에도 심대한 타격이 될 수도 있어요. 한번 무너진 이미지는 다시 쌓아 올리기 어렵잖아요?"
나는 상대의 말에 또 다시 실웃음을 지어버린다. 참으로 강직하고 대범한 분이시로군요. 환상종은 존재자체로 죄악이며 그들을 옹호하는 것은 모두 환상종일 것이고 인간인 이상 그럴리가 없다. 라는 발상이라니.... 그거 우습다구요? 어린아이가 자기주장과 같이 동떨어진 것만으로 오직 그것이 옮다고만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ㅡ 어쩌면 그도 무의적으로는 자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요. 자신의 존재의의를 유지하고자 그것을 애써 무시하여 스스로 잃어버린 것 처럼.
"그렇게 되셨군요. 저는, 쥬피앙 크리스티나 데 메데치아. 간단하게 쥬피앙이라고 불러주세요."
강경적 태도로 일변을 토해내던 그가 뜬금 없이 자신의 소개를 하는 것에 양손을 다소곳이 배 부근에 포개에 놓고는 고개와 허리를 숙이고는 잠시후에 다시 허리와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러한 정중한 인사를 포함하여 나 또한 소개한다. 서로가 서로를 소개하였으니 이제 상황은 다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엑, 잠깐. 충격받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전 이제 좀 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단 말예요. 이제 어린애 아닌데. ......무, 물론 진심을 말하자면 싫진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요."
시이는 이내 그렇게, 부정하듯 말한다. ...어른스러움을 원하면서도 상자 성에 들어가고 싶은 건 뭘까! 뭔가 모순되는 느낌이다... 양가감정이 이런 건가. ...몰라! ...상관없어. 상관없잖아, 그런 거! 어른스러움과 상자 성은 관계 없는 거 아냐? ...아닌가 관계 있나?
"아무튼 뭐 법으로 따지자면 정말로 내가 어른은 아니지만요, 그래도. 그래도 이제 1년 정도만 있으면 나 이제 법적으로도 미성년자 아니라고요."
시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아나이스가 제 이마를 튕기자 흐익,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이마를 매만진다. 그러다가 이내 각자의 매력을 이래저래 판단하는 건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상한 건가? 그런건가?
"그보다, 정말 본인이 눈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아나이스?"
시이는 그렇게 말하곤 살짝 아나이스를 흘겨보다가, 이내 아나이스에게 좀 더 다가가 붙어 앉더니 살짝 슬픈 눈으로 아나이스를 가만히 볼 뿐이다. 그러곤 이내 아주 작게,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한다.
"......5년이요."
처음 알게 된 1, 2년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2년인가 3년인가 하는 때 쯤부터 슬슬 눈길이 가더라. 그리고 5년 전에 자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던 거구나. 하고. 하지만 어떻게? ...난 아직 그 때 14살의 꼬마였다. 여러모로 여자라고 하기엔 부족한 어린아이. 그 때의 나는 그랬다. ...그래서 생각했어. 예쁜 아가씨가 되기로. 예뻐지는 방법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보고, 그걸 실행하고. 그게 좀 효과가 있었는지, 확실히 피부가 좋아지고 여러모로 내가 바뀌는 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연구하고, 또 밤이 되면 감성에 젖어 연애편지를 쓰고 태워버리는 게 일상화되니 다크서클이 생겨버렸지만...
5년동안 시이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죠. 대표적으로, 피부가 고와지고 하얘지기 위해서 여러가지 크림도 바르고 했던 게 있고... 그리고 머리 옆의 땋은 부분. 그것도 사실은 짝사랑 자각한 뒤에 좀 예뻐보이려고 한 거에요. 아 젠장! 내가 아나이스에게 치였구나! 라는 걸 깨달은 뒤 넣은 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