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잠깐이라도 나가면 그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수군대는 그 목소리가 싫어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이미 시체는 치워지고, 조촐하고 부족하기만 했던 장례도 끝났지만 피 냄새도 그 풍경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눈을 뜨면 눈 앞에 보여. 그리고 말하고 있어. 내게 오라고 손짓하는 게 보여. 발걸음은 내게로. 나는 멀어지려고 애쓰지만 등 뒤는 벽. 아아, 이게 뭐야. 나는 소리치지만 이미 쉬어버린 목소리는 잘 나오지도 않아. 급하게나마 목에 걸린 붕대를 휘적휘적 풀어헤치고, 그 상처를 헤집어. 아프지만, 아프지만 이게 그 환각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일거야. 아냐 이건 아니야. 이게 환각에서 깨어날 방법은 아니란 걸 알아. 오히려 환각을 더 심화시킬 뿐이지만 그래도 저 환각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느낄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싫어, 싫어, 싫어...!"
아아아악. 그렇게 한 바탕 비명을 질러도 이 환각은 계속되는구나. 급한대로 주변의 뭔가를 던져버렸다. 하지만 던져도 스르륵, 하고 통과해버릴 뿐. 아아 신이시여, 정녕 저에게 이 환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정말로 내가 미쳐버린 걸까 싶었다. 아아 싫어, 싫어. 싫어요. 이런 건 싫다고요.
"아아."
소란을 피운 끝에, 나는 그걸 무시하기로 하곤 잠에 들기로 결정한다. 무서워서, 무서워서, 싫어서, 무서워, 아아...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낮과 밤은 다르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낮은 활기차고 밤은 그 반대다. 그런 고요한 달밤에 나는 이곳에 있다. 가늠하지 못할 무수한 이유로 그 생(生)이라는 이름의 양초(Candle)를 불태우고 그들이 남기고 간 자취를 모아두는 곳. 그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주춧돌이 되어 따라오는 이들의 받침이 되어주었기에 이 장소가, 사람들이 이렇게 안녕(安寧)을 취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이유와 목적을 지녔든 상관없이 이 모든 결과를 남겨둔 그들의 넋을 기리도록한다. 나는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기리는 것에 방해되는 요소는 될 수 없다. 혼자서, 그렇게 많은 묘비들 앞에서 무릅을 꿇고 빌때 이대로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였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울려 펴졌기 때문이다. 그 소리로 부터 의미하는 단어는 거침없고 곧게 날이서 있고 딱딱하다. 딱히 그 목소리가 큰 것은 아니였다. 다만, 침묵속에선 보다 확연히 들어나게 되는 것 뿐이다. 그대로 목소리의 진원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어느 한 남성으로 추측되는 인물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느껴지시나요? 마치 무언가라도 죽이고 싶다 못해 안달이신 것 같네요.”
나는 무릅 꿇던 상태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살펴본뒤 옷을 털며 그렇게 답한다. 상대를 바라보면서. 초면에 부터 쓴소리를 당해야만 했던 상대에게 가하는 내 지촐한 보복인가, 무의적으로 내 어조는 상대와 같이 곧게 날이 선듯하다. 는에 눈, 이에는 이. 이던가….